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방미인 '노페' 정노철 감독이 잠시 마이크를 내려 놓고, 다시 지휘봉을 잡고 중국으로 향한다. 중국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IG다.

IG의 스프링 성적은 9승 7패 +6로 9위. IG라는 이름값에 비하면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 서머에서 우승 혹은 그에 근접한 성적을 거둬 롤드컵 선발전을 통한 방법이 아닌 이상 롤드컵에 진출할 길은 없다. 게다가 LPL의 경우 작년보다 롤드컵 시드가 한 장 줄어, 경쟁이 더 치열하다.

지도자로 처음부터 탄탄대로였던 정노철 감독, 이후 한국에서의 만족스럽지 않았던 성적, 그리고 꿈꿔왔던 LCK 중계.

중계에 대한 열망은 꾸준하나, 지금 당장은 좋은 팀과 제안으로 마지막이란 비장함을 가지고 롤드컵 우승을 외치는 정노철 감독. 시즌 초 합류가 아닌 절반을 보낸 뒤의 합류라 시간이 턱없이 부족한 점이 마음에 조금 걸리지만, 잘할 수 있다는 정노철 감독의 말에선 한 치의 흔들림 없는 자신감이 확고히 느껴졌다.


Q. 다시 감독직을 수행하게 됐다.

올해 초, IG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여러 방면에서 검토를 거듭하며 대화를 하고 있었는데, 이야기가 길어졌다. 그런데 원래는 해설위원에 더 초점이 가 있었고, LCK에 합류할지 결정해야 할 타이밍이 다가와서 해설위원으로 합류하게 됐었다.

원래는 해설을 시작하면 최소 1년은 무조건 채울 생각이었다. 그러던 찰나, 다시 IG 측과 이야기를 이어갈 기회가 생겼는데, IG 측에서도 흔쾌히 좋은 제안을 해줘서 마음이 움직였다. 무엇보다 '더샤이', '루키' 선수와 함께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그리고 와이프와 '더샤이' 선수 어머니와 친분도 있었고(웃음),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대화가 잘 풀렸다.

그리고 해설위원으로 경기를 지켜보다 보니 다시 한번 현장에서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롤드컵 우승을 못해본 것이 내내 마음에 걸려 다시 도전하게 된 듯하다.


Q. 처음부터 LPL을 고려하고 있었나? 아니면 자연스레 좋은 제안이 와서 중국행 선택을 하게 된 것인가?

한화생명e스포츠를 떠난 시점부터는 스태프보단 해설위원에 대한 마음이 더 컸다. 당시 상황을 조금 더 자세히 말하자면, 중국에서 세 팀 정도가 오퍼를 보내줬고, 그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팀이 IG다. 하지만 e스포츠 업계에 몸담고 있으면서 현재 최종적인 목표는 해설위원이긴 하다. 해설에 대한 생각은 선수 은퇴 후부터 쭉 있었다.

코칭 스태프도 우연치 않게 시작하게 됐다. 쿠 타이거즈 감독으로 처음 지도자의 길을 걸었는데, 당시 팀의 안정화가 이뤄질 때까지만 감독직을 수행할 생각이었다. 당시 쿠TV에서는 리그도 출범할 계획을 가지고 있고, 그쪽 해설위원을 준비 중이었다.



Q. 우여곡절이 있었으나 올해 스프링은 LCK 공식 해설로 보냈다.

코치직을 그만둔 상태라 내가 먼저 어필하지 않으면 나에게 해설 자리로 섭외는 절대 오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내가 먼저 LCK 측에 해설위원을 해보고 싶다는 말을 건넸고, 그래서 시작하게 됐다.


Q. 롤드컵 객원 해설때부터 호평을 받았는데, 원래 말하는 걸 좋아하는 타입인가?

해설위원에 대한 마음이 언제부터 커진 것인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 '클템' 이현우 해설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든 것 같다. 선수 은퇴 후부터 미래, 앞으로 진로에 대한 고민이 정말 많았다. 다시 학교로 돌아가기엔 쉽지 않을 것 같았고, 현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지 계속 생각했다. 이현우 해설을 보고 많이 배우기도 했고, 장기적으로도 e스포츠 업계에서 계속 일하는 게 즐거울 것 같았다.

