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한 IT 관련 제품인데도 앞에 '게이밍'이라는 단어가 붙으면 느낌이 많이 달라집니다. 성능만큼은 누구나 인정하는 게이밍 마우스라던가 게이밍 모니터 등은 좋은 예입니다만, 노트북이나 스마트폰 앞에 게이밍이 붙으면 애매하다는 느낌이 짙습니다.

게임을 하기 위해 요구되는 환경은 일반 사무 용도의 사양보다 비교적 높기 때문에 '게이밍=더 좋은 환경'이라고 인식됩니다. 일맥상통으로 게이밍 마우스는 더 가벼운 무게, 높은 dpi 및 폴링레이트에 입증된 센서를 통해 보다 정확한 정밀도를 자랑합니다. 게이밍 모니터는 어떤가요? 게임을 하는 데에 있어 더 넓은 화면과 고해상도를 기반으로 한 또렷한 화질, 높은 주사율을 통해 부드러운 퍼포먼스를 보여주기 때문에 게이머에 따라 본체와 비슷한, 어쩌면 더 고가의 모니터를 쓰는 유저도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노트북은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입니다. 휴대에 대해서만 어느 정도 타협을 볼 수 있다면 인식이 괜찮은 편입니다. 내장 그래픽을 탑재한 일반 사무용 노트북보다 쾌적한 환경을 자랑하며 꼭 게임이 아니더라도 요즘은 고사양을 필요로 하는 작업도 상당히 많기 때문입니다. 물론 아직까진 외근용으로는 맥북 외의 제품은 거기서 거기라는 말이 유효하긴 하지만요. 그렇지만 게이밍 스마트폰은 여전히 어색합니다.

▲ 32:9의 광활한 화면을 자랑하는 '삼성 오디세이 G9'

▲ 프로게이머를 위한 마우스, '로지텍 G Pro X Superlight'

▲ 요즘은 게이밍 노트북도 세련된 디자인으로 출시됩니다. '오멘 15 LAPTOP'

▲ 내 똥컴으로도 고사양 게임을! 클라우드 서비스 '지포스나우'

사실 국내 게이머에겐 게이밍 스마트폰보다 '지포스나우'가 좀 더 친숙할 겁니다. 지포스나우는 엔비디아의 클라우드 서비스로 고사양의 서버를 지원하여 저사양의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으로도 고사양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특장점이 있으나, 실시간 경쟁 게임이 주류인 국내에서는 약간의 밀림 현상이 발생되는 부분이 확대해석되어 비난을 많이 받은 이력이 있습니다. PC로 즐길 경우, 마우스 입력 딜레이가 심하게 발생되는 단점도 있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성능 장비를 갖추기 어려운 환경에 있는 게이머들에게 의외로 인기가 좋은 서비스입니다. LG U+에서는 현재 베이직 요금제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으니 관심 있는 게이머들께서는 체험해봐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21.06.14 기준)

게이밍 스마트폰은 국내에서 '그런 게 있었어?'라는 반응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을 정도로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제아무리 게이밍 스마트폰의 사양이 뛰어나다 한들 국내에서 스마트폰은 애플과 삼성의 절제미가 가득한 디자인이 보편적이기 때문에 RGB 감성이 물씬 풍기는 게이밍 스마트폰의 다소 파격적이고 부담스러운 디자인을 본다면 국내 정발이 되더라도 호불호가 갈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 깔끔하고 담백한 디자인만 보다가 (아이폰 12 Pro)

▲ LED가 들어오는 디자인은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로그폰 5 얼티메이트)

여기까지가 저의 사견입니다. 어쨌건 유명한 글로벌 기업인 에이수스, 레이저 등에서 꾸준히 신제품을 선보이는 데에는 글로벌 수요가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국내에서는 아직 인식이 좋지 않지만 수요가 없다면 대기업 제품이 다년간 시리즈로 출시되기 어렵죠.

게이밍 스마트폰 중에 가장 유명한 모델, 'ASUS ROG Phone(이하 로그폰)'이라던가 샤오미의 '블랙샤크' 등이 반기마다 출시되는 동안 국내의 유명 리뷰어나 IT 전문 매체들을 통해 아주 가끔 볼 수 있었습니다만, 올해는 확실히 다르더라고요. 콘텐츠 생산의 계기가 업체의 니즈인지, 리뷰어의 아이디어인지 명확하게 파악할 수는 없으나 게이밍 스마트폰에 대한 내용에 대해 국내 게이머들도 궁금해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애플이나 삼성 제품과 비교했을 때 몇몇 부분에서는 게이밍 스마트폰의 성능이 특화된 부분도 있습니다만 아직 갈 길이 멉니다. 모바일 게임을 즐기기 위한 주사율과 배터리, 쓰로틀링을 유발하는 발열을 해소하기 위한 쿨러 등의 주변기기 등을 얻었지만 그 대가로 238g이라는 무거운 본체를 얻었습니다.

