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게이머, 유튜브에서 활동하는 게임 인플루언서. 아니면 상위 0.01%라는 자부심, 혹은 즐겜러.

당신이 좋아하는 게임의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인가. "뭐 달성을 꼭 해야 해? 난 즐겜러라 그런 거 몰라~"라고 쿨한 척 얘기해도 결국 '즐거움'이라는 목표를 갖고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행동과 과정에는 결과가 당연하게 따라온다. 그게 좋건 나쁘건, 혹은 만족스럽건.

내 기준에서 나는 성공한 게이머다. 왜냐하면 아내와 함께 게임하고 있으니. 좀 재수 없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5월은 가정의 달이기도 하니 그러려니 해줬으면 좋겠다. 다만 이제는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 행복한 현재를 다루기보다는 고군분투했던 과거를 하나씩 들춰보려 한다. 환멸로 시작한 감정이 동정과 격려의 차원으로 변질될 수 있겠다. 아내는 나를 만나기 전까지 게임의 게자도 모르는 사람이었으니까.

내가 잘하는 것과 교육에 능한 것. 아예 차원이 다른 주제라고 생각한다. 나는 30년을 넘게 살면서 내가 뭘 잘하면 잘했지 누군가를 알려준다는 생각, 혹은 그걸 즐길 수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내가 멘토가 될 수 있는 유일한 시점은 2세가 태어날 미래일 것이고, 그 육아라는 미래는 여전히 내게 공감과 위기감이 한 개도 느껴지지 않는, 저 멀리 있는 미지의 세계로 인식하고 있다.

개인적인 성향을 소개하면 나는 홍대병이 있는데 랭커까지 욕심내는 게이머다. 과거형으로 말하지 않은 이유는 지금도 마음만은 그러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체력과 환경이 뒷받침되지 않아서 그렇지 새로 오픈하는 대작 게임이 나올 때면 '비주류 랭커'에 대한 욕심이 샘솟는, 고집불통에 친해지면 사람 귀찮게 하는 게이머다. 즉, 어쭙잖게 게임 알려주다 몇 명을 골로 보낸 전적이 있는 사람이란 얘기.

▲ 랭커와는 저만치 떨어져있는 성적이지만 롤을 오랜 기간 즐기고 있다

'카오스'에서 롤의 정글과 흡사한 크리핑 포지션을 주로 플레이했던 경험을 발판 삼아 "남자는 야생이지"를 외치며 패기롭게 정글러로 입문했던 롤. 하지만 세월에 치이다 보니 순한 맛 서포터로 전향했고, 현실과 가장의 무게에 짓눌리다 보니 최대 플래티넘까지 달성했던 내 티어는 현재 실버 4에 안착해있다. 아내라는 무게추까지 실리다 보니 심해를 향해 내려앉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숫자에 집착했던 그때보다 지금이 더 재밌다는 것. 물론 육아와 비교했을 때 드는 시간과 희생적인 측면에서는 비교도 안되겠지만 축소판의 축소판 정도는 된다고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 왜 뭐 군대를 사회생활의 축소판이라고 얘기하는 사람들도 많지 않은가. 이게 자식 키우는 재미일까? 나의 2년 반의 멘토 활동을 뒤돌아보며, 가까운 미래에 협곡 데이트를 꿈꾸는 게이머 분들께 비법을 전하고자 한다.




리그 오브 레전드를 같이 즐기기까지 거쳐 온 게임들
카트, 크아 말고는 관심이 없는 겜린이가 협곡의 소환사가 되기까지

▲ 아내의 인싸성향 vs 나의 아싸성향. 아싸의 승리로 인해 내가 하고 싶은 거 전부 함께 했다
크리스마스 당일이어서 밤새 저거 만들고 교회 간 건 비밀

연애를 시작하는 시점에 아내는 비록 개인이었지만 조그마한 의류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었고 취미는 서핑이었으며 외국인 친구들도 있는, 소위 인싸였다. 지금은 인식이 점점 개선되고 있지만 내가 학교를 다닐 무렵에는 게임이 아직까지 좋지 않은 것으로 치부되던 시절이었고, 인싸 성향을 갖춘 친구들은 중학교를 지나고 나서부터 게임을 잘 안 했었다. 지금은 국민 게임이란 개념이 있지만 그땐 애초에 게임에 대한 인식이 그리 좋지 못했으니까.

그런 아내가 학창 시절에 해봤던 PC 게임이라곤 어릴 때 유행했던 '크레이지 아케이드'와 '카트라이더' 정도. 본인 기준에서는 "나 그래도 이런 게임은 할 줄 알아"라며 말해준 거겠지만 우리 수준에서는 어디 가서 게임했다고 하면 혼나는(?) 정도의 겜알못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저것은 PC 게임을 봤을 때의 이야기고, 전혀 게임에 대해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연애할 당시 '쿠키런'이라던가 '포켓몬 셔플', '모두의 마블' 등의 캐주얼하거나 퍼즐 형식의 게임을 곧잘 즐기곤 했으니까. 한창 게임에 불타오를 땐 반나절 정도 카페에서 모바일 게임하는 것도 데이트 코스 중 하나였을 정도. 아, 음료를 6잔 정도 시킨 기억이 있으니 카페 입장에서 민폐는 아니었다.

