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릭비' 감독이 시즌 마무리 인터뷰를 전했다.

26일 온라인으로 열린 2021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 스프링 스플릿 정규 시즌 43일 차 2경기서 아프리카 프릭스가 리브 샌드박스를 2:0으로 완파했다. 6연패에서 연패를 끊어낸 것이다. 이번 대결은 아프리카의 정규 시즌 마지막 경기였다.

다음은 '릭비' 한얼 감독과의 인터뷰다.


Q. 시즌을 마무리했다. 아쉬움이 클 것 같다. 총평 먼저 부탁한다.

성적이 너무 좋지 않아서 총평이라기엔 아쉬움만 남는다. 먼저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Q. 첫 감독 수행이었다. 어려움이 컸을지.

내가 크게 부족했다. 우리 팀에는 베테랑이 많은데, 이 선수들 모두가 확고한 팀 색깔을 가진 곳에서 활동했다. 각자의 방법으로 성공 역시 맛봤다. 반면에 '드레드' 선수는 첫 풀타임 주전으로 이번 시즌을 치렀고, 팀을 리드해야 하는 것도 처음이었다. 이렇다 보니 서로 이기려는 방식이 많이 달랐다.

내 역할은 이런 불협화음을 정리하고 팀을 한 곳으로 모으는 것인데, 미숙했다. 나는 개개인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들의 의견이 논리적으로 맞고 틀리는지에만 집중했다. 숲이 아니라 나무에만 신경을 쓴 것이다.

코치 때와는 정말 달랐다. 그때는 선수들이 프로인 만큼 알아서 잘하는 부분들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정적인 컨트롤이 많이 필요하지도 않았는데, 감독이 되니 깊은 영역까지 건드려야 했다. 신경 써야 할 곳이 많아지면서, 피드백과 밴픽이 미흡해지는 상황도 오더라. 일을 나눌 줄 알아야 하며, 감독으로 어떤 부분에 집중해야 하는지 배웠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딱히 가르쳐주는 사람이 없었다. 나도 일반적인 일을 해봐서 알지만, 사회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가이드가 없기에 많이 미흡했고, 처음부터 정리를 잘했으면 좋았을 텐데 정말 아쉽다.


Q. 남 탓 금지라는 팻말은 왜 붙이게 된 걸까?

채정원 본부장님이 작년 여름부터 느끼면서 강조하신 부분을 걸어놨던 것이다. 실제로 남 탓이 있었거나 심해서 팻말을 달았던 게 아니다. 이번 스프링을 시작하면서 숙소를 옮겼는데, 공간을 차근차근 꾸며나가는 과정에서 붙이게 된 것일 뿐이다.

본부장님은 LoL 자체가 남 탓이 만들어질 수밖에 없는 게임이기 때문에, 우리 뿐만 아니라 누구든 서로를 탓하면서 감정이 상할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남 탓만 하지 않아도 중간은 갈 수 있다고, 선수단 모두에게 이야기를 남기신 바 있다.


Q. 다음 시즌에 관해서도 의견을 들려달라.

가능성을 본 부분들이 분명히 있고, 숙제는 확실해진 것 같다. 이제는 좋은 팀이 아니라 진짜 잘하는 팀이 되어야 한다.

문제점을 당장 고치고자 한다. 우리 팀의 문제는 개개인의 의견에 너무 집중했다는 거였다. 선수 개개인이 어떤 구도는 하기 싫다, 어떤 부분이 불편하다는 등 갑작스러운 요구를 많이 했다. 선수들 의견을 듣고 근거가 충분하다고 생각되면 들어줬는데, 팀이 너무 중구난방이 되는 느낌이 들더라. 갑작스럽게 결정되는 상황이 많았다.

이제는 전체적인 그림을 확실히 정하면서 나아가겠다. 연습이 대회에 반영되도록 할 것이고, 한 선수가 무언가 요구할 때 다른 선수들도 동의하고 이해해야만 시행하려고 한다.


Q. '드레드' 이진혁의 발전이 눈에 띈다.

특히 좋았던 점은 오늘 경기였다. '드레드' 선수는 되게 욕심이 많은 친구다. 게임을 어떻게 하고 싶고, 팀원을 어떻게 끌어다 쓰고 싶고, 그런 생각들이 분명하다. 오늘은 경기를 보니 많이 익숙해지는 모습이었다. 덧붙여 '기인' 선수는 꾸준히 잘해준다고 생각한다.


Q. '뱅' 이야기를 빠트릴 순 없을 것 같다.

'뱅'과 '리헨즈'는 서로 했던 방식이 많이 달라 힘들어했다. '리헨즈' 선수는 색깔이 뚜렷해서 원하는 대로 풀리지 않았을 때 심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뱅' 선수가 자기가 2년 동안 LCS에 있었으니, 이곳에 맞춰서 적응하겠다고 했다.

아쉬움은 자신감이 너무 부족했단 거다. 작년 아프리카는 '미스틱' 선수가 중심이었다. '내가 잘하니까 나한테만 맞추면 이겨'라는 느낌이었는데, 배준식 선수는 그런 게 부족해서 아쉬울 때가 많았다. 이제는 팀에 자신의 의견을 충분히 말하고, 원하는 바를 요구한다.


Q. 승자 인터뷰 시간이 벌써 종료됐다. 더 물어볼 것이 많지만 여기서 끝을 내야한다.

잘하고 싶은 마음이 정말 컸는데, 성적으로 보여드리지 못해 죄송하다. 말만 뻔지르르하게 하는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이다. 스프링에 겪을 수 있는 시행착오와 나쁜 모습을 다 보여드렸다. 서머에는 다시 문제가 나오지 않도록 노력하겠다. 적당한 변화가 있을 수도 있고, 분위기나 여러 가지를 다잡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