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라는 미지의 공간 속에서 갑자기 들이닥치는 위험과 공포는 옛날부터 창작자들에게 좋은 소재가 됐다. 게임도 예외는 아니었고, 이를 소재로 한 SF 공포 게임들이 여럿 출시됐다. 글렌 스코필드가 비서럴 게임즈에서 개발한 '데드스페이스'는 그 중 가장 손꼽히는 작품이다. 몇몇 국가에서 발매금지가 될 정도로 고어한 연출에 공포를 자극하는 사운드, 안전을 제대로 확보하지 않으면 언제든 기습당할 수 있는 레벨디자인 등을 엮어내면서 지금도 회자되는 명작으로 남았다.

이후 액티비전에 합류해 콜 오브 듀티 시리즈에 참여하기도 한 그는 크래프톤에 합류, 스트라이킹 디스턴스 스튜디오를 설립한 뒤 또다른 SF 공포 게임 '칼리스토 프로토콜'을 준비하고 있다. 더 게임 어워드 2020에서 공개된 트레일러에서 네크로모프를 연상시킬 만큼 기괴하고 잔혹한 적의 실루엣이 드러났고, 칼리스토 위성의 블랙 아이언 감옥이라는 무대까지도 공개됐다.

과연 SF 공포물의 거장은 우주 속 제한된 공간에서 끔찍한 적과 대면하는 공포를 이번에는 어떤 식으로 풀어낼까? 글렌 스코필드와의 화상 인터뷰를 통해서 힌트를 들어볼 수 있었다.

▲ 글렌 스코필드 스트라이킹 디스턴스 스튜디오 CEO


Q. 크래프톤에 합류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또 크래프톤이 개발 과정에 어느 정도 도움을 주고 있으며, 칼리스토 프로토콜 개발은 언제부터 시작했나?

스튜디오는 1년 반 정도 전에 설립했다. 그때부터 게임 개발에 돌입했다. 처음에는 인력이 적었고, 컨셉과 스토리를 잡아가는 것부터 가닥을 잡아가야 했기 때문에 진척이 조금 느렸다. 지금 스튜디오에는 150명 정도 있으며, 컨셉과 스토리도 어느 정도 잡히면서 업무 속도도 이전보다 훨씬 빨라졌다.

스튜디오를 설립하고 나서 크래프톤과 함께 하기로 했는데, 그렇게 결정한 이유는 간단하다. 스튜디오 설립에 도움을 줬고, 또 내 게임을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해줬기 때문이다. 스튜디오 초창기부터 펍지의 김창한 대표가 우리에게 칼리스토 프로토콜 제작에 관련한 모든 권한을 다 줬고, 지원 및 투자도 약속했다. 그 말대로 스튜디오 설립에도 도움을 주고, 또 투자도 해줬다. 지금까지도 꾸준히 협업하고 있다. 크래프톤은 같이 일하기도 좋은 사람들이고, 또 우리 게임 개발에 협조적이기도 하다.


Q. 데드스페이스 이후에 슬레지해머 게임즈를 세웠고, 이번에 또 스트라이킹 디스턴스 스튜디오를 세우지 않았나. 매번 새로운 스튜디오를 설립하면서 게임을 만드는 게 어려울 텐데, 이번엔 어떤 고난이 있었나?

슬레지해머 게임즈를 세울 땐 확실히 어려웠다. 모든 것을 처음부터 시작해야 했는데, 그땐 잘 몰라서 시행착오도 겪었다. 그렇지만 이번에 스트라이킹 디스턴스를 세울 때는 좀 쉬웠다. 상황이 조금 다르다고는 해도, 기본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이미 겪어봤던 터라 적응이 됐다고 할까.

뿐만 아니라 크래프톤에서도 많이 도와줬다. 펍지, 크래프톤이 내 사업 계획과 칼리스토 프로토콜의 스토리, 아이디어를 듣고서 좋아해줬고, 여러 면에서 지원해주고 있다. 거기다가 스튜디오를 세울 때, 그간 같이 작업해온 동료들이 함께 해줘서 이번엔 더 쉬웠던 것 같다.


