차세대 기술은 언제나 관심의 대상입니다. VR도 그랬고 AR도 그랬고 클라우드 게이밍도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물론 신기술이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고 반짝 흥행으로 그치는 경우가 더 많지만, 새로운 기술은 원래 이렇습니다. 그렇게 실패하는 수십개의 기술을 바탕으로 단 하나가 살아남으면 무려 1조원의 가치를 지닌 유니콘 기업이 됩니다.
세계적인 기업들이 2~3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투자하기 시작한 분야 중의 하나가 바로 클라우드 게이밍입니다. 여러분들도 구글의 스태디아, 엔비디아의 지포스 나우, 마이크로소프트의 엑스클라우드 같은 서비스 이름은 들어보셨을 것 같네요. 몇 년 전에 처음 공개되었을 때는 지연 현상으로 '그래도 게임이 돌아는 가네?' 수준에 그쳤는데 해가 갈수록 꾸준히 개선되고 있습니다.
게임하면 빠질 수 없는 한국에서도 클라우드 게이밍에 관심있는 기업들이 많은데 특히 통신사들이 작년부터 통신 요금과 결합된 클라우드 게이밍 서비스를 앞다투어 선보였습니다. LG U+는 엔비디아와 손잡고 지포스 나우를, SKT는 MS의 엑스클라우드를 파트너로 선정했습니다. 그렇다면 한국 통신사 삼대장 중의 하나인 KT는 어떨까요? KT에서도 게임박스라는 이름으로 자체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다른 클라우드 게이밍 서비스는 발표나 리뷰 등을 통해 소개한 적이 많았는데 KT 게임박스를 본격적으로 살펴보게 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우선 KT 게임박스는 Steam이나 Uplay의 연결 없이 게임을 바로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고 ‘WB 게임즈’의 유명 게임들이 라인업에 포함되어 있어 눈길을 끕니다.
아래에서 좀 더 자세히 설명드리겠지만 회원가입 절차가 간편하다는 점과 가입만 하면 통신사와 상관없이 고객들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것도 차별화되는 점입니다. 물론 타 통신사 고객이라면 가입 후 1개월 무료 이후에는 소정의 요금을 지불해야 합니다. 그럼 이제부터 KT의 클라우드 게이밍 서비스, KT 게임박스는 어떨지 티켓을 끊고 여행을 떠나보도록 합시다.
가입은 어떻게? KT 게임박스를 직접 해보자!
우선 어느 곳을 가입할 때나 똑같죠? 다운로드가 복잡하거나 가입 절차가 까다로우면 갑작스런 짜증이 밀려오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KT 게임박스는 회원 가입이 매우 쉬운 편이죠. 그냥 스마트폰 앱으로 들어가서 휴대전화 인증을 하면 끝, 그게 전부입니다. KT만 되는게 아닌지 오해하실 수 있을 것 같은데, 다른 통신사의 이용자들도 모두 간편히 가입할 수 있습니다.
휴대전화 인증뿐 아니라 다른 SNS 계정(카카오톡, 구글 등)으로도 본인 인증을 할 수 있으니 선택의 폭은 더욱 넓습니다. 그리고 가입이 되었다면 메인 메뉴부터 살펴보도록 합시다. 메인 메뉴 우측 상단에 있는 게임 구독 현황 아이콘을 통해 1개월 동안 무제한으로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거든요. 구독료 또한 지금 가입하시면 월 4950원이니 1국밥 미만의 가격으로 즐길 수 있습니다.
실제로 해봤다! 게임 테스트
KT 게임박스에서 제공하는 100여 개의 게임 중에 테스트를 위해서 처음 선택한 게임은 ‘컨트롤: 얼티밋 에디션’, ‘마피아 3’ / '바이오쇼크 인피니트' / ‘WRC 8’를 선택했습니다. 웬만하면 최신 게임 위주로 선택했으며, 이들이 스트리밍으로 어떻게 돌아가는 지, 옵션 또한 확인을 거쳤습니다. 사실 보더랜드 3가 목록에 있어서 제일 먼저 해보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아직 준비중이라고 하네요.
컨트롤: 얼티밋 에디션은 ‘맥스 페인 시리즈’와 ‘앨런 웨이크’를 만든 ‘레메디 엔터테인먼트’가 만든 게임이며, 퀀텀 브레이크의 실수를 거쳐 재기에 성공했다는 평을 듣는 수작입니다. 이후엔 스마일게이트에서 제작 중인 ‘크로스파이어 2’ 싱글 플레이 제작을 담당하고 있다는데 기대가 되네요.
마피아 3은 ‘행거 13’에서 제작하고 2K가 유통한 게임이며, 비주얼적인 면모는 괜찮았지만 버그가 많아 게임의 평가가 하락해 버렸죠. 그래도 이후 마피아: 데피니티브 에디션을 통해 오리지널에 걸맞는 리메이크를 보여주면서 재기에 성공했습니다.
