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양(大洋)으로 나서기 위해선 갖춰야 할 것들이 많다"


모티프와 코에이테크모가 공동 개발한 '대항해시대 오리진'의 1차 CBT가 지난 28일, 마침내 막을 올렸다. '대항해시대 오리진'은 '대항해시대2'와 '대항해시대 외전'을 원작으로 한 MMORPG로 시리즈 팬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게임이다. 오랫동안 기다려온 게임이지만, 아직도 가야 할 길은 멀다. 실제로 모티프는 이번 CBT를 통해 '대항해시대 오리진'의 완성도를 더욱 끌어올릴 생각이라고 한 바 있다. 거의 완성된 게임을 평가받는 형태의 CBT가 아닌, 방향성 검증을 위한 CBT인 셈이다. 과연 이번 CBT에서 '대항해시대 오리진'은 어떤 모습을 보여줬을까?

게임명: 대항해시대 오리진
장르: MMORPG
출시일 : 2021. 1. 28. (CBT)
개발 : 모티프
배급 : 라인게임즈
플랫폼: 모바일(안드로이드)

해당 체험기는 CBT 기준으로, 정식 버전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모바일 MMORPG로 재탄생한 '대항해시대2' 첫인상은?


'대항해시대 오리진'의 첫인상은 썩 나쁘지 않았다. CBT를 하기 전까지만 해도 걱정도 된 게 사실이다. 3D 배경과 2D 캐릭터들이 따로 놀지 않을까 싶었다. 다행스럽게도 이런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3D로 구현된 항구들은 제각각의 매력을 뽐냈으며, 캐릭터들 역시 호불호가 갈리는 부분이 있었으나 원작의 감성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3D로 구현된 마을에 잘 녹아들었다. 여기에 각양각색의 함선들 역시 눈을 즐겁게 해줬다. 탈 모바일급 퀄리티라고 할 수는 없겠으나, 적어도 '대항해시대 오리진'만의 독특한 스타일과 퀄리티 모두 챙긴 모습이었다.

걱정스러웠던 건 그래픽만이 아니었다. 싱글 플레이와 멀티 플레이의 간극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대항해시대 오리진'은 MMORPG인 동시에 '대항해시대2'를 원작으로 한 게임이다. MMORPG, 그리고 대항해시대 시리즈 신작으로서 기다려온 유저도 있겠으나, '대항해시대2' 리메이크 측면에서 기다려온 유저도 있다. 어느 한 쪽만 만족하게 해선 안 된다는 의미다.

▲ 캐릭터 일러스트와 스토리 등 싱글 플레이의 완성도는 제법 높은 편이다

다행스럽게도 '대항해시대 오리진'의 싱글 플레이와 멀티 플레이는 절묘하게 어우러진 느낌이었다. 싱글 플레이라고 하면 얼핏 멀티 플레이와 따로 놀 거로 생각할 수 있겠으나 기본적으로는 멀티 플레이를 기반으로 그 위에서 별개의 시나리오를 즐기는 형태였기에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MMORPG의 메인 퀘스트를 따라가는 느낌으로 튜토리얼의 성격도 겸하고 있기에 원작에 대한 향수가 있는 유저와 그렇지 않은 유저 모두 즐길 수 있도록 절묘하게 다듬어진 모습이었다.

다만, 완벽하진 않았다. 시나리오 모드는 크게 문제가 없었지만, 멀티 플레이는 좀 달랐다. MMORPG는 게임 특성상 유저 간 커뮤니티가 중요하다. 함께 파티를 맺거나 거래를 하거나 게임 내에서 다양한 활동을 한다. 그러나 이번 CBT에서는 그런 걸 느끼지 못했다. 파티를 맺어서 함께 해적을 상대하지도 못했고 교역을 함께하지도 못했다. 그저 항구에 도달하면 근처에 돌아다니거나 해상에서 배로 만나는 게 전부여서 못내 아쉬움이 남았다.



따로 놀고 어색한 탐험, 교역, 전투 콘텐츠


대항해시대는 탐험과 교역, 전투 세 가지 요소가 한데 어우러진 게임이다. 이 모든 걸 한 번에 즐길 수도 있고 취향에 따라 어느 한 쪽에 집중할 수도 있다. 어느 것 하나 놓쳐선 안 되는 게임의 핵심인 셈이다. '대항해시대 오리진' 역시 이 점을 놓치지 않았다. 탐험, 교역, 전투 세 가지 선단 성향 중 하나를 선택함으로써 혜택을 얻고 취향에 따라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이번 CBT에서는 이 세 요소의 밸런스가 전혀 맞춰지지 않은 모습이었다. 기본적으로 '대항해시대 오리진'의 교역 시스템은 가변적이다. MMORPG이기에 유저들이 어떤 물건을 사고파는지에 따라 시세가 움직인다. 그럴듯한 시스템으로 보이지만 이러한 교역 시스템은 CBT 첫날부터 문제를 일으켰다. 유저가 몰리자 시세가 폭등한 것이다. 대부분 항구의 교역품이 시세의 130%인 건 기본이고 심할 경우 160% 가깝게 폭등해 교역을 하면 할수록 손해를 보는 상황이 터졌다.