가끔씩 함께 모바일 게임을 접하다가 내게 뜻하지 않은 기회가 찾아왔다.




■ 콘솔을 통해 게이머 세계에 입문하다 (플스4: 에일리어네이션, 디아블로3)

▲ 자세히 보면 비닐도 안뜯은 타이틀도 있다

본격적으로 아내에게 게임을 권유하게 된 계기는 바로 'PS4' 덕분이었다. 결혼을 3개월 정도 앞둔 시점에 어쩌다 보니 우리 집에서 아내의 생일파티를 하게 되었다. "우리 신혼집에 플스나 둘까? 이거 4인 되는 거라 지금 사서 가면 네 친구들이랑 같이 할 수 있는데"라며 던졌는데 오케이가 떨어졌다. 그 한여름 7월 말, 무더운 퇴근길을 역행하여 정장 차림으로 국전까지 다녀왔다.

그날은 뿌요뿌요만 한 것 같은데 아내는 생각보다 재밌어하지 않았다. 지금이야 성향을 완벽하게 파악했지만 아내는 '지인과의 경쟁'을 굉장히 싫어했으며, 오히려 총 쏘는 디아블로라는 별명이 붙은 '에일리어네이션'에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엔딩을 보고 본격적으로 장비 파밍을 즐기기 바로 직전에 결혼을 하고, 한동안은 가족 모임에 치여 살다 보니 게임할 시간이 없었다.

다시 플스를 꺼낸 계기는 부모님과 함께 VR 카페를 놀러 다녀온 이후. 결혼을 하고 6개월 정도 지난 시점이었다. 게임 내 종결급 무기라고 불리는 부메랑 패시브의 주무기를 먹고서야 좀 질린다고 얘기하더라. 몬스터가 너무 쉽게 죽는다고.

그래서 선택한 것이 '디아블로 3'. 아내는 일단 고어한 콘텐츠를 혐오하며 PS4에서는 한국어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진입장벽에도 불구하고, 워낙 재밌게 만들어진 게임이라 그런지 금방 빠져들었다. 우리는 결국 가족 여행을 떠나는 당일 새벽까지 디아 3의 마지막 보스를 잡아내고 여행 가는 비행기에서 기내식은 까먹은 채 12시간 내내 통잠을 잤다.




■ PC방에 쓴 돈이 너무 아까워.. (PC: 오버워치, 롤, 메이플스토리, 그리고 다시 LOL)

▲ 조그마한 와인바 운영에 익숙해질 무렵, 게임에 대한 욕망이 다시 차올랐다

아내는 게임을 '놀아준다'라는 개념으로 시작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함께 즐겨본 게임, 특히 디아 3를 통해 아내가 게임을 즐기고 있다는 것을 확신했다.

PC 게임을 같이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 계기는 그때 당시, 내가 가게를 운영한지 반년 정도 된 시점이다. 일에 적응이 되다 보니, 쳇바퀴처럼 반복되는 일상에 염증이 나기 시작했다. 밤낮이 바뀌다 보니 내 퇴근길은 항상 새벽이었는데, 조용한 PC방에 가서 게임을 즐기고 싶다는 욕망이 솟구치기 시작한 게 원인이었다.

그렇게 아내와 함께 시작한 게임은 '오버워치'와 '포트나이트'. FPS 게임치고는 다른 총 게임에 비해 칙칙하거나 잔인하지 않고 색감이 화려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참혹했다. 내가 오버워치를 즐겼을 당시와는 다르게 너무 고여서 1승은 고사하고 1킬도 따내기 힘들더라. "for(뿨)린이들~"의 파격적인 광고로 국내를 강타한 포트나이트를 즐겨본 아내는 건물 빨리 짓기 게임이라고 평가하며 찍먹했다.

그렇게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롤)'를 시작했다. 칼바람이나 가볍게 즐기자고 시작한 롤은 지금 현재 아내의 최애 게임이 되어있다. 이후로 내 고집에 여러 게임들을 찍먹했지만 마치 본인 고향은 칼바람 나락인 것 마냥 롤로 복귀하더라.

▲ 아내의 계정으로 장난삼아 게임 이용 시간을 확인해 봤다

▲ PC방을 1년 이상 다니며 투자한 돈이 아직도 아쉽다

롤에 익숙해질 무렵, 나의 최종 목표인 RPG에 빠져들게 하고 싶었다. 메가 버닝 시즌에 맞춰 '메이플스토리'에 뛰어들었다. 츄츄 아일랜드에서 정신없이 파밍을 하다가 옆을 보니 아내가 키보드에 손을 얹고 졸고 있더라. 아 이건 내가 원하던 그림이 아니다 싶어서 접었다. 나는 그 이후, 중간에 이런 게임은 어떠냐고 물어봤지만 언제나 반응이 미지근했다.

메이플을 거쳐 롤을 꾸준히 하게 되는 시점에, 가게를 접고 여윳돈으로 PC를 맞췄다. 1년 이상을 PC방에 돈을 썼다는 얘긴데 이게 아직까지 너무 아깝다. 연인이 게임을 할 기미가 보인다 싶으면 바로 PC 구매를 추천한다.




