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버워치 리그(OWL)가 2021 시즌 초반부터 색다른 조짐을 보이며 출발했다. 샌프란시스코 쇼크의 리그 2연패라는 기록처럼, 그동안 OWL은 소수의 지역 최강팀이 흐름을 주도하는 양상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이번 시즌은 초반부터 예사롭지 않은 팀-지역 간 대결 구도가 나오고 있다. 작년까지 아시아의 상하이와 북미의 샌프란시스코가 지역 토너먼트부터 그랜드 파이널 결승까지 향했다면, 올해는 시즌 초반부터 이들의 독주를 막는 다양한 팀이 등장하고 있다. 다수의 신예를 중심으로 리빌딩한 뉴욕, 한국인 탱커진을 적극적으로 기용한 휴스턴, 과거 엘리먼트 미스틱 멤버를 중심으로 뭉친 댈러스 등 새로운 이야기가 있는 팀들이 리그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게다가, 올해부터 월별 토너먼트에서 동부-서부 상위 2팀 간 대결할 수 있게 됐다. 작년까진 9월 그랜드 파이널에서나 지역 간 대결을 볼 수 있었다. 치열한 순위 경쟁이 벌어진 아시아 지역의 수준이 높아 보인다는 평가가 시즌 중에 지배적이었다면, 올해는 입소문이 아닌 토너먼트 경기 결과로 확인할 수 있다.

첫 지역 토너먼트 결과 역시 많은 이를 놀라게 했다. 샌프란시스코 쇼크가 아닌 새롭게 서부를 대표하는 팀이 등장하면서 지역 토너먼트와 함께 리그가 새로운 그림을 그려나가기 시작했다. 마침 지난주 열린 6월 토너먼트의 첫 주차부터 대이변이 일어나기도 했다. 그렇게 2021 시즌 초부터 오버워치 리그를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대결 구도가 여럿 나왔다.


동부 vs 서부


올해 OWL 시즌 중 가장 크게 달라진 부분이다. 서구권에서 활동하던 LA 발리언트-필라델피아 퓨전-뉴욕 엑셀시어가 동부로 합류하면서 지역 내 경쟁 구도에도 변화가 생겼다. 나아가, 누가 동-서부 지역의 대표를 선발하는 토너먼트까지 진행되면서 어떤 팀이 최종 대표가 될지 모르는 경기 양상이 나왔다. 작년 그랜드 파이널 4강 팀 중 세 팀(퓨전-서울-상하이)이나 동부에 속해 있기에 시즌 초반 우세를 점치긴 쉽지 않았다.

서부에서는 더 큰 지각 변동이 일어났다. 매년 중-하위권에 머물던 댈러스-휴스턴이 리빌딩과 함께 크게 성장한 것이다. 이들이 샌프란시스코 쇼크의 독주마저 넘어서면서 서부는 완전히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5월 토너먼트의 우승팀인 댈러스의 행보는 신선했다. 시즌 중에는 아쉬운 점들을 보이다가 토너먼트에 들어서니 자신들의 장점을 특화해 우승까지 내달렸기 때문이다. 현 메타라고 하는 것을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새롭게 해석해나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엘리먼트 미스틱 출신의 윤희원 감독과 '스파클-도하'라는 딜러진을 주축으로 팀을 구성했고, 그래서인지 남다른 팀합과 속도로 리그 최강자가 될 수 있었다.

그렇게 작년 그랜드 파이널에 이어 올해도 첫 대결의 승자는 서부였다. 상하이는 작년부터 동부 최강팀 자리에만 머물러왔지만, 항상 마지막 순간에 서부 팀을 넘지 못했다. 이번 시즌 중에 서부를 넘어 동부의 자존심을 일으킬 팀이 나올 수 있을까.