▲ 교역을 하면 할수록 손해를 보는 상황

예상치 못한 시세 폭등에 유저들의 불만이 쇄도하자 빠르게 점검에 나섰지만, 시세를 낮추고 수익률을 높이는 임시방편에 불과했다. 교역 그 자체에 치명적인 결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대항해시대 시리즈에서 교역을 통해 큰돈을 벌기 위해선 원거리 교역이 필수였다. 하지만 '대항해시대 오리진'은 아니었다. 원거리 교역을 해봤자 크게 돈이 되지 않으니 차라리 시세 동향을 빠르게 체크해 근거리 교역을 하는 유저들이 더 많았다. 먼 지역에서 희귀품을 사서 비싸게 판다는 대항해시대 교역의 근간이 흔들리는 모습이었다.

교역의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이러한 문제에도 불구하고 교역이 돈을 버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었다면 불편해도 이해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항해시대 오리진'에서는 현재 교역보다 더 많은 돈을 버는 방법이 따로 있었다. 전투였다.


▲ 전투로 더 빠르고 쉽게 돈을 얻을 수 있는데 교역을 할 필요가 있을까?

가까운 항구를 오가며 교역을 해봤자 한 번에 벌 수 있는 돈은 얼마 되지 않는다. 하지만 바다로 나가서 아무 상선이나 경비대, 혹은 해적과 싸워서 이기면 적으면 수만에서 많으면 수십만 두카트를 벌 수 있다. 교역보다 전투로 더 쉽게 많은 돈을 벌 수 있으니 사실상 교역의 필요성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교역 외에도 문제는 또 있다. 탐험 콘텐츠의 부재다. 이번 CBT에서 탐험 콘텐츠는 일부만 보여줬다고 했지만, 그걸 감안해도 거의 없는 수준이었다. 사실상 항구를 발견하고 배를 해안가에 정박해 탐색에 나서는 게 전부여서 일부 유저는 탐험 콘텐츠가 있는 줄도 모르는 경우가 있었다. 대항해시대를 구성하는 핵심 콘텐츠 중 하나인 만큼, 이 부분에 대해선 근본적인 보완이 필요해 보였다.


▲ CBT의 탐험 콘텐츠는 거의 없는 수준이다

결국, CBT에서 교역, 탐험, 전투 가운데 그나마 할만한 콘텐츠는 전투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완벽하진 않았다. 먼저 많은 유저들이 토로하는 강습 문제가 있다. 안전해역 밖으로 나가면 그때부터는 해적들이 시도때도없이 강습해 쾌적한 플레이를 방해한다. 불편하더라도 무역 자체가 재미있어서 무역 위주로 하는 유저에게 있어서 강습보다 귀찮은 것도 없다. 강습을 피하려고 전투력을 올린다고 해도 해적 역시 유저에게 맞춰져서 전투력이 오르니 사실상 해결법이 없는 셈이다.

그나마 전투가 재미있었더라면 강습을 당해도 나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재 '대항해시대 오리진'의 전투는 여러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첫 번째는 전략의 부재다. 턴제라고 하면 전략성이 중요시된다. 적보다 약해도 일점사한다거나 치고 빠지는 식으로 전투력을 메꿀 수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CBT 시점에서 '대항해시대 오리진'에서는 전략이 필요치 않았다.

▲ 대결 등 다양한 전투 콘텐츠가 준비되어 있지만

턴이 바뀔 때마다 버프/디버프가 걸리거나 조류가 바뀌어서 진형이 흐트러지기도 하지만 전투에는 크게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선공 여부와 백병전만 잘하면 얼마든지 이길 수 있다. 포격은 거리가 멀면 그때서나 조금 쓰는 정도고 선원만 많다면 백병전이 훨씬 빠르고 유리할뿐더러 스킬 역시 굳이 쓸 필요가 없는 경우가 허다했다.

충각 돌격을 비롯해 백병전과 포격, 그리고 다양한 스킬 등이 존재하는 만큼, 이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전투 시스템 역시 더욱 다듬을 필요성이 느껴졌다.


