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챗 앤 클랭크' 시리즈는 시장과 시간에 관계없이, PS의 대표 시리즈로 오랜 기간 팬들의 사랑을 받아 왔습니다. 3D라고 하기도 민망했던 PS1 시대 이후, PS2의 발매 초기부터 런칭 타이틀로 출시되면서 북미 게임의 인기가 저조한 일본에서조차 인기를 누리며 명실상부 PS 진영의 공신으로 자리잡았죠.

다만, 지난 세대인 PS4 시절 인섬니악이 뜬금 '마블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개발을 맡으면서 라챗 앤 클랭크 시리즈의 향후는 불분명해졌습니다. 약 7년 간 이어진 8세대 콘솔의 점유기간 동안 출시된 라챗 앤 클랭크 시리즈는 단 한 작품. 그마저도 기존 시리즈의 시퀄이 아닌, 리부트였기에, 게임 자체는 괜찮았지만 시리즈의 확장을 바라는 게이머들에겐 다소 아쉬운 상황이었습니다.

그리고 오는 6월 11일, PS5의 첫 라챗 앤 클랭크 시리즈인 '라챗 앤 클랭크: 리프트 어파트(이하 리프트 어파트)'가 출시됩니다. 이번 작품은 여러모로 눈여겨볼 부분이 많습니다. 세대가 교체되면서 가히 최종병기급 비주얼을 자랑하는 게임 그래픽도 그렇고, 리부트가 아닌 기존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이었던 2013년판 '인투 더 넥서스'의 뒤를 잇는 시나리오도 한 번쯤 살펴볼 부분입니다.

소니는 '리프트 어파트'의 출시에 앞서, 전 세계 기자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미디어 쇼케이스를 진행했습니다. 이를 통해 3일 간, 시연 데모와 미디어 브리핑,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었죠. 이를 통해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리프트 어파트에 대해 정리해 보았습니다. 기존 팬들에게는 이번 게임이 어떻게 다른지, 그리고 시리즈를 모르는 게이머들에게는 '라챗 앤 클랭크' 시리즈가 얼마나 매력적인 시리즈인지 살펴볼 수 있도록 말이죠.



'둠'의 속도감과 '마리오'의 쾌활함을 동시에 갖춘 공구전사의 이야기

'라챗 앤 클랭크' 시리즈는 3D 플랫포머 슈팅 게임입니다. 플랫포머 게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다양한 기믹들을 게임 내에서 엿볼 수 있고, 전투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원거리 무기를 이용한 슈팅이 주가 되죠. 물론 렌치로 상대를 두들겨 팰 수도 있습니다.

전투 중에는 무기를 실시간으로 바꾸며 싸울 수 있는데, 이렇듯 다양한 무기를 계속해서 바꿔가며 스피디한 전투를 이어간다는 점에서 최근 리부트된 '둠' 시리즈의 전투와 굉장히 유사한 속도감을 보입니다. 자주 쓰는 무기가 점점 강해진다는 시리즈 특유의 특성 덕분에 게이머는 소수의 무기에 집중하는 플레이와 여러 무기를 균형있게 사용하는 플레이 사이에서 자신만의 빌드를 만들게 됩니다.

▲ 흠잡을 곳 없는 무기 이펙트

'플랫포머 게임'으로서의 라챗 앤 클랭크 또한 훌륭한 게임입니다. 직관적인 패드 조작과 점프로 풀어가는 여러 구간이 균형있게 배치되어 있고, 높은 완성도를 보입니다. 이제는 진짜 영웅이 된 라챗과 소심하면서도 할말 다 하는 클랭크의 만담은 게임에 살짝 부족한 유머 센스를 완벽하게 채워주는 감초 역할을 하죠.

'PS5'라는 강력한 플랫폼을 기반으로 삼으면서 일신한 그래픽도 눈여겨볼만한 부분입니다.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화려해진 폭발 이펙트나, 오브젝트가 파괴될 때 볼 수 있는 파편의 물리엔진 효과 등은 리프트 어파트가 PS5의 초기 타이틀로서 전혀 부족함이 없음을 잘 보여줍니다.

▲ 그리고 정말로 예술이 되어버린 폭발



'리부트'없이 그대로 이어지는 스토리

'리프트 어파트'는 후속작입니다. 하지만, 바로 전작인 2016년도 리부트판의 시퀄이 아닌, 앞서 말씀드렸듯 2013년 출시작인 '인투 더 넥서스'의 후속작이죠. 때문에, 해당 작품을 플레이해보셨던 분이라면 익히 아실 '디멘셔네이터'가 게임 시작부터 보입니다. 라챗의 종족인 '롬백스'의 비밀 중 하나이면서, 상대를 타 차원으로 날려버릴 수 있는 무기죠.