Q. 첫 공개 후 전작 데드스페이스와 비슷하다는 팬들의 반응이 많았다. 자신이 생각하기엔 어떤가? 과거의 그 작업물들이 이번 신작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줬다고 생각하나?

팬들이 트레일러를 보고 데드스페이스를 떠올려주고, 그 작품에 대해 다시 언급해주고, 비슷하다고 해준 것에 정말 감사하다.

물론 데드스페이스 개발 이후, 내 스타일이 변하기는 했다. 하지만 데드스페이스에서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 어떻게 사람들을 공포에 빠뜨릴 수 있으며, 그러면서도 놓지 않고 보게 할 수 있을지 이런 것을 많이 연구했었다. 데드스페이스 개발 때를 떠올리면 그 사운드, 그리고 그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어떻게 만들어내야 할까 고민을 했었고, 그 분위기를 어떻게 만들 수 있을지 작업 과정마다 체감했던 것 같다.

그 경험이 이번 칼리스토 프로토콜 제작에도 도움이 됐다. 데드스페이스에서는 사운드나 적뿐만 아니라 게임 디자인, 환경, 그 모든 것에서 유저들이 공포를 체험할 수 있도록 구현했었고, 그 모든 경험이 칼리스토 프로토콜의 공포를 만들어가는데 큰 자산이 됐다고 하겠다.



Q. 게임명인 칼리스토 프로토콜의 뜻은 무엇인가? 그리고 시놉시스를 간략하게 이야기한다면?

아무래도 지금 당장 디테일하게 말하기는 좀 어렵다. 제목에 대해서 설명하자면, 일단 프로토콜은 어떤 나쁜 일이 벌어지고 있을 때 대처 체계 등을 뜻하고 그와 관련된 여러 가지가 함축되어있다. 칼리스토는 말 그대로 칼리스토 위성이라는 작중 무대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유저는 칼리스토 위성의 블랙 아이언 감옥에 수감되어있는데, 그곳은 유나이트 주피터 컴퍼니가 관리하고 있는 곳이다. 어느 날 감옥에서 갑자기 사건이 터지면서 봉쇄가 되고, 유저는 그곳에서 탈출해야 한다. 그러면서 겪게 되는 일련의 일들과, 그곳에 숨겨진 여러 비밀들을 플레이하면서 차차 알게 될 것이다.

왜 감옥이 아수라장이 되고, 또 괴물들이 왜 출현했는지, 봉쇄가 되어버린 이유는 무엇인지 등등, 그 모든 이야기는 게임 속에 담아두었으니 나중에 플레이하면서 알아가길 바란다.


Q. 게임 세계관이 배틀그라운드와 연결된다고 했는데, 어떻게 두 게임이 연결되는지 궁금하다.

배틀그라운드가 과거의 생존 이야기를 그려냈다면, 칼리스토 프로토콜은 그 후 300년 뒤에 세계와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두 작품은 밀접한 연관이 있으며, 그 힌트를 칼리스토 프로토콜을 플레이하면서 알게 될 것이다. 게임 중간중간에 배틀그라운드와의 연결고리들이 녹아들어있으니, 이를 찾아보기를 바란다.


Q. 데드스페이스 시리즈 이후 시간이 지난 지금, 다시 한 번 그와 비슷한 SF 공포 게임 제작에 나서지 않았나. 이 테마를 다시 선택한 이유가 무엇인가?

내가 좋아하는 테마이기 때문이다. 난 SF와 호러, 둘 다 좋아한다. 에일리언, 이벤트 호라이즌 등 SF 공포 영화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영화 장르이기도 하고. 데드스페이스에서도 그 요소들을 녹여내는 한편, 또다른 공포 영화에서 영감을 받으면서 작업해왔다.

공포 영화에 대해서 좀 더 말하자면, 난 공포 영화를 정말 좋아한다. 세상의 모든 공포 영화를 다 챙겨보려고 한다고 할까. 한국의 공포 영화 중에서는 부산행을 정말 재미있게 봤다. 또 바이러스 때문에 난리가 나는 영화도 꽤 재미있게 봤는데, 제목이 기억나지 않는다.