▲ 스킬을 쓰거나 할 필요 없이 백병전만으로도 충분하다



모바일에 담기엔 버거워 보이는 항해, 느림의 미학


CBT에 앞선 인터뷰에서 이득규 디렉터는 "최근 유행하는 모바일 게임 트렌드와는 굉장히 거리가 먼 게임"이라고 말한 바 있었다. 실제로 '대항해시대 오리진'을 본격적으로 즐기기 위해선 다양한 것들을 해야 한다. 앞서 무역에 대해 간단히 설명한 바 있는데 여기에 덧붙이자면 언어권이 다른 지역에 가면 말이 통하지 않기에 교역을 하든 보급을 하든 그 지역의 언어를 알고 있는 항해사를 고용해야 한다. 여기에 공관에 투자하는 등 상위 콘텐츠는 높은 언어 레벨을 요구해서 여관을 돌아다니며 언어 레벨이 높은 항해사를 찾아야 할 때가 허다하다.

다소 귀찮을 수도 있지만, 여기까지는 이해가 간다. 문제는 이다음이다. 인게임 재화인 두카트로 고용하고자 한다면 후원을 통해 친밀도를 올려서 고용 확률을 높인 후 몇백만 두카트를 들여 계약해야 한다. 문제는 후원에도 언어 레벨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언변이라고 해야 할까. 언어 레벨이 낮으면 후원을 할 수 없다. 결국, 후원을 하기 위해서 필요한 언어를 가진 항해사를 먼저 새로 고용하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푸른 다이아로 고용할 수밖에 없다. 느림의 미학이라고 불리기엔 다소 불편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 말주변(언어 레벨)이 없으면 후원도 할 수 없나 보다

실질적으로 게임 플레이의 대부분을 보낼 항해와 관련해서도 아쉬움이 남았다. '대항해시대 오리진'의 맵은 방대하다. 가까운 지역을 왔다갔다한다고 해도 1~2분은 걸리고 게임 내 시간으로 10일 이상 걸리는 거리는 5분이 넘는다. 느긋하게 항해를 하는 것 또한 게임의 재미라고 할 수 있겠지만, 문제는 할 게 너무 없다는 부분이다. 처음 몇 번 정도야 항해하는 걸 지켜보지 나중에는 절전 모드로 돌리기 일쑤다.

그렇다고 절전 모드가 잘 되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서버 문제인지 백그라운드로 돌렸다가 다시 하면 열에 아홉은 연결이 끊어지곤 했다. 결국,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항해 그 자체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항해하면서 딱히 할 게 없다. 어차피 턴제여서 강습이 와도 크게 불리하지 않으니 결국 절전 모드로 플레이하는 걸 권장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항해 시간을 길게 만든 만큼, 항해 중 다양한 즐길 거리 혹은 볼거리를 마련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었다.

▲ 항해를 하면서 즐길 거리, 볼거리를 만들 필요성이 느껴졌다





방향성을 검증하기 위한 CBT라고 사전에 밝힌 것처럼 이번 CBT에서 체험해 본 '대항해시대 오리진'은 확실히 여러 문제점을 내포한 모습이었다. 탐험은 거의 없는 수준이었으며, 교역 역시 기대 이하였고 전투 또한 단순하기 그지없었다. 각각 따로 놀고 그마저도 부실한 모습. 여기에 MMORPG로서의 재미도 안겨주지 못했다.

BM 시스템 역시 '대항해시대 오리진'의 앞날을 불안케 했다. 단순히 좋은 배나 항해사를 뽑는다고 남들보다 앞설 수 있기 때문이 아니다. 좋은 배를 뽑으면 그만큼 많은 돈을 벌 수 있고 그렇게 번 돈으로 공관에 투자해 시장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시장이 되면 세율을 정하거나 항구 내 매출의 일정 비율을 이익으로 얻는다. 과금해서 좋은 배를 뽑을수록 격차는 계속 벌어진다는 의미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문제를 해결할 시간은 충분하다는 점이다. '대항해시대 오리진'은 아직 출시까지 가야 할 길이 멀다. 돈을 못 버는 교역 시스템은 돈을 원활하게 벌 수 있도록 하면 되고 탐험 역시 다양한 즐길 거리를 만들면 된다. 여기에 항해 중 볼거리도 만들면 금상첨화라고 할 수 있겠다.

원래 개발진들이 미처 파악하지 못한 부분을 유저들의 피드백을 통해 파악하기 위한 CBT 아니던가. 그런 목적에 한한다면 '대항해시대 오리진'의 CBT는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제 남은 건 개발사가 이번 CBT를 통해 받은 피드백을 얼마나 많이 해결할 수 있을지 여부다. 이번 CBT를 양분 삼아 다음에는 더 멋진 모습으로 돌아오길 바란다.


장점


+ 원작의 향수를 자극하는 제독 시나리오 모드
+ 세련되면서도 원작의 특징을 유지한 일러스트
+ 생각할 거리가 많은 방대한 콘텐츠


단점


- MMORPG로서의 콘텐츠 부족
- 각각 따로 노는 탐험, 교역, 전투 콘텐츠
- 절전 모드에서 시도 때도 없이 튕기는 서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