▲ 저 디멘셔네이터 때문에 라챗의 고생이 시작됩니다.

'리프트 어파트'의 주요 시스템인 '차원 이동' 시스템의 시나리오상 열쇠가 바로 이 '디멘셔네이터'입니다. 이 디멘셔네이터가 파괴되면서 그 여파로 여기저기에 무작위적으로 차원 균열이 열려 버리죠. '리프트 어파트'는 이로서 완성됩니다. 라챗은 차원 균열을 통해 숨가쁘게 차원 사이를 오가게 되고, 궁극적으로 이 사태를 해결하고, 어디인지 모를 집으로 돌아오기 위한 이야기가 '리프트 어파트'의 핵심 이야기인 셈입니다.

이 핵심 시나리오 줄기는 오랫동안 설정으로 유지되어 있던 라챗의 종족인 '롬백스'의 배결과도 많은 연관이 있습니다. 설정 상 롬백스족은 몰락했고, 대부분의 구성원은 차원 너머로 흩어져 버렸죠. 이번 작품 이전까지, 게임 상에 등장한 롬백스는 한 손의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리프트 어파트에 이르러 차원 균열이 무수히 열리면서 세계는 몸살을 앓지만, 라챗은 긴 숙원인 동족을 찾을 기회를 얻게 되죠.

▲ 적당히 찢어진 균열은 이동 요소로 쓰이기도 하고요



또 다른 주인공 '리벳'

▲ 첫인상은 그저 귀여움

이렇게 차원이 갈라지면서, '리프트 어파트'에는 전통의 주인공 '라챗'과 불량 로봇 '클랭크'외에 또 다른 중요 인물이 등장했습니다. 라챗과 클랭크가 서로 다른 차원으로 떨어지면서 만나게 되는 여성 롬백스이자, 라챗의 평행우주상 인물에 해당하는 인물인 '리벳'이 그 주인공이죠.

'리벳'은 한쪽 팔이 완전히 의수로 이뤄진 롬백스로, 매우 독립적인 성격을 가진 능력 있는 인물입니다. 기본적으로 주인공이면서 라챗의 거울과 같은 캐릭터인 만큼, 라챗만큼 잘 싸우고, 라챗만큼 민첩합니다. 개발진은 리벳의 캐릭터 구축 과정에서 주토피아와 같은 디즈니의 애니메이션과 마블의 히어로 영화에서 많은 영감을 얻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 망치질은 안 귀여움

게임 내에서도 성격은 다를지언정 행동 패턴이나 전투력을 보면 사실상 여성 버전 라챗입니다. 인섬니악은 리벳이 인섬니악에 있어 매우 중요한 캐릭터라 말하며, 신규 게이머들이 게임에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친숙한 캐릭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인터뷰' - 리프트 어파트에 대해서

미디어 브리핑이 끝나고 며칠 후, 게임 디렉터인 '마이크 달리(Mike Daly)'와 약 20분 간 짧게나마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이하 내용은 '리프트 어파트'에 대해 마이크 달리와 나눈 대화의 전문입니다.

Q. 이번 작품은 가장 최근 작품인 2016년의 리부트작이 아닌, 2013년의 '인투 더 넥서스'의 후속작이다. 이로서 시리즈 전체의 스토리 타임라인이 둘로 나뉘게 되었는데, 리부트는 리부트대로 스토리가 진행되는 것인가?

'인투 더 넥서스'의 경우 직접적으로 2016년도 리부트와 연관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2016년 리부트판의 미래에 대해 얘기하자면... 아직은 저로서는 아무것도 알 수 없다.

우리는 리프트 어파트를 기획하면서 최대한 많은 게이머층이 이를 즐길 수 있기를 바랐다. 보통 이렇게 말하면 기존의 팬들이 아닌, 한 번도 시리즈를 플레이하지 못한 게이머들을 포용하기 위함으로 이해하기 쉽지만, 우리가 생각한 많은 게이머층 내에는 '라챗 앤 클랭크' 시리즈의 시나리오가 어디로 향할지를 궁금해하는 기존의 팬들 또한 분명히 포함되어 있었다.

그리고, 기존에 짜여져 있던 '차원'과 관련된 설정과 새로운 주인공을 융합하면, 시리즈를 접해 보지 못한 게이머들과 기존의 팬 게이머들을 모두 포용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 수 있을 거란 결론을 낼 수 있었다.


Q. '리벳'의 구성 과정에서 디즈니와 마블의 작품들에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던 바 있다. 정확히 어떤 부분에서 영감을 얻었나?

먼저, 내가 리벳의 배경을 작성한 작가가 아니기에 리벳의 성격이나 구축 과정 등에 대해 말할 수 있는 부분이 꽤 한정적이라는 부분을 말하고 시작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내가 게임 내에서 리벳을 플레이하며 알게 된 점을 말하자면, 리벳은 그간 등장했던 그 어떤 라챗 앤 클랭크 시리즈의 등장 인물보다 다양한 표정을 가지고 있다.