롤, 같이할래?
멘토를 자원한 당신, 응원한다

즐겼던 게임을 읊어보니, 아내는 애초에 게임을 즐길 줄 아는 성향을 갖췄기 때문에 그 과정이 비교적 순탄했던 것 같다. 그 부분은 인정한다. 하지만 단순 비교적일 뿐이다. 난 아내를 기점으로 미래에 태어날 내 2세를 제외하고는 누군가를 가르칠 생각이 아예 사라져버렸다고. 신생아, 신입사원, 신생기업... 앞에 '新'이 붙은 무언가를 이끌어간다는 것은 차원이 다른 일이니까. 신짜오

아이 치고 빨리 걷는 것 혹은 신입 치고 일을 잘하는 것은 비교 대상이 있을 때나 심적으로 위안이 될 뿐, 끌고 가는 사람 입장에서 물리적인 품이 덜어지는 것은 아니다. 물론 평균 이상이라는 것에 대단한 노력이 동반되었을 수도, 그 사람이 충분한 재능을 갖추고 있는 걸 수도 있기 때문에 그게 전혀 상관없다거나 그걸 부정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 남성 게이머들은 롤 입문이 너무 쉽다. 전체적인 조작법이 국민게임과 흡사하니까

남자들은 롤에 입문하기 정말 쉽다. 유닛을 움직인다는 개념 자체를 국민 게임인 '스타크래프트'에서 이미 배웠으니까. 마우스를 우클릭하여 캐릭터를 움직이고, 상황에 따라 어택땅(우클릭 + a)이 자연스레 나오기 때문에 챔피언의 특성과 스킬 등만 경험을 통해 쌓아가면 된다. 하지만 아내에게 롤을 알려주기 위해 "스타랑 똑같아"라고 얘기하자마자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내뱉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내는 스타를 안 해봤다. 고로 챔피언을 움직이는 법을 모른다. 이제 막 구르기를 시작한 위층 아기에게 "층간 소음 때문에 집에서는 살살 걸어주겠니?"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아기는 걷는 법을, 아니 애초에 걷기 위해 두 다리로 서지 못할뿐더러, 사실 내 말을 알아듣지도 못한다. 그나마 다행히도 내가 롤을 입문한 시점과는 다르게 요즘은 튜토리얼이 잘 되어있더라.

지금은 웃으며 말할 수 있지만 연인끼리 롤을 알려줄 때, 진지하게 신경 썼던 부분에 대한 팁을 공유하고자 한다. 특정 항목은 롤에만 국한될 수 있으나, 대부분의 게임을 함께 즐길 때도 활용할 수 있으니 참고하도록 하자.




■ 1. 롤 입문은 무조건 탑솔러 (feat. 서포터 금지)

▲ 모델링과 스킬셋이 예쁜 유틸형 서포터들은 입문이 쉽지만 다음 수준으로 올라가기가 정말 어렵다

목차 제목이 다소 자극적이긴 하지만, 그 어떤 반론이 들어와도 내 주장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특히 롤에는 100명이 넘는 챔피언이 있고, 서포터 챔피언들의 모델링이 화려하고 귀엽기 때문에 선호되는 경우가 많다. 1데스에 대한 부담도 다른 포지션에 비해 적기 때문에 많은 롤 관련 입문 가이드에서 서포터를 추천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서포터는 아내처럼 게임이라는 것을 처음 해보는 사람이 챔피언을 움직이는 법, 게임 UI 등을 터득하기 위해 몇 판만 경험해보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서포터는 다른 포지션에 비해 수급되는 재화도 한정적이며 쥐꼬리만한 스노우볼을 통해 이윤을 극대화하는 포지션이다. 심지어 뭔가 해냈다 쳐도 그 퍼포먼스의 크기가 다른 포지션에 비해 색감이 뚜렷하거나 거대하지 않다. 내가 어렵게 주먹을 내질렀는데 미트 소리가 별 볼일 없다면? 힘 빠지게 된다. 즉, 자기 피드백을 체감하기 가장 어려운 포지션이다.

용돈을 받았던 학생 시절을 떠올려보자. 용돈은 일정 기간에 정해진 금액의 돈만을 사용하여 일종의 경제관념을 알려준다는 뿌리에서 비롯됐을 것이다. 근데 현실적인 경제관념이라는 명목으로 내 용돈에서 난방비, 식비, 생활비 등을 차감한다면? 상상만 해도 끔찍하지 않은가. 내 기준에서 서포터의 수급 재화는 이런 예시와 일맥상통한다.

▲ 가렌: Q 쓰고 평타→내 앞에 적군에게 / 잔나: E로 보호막을 써준다→아군 누구?

보호막 스킬만 놓고 보자. 당신이 아까 보호막이 들어왔으면 사는 상황이었는데 초보자가 써주지 못해서 죽고 말았다. 마음을 차분히 하고 "보호막 좀 써주지 그랬어~"라고 말한다. 피드백을 명확히 한 초보자는 감을 잡았다는 듯 쿨타임이 될 때마다 마구 써준다. 당신은 열을 가라앉히고 자매품인 "마나 없잖아~ 중요할 때만 써줘"를 시전한다.

