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즐로 완성된 전통 슛뎀업의 또 다른 해석


'슛뎀업(Shoot 'em up)'이라고 부르는 진행형 슈팅 게임은 오랜 역사가 있는 대표적인 게임 장르 중 하나다. 전투기나 우주선 기체를 조작하여 적의 공격을 피하고 계속해서 나아가야 하는 것이 주요 목적이며, 목표가 단순하고 직관적인 만큼 수많은 파생작들이 등장할 수 있었다. 화면을 가득 채울 정도로 무수한 발사체가 등장하는 탄막 슈팅 장르도 슛뎀업의 하위 장르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슛뎀업은 장르의 파생이 많고 메이저 계열에 속하는 만큼, 같은 장르 속 다른 게임들과 차별성을 두기 어려운 장르이기도 하다. 그간 유명 IP의 캐릭터를 활용하거나 나름의 스토리를 넣는 경우도 왕왕 있었지만, 게임 플레이에서는 별다른 차이를 찾기 어려운 것이 대부분이었다.

스팀을 통해 출시된 신작 '플로잉 라이트(Flowing Lights)'는 슛뎀업의 문법을 유지하면서도, 다른 게임들과 차별화되기 위한 노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고전 아케이드 슈팅 게임의 비주얼에 '중력 퍼즐'을 가미하여 새로운 해석은 보여준 이 게임은 과연, 슈팅 게임 장르 팬들의 가슴 속에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 게임 중 하나로 기억될 수 있을까?

게임명 : 플로잉 라이트(Flowing Lights)
장르명 : 탑다운 슈터
출시일 : 2021.05.08.
개발사 : gFaUmNe
서비스 : gFaUmNe
플랫폼 : PC, Xbox One, 시리즈 X/S, 스위치



물처럼 흐르는 탄막과 '슈팅 + 퍼즐'의 재미


80년대 고전 아케이드 게임의 비주얼을 연상케 하는 플로잉 라이트의 첫인상은 일반적인 슛뎀업 장르의 게임들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외계인처럼 보이는 적들이 플레이어 기체를 향해 투사체를 발사하고, 이를 피하며 적 기체를 격추해야 한다는 점까지는 완벽히 같기 때문이다.

플로잉 라이트가 일반적인 슈팅 게임들과 다른 점은, 게임 내 주요 요소로 '퍼즐'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게임 속에는 총 200개 이상의 짧은 미션이 등장하며, 각 미션은 저마다 다른 전술을 요구하는 퍼즐들로 꾸며졌다. 무작정 탄환을 뿌려서 눈앞에 존재하는 모든 장애물을 쓸어버리는 것이 아닌, 각 상황에 맞는 더 효율적이고 빠른 방식을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플로잉 라이트의 퍼즐에 신선함을 더해주는 요소가 더 있으니, 바로 게임 제목에도 있는 '물 흐르듯 흘러가는 탄환'이다. 게임 속에는 학창시절 지리 시간에 볼 수 있었던 등고선 지도처럼 높낮이가 다른 다양한 지형이 등장하고, 플레이어 기체가 발사하는 탄환은 이 높낮이에 따라 마치 물처럼 흘러간다. 매번 어떻게 해야 지형의 영향을 덜 받을 수 있을지 고민하거나, 때로는 지형을 이용해서 절대 맞출 수 없을 것처럼 보였던 적의 무리를 일망타진할 수도 있는 것이 '플로잉 라이트' 속 퍼즐의 매력이다.


플레이어가 게임 속에서 활용할 수 있는 무기는 정면의 적을 빠르게 공격할 수 있는 단발형 탄환과 방향과 세기를 직접 컨트롤할 수 있는 '충전형' 탄환의 두 가지다. 네 마리 이상의 적의 무리를 빠르게 처치할 때는 단발형 탄환이 유효하지만, 게임 속 퍼즐 요소를 해결할 때는 대부분 충전형 탄환이 사용된다.

미션 하나하나를 완수할 때마다 나의 기록이 표시되고, 온라인 리더보드를 통해 성적이 매겨진다. 이를 통해 자신의 공략법이 과연 '베스트 공략법'인지, 부족한 점은 없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만약 부족하다고 느껴지면 언제든 R키를 눌러 해당 미션을 다시 시작할 수도 있다. 이처럼 부담 없이 계속해서 도전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게임 시스템 역시 퍼즐의 재미를 더해주는 요소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 탄환을 피하며 적과의 거리를 사정거리까지 좁히고,

▲ 지형 적 특성을 충분히 활용하여 적을 격추해야 한다



복잡한 퍼즐인가? 통쾌한 슈팅인가?