리벳은 굉장히 다양한 감정을 드러내며, 게임 내에서 볼 수 있는 리벳의 표정과 이에 걸맞는 성우의 연기는 게이머를 게임 내에 이입하는 과정을 극적으로 단축시킨다.

▲ 디즈니 못지 않은 표정 연기의 달인


Q. 인섬니악은 최근 몇 년간 마블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개발에 매진해 왔다 이 과정에서 어떤 노하우를 얻었으며, 이는 리프트 어파트에 어떻게 적용되었는가?

분명, 마블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개발 과정은 리프트 어파트의 개발에 영향을 주었습니다. 마블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개발에서 우리가 배운 점 중 하나는 게임 플레이의 과정 하나하나가 음... 그러니까 이 다음에 게임이 어떻게 펼쳐질지를 궁금하게 만듬으로서 발생하는 '동기 부여'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전의 라챗 앤 클랭크 시리즈에서, 우리는 각 게임 내에서 챕터 간의 뚜렷한 연결 고리를 만들지 않았다. 하지만 리프트 어파트에선 그렇게 했다. 우리는 게임 내 곳곳에 다양한 설정과 이야기를 마련해 두었고, 게이머가 이를 찾아낼 수록 게임의 마지막에 이르러 그간의 게임플레이를 되돌아볼 수 있도록 만들었다.

또 다른 점을 말하자면, 마블 스파이더맨 시리즈를 개발하면서 우리는 백지와 가까운 공간에서 자유로운 이동을 할 수 있다는 요소가 게이머들에게 얼마나 즐거운 요소로 다가갈 수 있는지를 깨달았다. 일방적인 네비게이션에 의존하지 않고 게이머가 스스로 경로를 수립하고, 길을 찾아내는 것은 이미 마련된 가이드라인을 따라가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성취감을 준다.

▲ 게임 속 세계를 돌아다니는 것 또한 중요한 플레이 동기


Q. 리프트 어파트에서 가장 중요한 게이머 경험은 어떤 것일까?

하나는 이미 시리즈에서 전반적으로 등장했던 굉장히 다양한 색채와 독특한 외형을 가진 외계 사회와 생태계를 게이머들이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수많은 무기를 계속해서 바꿔가면서 빠른 템포의 액션 감각을 유지하는 것이다.

나는 '어떤 방식으로 게임을 알아갈 것인가?'라는 의문에 대한 선택에서도 재미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여기에서 게임을 알아가는 과정은 전투에서 어떤 무기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에 대한 것에도 적용된다. 이번 작품의 무기들은 그간 라챗 앤 클랭크 시리즈에서 얻은 피드백과 새로운 콘솔의 하드웨어 성능, 그리고 스파이더맨의 개발 과정에서 얻은 노하우가 합쳐져 전에 없던 감각을 만들어낸다.

▲ 무기 이펙트와 전투 감각은 몇 번 말해도 부족함이 없이 예쁩니다.


Q. 한국에서, 라챗 앤 클랭크 시리즈는 더빙이 잘 된 시리즈로 유명했다. 아직까지 리프트 어파트의 더빙 계획은 공개된 바가 없는데, 추후에라도 더빙을 진행할 용의가 있는가?

아쉽게도, 나는 그 질문에 답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 차후 관련된 정보를 제공할 수 있기를 바란다.


Q.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지만 물어보자면, 리벳과 라챗은 평행 세계의 상대방으로 설정되어 있다. 게임 내에서 라챗과 리벳이 만나게 되면, 타임 패러독스와 같이 어느 한 쪽의 존재가 부정되는 일이 일어나는가?

게임 내에서 리벳과 라챗이 만난다고 둘 다 죽어버리거나 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웃음) 그러니 그 부분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Q. 만약 리프트 어파트를 플레이해야 할 결정적인 이유를 하나만 말할 수 있다면, 무엇을 말하고 싶은가?

너무 많은 멋진 요소가 게임 내에 들어 있기 때문에 참 답하기 쉽지 않지만, 굳이 단 하나를 말하자면, 나는 이번 게임을 지금껏 만든 게임 중 가장 아름다운 게임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것이라면, 플레이할 충분한 이유가 되지 않을까?



Q. 게임을 기다리는 팬들에게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말이 있는가?

먼저, 이번 게임이 게이머분들에게 최고의 라챗 앤 클랭크 게임이라는 건 자신있게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 멋진 세계와 놀라운 이야기, 그리고 매력적인 새 주인공까지 게이머들을 즐겁게 만들 많은 부분을 리프트 어파트에서 찾아볼 수 있다. 기회가 된다면, 꼭 플레이해주시길 부탁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