서포터처럼 아 다르고 어 다른 포지션으로 롤에 입문하는 것은 위험하며, 초보자 입장에서는 이게 매우 혼란스럽다. 보호막 써달라며? 상황이 격해질 경우, "얘는 왜 맨날 말이 바뀌지? 난 잘하고 있는 거 같은데? 괜히 내 탓하는 건가?"라는 앙심을 품게 될지 모른다. 아내가 내린 서포터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뭘 해도, 안 해도 비난받는 포지션.

다만 예외가 딱 하나 있다. 서포터에게 구체적인 것을 요구할 수 있는 원딜 유저일 경우. "나랑 할 때 여기에 와드 설치해 줘" 혹은 "우리 초반에 라인전 약하니까 싸워주지 말고 궁극기 배운 다음에 싸움 걸어보자"식의 정확한 가이드를 줄 수 있는 원딜 유저라면 연인과 함께 봇듀오로 시작해도 좋다.

반대로, 게임을 알려주는 사람의 주 포지션이 서포터일 경우에는 절대 서포터 포지션으로 게임을 알려주지 말자. 이게 내가 경험한 케이스인데, 2판 정도 아내와 봇듀오를 해보고 바로 관뒀다. 경험에서 비롯된 내 습관들을 알려준다는 게 어려운 정도가 아니라 불가능에 가깝다.

혹여나 내가 요구 사항을 신속하게 전달하더라도 그걸 상대가 받아들이는 데에 걸리는 시간, 그리고 그걸 실천하는 행동력이 절대 빠를 수가 없기 때문에 불가능이라고 표현하는 것이다. 아무리 게임을 친절하게 알려주더라도 반복되면 잔소리가 될 뿐, 어느 순간 '항상 말 바꾸는 놈' 혹은 '맨날 내 탓하는 놈'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 게임 배우기 좋은 포지션, 탑솔러

내 기준에서 초보자에게 어울리는 포지션은 라이너 중 탑솔러라고 생각한다.

다양한 변수 창출보다 솔로킬이 더 빛나는 유일한 라인, 탑 포지션은 풍부한 재화를 바탕으로 롤의 기본기인 라인전을 배우기 적합한 포지션이다. 미드 라인은 상황에 따라 개입이 잦고 로밍 창출이 선택적이 아닌 필수가 되는 판도 빈번하며 단 한 번의 실수로 게임을 망치게 되는 경우가 잦다. 살얼음판 위의 전쟁터라고 불리는 미드 라인은 캐리력을 갖추기 전까지 추천하기 다소 어렵다.

크게는 팀의 캐리, 작게는 상대를 굴복만 시켜도 게임의 즐거움을 찾을 수 있는 탑 라이너는 내가 여기에 시야를 밝혀야 하는 이유, 우리 편에게 보호막을 써주는 타이밍, 그것과 승리의 명확한 관계가 몸소 와닿지 않는 서포터와 다르게 초보자 입장에서 명확한 자기 피드백이 가능하다는 특장점이 있다. 패배가 납득된다면 졌잘싸로 자기 위로를, 납득이 되지 않을 땐 "ㅈㄱㅊㅇ"로 합리화를 할 수 있는 포지션이다.

"보호막을 내가 얘기할 때 써줘"보다 "Q를 치고 평타를 때리면 2초 동안 쟤가 스킬을 못써. 그게 침묵 효과야"라고 얘기하는 것이 훨씬 잘 먹힌다. 이는 초보자 입장에서 재미가 증폭되는 부분이니까. 어떤 부분이냐고? 행동 구조가 수동적이 아닌 능동적이라는 부분, 즉 스킬 선택은 나의 몫이라는 데에 있다. 이 내용은 다음 항목에서 자세히 알아보자.




■ 2. 승리에 익숙한 게이머와 즐기고 싶은 게이머, 그 사이

▲ 하고 싶은 것만 하더라도, 지면 좀 재미 없어진다

우리는 이미 게임에 익숙하다. 다양한 장르의 게임을 즐겨본 당신에게 한 가지만 묻고 싶다. 당신은 여전히 게임이 재밌는가? 혹시 그 재미 중에 승리도 포함되어 있는가?

이 질문을 하는 나도 혼란스럽다. 생각해 보면 게임을 하다가 분명 졌는데 재밌게 한 경기도 있고, 어떻게 이기긴 했는데 뭔가 찝찝하기도 했었는데.. 결론을 말하자면 대게 내가 어느 정도 할 줄 아는 것, 적당히 이기는 것에 흥미를 느끼는 경우가 많다. 비록 '승리=재미' 공식이 직결되진 않지만 맨날 지는 게임을 재밌다고 하는 게이머는 아마 세상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통제와 명령, 강요는 재미와 반비례한다는 것은 어떤가? 어렸을 때 내가 싫어했던 것은 공부 그 자체였을까, 혹은 억지로 공부를 강요했던 사회 기조였을까.

롤에 입문한 게이머들은 승리에 익숙하지 않다. 이는 본능적으로 내 손으로 쟁취한 승리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감정은 특히 여성 게이머들이 더 객관적으로 느끼는 편이더라. 함께 오래 게임을 하기 위해서는 이기는 법 외에 즐거운 요소를 찾을 수 있게끔 도와줘야 한다. 게이머를 비롯한 모든 인간이 본능적으로 재미를 찾을 수 있는 공통 요소, 그게 바로 내 주관적인 일을 할 때다.