▲ 특색 있는 장점만 표기했는데, 현실적으로 꼭 필요한 기술인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입니다

최신 기기로 비교하자면 아이폰 12 Pro가 180g 대, 갤럭시 S21이 170g 대, 갤럭시 S21+가 200g 정도입니다. 참고로 휴대성 때문에 일반 모델과 항상 저울질되는 아이폰 12 Pro Max가 228g, 갤럭시 S21 Ultra가 229g로 로그폰 5보다 가볍습니다. 로그폰 5보다 무거운 스마트폰은 듀얼 스크린을 탑재한 제품이거나 접히는 플립형 모델뿐이라는 사실도 놀랍네요.

국내에서 인기가 좋은 삼성이나 애플의 플래그십 제품보다 가격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국내 정식 제품이 없어 직구를 통해 구해야 하기 때문에 좀 더 비싸지는 부분과 통신사에 따라 통신망 범위가 다르기 때문에 기기뿐만 아니라 통신사에 대한 정보도 어느 정도 확보한 후에 구입해야 한다는 점이 다소 껄끄럽습니다.

뿐만 아니라 아직 국내에서는 게이밍 스마트폰의 장점이자 상징인 높은 주사율과 대용량 배터리는 아직까지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실감 나는 양방향 스피커도 국내 게이머들에겐 크게 어필되는 부분이 아니고요. 무엇보다 시대를 강타했던 클래시로얄, 모두의 마블, 포켓몬고 등의 모바일 게임 선두주자들을 떠올려보면 출시된 지 3~4년이 지난 보급형 스마트폰으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사양의 게임이란 걸 생각해 보면 아직은 너무 이른 듯합니다.

▲ 배터리도 확실하게!

▲ 게임하다가 방해금지 모드도 켤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유행하는 게임과 해외에서 잘 먹히는 게임이 약간 다릅니다. 게이밍 스마트폰이 유행하는 국가의 현지인에게 들은 내용인데, 해당 국가에서는 삼국지 IP의 문명과 비슷한 턴제 게임, 레이싱 장르 그리고 FPS 게임을 주로 즐긴다고 합니다. 국내도 해당 게임들이 빛나지 못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롱런하진 못했죠.

또한 모바일 RPG 게임을 가볍게 즐기는 수준이 아니라 아예 4~5개의 스마트폰을 테이블에 깔아놓고 플레이한다고 하네요. 국내에선 제아무리 하드한 게이머라도 PC를 통해 앱플레이어로 다계정을 돌리는 유저는 봤지만 여러 대의 휴대폰으로 모바일 게임을 즐기는 광경은 소문만 들었지, 실제로 본 적은 없습니다. 집에서 그렇게 플레이하는 유저들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요.

예전에는 배터리 혹은 별도의 쿨링 옵션을 제외하면 장점이 없던 게이밍 스마트폰. 이제는 특수 목적용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의 높은 성능을 맛볼 수 있는 기능들과 열등했던 다른 기능들도 제법 괜찮은 사양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1~2년 뒤에는 확실히 메리트가 있겠다는 의견이 다수입니다.

다만 게이밍 스마트폰이 압도적인 가성비, 우월한 성능, 차별화된 디자인을 갖추더라도 해결하기 힘든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호환성과 콘텐츠입니다. 제아무리 하드웨어 성능이 뛰어날지라도 게이밍 스마트폰이 갖추고 있는 자체 운영체제와 게임 간에 최적화는 물리적으로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현실에 녹아들기 어려운 최신 기술의 관점에서 봤을 때 국내 정발이 실현되어 하루라도 빨리 리뷰를 해보고 싶긴 합니다만, 애초에 고성능을 요구하는 모바일 게임이 먼저 히트 쳐야 되는 것이 순리인 것 같기도 합니다. 아이온 노트북, 배그 PC, 로스트아크 컴퓨터라는 별명으로 PC가 불티나게 팔렸던 그때처럼 말이죠.

▲ 운영체제 호환성을 생각하면 미래가 깜깜하기도 합니다

▲ 리뷰 쓰게 공식 정발 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