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배니아를 만나 더 즐거워진 슈팅 액션


인디 게임 개발사인 인디고블루 게임 스튜디오에서 스팀을 통해 신작 슈팅 액션 게임 'ASCENXION(어센션)'을 공개했다. 인디고블루 게임 스튜디오는 김혜겸 대표가 홀로 이끄는 1인 개발 스튜디오로, 현재까지 스플릿 불릿, Vectorium, Blindia 등 여러 작품을 스팀에 출시해온 바 있다.

인디고블루는 첫 작품인 스플릿 불릿부터 신작에 이르기까지, 줄곧 슈팅 게임이라는 하나의 우물만 집요하게 공략해왔다. 매 작품마다 새로운 도전을 선보였고, 시행착오를 거치며 '재미있는 슈팅 게임'이 갖춰야 하는 요소들을 하나씩 탄탄히 쌓아나갔다. 어센션은 그가 세 개의 슈팅 게임을 개발하고, 출시하면서 쌓아온 모든 노하우가 응축되어 있는, 그야말로 '액기스' 같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어센션은 인디고블루의 주종목이라고 할 수 있는 슈팅을 갈고 닦는 것에 그치지 않고, '메트로배니아'라는 새로운 요소를 접목하여 색다른 재미를 추구한 것이 특징이다. 슈팅 게임 장르에서는 베테랑이라고 할 수 있는 그들이지만, 메트로배니아는 장르에서는 '초심자'나 다름없을 것이기에 걱정의 마음도 지울 수 없었다. 정식으로 출시된 '어센션'은 과연 메트로배니아와 슈팅이 맛있게 버무려진 작품이 되었는지 직접 확인해보았다.

게임명 : 어센션 (ASCENXION)
장르명 : 슈팅 액션 + 메트로배니아
출시일 : 2021.05.14.
개발사 : IndigoBlue Game Studio
서비스 : IndigoBlue Game Studio
플랫폼 : PC

관련 링크: 'ASCENXION' 오픈크리틱 페이지


어색하지 않게 어우러진 '메트로배니아 + 슈팅 액션'


정식 출시된 어센션을 접하고 가장 먼저 느낀 것은 '이번엔 제대로 칼을 갈고 나왔구나'라는 인상이었다. 지난 2020년 방구석 인디 게임쇼 행사에서 플레이해보았던 데모 버전은 단순히 슈팅 게임에 던전 크롤링 요소를 더했다는 감상에 그쳤지만, 정식 버전은 그야말로 '메트로배니아' 장르의 게임을 플레이한다는 느낌이 가득했다.

처음엔 통과할 수 없는 지역이나 샛길이 던전 곳곳에 배치되어 있고, 엘리트 유닛이나 보스를 잡으면 그 보상으로 새로운 장비를 얻어 활동할 수 있는 범위가 점점 넓어진다. 새로운 장비를 착용하여 새롭게 해금된 지역까지 돌아갈 때는 미니맵 포탈을 타고 단숨에 이동할 수 있으므로 이동에 불편함을 느낄 일도 없다. 보물지도처럼 보이는 단서를 통해 맵에는 표시되어 있지 않은 '숨겨진 지역'을 탐험하고, 강력한 무기와 보상을 얻을 수 있는 세심한 재미 요소도 빠짐없이 구현되어 있다.

보스를 처치할 때마다 장비가 한층 강화되고, 하나씩 차례로 단계를 밟아 올라간다는 느낌을 받으며 편안하게 플레이할 수 있는 매끈한 레벨 디자인도 인상 깊다. 리뷰를 위해 5시간가량 쉬지 않고 플레이하는 동안 단 한 번의 막힘 없이 스토리 진행이 가능했고, 복잡하게 꼬여있는 길 찾기나 퍼즐에 막히는 일 없이 다양한 구성의 스테이지를 하나하나 지나며 탐험의 재미를 온전히 만끽할 수 있었다.



슈팅 장르 베테랑 개발사답게 슈팅 요소 역시 알차게 구성됐다. 플레이어는 위력과 궤적, 사정거리, 연사 속도가 모두 다른 10종 이상의 다양한 기본 공격부터 무기에 따라 달라지는 특수 효과, 충전 정도에 따라 달라지는 4개의 스킬을 동시에 운용할 수 있다. 또 착용한 장비의 성능에 따라 기본 공격의 성질이 크게 달라지기도 하므로, 각 보스의 특징에 맞춰 입맛에 맞게 무기를 바꿔가며 나만의 공략법을 찾아내는 방식으로도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이외에도 짧은 거리를 이동하면서 한순간 무적 판정을 얻을 수 있는 '회피' 기능이 존재한다. 회피는 스킬과 같은 에너지를 사용하므로, 상황에 따라 한정된 에너지를 회피에 활용할 것인지, 스킬에 활용하여 화력을 집중할 것인지 전략적으로 판단해야만 한다.