▲ 아이들은 어른들의 평가를 벗어난 활동, 즉 또래끼리 실력을 판단하고 의사소통하는 것을 선호한다.
(사진 출처: 인터풋볼)

▲ 롤에 몇 안 되는 도트뎀 아이템인 '리안드리의 고뇌'는 초보자, 숙련자 모두에게 사랑받는다

롤 유저라면 공통적으로 매력을 느끼는 아이템이 있는데 '리안드리의 고뇌(이하 리안드리)'으로, 도트뎀(DOT, 지속 대미지)의 대표적인 아이템이다. 뭔가 스킬을 맞추면 불타오르는 느낌이 스킬을 맞췄다는 타격감도 오래 남고, 상대로 하여금 짜증을 유발하는 듯한 느낌 어디선가 당한 경험에서 비롯된도 들고. 결정적으로 스킬 하나 맞췄는데 지속적으로 대미지를 주다 보니 본능적으로 이득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줘서 사랑받는 아이템이다.

초보자 입장에서 특수 효과 혹은 특정 챔피언에 꽂히는 경우가 잦다. 그게 메타에서 벗어날지라도 반드시 응원해 줘야 한다. 초보자는 현재 게임을 자기 주도적으로 해보고 있는 중이다. 나의 공헌과 승리 간에 인과관계가 명확하게 받아들여지기 전까지 이 행동을 통제해서는 안 된다. 특정 챔피언으로 게임에 대한 애착을 갖는 것, 승리는 내 공헌과 약간 거리를 느끼기 때문에 다른 재미를 자연스레 찾아보고 있는 과정들을 존중해 주자.

롤린이 입장에서, 남자친구라는 게 물어보기만 하면 대답이 없거나 또 까먹었냐고 정색만 하고 뭔가 내 실력은 그대로인 것 같고. 그때 취향을 찾아보기 시작한다. 귀엽거나 예쁜 챔피언으로 롤에 대한 미련의 한 풀을 잡고 있는데, 거기에 대고 "야 그거 구려. 다리우스나 해"라고 속삭이면 그건 게임 접으라는 소리와 같다. 그래서 내 아내가 세상에서 두 번째로 좋아하는 수컷은 티모다.

이는 서포터를 초보자 포지션으로 추천하지 않는 또 다른 이유와도 연결된다. 서포터 포지션은 알려줄 때 자연스레 상대에게 수동적으로 알려줄 수밖에 없는 구조를 띄고 있다. 롤린이에게 삼거리 와드의 필요성과 이유에 대해 정확히 가이드 해줄 수 있는가? 그 와드와 승리 간의 연관성을 알아듣게 전달할 수 있는가? 결국 상황에 따른 대처를 요구하고 명령하여 뭔갈 시키게만 되는, 게임을 마치 암기식으로 강요하여 상대는 롤에 금방 흥미를 잃을 수 있다.

▲ 티모 Q와 레넥톤 W의 대결은 이론이 아닌, 경험과 감에서 오는 심리전이다 (출처: 항심 유튜브)

"리안드리 말고 모렐 먼저 가지", "티모 카운터 너무 많아. 레넥톤 좋던데 해봐". 이런 식의 조언은 게임에 익숙해지기 전까지 꾹 참아보도록 하자. 초보자 입장에서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고 잠재적으로 오히려 게임에 즐거움을 빼앗는 행위다. "오, 뉴메탄데?"로 일관하며 넓은 아량을 베풀도록 하자.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면 묵언의 따봉으로 마무리하던가.

핵심은 내가 왜 이 상황에서 치유 감소 효과의 아이템을 가야하는지, 로밍텔을 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등. 그걸 온전히 본인이 궁금해하기 전까지 시간을 줘야 한다. 기다리다 보면 "레넥톤 세던데.. 하기 어려워?"라고 본인이 물어보게 되어있다. 그때 신나게 답변해 주면 된다. 이 구간이 가장 험난하며, 충분히 기다려주지 못하면 과장 한 스푼 보태서 게임판 고부갈등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구간의 포인트는 "나는 원래~"를 버려야 한다. 세상엔 원래가 없다. 게임할 때 원래 화를 못참는다, 사나워진다는 롤린이를 대할 때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 마인드 컨트롤이 잘 안된다면 게임하는 동안만이라도 내 연인이 김동현 선수라는 자기최면을 걸어보자. 조금은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첨언으로 앞에서 언급했던 것들이 복합적으로 섞이면 "아니 아이템 지적할 거면 사기 전에 말을 하던가. 샀는데 어쩌라고"라는 융합체로 팩트 폭력을 당할 수도 있으니 반드시 주의하도록 하자.

▲ 동현이 형을 떠올리며 분노조절을 못한다는 환상에서 벗어나도록 하자. 사람은 뭐든 할 수 있다





■ 3. 리액션 로봇

▲ 진짜 턱 끝까지 갔었다. 아내의 감정 변화로 무산되었지만

감정에 무디더라도 상대의 기쁨에 대해 확성기가 되어주고, 상대의 슬픔에 내가 열받아서 그 응어리가 승화되겠다 싶을 정도로 분노하라. 그 기쁨과 분노가 비록 거짓일지라도, 그걸 상대방이 알 정도로 티가 나더라도 당신의 연인은 '내 감정을 헤아려주긴 하는구나'라는 동질감과 고마움을 느끼고 있을 테니. 함께 게임을 한다는 행위가 단순한 놀이에서 소통의 방법 중 하나로 치환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칭찬은 뭐 뻔하니 후술하고, 분노에 대해 먼저 얘기해보자. 나는 개인적으로 롤할 때 채팅을 안하는 게이머였다. 잘하는 사람과 할 땐 말이 필요없고 못하는 사람이랑 할 땐 말이 안나온다라는 주의.