플로잉 라이트는 슛뎀업 장르에 퍼즐 요소를 더해 독창적인 매력을 담아냈지만, 자신이 기대하고 있는 가치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호불호가 크게 갈릴 수 있는 게임이다.

먼저 자신이 '슈팅'에 가치 비중을 높게 두었다면, 화면 속 적을 빠르게 쓸어버릴 수 있는 슈팅 게임 특유의 통쾌한 매력 부분에서 아쉬움을 느낄 수 있다. 적 하나하나를 어떤 방식으로 격추할 것인지 면밀히 따져보고 탄환 한발 한발에 의미를 두어야 하다 보니, 어떨 땐 슈팅 게임이라기보다 정해진 공략이 있는 '묘수풀이 게임'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반대로 '퍼즐'에 가치를 두었다면, 단순히 머리를 쓰는 것 이외에도 대부분의 퍼즐 풀이에 '피지컬'을 요구하는 점이 아쉽게 느껴질 수 있다. 수십 번의 도전 끝에 어떤 적을 어떻게, 어떤 순서로 잡아야 한다는 것까지 모두 파악했더라도, 막상 손이 따라주지 않으면 미션을 클리어하기 어려운 경우가 자주 발생하기 때문이다. 퍼즐의 해법을 파악한 것과는 별개로, 미션을 클리어하는 속도가 곧 '퍼즐을 잘 풀었느냐'를 판가름하는 척도이기 때문에, 피지컬을 통한 조작법의 숙련은 귀찮고 어렵다고 무시할 수 있는 부분도 아니다.


특히 대부분의 퍼즐 풀이에 활용하게 되는 '충전형 탄환'은 마우스 버튼을 눌러 탄환을 자리에 세팅한 뒤, 방향키로 탄환의 궤도와 세기를 정하는 별도의 조작이 요구되므로, 생각한 대로 활용할 수 있을 정도로 숙련되기까지 꽤 시간이 필요하다. 결국 보는 시각에 따라서는 퍼즐 풀이의 재미에도, 슈팅 게임의 통쾌한 재미에도 온전히 다다를 수 없는, 어딘가 2% 부족한 게임이 되어버리는 셈이다.

이외에도 게임 내 스토리, 캐릭터 디자인을 통해 흥미를 얻을 수 있는 요소는 없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퍼즐의 다양성을 위한 레벨 구성은 200종에 달하는 미션 수만큼 다양하다고 할 수 있지만, 비주얼적인 부분만 떼놓고 보면 모든 스테이지가 비슷하게만 보인다. 그러다보니 갤러그나 스페이스 인베이더 같은 '고전 아케이드 게임을 연상케 하는 감성'이라는 초반 인식 이후로는, 전체적으로 단조롭다는 인상이 깊게 남았다.

▲ '리더 보드에 이름 남기기'에서 의미를 찾지 못하면, 게임을 지속할 명분을 찾기 어렵다




'플로잉 라이트'는 빠르게 날아오는 적의 투사체를 피하고, 적을 격추하는 슈팅 게임의 기본에 퍼즐의 재미를 더한 게임이다. 서로 다른 두 장르를 결합하는 과정에서 슈팅 게임 특유의 통쾌한 맛은 다소 줄었지만, 개발자가 고심을 거쳐 완성한 200종 이상의 퍼즐 미션은 플레이어에게 충분한 놀거리를 제공한다. 볼륨 대비 10,500원이라는 가격 역시 합리적이라고 느껴지는 편이다.

슈팅, 혹은 퍼즐 요소가 너무 어려워서 게임 속 콘텐츠를 제대로 즐기지 못할까 걱정할 필요도 없다. 슈팅 게임이나 퍼즐에 익숙치 않은 유저라도, 게임 속 200개 미션을 어떻게든 클리어할 수 있도록 '범퍼 모드'와 '불릿 타임' 등 다양한 방식의 보조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물론, 리더보드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기는 어렵게 되겠지만 말이다.

단순히 버튼만 연타하는 방식 대신 항상 전략을 고민하고, 미션 클리어를 위해 정교한 컨트롤이 요구되는 색다른 슈팅 게임을 찾고 있다면, '플로잉 라이트'는 좋은 선택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