보통 슈팅 장르의 게임에 익숙지 않은 경우엔 무자비하게 쏟아지는 적들의 탄환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파훼법을 찾지 못해 이내 게임을 포기해버리는 경우도 흔하다. 이러한 특징 탓에 공포나 리듬, 격투 장르의 게임이 그런 것처럼, 지레 겁을 먹고 입문조차 망설이는 이들도 많이 있을 정도다.

하지만 어센션에서는 유저가 활용할 수 있는 공격과 회피 패턴이 다양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강력한 성능의 장비들이 등장하기 때문에 슈팅 장르에 면역력이 없는 유저라도 큰 부담 없이 엔딩까지 플레이할 수 있다. 이점은 일반적인 슈팅 장르에 '메트로배니아'라는 새로운 장르를 접목하면서 생겨난 의외의 매력 포인트라고도 할 수 있다.


▲ 몇몇 보스들은 장비 구성에 따라 더욱 쉽게 공략할 수 있다




메트로배니아 요소는 추가 담금질이 필요하다


게임 플레이를 하는 동안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운 점들이 많이 두드러졌으나, 아쉽게 느껴지는 것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개선되었으면 좋겠다고 느껴지는 부분이 몇몇 존재했는데, 대부분은 메트로배니아 요소와 관련된 것들이었다.

가장 먼저 개선되었으면 하는 것은 미니맵 편의 기능의 개선이다. 어센션은 보기 쉽게 정리된 깔끔한 미니맵 기능을 제공하지만, 주요 오브젝트와 자신의 위치 이외에 탐험에 필요한 필수 정보 몇 가지를 표시해주지 않는다. 대표적인 것이 아직 방문하지 않는 부분의 구분, 그리고 퀘스트 NPC의 표시다.

메트로배니아 장르의 게임에서 모든 맵을 해금하고, 숨겨진 부분까지 구석구석 살펴보는 것은 빼놓을 수 없는 핵심 요소라고 할 수 있다. 몇 가지 포인트에는 추가 아이템을 획득한 뒤, 혹은 NPC가 주는 퀘스트를 해결한 후에야 진입할 수 있게 되곤 하는데, 이러한 부분의 추가 안내가 없다 보니 몇몇 부분은 해결하지 못한 채 진행하게 되는 일이 왕왕 있었다.

전체 맵이 구역별로 나뉘어 있다 보니 초반 지역 포탈은 지도에서 확인할 수 없게 되고, '지나쳐버린 부분들'에 대한 아쉬움은 배가된다. 스토리 진행에는 큰 차질이 없었으나, 즐길거리를 놓치고 지나갔다는 생각에 아쉬움이 남게 되는 부분이 아닐 수 없었다.

▲ 미니 맵은 보기 편하고 깔끔하지만, 일부 편의 요소가 아쉽다

어센션은 단순하지만 직관적인 그래픽으로 꾸며졌다. 이러한 비주얼 덕분에 빠르게 움직이는 도중에도 플레이어 기체와 적, 그리고 적이 발사하는 투사체와 같은 위험 요소를 한 눈에 구분하기 쉽다.

다만 맵 비주얼은 다소 단조롭게 느껴지는 편이다. 맵마다 얼음 지대와 용암 지역, 고성 같은 키워드가 존재하나, 바뀌는 것은 전체적인 맵의 색감 정도에 그치는 편이다.

등장하는 적들도 투사체의 종류가 다를 뿐 다들 비슷비슷한 외형을 하고 있어서, 게임을 즐겁게 플레이한 것과는 별개로 기억에 남는 인상적인 비주얼의 적이나 지형을 떠올리기는 어려웠다. 매력적인 캐릭터나 상징적인 비주얼이 부족하다 보니, 성경 구절을 인용하여 나름 체계적으로 준비한 게임 속 스토리도 특별한 인상을 주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아쉽게 느껴졌다.

▲ 단순하지만, 적 기체와 위험한 투사체를 쉽게 구분할 수 있다

▲ 색만 조금씩 다를 뿐, 맵 구성은 대체로 정적이다





어센션(ASCENXION)은 몇 가지 아쉬운 점을 고려하더라도 '수작'이라는 평가가 절대 아깝지 않은 작품이다. 1인 개발자가 만든 인디 게임이지만 게임 볼륨은 물론, 슈팅과 메트로배니아의 재미까지 하나의 작품 속에 맛있게 담아냈다. 그럼에도 가격은 단돈 만 원에 불과하다. 2~3만 원은 기본으로 가져가면서 얼리억세스 수준의 볼륨을 보여주는 몇몇 게임들과는 분명히 비교되는 모습이다.

비록 게임 속에 기억에 남는 인상적인 캐릭터는 없었지만, 인디고블루 게임 스튜디오라는 개발사의 이름은 분명히 기억에 남았다. 이들이 어센션에서 얻은 노하우를 더해 새롭게 만들어낼 신작은 어떤 게임일지, 전문 분야인 '슈팅'에 또 어떤 장르의 게임을 맛있게 버무려낼지 벌써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