커플 간에 게임을 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있다. 욕먹는 상황. 그냥 거친 욕이라면 감정이 점점 누그러지지만 수위가 높아지면 큰 상처를 받는다. 아직까지 여성 게이머라는 것 자체만으로 조롱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잦은 현실이니까.

나는 채팅에 감정을 담지 않는 게이머다 보니 비난이 쏟아질 때마다 "무시해~ 쟤는 우리 실제로 보면 저런 말 못 해. 그냥 차단 고고~"라고 넘겼지만 수위가 너무 지나쳤던 어느 날, 인 게임 내에서 그 유저를 신고를 한 후 옆을 보니 아내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내가 실수했구나 싶었다.

▲ 증빙 자료도 전부 확보한 상태였다

남성 게이머는 집중이라는 명목 아래 'All mute(채팅 차단)'를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반면, 여성 게이머의 경우 아직까지 명확히 파악하지 못했지만 어쨌건 채팅 차단을 하면 지고 들어간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더라. 쟤가 날 욕해도 뭐라고 하는지 듣기는 해야겠다, 뭐 이런 심리일지도?

아내의 눈물은 날 충분히 자극했다. 온갖 수단을 가리지 않고 3주 정도. 사이버 신고 접수 사례를 검색하여 정보를 모았다. 라이엇의 1:1 답변까지 받아낸 후, 서류 접수를 눈앞에 두고 아내는 "다음 주에~"로 일관하다가 결국 흐지부지되었다. 가게에서도 뭔가 계속 알아보고 열받아하는 나의 태도에 아내의 응어리가 조금은 풀린 모양이더라.

그날 이후, 게임은 뒷전에 두더라도 우리를 공격하면 맞받아치기 시작했다. 물론 여전히 욕은 하지 않지만. 입문 당시에는 "ㅋㅋㅋ 허접"이라는 말에도 와르르 무너졌던 쿠크다스 게이머는 이제 비난의 화살에도 "죽은 것들이 항상 말이 많더라"를 외치는 칼바람 여제가 되었다. 그때 내가 미적지근하게 "올뮤트 차단ㄱㄱ"로 일관했다면 얼굴도 모르는 불특정 누군가 때문에 아내와의 게임 라이프를 즐기지 못했을 수도 있다.

▲ 요즘은 뭐... 어디선가 배워온 유행어를 사용한다

▲ 학창시절, 별명이었던 'XX양키'라는 소환사명을 6년 동안 썼는데..
그 외에는 깔끔한 제재 이력이 내가 게임하면서 채팅을 잘 안 해왔다는 것을 증명한다

칭찬에 대해서 얘기해보자. "A를 해서 이겼다"가 핵심이다. A는 상대방이 직접 취한 행동이어야 한다. 그 행동이 비록 운 일지라도 구석구석 칭찬해야 한다. 유치원생이 종이접기 시간에 만든 학을 엄마에게 내밀면 "나 생각해서 주는 거야? 너무 고마워"라는 피드백을 받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그 유치원생은 엄마를 생각했는지, 그냥 유치원에서 준 건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겸사겸사인 것은 맞고 칭찬은 좋은 거니까 그 아이는 그렇다고 끄덕이며 엄마를 위한 좋은 행동이라는 것을 학습한다.

심지어 상대방은 성인이기 때문에 피드백이 더 좋다. 그 칭찬을 반드시 기억하고 자연스레 그 슈퍼 플레이 비슷한 것을 꾸준히 반복하며 결국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 나는 리신을 알려준 적 없는데 아내가 겉멋 플레이 중 하나인 'q+q+w'로 돌아오는, 상대를 약 올리는 플레이를 보고 너무 깜짝 놀랐다.

작은 일에, 초보자의 시각에 맞춰 구체적으로 칭찬해야 하는 것이 포인트다. "오? 솔로킬? 짱인데?"에서 끝나면 절대 안 된다. 정성이 부족하다. "와 판단 지렸죠~~ 뭐지? 칸이세요?"로 시작해서 "이거 솔직히 공략 보고 내셔 갔으면 졌다. 루비수정 가서 이긴 듯? 아이템 판단 ㅅㅌㅊ?" 등으로 요리왕 비룡의 한 장면을 떠올리며 칭찬해야 한다.

울지는 말고.. 음식에 대한 평가를 가장 적절하게(?)한다는 '요리왕 비룡' 애니메이션 中

혹시 당신이 과묵한 성격이라 이런 걸 잘 못한다고? 더 잘 됐다. 이런 리액션은 당신이 평소에 잔잔할수록 효과는 더 좋으니까. 앞서 말했지만 "난 원래"를 버려야 상대로 하여금 게임이라는 요소가 재밌다는 것이 하나씩 쌓인다. 오히려 일상에서 좀 까칠하더라도 게임만 같이하면 착해지는 상대라면 롤린이 입장에서 게임에 대해 불만이 쌓이더라도 그 사람을 보고서라도 게임을 하고 싶어 할 것이다.

