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우스에 이물질이 많이 들어가서 내놓은 대안은 유리 마우스 패드이고, 사용해야 하는 스킬 갯수가 수십 개에 달하는 게임에 어울리는 장비가 15개의 입력 키가 탑재된 마우스라면 믿으시겠습니까? 다소 엉뚱하고 황당한 발상이라고 생각될지 모르겠으나 그 효과는 대단합니다. 20년이라는 전통을 자랑하는 스틸시리즈 산물이자 그 역사의 주인공이기 때문이지요.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은, 위와 같은 제품들은 일반인이나 프로게이머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여 탄생한 제품이라는 겁니다. 또는 게임 광팬 출신의 개발자의 아이디어일 수도 있고요. 물론 게이머 한명 한명의 애로사항이나 불만을 전부 반영하기는 어렵지만 우리의 불평은 곧 그들의 불평과 같습니다. 게임 하나로 통하는 위아더 월드가 되는 세상이니까요.

대부분의 스틸시리즈 제품들은 유저의 니즈를 충족시키기에 충분합니다. 쾌적한 게이밍 환경을 만들기 위한 장비가 대다수이며, 국내를 막론하고 해외에서 호평을 받고 하드코어 게이머와 프로팀에게 선택받을 정도의 퀄리티를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여담이지만, 기자의 코흘리개 시절 이카리 마우스 하나 얻어보겠다고 친구들과 PC방 대회에 참가했었는데 뭔가 저 마우스만 있으면 게임을 더 잘할 것만 같았죠. 스틸시리즈니까 일단 믿고 보는겁니다.

수많은 하드웨어 회사 중 경쟁력에서 밀려 낙오가 되는 사례는 부지기수입니다. 혹은 치명적 제품 결함이나 실수로 역사 속으로 사라진 비운의 회사도 있으며, 고작 '원 히트 원더'로 큰 발전 없이 긴 세월 사골이 가루가 될 때까지 우려먹는 예도 있습니다.

스틸시리즈는 과연 어떨까요? 그런 의미에서 이번 시간에는 스틸시리즈 20년 역사 속 인기 있는 제품이나 고유한 기술이 들어간 첫 번째 제품을 이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2009. XAI
첫번째 온보드 프로세서 ARM 탑재 게이밍 마우스


▲ 황소짤이 절로 생각나는 '와츄고나두'는 2009년 이 영상이 유명해지면서부터죠
(출처 - GrNStudio)

제품을 알아보기 전에 당시에는 어떤 게임이 대세를 이루며, 하드웨어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알 필요가 있겠습니다. 이때는 FPS 장르에서는 카운터 스트라이크, 일명 카스 1.6이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게임이였으며, 카스를 모르면 간첩 취급을 받던 시절이었습니다. 국내에서는 폭풍전야와 같은 전방 수류탄을 남발하는 게임이 점유율을 많이 차지했지만요.

덕분에 카스 프로 팀도 우후죽순 생겨났으며, 프로페셔널 게이밍 기어를 지향하는 스틸시리즈는 FPS 프로게이머를 앞세워 XAI 마우스를 출시하기 이릅니다. 사이(XAI)는 당시 높은 스펙을 자랑하는 아바고(AVAGO A9500) 센서가 탑재된 광마우스이며, 내장된 온보드 프로세서를 통해 자신이 설정한 프로필 외에 ExactSens, ExactAim, ExactRate, Freemove 등 미세하게 조절이 가능해 많은 FPS 유저들에게 호평을 받은 제품입니다.

사용 환경에 맞게 여러 가지 프로필 설정이 가능하다는 점과 간편한 플러그 앤 플레이, 그리고 높은 스펙이 어우러져 프로게이머들 조차 맘에 들어하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SK Gaming의 Walle에 의하면, 프로게이머에게 어울리는 최고의 마우스라며, 집이나 토너먼트 경기장에 맞는 최적의 설정을 저장해두고 사용한다라고 설명을 했죠.

▲ 설정이 어렵다면 그냥 프로게이머의 프로필을 다운받으면 간-단하죠

사이는 1 단위의 CPI 조절로 까다로운 입맛의 소유자까지 잡은 마우스였으며, 특히 호불호가 크게 갈리지 않는 디자인을 가졌습니다. 툭 튀어나온 마우스 엉덩이 부분은 팜그립, 클로그립 시 흔들림 없이 안정적이었으며, 그리 무겁지 않은 95g의 무게로 빠른 마우스 움직임을 요하는 FPS 장르에서 꽤 괜찮은 선택이었습니다.