지도자의 길도 아예 고려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내가 선수 시절 봤던 감독, 코치님들을 보면 스트레스도 너무 많고, 내가 감당하기 힘든 자리 같았다. 그리고 당시에는 내가 만약 감독, 코치인데 나 같은(고집 있는) 선수를 만나면 너무 힘들 것 같다(웃음).


Q. LCK 공식 중계를 위해 어떤 식으로 준비했는지도 궁금하다.

기존 중계진분들이 했던 걸 정말 많이 모니터링 했다. 친분 있는 분들한테 조언도 구하고, 팀에 대한 분석도 많이 했는데 첫 LCK 중계 당시 너무 못했다. 확실히 객원으로 할 때와 실전은 다르다는 걸 느꼈다. 사실 과거 2014년에 마스터즈라는 대회로 중계를 해봤는데, 그때도 처음엔 욕을 좀 먹었다. 그때의 기분이 살짝 들더라.

하지만 꾸준히 주변에서 많은 도움을 주셨다. 특히 챌린저스 리그를 함께한 이동진 캐스터님은 내 LCK 중계까지 모니터링 해주시면서 조언을 건네주셨다. 그리고 정소림 캐스터님도 연락을 주셨고, 함께 중계하는 전용준, 성승헌 캐스터님, 김동준 해설위원님도 피드백을 해주셨다.


Q. LCK 코멘터리에 대한 호평도 꽤 많았다.

해설을 시작하기로 하면서 라이엇과 미팅 당시 내가 최근까지 코칭 스태프를 했던 장점을 살려 분석이나 정보 전달에 자신이 있어서 그런 점을 보여줄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어필했다. 그런데 이미 준비를 하고 있는 중이었고, 자연스레 내가 출연하게 됐다. LCK 중계진에 처음으로 합류했는데도 그런 자리를 만들어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Q. 윤수빈 아나운서와 호흡은 어땠나?

일단 LCK 코멘터리를 준비할 때, 선수들을 피드백 하는 느낌으로 간략히 대본을 작성해서 작가님께 전달드리면, 작가님이 그걸 깔끔하게 정리해주신다.

윤수빈 아나운서님과 호흡은 처음엔 어색한 부분이 있었다. 선수들을 알려주는 입장이면 말할 때 단어 선정이나 중간에 생략해도 서로 알아듣는 부분이 많은데, 아무래도 처음에는 그런 의사소통에서 살짝 어려움이 있었다. 첫 녹화 이후 PD님의 피드백도 있었고, 서로 호흡도 잘 맞아가며 2회 차 녹화부터는 너무 수월했다.


Q. 사실 코칭 스태프 시절에는 뭔가 냉철한 분석가 이미지가 좀 있었는데, 해설, LCK 코멘터리를 진행하면서 푸근하고 훈훈한 동네형 이미지도 생겼다. 원래 성격은 어떤 편인가?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이다. 가끔 처음 보시는 분들은 내가 화났거나 기분이 안 좋은 일이 있는지 오해하는 경우도 간혹 있는데, 전혀 아니다. 선수 시절 팬미팅 때도 그렇게 오해하는 경우가 가끔 있었다. 그래도 친해지면 말을 많이 하는데(웃음). LCK 코멘터리를 통해 좋은 이미지가 생겨서 기쁘다.


Q. 해설과 코칭 스태프, 어느 분야가 더 어렵다고 말할 수 없는 부분이지만, 분명 해설을 하면서 준비했던 여러 과정과 경험이 코칭 스태프 일을 함에 있어서 플러스 요인이 될 것 같다. 게임을 바라보는 방식이라던지. 이에 대한 생각은?

당연히 도움이 많이 됐다. 게임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도 부분에서 큰 차이가 있다고 생각되진 않으나 디테일한 부분을 잡아는 건 자신이 있었다. 반대로 해설을 시작하면서 새롭게 느낀 부분도 많은데, 내가 팀에 소속되어 있을 때는 아무래도 우리 팀 입장에서 계속 생각하게 되기 마련이다. 그런데 해설 입장에서는 최대한 중립적으로 바라봐야 하니까 잘 보이지 않던 부분도 보이기 시작하더라.