어쨌든 난 공포라는 장르를 정말 좋아하고, 이 장르를 만드는 것도 좋아한다. 그래서 이 소재를 또 갖고 왔다. 데드스페이스 이후 10년 가까이 콜 오브 듀티 개발에 관여했는데, 이 역시도 정말 좋은 경험이긴 했다. 그렇지만 여전히 내 뿌리는 공포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다시 돌아오게 됐다.



Q. 전작인 데드스페이스는 기괴하고 공포스러운 적뿐만 아니라, 당시에는 정말 충격적일 정도로 고어한 표현이 어우러지면서 출시 당시 전세계를 놀라게 했다. 칼리스토 프로토콜은 어떤 방향으로 공포를 표현하고자 했나 궁금하다.

우선은 스토리를 진행하면서 유저들이 공포를 느끼게끔 하고자 한다. 이야기를 진행하면서 유저들은 대체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나 알게 될 텐데, 그 과정을 하나하나 알아가면서 공포를 느낄 수 있게끔 시나리오와 스토리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여기에 레벨디자인과 환경적인 요소도 공포감을 배가시키기 위해 여러 측면에서 준비하고 있다. 제일 중점을 둔 방향이라면...언제 어디서 갑자기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것, 그리고 이 일이 실제로 일어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몰입하게 만드는 것에 중점을 뒀다. 그래서 주변 환경을 더욱 더 리얼하게 그래픽을 만들고, 사운드도 한 층 더 강화해서 진짜 그 공간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고자 했다.

또 칼리스토 프로토콜은 3인칭 게임인데, 3인칭 게임에서는 유저가 캐릭터의 상황에 대해서 더 온전히 알 수 있고 그러면서 몰입감이 생긴다고 보고 있다. 그렇게 알아가는 과정에서 그 캐릭터가 겪는 공포스러운 상황에 더 몰입하게 되고, 그렇게 하고자 여러 장치를 마련해두고 있다. 핵심을 말하자면, 몰입감을 어떻게 느끼게 할까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하겠다.


Q. 크래프톤과 같이 한다고 하는데, 스트라이킹 디스턴스 스튜디오는 미국에 있지 않나. 소통에 어려움이 있지는 않나? 더군다나 코로나19로 여러 면에서 작업이 어려울 것 같다.

지금 그들과 직접 대면하기는 어렵다. 코로나19 이전에는 몇 번 만나러 갔었고, 지금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매주 그들과 슬랙, 이메일 등 여러 수단을 통해서 소통하고 있다. 그리고 매월 작업 결과 및 리뷰를 크래프톤에도 공유한다. 분기별로 작업 결과물과 빌드를 컨퍼런스 콜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래서 크래프톤도 우리가 얼마나, 어떻게 작업하고 있나 알고 있다. 그에 맞춰서 지원을 해주는 플랜도 짜고 있고. 크래프톤은 우리를 잘 알고 있고, 좋은 개발사이기도 하다. 그들에게 이것저것 알려줄 뿐만 아니라, 그들에게서 여러 가지를 배우고 있다.


Q. 이번에 공개한 트레일러에서 적의 모습이 얼추 보였는데, 데드스페이스에서 보여준 그 기괴하면서도 공포스러운 적들의 모습을 기대해도 될까? 또 그런 공포스러운 적들을 상대로 주인공이 어떻게 맞서싸워가는지 그 방향성에 대해서 간단히 말해줬으면 한다.

한 가지는 확실히 말할 수 있다. 정말 무서운 괴물이 이 게임에 나올 거다. 그 작업을 지금도 하고 있는데, 보는 것만으로도 두려움에 떨게 만들 정도로 아주 무시무시한 괴물을 기대해도 좋다.

그렇다면 이제 그 위험을 어떻게 극복하느냐 문제인데, 스토리를 통해서 무슨 일을 벌어지고 있나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러면서 안전한 길을 찾고, 물자를 확보하고, 퍼즐을 풀면서 안전을 조금씩 확보해나가는 것이다. 그리고 유저 자신의 본능에 따라, 위험하다 싶은 곳을 신속히 벗어나는 것이 중요하다. 즉 스토리 진행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하겠다.