혹시 칭찬은 버릇을 나쁘게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절대 아니다. 속칭 '여왕벌' 유저가 될까 걱정할 수 있겠지만 그 부분은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자기중심적 성향의 원인을 찾다 보면 결국 칭찬을 갈망하는 순수한 게이머의 욕망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 수 있더라. 엎드려 절 받긴 질렸고, 나 때문에 지고 있는 거 같은데 별 피드백이 없을 때. 자기중심적 성격은 그 무관심을 좀먹고 피어나는 성향이다.

앞서 말했지만 여성 게이머는 구조적으로 자기 파악에 비교적 능한 편이다. 내가 너무 잘해서 칭찬을 하는 게 아니란 것을 명확히 알고 있다. 하지만 그 칭찬이 과장됐다는 것을 알면서도, 쌓일수록 오래 기억하며 듀오 게임을 재밌는 놀이, 더 나아가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로 인식 시키면 롱런한다는 것을 기억하자.

앞으로 연인과 함께 즐기고 싶은 게이머라면 지금이라도 팀원이 잘할 때마다 혼잣말로 연습을 시작해보자. 어디선가 들어본 적 있는 그 구수한 톤으로 흘리듯이. "나이서~"




■ 번외: 커플 아이디는 추천하지 않는다

▲ 아내는 강해 보이는 닉네임으로 부계정을 만들었다. 시비 안 붙어서 좋다고. 단어의 어원은 모르겠다

위에 언급한 성적 비하 공격은 아내의 아이디가 여성적이었기 때문에 비롯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보통 게임을 처음 접한 여성 게이머는 학창 시절의 별명 등으로 아이디를 만드는 경우가 많다. 저 사건을 계기로 아내는 바로 아이디 변경권을 구입했다.

꼭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지만 실제 경험해본 결과, 닉네임이 주는 방패는 생각 이상으로 든든하다. 마음 같아서는 '분당구 톱날', '12.01.28 전역' 등을 추천하고 싶지만, 커플끼리 아이디를 맞춘다는 것도 하나의 로망일 수 있다. 꼭 둘이 커플인 걸 보여줘야겠다면 서로를 바꿔서 아이디를 만들자. 함께 키우는 애완동물이 누리라면 '누리아빠' 계정을 여성 게이머가, '누리엄마' 계정을 남성이 사용하는 방법이다.

이것도 그렇게 추천할 수 없는 것이 결국 같이 게임을 하다 보면 "누리엄마 여자야?"로 시작되는 비난을 남성 게이머가 받게 되며, 그걸 여성 게이머가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밖에 없다는 부분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디를 맞추고 싶다면 성별이 명확히 구분되는 아이디보다, 모호하게 브로맨스 느낌이 나는 아이디를 추천한다.

아내와 나도 아이디를 맞추지 않았는데 듀오 플레이인 것이 들통났을 시, 채팅에 익숙해진 아내는 "내 여친이 너보다 게임 잘해~"를 시전해서 기자는 요즘 뜬금포로 여성 게이머가 되는 경우가 잦다.




게임을 즐기는 것, 인생을 즐기는 것
감히 육아의 축소판이라고 떳떳하게 말할 수 있다

▲ 솔로 게이머들이여, 도전하라! 눈치 조금만 보고도 고가의 장비를 살 수 있다!

아내에게 게임을 알려준다가 아닌, 함께 즐기는 단계에 들어선 후, '아 이건 진짜 잘했다'라고 생각한 몇 가지를 꼽아보았다. 그 외에 자기의 상황에 맞춰 MSG를 첨가하면 되겠다. 나 같은 경우, 우리 또래들의 즐거운 추억거리인 '친구들과 PC방에서 밤새 게임하기'를 기획했었다. 비록 그때 즐긴 '콜 오브 듀티'가 아내에겐 '밤새 했던 미션 총 게임' 정도지만 종종 그때를 언급하며, 코로나가 풀리면 한 번 더 가자고 얘기한다. PC방에서 맥도날드는 처음 시켜 먹어봤다고.

강조할 부분만 다루다 보니 기사 내에 어두운 내막을 끼워 넣기 어려웠다. 추가로 언급하고 싶은 내용은 아기자기한 캐릭터가 나오는 협동 게임은 추천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외관은 커플끼리 즐기기 좋아 보이겠지만 실은 뭐가 나올지 모르는 판도라의 상자이다. '오버쿡' 하다가 짜증을 몇 번 낸 적이 있는데, 와인바를 운영할 당시 효율적인 동선 등에 예민한 상태에서 비슷한 상황에 직면하다 보니 그런 것도 좀 있었긴 했지만.. 하여간 그 이후로 협동해서 뭐 하는 게임은 잘 안 한다.