▲ 막강해진 서부 팀들, 댈러스 vs 휴스턴


베테랑 vs 신예


지난주 6월 토너먼트의 예선이 시작하기가 무섭게 이변이 나왔다. 필라델피아와 뉴욕의 대결이었는데, 뉴욕이 반전의 승리를 거뒀다. 필라델피아는 5월 정규 시즌에서 단독 1위를 달리고 있었다. 반대로, 5월의 뉴욕은 다수의 신인들이 뭉쳐 합을 맞추기 급급해 보였다. 그런 두 팀의 대결에서 하위권 뉴욕이 필라델피아를 끌어내리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필라델피아는 경험 많은 선수들로 구성한 팀이다. 팀원 대부분이 OWL에서 오랫동안 활동한 만큼 노련했다. 올해 다른 팀에 비해 뒤늦게 팀이 완성됐음에도 시즌 초반 합면에서 흐트러짐이 없었기에 정규 1위 자리까지 오를 수 있었다.

그렇지만 신예들이 합이 맞기 시작하자 더 무서운 경기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쪼낙' 방성현을 중심으로 팀적인 플레이가 이뤄지기 시작하더니 신인 개개인 활약마저 돋보였다. 특히, 딜러 '플로라'가 신예 특유의 과감한 플레이와 뛰어난 에임의 강점을 제대로 살리는 경기를 펼쳤다. '플로라'와 같은 '괴물 신인'이 점차 늘어나면서 베테랑 선수 중심의 리그가 변화할 수도 있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영원한 강자는 있다 vs 없다

▲ 엘리먼트 미스틱 출신 3인방(출처 : 댈러스 퓨얼)

샌프란시스코 쇼크는 시즌 초반에 종종 흔들리곤 했다. 시즌 중에 기량을 끌어올렸더라도, 월별 토너먼트 결승에서 준우승을 기록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랜드 파이널에 도달했을 때 최종 승자가 될 줄 알았다. 메타에 완벽히 적응하고 모든 변수를 차단할 로스터가 완성되면서 가능한 결과였다. 올해는 더 아쉽게 출발했지만, 쇼크는 언제나 그랬듯이 마지막 주인공이 되려고 하는 팀이다.

반대로, 이번에 우승한 댈러스의 멤버들은 그런 샌프란시스코에게 마지막에 좌절해본 기억이 있다. '스파클' 김영한은 작년에 파리 이터널로 리그에 데뷔하자마자 우승을 차지했다. 겐지 메타에서 특출난 재능을 발휘하면서 우승할 수 있었지만, 이후 변화에 팀이 전반적으로 적응하지 못하면서 기존 강호 필라델피아-샌프란시스코에게 서부 대표 자리를 내줬다. '피어리스' 이의석 역시 상하이 지역 토너먼트에서 많은 우승을 거두고 그랜드 파이널 결승에서 쇼크에게 무너진 경험이 있다.

다만, 이번 5월 토너먼트를 우승한 댈러스에겐 색다른 신호가 느껴졌다. '스파클'이 한동안 잘 다루지 못 했던 트레이서를 수준급으로 다루게 됐고, 이에 맞춰 '도하' 김동하의 솜브라 역시 짧은 기간 내에 더 성장했다. 거기에 '피어리스' 이의석의 움직임까지 팀과 어우러지면서 남다른 속도와 합으로 무장한 댈러스가 탄생할 수 있었다.

작년 상하이-샌프란시스코는 특정 메타에 강한 팀에게 한 번은 패배했을지 몰라도 다시금 제자리를 찾았다. 그러면서 지역 최고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올해 댈러스 우승에서 볼 수 있듯이 이제 다른 팀-선수들도 메타를 넘어서려는 조짐을 보인다. 시즌이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보여준 변화였기에 더 대단하다. 댈러스를 비롯한 팀들의 행보에서 OWL 2연패를 달성할 때의 쇼크에 도전할 만한 가능성이 느껴졌다. 그렇게 다양한 대결 구도와 팀들이 어우러진다면, 6월부터 그랜드 파이널까지 이어지는 토너먼트에서 이전과 다른 양상을 기대해봐도 좋을 것 같다.

이미지 영상 제공 :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