많은 유저들이 사이를 사용하며, 대칭형 마우스 쉘 중 인생 그립을 찾았다는 의견이 상당히 많았고 차기작을 준비 중이던 스틸시리즈가 이를 받아들인 걸까요? 사이와 쉘을 완전히 공유하는 후속작 센세이(SENSEI)가 출시하면서, 사이는 단종을 맞이합니다.

▲ 딱 하나, 게임 중에 마우스를 돌려 잡아야하는건 좀 아쉽네





2009. WoW MMO Gaming Mouse
첫번째 MMOS를 위한 다중 버튼 마우스


▲ 데사장~ 문 열어~

너무 마우스 이야기만하면 따분하니 잠시 게임 얘기로 빠져볼까요? "갈라지는 균열이 대지를 가르고, 성난 물결이 휘몰아쳐 해안가 지역을 강타합니다! 2010년, 대격변을 맞이하세요!"
대놓고 블자체를 써보았습니다. 특유의 아재 감성에 벌써 눈치채신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트레일러 하나만으로 복귀각을 만드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확장팩 중 대격변입니다.

리치왕의 분노 이후 소문만 무성하던 대격변이 2009년 블리즈컨에서 공개되었으며, 2010년 말 확장팩 패치가 이루어졌습니다. 이때 대격변 출시 24시간 만에 330만 장이라는 판매고를 기록하였으며, 최다 판매량 기록을 갈아치우는 등 전 세계 와우저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죠.

데스윙에 맞서는 와우저를 위해 스틸시리즈가 마우스를 준비했습니다. 바로 WoW MMO 게이밍 마우스입니다. 다수의 키 입력이 필요한 월드오브워크래프트 게임 특성 상, 이 제품에는 15개 버튼이 탑재되었다는게 특장점입니다.


▲ 프로필마저 와우저의 감성을 자극합니다

버튼 기능 디폴트는 시야 확대 및 축소, 대상 지원, 모든 가방 열기/닫기, 세계 지도, 캐릭터 창, 대상 선택, 자동 달리기, 마지막 공격자 등 여러 개의 키가 설정되었으며, 소프트웨어를 통해 추가적인 키를 할당할 수 있는데 이 정도면 오른손으로 공격과 스킬을 동시에 쓰면서 왼손으로 라면을 먹는 일명 '라면 마우스'로 불려도 될 법합니다.

당시 시장에서 여러 가지 디자인을 구할 수 있었는데, 메탈 단색 기본형, 대격변 한정판, 레전더리, 무선 등 다수의 버전이 출시되었죠. 개인적으로 데스윙의 비늘과 발톱이 떠오르는 디자인에서 나오는 위엄을 가진 대격변 마우스에게 한 표 던져주고 싶네요.

▲ 유명한 그 짤! 제 마우스를 와이프한테 들켰다구유? (출처 - MBC)

▲ 한정판 4종 마우스 모아봤습니다, 아 소장 마려워!


▲ 자매품 - 스틸시리즈 와우 한정판 키보드





2011. SENSEI
XAI의 후속 게이밍 마우스



스틸시리즈의 역작으로 꼽히는 사이 마우스가 센세이로 탈바꿈했습니다. 마우스 개발 및 테스트 과정에서, 스틸시리즈는 프로게이머와 하드 게이머를 대상으로 여러 가지 테스트를 거쳤고 피드백을 수용했죠.

이 과정에서 스틸시리즈는 각기 다른 장르의 프로게이머를 초대하였는데, 도타2 N0tail(OG 팀 매니저, Ti8, Ti9 챔피언), INFI(워크래프트3 WCG 챔피언), FLY100%(워크래프트3 중국 프로게이머) 등 권위있는 대회에서 이름좀 날린 선수들이 참여했습니다. 제품명 '센세이'를 일본어로 직역하면 선생님(せんせい)이 되는데, 과연 그 이름에 걸맞고 가치있는 네이밍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센세이는 사이의 후속작답게 여러 기능을 그대로 공유하거나 추가되었습니다. 마우스 포인터가 위아래로 미세하게 떨리는걸 방지해주는 프리무브, 마우스 커서 속도에 따라 가속을 제어하는 EXACTACCEL, 저속 움직임에 맞게 CPI가 조절되는 EXACTAIM, LOD를 설정할 수 있는 EXACTLIFT 등 게임플레이에 유용한 기능들을 대거 담고 있습니다.