또 하나, 혼자 게임하는 시간도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 나는 좀 늦게 깨달았는데, 아내에게 롤 하라하고 다른 게임하는 게 왜 이리 눈치가 보이는지. "괜찮아 딴 겜 해"가 있는 그대로 들리는 데까지 1년 반 즈음 걸렸다. 결과적으로 연인이 어느 정도 게임에 익숙해진 반년이 넘어가는 시점엔 혼자 플레이하는 시간을 만들어 주는 것이 좋더라. 다만 옆에서 감시하며 조언하지 말 것. 물어보는 내용만 짧게 답변해 주자.

듀오로 랭크 게임을 돌린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2018년 9월부터 본격적으로 롤을 즐기기 시작했으니, 아내와 랭크 게임에 도전하기까지 약 2년 반 정도 걸렸다. 랭겜을 빨리할수록 롤에 익숙해지지만 절대 강요하고 싶지 않았다. "랭겜 ㄱ?"라고 툭툭 던지다 보니 2년 뒤 즈음인 현재, 드디어 결실을 맺은 것이다.

▲ 드디어 듀오 랭크의 배치 고사를 끝마쳤다. 최근엔 단일 챔피언 모드를 즐기지만

팁으로 게임에 어느 정도 익숙해진 시점에 LCK라던가 상대가 선호하는 챔피언을 다루는 유튜브를 보여주는 것도 굉장히 좋다. 처음엔 뭔지도 모르며 보다가 어느 시점에는 "니꺼 화질 좋더라?"라며 LCK 하는 날엔 아이패드를 두고 출근하라는 순간이 오더라. 코시국이 괜찮아지면 직관 한번 꼭 가보고 싶다고.

공동의 취미를 온전히 공유하는 것은 생각 이상으로 효과가 좋다. 언제든, 어디에서든 대화가 끊이질 않으며 게임을 필두로 서로에 대해 더 알아가고 공감하며 이것을 발판 삼아 같은 방향으로 꾸준히 전진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물론 시대적인 것도 작용했겠지만, 과거엔 내가 게이머임을 부분적으로 숨기며 학창 시절을 보내고 사회생활을 했는데 지금은 과금 규모도 떳떳하게 얘기할 줄 안다는 점은 덤.

원고를 계속 들여다보며 수정하고 추가하다 보니 한 가지의 질문과 답변을 하고 싶다. 아내에게 너는 지금 즐기고 있느냐를 묻고 싶다. 부모님에게 나는 현재를 충분히 즐기고 있다고. 당신네들이 선택한 그 방향이 옳던 그르던 하여간 난 지금 인생이 재밌다고.




인터뷰
난 이랬는데, 넌 어땠어?


혼잣말로 질문을 했는데 옆에서 "게임하는데 방해 좀 하지 마"라며 답변이 돌아왔다. 이에 몇 가지 기습 질문을 했다.

Q: 게이머의 삶. 뭐가 달라진 것 같은가?
A: 일단 게임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졌지. 옛날에 친구들이랑 약속 있을 때, 남자애들이 맨날 "이거 금방 끝나" 해놓고 30분은 항상 걸리더라고. 그게 그렇게 못마땅했는데 지금은 걔들한테 좀 미안해. 게임하는데 옆에서 뭐 물어보고 재촉하면 짜증 나거든

내 결혼한 친구 중에 남편한테 주말에 게임할 시간 1시간 정도 줘놓고 지 남편 게임 너무 많이 한다고 얘기하는 친구가 있는데 너무 가혹한 거 같아. 1시간이면 협곡 1판이잖아? 이거 솔직히 뷔페 데려가서 30분 만에 먹고 나오라는 얘기야



Q: 당신에게 롤이란?
A: 질병 그땐 이렇게 재밌는지 몰랐지.. 20대 때 나란 여자 롤 안 하고 뭐 했냐. 그때부터 했으면 내가 너보다 잘할 거 아냐


Q: 게임하기 싫었던 순간?
A: 내가 라인전 이겼는데 상황 보니까 서렌 쳐야 할 때. 계속하자니 시간은 아깝고 지기는 뭔가 억울해


Q: (원했던 답변이 아니어서) 기자 때문에 게임에 정떨어졌을 때
A: 그게 왜 안되냐고 했을 때. 무빙딜(카이팅) 하고 싶은데 자꾸 하면 된다고만 얘기했잖아. 니가 그러니까 니 친구들도 마우스를 꽉 잡으면 궁극기가 나가네, 간절히 바라면 점멸이 돌아오네 헛소리나 하는 거야. 해도 안 되는 걸 하다 보면 된다고 말하면 뭐 어쩌라는 거. 아 이 답답한게 표현이 안되네


Q: 게임하면서 기자를 이해하기 제일 어려웠던 순간은?
A: 롤 잘 되는 컴퓨터에 어쭙잖게 그래픽카드 달겠다고 사 왔을 때. 그래도 달고 나니까 흰색 불 들어오는 거(쿨러)는 마음에 들더라. 근데 요즘 그래픽카드 비싸다며? 이거 팔면 안 돼?


Q: 티모 vs 케리아
A: ㅋㅋㅋ티뫀ㅋㅋㅋㅋㅋㅋ 근데 진짜 애 생기면 예명 티모로 해도 돼?


Q: 이 기사를 보고 게임에 관심이 생기는 여성 게이머들에게 한마디
A: 아이디는 꼭 터프하게 만드세요


Q: ... 더 할 말은 없고?
A: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