바이오쇼크 인피니트는 바이오쇼크와 ‘시스템 쇼크 2’를 제작했던 ‘켄 레빈’ 사단의 ‘이래셔널 게임즈’가 제작한 게임입니다. 그리고 다수의 GOTY 수상과 동시에 많은 유저들에게 큰 호평을 받은 게임이죠. 현재에 와서도 닌텐도 스위치 등의 최신 콘솔로 리마스터 출시될 정도입니다.
마지막 게임은 WRC 8을 선택했습니다. WRC는 '월드 랠리 챔피언쉽'으로 레이싱 대회 중 하나입니다. 이 WRC에서 라이선스를 얻어 제작한 레이싱 게임이 바로 WRC 8이죠. 또한 위 게임을 이용한 e스포츠 대회도 열리고 있으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한 번 접해보시는 편도 좋겠습니다.
위의 스크린샷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KT 게임박스 내에서 제공하는 게임들은 모두 실행이 가능합니다. 다만 스마트폰의 5G 모드에서는 통신 상태에 따라 많은 영향을 받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랜선이 꽂힌 노트북은 간간히 티어링 현상이 발생하기는 하지만 게임 플레이 자체는 문제가 없는 수준입니다.
전체적인 게임의 해상도는 '1280×720'으로 고정되어 있었으며, 옵션은 각 게임마다 미리 세팅되어 있는 옵션이 달랐습니다. 우선 가장 최신 게임인 '컨트롤: 얼티밋 에디션'은 중간 옵션으로 실행되고 있었고, 바이오쇼크 인피니트처럼 출시된 지 좀 된 게임들은 '가장 높음' 옵션으로 실행되었습니다.
더불어 클라우드 게이밍 특유의 지연 현상은 정말 많이 개선되었으나 모든 게임이 쾌적하다고 표현하기는 아직 어려울 것 같습니다. 자잘한 지연 현상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게임들은 플레이에 큰 어려움이 없었으나 격투 액션이나 레이싱 등 순간 순간 ms(밀리초) 단위의 대응이 필요한 게임은 제대로 즐기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몇 년 전처럼 100ms 단위의 지연 현상이 발생하던 시절과는 완전히 달라졌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발전이 기대되는 부분입니다.
그리고 하나 더, 게임을 할 때 의외로 많은 영향을 주는 것이 바로 콘트롤, 조작계입니다. KT 게임박스는 스마트폰일 경우 가상 패드를 제공하기 때문에 별도의 패드가 없어도 플레이할 수 있고, 실제로 해봐도 대부분의 게임들은 플레이가 가능했습니다. 다만 승부가 필요한 경쟁 게임이나 재빠른 대응이 필요한 게임이라면 좀 더 나은 조작 방법이 필요합니다.
스마트폰은 손가락이 미끄러지는 등 의도치 않은 조작 실수가 종종 발생합니다. 배그 모바일이 한참 인기있을 때 다양한 스마트폰 패드가 불티나게 팔렸었죠? 저도 KT 게임박스를 이용하면서 위의 사진에 보이는 '샥스 S5i' 전용 패드를 썼습니다. 본격적으로 클라우드 게이밍을 즐겨보실 요량이라면 샥스 S5i같은 전용 패드나 마음에 드는 스마트폰 패드 하나쯤 구비해 두시는 것도 추천드립니다.
이제는 클라우드 시대? 경쟁의 출발점에 선 KT 게임박스
KT 게임박스는 Wi-Fi 환경 뿐만 아니라 5G/LTE와 같은 데이터 통신 환경에서도 즐길 수 있으며 콘솔과 PC로 출시되었던 대작 타이틀들을 사양과 관계 없이 즐길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사실 클라우드 게이밍의 장점이기도 하죠. KT 게임박스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뿐만 아니라 PC 환경에서도 스트리밍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 독특합니다.
현재 KT 게임박스는 'NBA 2K20', '엑스컴 2', '길티기어 시리즈' 등 총 100여 종의 게임을 즐길 수 있고,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신규 대작 게임들이 업데이트 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보더랜드 3'과 더불어 아캄 시리즈의 걸작, '배트맨: 아캄 시티' 또한 지원 목록에서 대기 중입니다. KT 게임박스는 올해 말까지 '50% 할인' 이벤트도 진행중이라고 하니 평소 클라우드 게이밍에 관심있던 분이라면 한번 둘러 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작년 말까지도 다양한 글로벌 기업들이 앞다투어 클라우드 게이밍을 발표하면서 관심이 많았는데 벌써 이 정도까지 발전했습니다. 당장 컴퓨터로 즐기는 수준까지 완벽히 대체하기는 어렵겠지만, 스마트폰이나 저사양 노트북으로 실행이 안되던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니 여전히 발전의 여지는 충분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