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진행한 '블레스 언리쉬드' PC 버전 글로벌 CBT는 '블레스 언리쉬드'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키는 계기가 됐다. 블레스라는 IP에 대한 선입견에도 불구하고 신작 논타겟팅 MMORPG로서 '블레스 언리쉬드'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동시에 해결해야 할 숙제를 제시했기 때문이다.

글로벌 CBT 당시 UI/UX는 빈말로도 좋다고 할 수 없었고 최적화 역시 아쉬움이 있었다. 물론, 이 정도는 CBT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는 문제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따로 있었다. 게임의 핵심인 전투 시스템에 대한 거였다. 지난 CBT에서 보여준 '블레스 언리쉬드'의 전투 시스템은 한마디로 말해 터무니없이 무거웠다.

콤보와 회피 기반의 전투 시스템은 경쾌한 기존의 논타겟팅 MMORPG와는 다른 묵직한 손맛을 안겨줬으나 콤보는 툭하면 끊기기 일쑤였고 블레스에 따라 바뀌는 스킬과 콤보 시스템은 블레스 저마다의 매력을 보여주기보다는 불편함만 안겨줬다.

많은 유저들이 개선을 요구했고, 이에 라운드8 스튜디오는 UI/UX는 물론이고 액션의 쾌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전투 시스템 역시 개선할 것임을 약속했다. 그렇게 4개월이 지난 지금, '블레스 언리쉬드'가 파이널 테스트를 진행했다. 그간의 개선 사항을 반영해 정식 서비스에 앞서 마지막 담금질에 나선 셈이다. 과연 '블레스 언리쉬드'는 얼마나 바뀌었을까. 지난 5일간의 파이널 테스트를 통해 그 변화를 확인하는 시간을 가져봤다.


파이널 테스트에서 가장 큰 변화를 꼽자면 전투 시스템의 개선을 들 수 있다. 라운드8 스튜디오는 지난 글로벌 CBT에서 취합한 피드백을 기반으로 두 가지 측면에서 전투 시스템을 개선했다. 첫 번째는 전투 템포다. '블레스 언리쉬드'의 전투 시스템은 콤보를 기반으로 한 평타와 스킬로 구성되어 있다. 콤보를 이어가며 적을 공격하는 한편, 틈을 봐서 스킬을 날리는 식이다.

설명만 들으면 그럴듯해 보인다. 하지만 기존의 콤보 시스템은 치명적인 문제가 있었다. 콤보가 이어질수록 공격력이 강해지지만, 회피하거나 공격을 멈추면 콤보가 그대로 끊긴다는 거였다. 일반 몬스터를 상대로는 사실 큰 문제랄 것도 없다. 한 대만 쳐도 경직이 걸려서 얼마든지 콤보를 이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필드 보스나 인던 보스는 달랐다. 경직이 없을뿐더러 터무니없이 강하다. 한 대만 맞아도 반피가 넘게 빠지기 일쑤이기에 프리딜 찬스가 아니라면 한두 대 치고 빠지는 식으로 전투가 진행될 수밖에 없었다. 이러니 전투에서 재미를 느낄 수 있을 리 만무하다.

파이널 테스트에서는 이랬던 콤보 시스템을 회피하거나 콤보를 멈춰도 일정 시간 콤보가 유지되도록 개선했다. 분명 큰 변화는 아니다. 하지만 이 작은 변화로 인해 전투 템포가 한결 빨라진 것도 사실이다. 콤보가 끊기지 않으니 회피하면서 얼마든지 콤보를 이을 수 있게 됐고 그 결과 전투 역시 한층 역동적으로 바뀌었다.


전투 템포의 개선에 이어 전투 시스템의 한 축을 담당하는 블레스 시스템 역시 대대적인 변화를 겪었다. 일종의 특성 시스템으로, 이전에는 블레스에 따라 쓸 수 있는 콤보와 스킬이 달랐다. 같은 직업이라도 어떤 블레스를 선택했는지에 따라 전투 스타일을 달라지게 함으로써 직업 간 개성을 극대화하고자 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의도와 달리 기존의 블레스 시스템은 콤보와 스킬을 제한하는 제약으로만 여겨졌다. 이에 블레스 시스템은 콤보와 스킬을 바꾸는 방식에서 저마다 개성적인 메커니즘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버서커의 용맹의 기억과 늑대의 징표 블레스가 대표적이다. 용맹의 기억은 강력한 버프 대신 스킬을 2회 추가 충전하거나 최대 체력이 증가하는 등 밸런스형 블레스인 반면, 늑대의 징표는 모든 스킬의 쿨타임이 줄고 스킬 공격력이 향상하는 대신 받는 피해가 증가하는 하이리스크 하이리턴형 블레스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블레스마다 메커니즘을 명확히 부여함으로써, '블레스 언리쉬드'는 전투 시스템에 신선한 변화를 줬다.


전투 시스템과 관련해 눈에 띄는 개선을 보인 '블레스 언리쉬드'지만, 아쉬운 점이 없던 건 아니다. 앞서 전투 템포를 개선했다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콤보 시스템을 개선한 것에 불과하다. 모션이라고 해야 할까. 근본적인 전투 속도는 다른 논타겟팅 MMORPG와 비교하면 많이 느려서 여전히 아쉬움이 남았다.

논타겟팅 액션 게임이라면 즉각적인 반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공격하든 피하든 바로 반응하지 않으면 "아오! 피했다고(쳤다고)!"하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볼 때 '블레스 언리쉬드'는 아직도 많이 느리다. 전체적인 모션 자체가 느리다고 해야 할까. 버튼을 누르고 0.5초는 지나야 무기를 휘두르고 콤보도 한세월이다. 실제로 지난 파이널 테스트에서 많은 유저가 공격 속도가 너무 답답하다고 지적한 만큼, 이를 개선할 필요성이 있어 보였다.


공격 속도 외에도 개선이 필요해 보이는 건 또 있었다. 회피에 대한 부분이다. '블레스 언리쉬드'는 전통적인 MMORPG와 달리 탱딜힐의 구분이 옅다. 탱커랄 수 있는 가디언도 필드 보스나 인던 보스의 공격을 맞기만 해선 버틸 수 없다. 그렇기에 적의 공격을 피하고 치는, 콘솔 액션 RPG의 그것에 가까운 플레이 방식이 요구된다. 문제는 그러기 위한 회피 게이지가 너무 적다는 부분이다. 많이 개선됐다지만 아직도 부족하다. 기껏해야 두 번 연속으로 피하면 회피 게이지가 다 떨어져서 공격이 빤히 보이는데 맞는 경우도 허다했다.


처음부터 콘솔 플랫폼을 염두에 두고 만들었기 때문일까. UI/UX를 비롯해 전투 시스템까지 많은 부분이 개선됐지만, 여전히 '블레스 언리쉬드'는 무거운 느낌이다. 이조차도 게임의 매력이라고 한다면 할 말이 없겠으나, 그 무거움이 게임의 재미를 반감시킨다는 건 치명적인 문제다. 불편한 무거움이다.

PC 버전 글로벌 CBT 때부터 줄곧 거론된 공격 속도 문제다. 이제 정식 서비스까지 조금 더 남은 상황. 좀 더 완성도 높은 논타겟팅 MMORPG로서 데뷔하기 위해선 마지막 감량에 들어갈 필요가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