▲ 정체불명의 괴물이 나타난 감옥에서 탈출하는 과정에서 겪는 공포를 담았다


Q. PC, 콘솔로 2022년 출시한다고 하는데, PS4/Xbox One도 대응하나 궁금하다. 또 닌텐도 스위치 버전도 고려하고 있나?

우리는 모든 주류 콘솔에 대응하는 것을 염두하고 있다. PS4/Xbox One 지원도 마찬가지다. 다만 닌텐도 스위치는 아직 고려하진 않았다. 어떻게 될지는 현재로서는 미정이다.


Q. 방한복이 파괴되면 얼마 안 지나서 동사한다던가, 혹은 진공 상태가 된 구간에서 외부 소리를 거의 폐색, 차단하는 등 우주의 극한 환경 속에서 언제 닥쳐올지 모르는 위험에 가슴졸이게 만드는 요소들도 높은 평가를 받았었다. 이번 칼리스토 프로토콜에서도 이런 요소들을 기대해봐도 될까? 또 그런 요소를 예시로 들어줄 수 있나?

그런 요소의 예시를 지금 당장 말해주긴 어렵다. 그렇지만 칼리스토 프로토콜의 환경이 정말 위험하고, 또 그런 위험한 환경에서 비롯되는 공포와 위기감도 고스란히 담아냈다.

실제 칼리스토 위성의 표면 온도는 영하 105도로, 정말 추운 곳이다.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고 밖으로 나가게 된다면 정말 위험할 거다. 그뿐만 아니라 감옥이 봉쇄되고, 괴물이 나오면서 감옥과 주변 곳곳이 위험해질 것이다. 게임의 모든 상황에서 생존하기 위해선, 적합한 장비를 찾고, 관리를 잘해야 할 것이다.

▲ 실제 표면 온도가 영하 105도인 칼리스토 위성, 그 극한 상황에서 겪는 공포도 내재될 예정이다


Q. 멀티플레이 요소가 있나 궁금하다.

개발을 시작할 땐 싱글플레이만 고려했다. 현 상황에서도 멀티플레이보다는 스토리와 싱글플레이 구축에 우선 신경을 쓰고 있다.


Q 지난 TGA 공개 당시 일부 팬들은 이번엔 어떤 공구들로 맞서 싸우게 될까 기대하기도 했다. 몇 종류의 무기와 공구들을 기획 중인지 간단하게 말해준다면? 혹은 지금 공개할 수 있는, 독특한 도구가 있다면 무엇인가?
 
무기와 툴에 대해서는 아직 말하기는 어렵다. 다만 힌트를 주자면, 감옥이라는 배경에서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서 정말 필요한 무언가를 처음부터 찾아나가야 할 것이다. 게임 시작 시점에서 유저는 수감자다. 즉 무기가 없다. 그런 상황에서 탈출하기 위해 감옥 이곳저곳을 돌아다녀야 할 것이고, 그러면서 적절한 장비를 획득해서 적재적소에 사용해야 할 것이다.


Q. 한편으로는 데드스페이스 시리즈의 시퀄을 기대했던 팬에게 조금 실망스러운 소식이었을 것 같다. 아무래도 데드스페이스와 연관된 무언가가 나오지 않을까 했는데, 그건 아니었으니까. 이런 상황에서 칼리스토 프로토콜이 데드스페이스 시퀄을 기대한 팬에게 한 줄기 빛이 되어줄 수 있을까?

이것 하나만은 확실히 말해줄 수 있다. 데드스페이스를 기대했던 사람이라면, 이 게임을 기대해도 좋다.


Q. 칼리스토 프로토콜을 기대하고 있는 한국 유저들에게 한 마디 부탁한다.

칼리스토 프로토콜은 데드스페이스의 팬, SF, 공포 장르를 좋아하는 팬 모두가 좋아하는 작품이 될 것이다. 한국 팬들에게는 항상 감사하다. 그들에게서는 이미 여러 차례의 피드백을 받았다. 데드스페이스 때부터, 또 그 이후 작품까지 여러 번 받았고, 그 피드백을 보면서 성원을 느꼈다.

이제 우리는 유저들에게 가장 무서운 게임을 선보이고자 한다. 아무쪼록 기대해주길 바란다. 다시 한 번 한국 팬들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