사이 마우스에 익숙한 많은 유저들을 위한 센세이는 사이 프레임을 계승하였으며, 유광 디자인을 적용하는 등 여러 가지 버전을 출시했습니다. 그리고 시대가 지날수록 센세이는 진화했죠.

금속이 아닌 플라스틱 재질의 센세이 로우, 센세이 무선, 10주년을 기념하는 센세이 텐, 디자인은 완벽하게 동일하지 않지만 1:1 트래킹 옵티컬 센서인 트루무브3가 탑재된 센세이 310 등 대칭형 마우스를 사용하는 팬들의 니즈를 충족시켰습니다. 마지막으로 출시한 시리즈는 2019년의 센세이텐인데, 타공과 무선이 큰 인기를 끄는 트렌드를 반영해 다음은 어떠한 모습의 센세이가 나올지 기대해봅니다.

▲ 센세이 오리지널, 프나틱, MLG 에디션까지 색깔놀이 충만





2012. STRATUS
첫번째 공식 iOS 게이밍 컨트롤러


▲ 굳이 지하철에서 이렇게까지 해야하나 싶지만 말리진 않겠습니다

PC 게임 시장의 과포화와 피쳐폰의 과도기가 찾아온 2010년 초반, 우리는 그 해답을 스마트폰과 태블릿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두 기기의 날로 발전하는 기술에 힘입어 모바일 게임이 우수수 출시됐죠. 극강의 휴대성을 갖춘 게임기라니, 좋아할래야 좋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러한 트렌드의 흐름을 의식한 걸까요. 게이밍 기어의 강자 스틸시리즈가 색다른 제품을 들고 왔습니다. 앞서 설명드린 제품은 마우스인데 반해 이번엔 게이밍 패드거든요. 이건 뭐 다 된 밥에 재 뿌리기도 아니고 잘나가다가 뜬금없이 웬 게이밍 패드냐라고 하실 수 있겠습니다만, 출시 당시 스트라투스 외에 다른 대안이 딱히 없었습니다.

스트라투스는 블루투스를 통해 기기와 페어링을 하면 최대 10시간 동안 게임을 즐길 수 있으며, 손바닥에 쏙 들어오는 75그램의 무게와 두 개의 아날로그 스틱, 4방향 십자패드, ABXY 버튼은 모두 감압식으로 정확한 인식률과 세밀한 입력이 가능합니다. 모든 버튼 크기는 엑스박스와 동일하나 프레임 자체의 크기가 작아 휴대용으로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편입니다. 주머니에도 쏙 들어가겠네요.

스틸시리즈는 스트라투스를 기반으로 이후 2015년에 애플 전용 컨트롤러인 님부스를 출시합니다. 다만, 스트라투스는 iOS 전용 게이밍 패드라 안드로이드 유저들은 그저 안드로이드 전용 게이밍 패드를 오매불망 기다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하여 내놓은 대안이 바로 스트라투스 XL(윈도우 + 안드로이드 전용)인데, 게이머의 요구 사항을 충실히 반영한 결과가 아닐까 싶습니다.

▲ 게임패드를 이용한 iOS 게이밍 (출처 - Techmoan)


▲ iOS 기종이 블랙이냐 화이트냐에 따라 센스껏 고르면 됩니다





2014. SENTRY
첫번째 게이밍 아이트래커



e스포츠 시장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해마다 성장하고 있습니다. 지금이야 코로나라는 전례 없는 이슈로 인해 주춤하는 순간이지만요. 예를 들면, 2019 e스포츠 산업 규모는 1조 518억 원으로 추정됐으며, 도타2의 2020년 상금은 570억 원인 것을 감안하면 그 풀의 크기를 감히 가늠할 수 없습니다.

프로게이머를 지망하는 아마추어 선수들을 비롯하여 리거들은 끊임없이 연습하고 노력합니다. 그들은 게임 전략 이외에도 프로게이머의 미세한 컨트롤, 심지어 시선까지 추적하죠. 매 순간마다 모니터 화면 어딘가에 시선을 두고, 더 집중하는지요.