Q. 실시간으로 해설을 하면서 다른 해설 위원과 생각이 다른 경우도 많을 것 같다.

LoL에 정답은 없다. 각자의 생각, 관점에 따라 게임을 해석하는 방식이 다르지 않나? 최대한 다양한 관점에서 전달하기 위해 내가 다르게 느낀 부분이 있다면 이런 시선도 있다고 설명을 해드리려 노력했던 것 같다.



Q. 현재 IG는 여전히 인기 많은 팀이지만 최강은 아니다. 어떻게 보고 있나?

스프링 당시 실시간으로 LPL을 챙겨보진 못했다. 챌린저스 리그까지 중계를 하다 보니 시간이 없더라. IG행이 결정된 뒤로는 계속 찾아보고 있다.

아마 IG가 생각보다 저조한 성적을 거둔 이유는 메타의 변화가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 IG가 좋아하는 플레이 방식, 선수들이 가장 잘하는 메타는 2018~19 시즌에 근접하다. 2020년 서머 이후로는 양상이 많이 바뀌면서 용이나 정글 캠프 등과 관련된 운영이 강조된 메타가 오다 보니까 IG 색깔이 줄어들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여전히 개개인의 역량은 최상이라고 생각한다.


Q. 시작부터 최고였다. 락스-EDG, 오히려 아프리카 프릭스와 한화생명e스포츠에서 마음고생이 심했을 것 같은데?

마음고생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내리막길을 걷는 것 같았다. 실제로 성적이 그랬으니. 고민도 정말 많았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어떻게 마음 먹느냐다. 좌절을 맛보기도 했으나 반대로 교훈을 얻은 것도 많다. 그런 부분을 IG에서 어떻게 적용해 더 나아질 것인지, 좋은 밑거름이 되지 않을까 싶다.


Q. 그동안 여러 팀을 옮길 때와 지금의 마음가짐은 어떠한가? 다르다면 어떤 점이 다를까?

아마 격리까지 포함하고 본격적인 연습을 시작할 즈음 곧 서머에 돌입될 것 같다. 스프링부터 하던 게 아니라 내 색깔을 선수들과 융화시키기엔 시간이 많이 부족한데, 그동안 다양한 팀에 있으면서 내 부족함을 많이 느꼈다.

중국을 다녀오면서 조금 바뀌었다. 당시 EDG는 중국 내에서도 엄청 엄하기로 유명했던 팀이고, 실제로 내가 합류했을 때도 그런 분위기였다. 다만, 조금 다른 점은 코치와 선수가 거의 수평적이었다는 것. 그리고 선수들과 대화하는 시간이 정말 많았다.

사실 중국에 가기 전에 선수들이 오히려 갑질을 하고, 코칭 스태프를 만만하게 보는 경우도 많다는 말을 많이 들어서 조금 걱정이 있었는데, 다행히도 EDG는 굉장히 체계적인 팀이었다. 한국으로 돌아온 뒤 한국에서도 선수들과 가깝게 지내려 노력했다.

아프리카 프릭스와 한화생명e스포츠에 있으면서도 많은 부분을 깨우쳤고, 다시 감독직을 수행하게 됐는데, 그런 앞선 경험들을 통해 감독으로써 적용시키는 첫 사례다. 자신감도 있다. 앞서 말했던 해설로 활동하며 느낀 LoL에 대한 다양한 시각들을 이번 IG 감독으로 녹여낼 생각이다. 마음에 걸리는 부분은 준비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Q. 마지막으로 IG 감독으로써 한마디 부탁한다.

제 팬분들은 걱정이 앞설 것 같다. 지난 2년 동안 좋은 성적이 아니었지 않나. 게다가 IG도 현재 최고의 폼이 아니다. 그래도 기대를 많이 하고 있고, 자신도 있으니 지켜봐 달라.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테니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