프로페셔널 게이밍 기어를 추구하는 스틸시리즈가 2014년 재밌는 제품을 또 들고 나왔습니다. 스틸시리즈는 아이 트래킹(Eye tracking) 기술 전문 기업인 Tobii(토비)와 협업하여 시선 추적 장치인 센트리(SENTRY)를 발표했습니다. 쉽게 설명하면 시선의 움직임을 인식해 화면에 나타내는 장치인데 제품명 SENTRY(보초, 감시)와 너무나도 잘 어울립니다. 앞서 소개한 제품들에서도 느꼈지만 스틸시리즈는 센스있는 제품 네이밍을 가진 것 같습니다.


▲ 스틸시리즈 센트리

스틸시리즈 센트리는 게이머의 시선을 추적하여 분석하고 이를 지표로 나타냅니다. 게이머는 게임 도중 자신이 실수했던 구간이나, 집중이 흐트러진 부분을 인지할 수 있어 게임 실력을 더욱 향상시킬 수 있겠죠. 센트리는 각 장르의 프로게이머와 협력해 일반 게이머와 비교할 수 있는 데이터를 제공하며, 분석 기능 외에 게임 컨트롤 기능이 포함됩니다.

센트리 출시 이후, 해외의 대다수 프로팀이나 선수 플레이를 보고 분석하는 전문가가 등장했습니다. 미국의 전기 전자 기술자 협회인 IEEE에서는 아이 트래커를 활용해 e스포츠 선수와 유저들 사이의 플레이 비교를 나타내는 논문까지 낼 정도니 프로를 지향하는 유저에게는 거의 필수나 다름없는 제품이 된 겁니다.

▲ 시선이 분산되는 초보에 비해 정중앙 시선 집중으로 오로지 필요한 정보만 얻는 FPS 프로
(출처 - IEEE Computer Society Esports Athletes and Players)

▲ 한 눈 팔면 쥐도새도 모르게 죽는단다 ^~^





2015. RIVAL 100
최고의 가성비 게이밍 마우스




이번 편의 마지막 제품, 라이벌 100입니다. 스틸시리즈의 기존 보급형 라인업을 맡고 있던 킨주(kinzu)가 단종 된 이후, 새롭게 등장한 녀석입니다. 당시 스틸시리즈가 미는 '유니버셜 디자인'에 일치하는데, 이는 왼손/ 오른손 유저 사용 구분이 없다는 점입니다. 쉽게 말해 대칭형 마우스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라이벌 100은 S3059-SS 커스텀 센서가 탑재되었으며, 해상도는 최대 4000CPI까지 조절이 가능합니다. 설정 변경이 가능한 6개의 버튼과 3천만 회 클릭 수 보장, 1680만 RGB LED 적용 등 여러 기능이 포함되어 꽤 호평을 받았죠. 게다가 PC방 에디션이라고 불리는 '라이벌 95'는 라이벌 100의 벌크형으로 고작 1만 원대 가격대를 형성해 가성비 면에서는 누구도 따라올 자가 없었습니다.

라이벌 시리즈는 초창기 모델인 라이벌 100을 시작으로 95, 105, 110, 300, 300s, 310, 500, 600, 650 무선, 700, 3, 3 무선으로 발전했습니다. 한정판이나 다른 색상 제품까지 포함한다면 나열하기 힘들 수준이겠습니다. 라이벌 시리즈는 총 12개의 모델로 출시되었는데 거의 반년에 1개 꼴로 신제품을 낸거나 마찬가지인 셈입니다.

▲ 그 놈이 그 놈 같지만 엄연히 다릅니다





3편은 2016년 제품부터..
처음에 기획할 때는 몰랐는데 제품이 너무 많아서 생고생 중인 기자


여기까지 스틸시리즈의 20년 역사 속 인기 있는 제품 2편(2008년~2015년)을 알아보았습니다. 다음에 올라올 3편은 스틸시리즈 20년 역사 속 인기 있는 제품이나 스틸시리즈의 고유한 기술이 들어간 제품을 알아보는 마지막 시간이 될 것 같군요.

1편을 거쳐 2편에서는 2010년대의 제품들이 포진해 있습니다. 시대가 지나면서 새로운 게임이 등장하며, 성장하고 스틸시리즈는 그 게임의 유저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어떤 장비가 게임 퍼포먼스를 향상시켜줄지 끊임없이 연구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후 소개될 제품들은 현역이라고 봐도 무방한 익숙한 게이밍 장비들이 나오니 기대를 바라며, 다음 시간에는 2016년 이후의 스틸시리즈 게이밍 기어에 대해 소개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 스틸시리즈가 헤드셋 분야에서 또 유명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