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인디계의 명암


4Gamer.net의 2018년 인디즈 부문의 우승상을 수상한 ‘Wing of Darkness 유익의 프로일라인’은 인디 회사 ‘프로덕션 이그제빌리티즈’가 제작을 진행하였고, ‘클라우디드 레오파드 엔터테인먼트 (CLE)’가 유통하는 게임이다. CLE가 이전에 발표하였던 ‘CLE III 프로젝트’에 포함되어 있던 게임 중 하나이며, 뛰어난 그래픽 묘사와 메카닉 전투가 특징인 게임이다.

유익의 프로일라인은 3D로 이루어져 있으며, 사방을 종횡무진 움직이며 적들의 공격을 빠르게 피하고, 무기를 조준하여 빠르게 섬멸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는 ‘슈팅 파트’, 그리고 정적이지만 주인공과 그녀를 보좌하는 ‘에리카’의 독백을 통해 세계관과 캐릭터 간의 갈등을 이해할 수 있는 ‘컷신 파트’로 이루어져 있다. 이 게임에 대한 첫 인상은 굉장히 좋아보였다. 때깔 있는 그래픽과 메카닉 감성을 살린 전투 부분에 흥미가 갔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해본 소감은 반반이다. 이 게임은 좋은 의미로도, 나쁜 의미로도 '일본 인디 게임의 명암'을 보여주는 게임이라고 본다. '브랜칭 패스: 일본 인디 게임을 찾는 여행'이란 다큐멘터리 영화는 10년대 중반의 일본이 인디 게임을 어떻게 바라보았는지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블러드스테인드'의 크라우드 펀딩의 성공으로 일본 인디 시장은 점차 발전해 나가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 게임은 그런 일본 인디계의 발전과 '정체'를 보여준다.

게임명: Wing of Darkness 유익의 프로일라인
장르명: 3D 슈팅
출시일 : 2021. 6. 3.
개발사 : 프로젝트 이그제빌리티즈
서비스 : 클라우디드 레오파드 엔터테인먼트
플랫폼 : PS4, 닌텐도 스위치



이것이… 인디의 그래픽? 굉장하잖아...

유익의 프로일라인은 여타 ‘인디 게임’과는 확연히 다르다. 물론 인디 게임을 깎아내리려는 발언은 아니고, 무료 게임 중에서도 준수한 그래픽을 가진 게임들은 많았다. 유익의 프로일라인도 그런 인디 게임들 중 하나다.

물론 ‘집중과 선택’을 한 부분도 보인다. 나름 봐줄만한 물의 쉐이더 그래픽과 캐릭터의 모델링은 뛰어나나, 주변 환경의 그래픽을 많이 죽인 것을 볼 수 있었고, 몇 부분은 뛰어나다기엔 애매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렇지만 인디 게임이라고 치기엔 상당히 높은 수준의 그래픽을 자랑한다. 이 정도면 상업 게임과 비교해도 충분히 합격점이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 인물 3D 모델링, 참 괜찮은데 이걸 아깝게 정지 화면으로 써먹는다

▲ 전체적인 비주얼은 상업용 게임과 비교해도 꿇리지 않는다



정지 화면? 정적으로 이루어진 ‘컷신 파트’

본래 지나가던 가면라이더... 아니, 지나가던 선비가 큰 일을 해결한다는 말이 있다. 유익의 프로일라인도 이와 같은 느낌으로 평범한 시골 소녀로 살아갔던 클라라 에른스트가 군부대의 평범한 식사 당번과 시설 청소 쪽으로 지원했다가 적합성을 눈치챈 '루돌프 데트만 사령관'에게 끌려가 연방공화국 공군의 특별 비행 중사, '프로일라인'으로 활약하는 내용을 담았다.

클라라는 '아벤트 플뤼겔' 부대에 속해있던 '에리카'와 함께 태그를 맺으며 전투를 종횡한다. 에리카는 처음에는 갑자기 돌 굴러들어오듯 들어온 클라라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다. 클라라도 처음에는 이런 에리카의 태도에 불만을 가졌으나 점차 그녀의 가치관과 에리카라는 사람에 대해서 알아가기 시작하자 둘의 마음은 조금씩 풀어져 가기 시작한다.

스토리는 복잡하고 중간의 이야기를 보여줌으로서 흥미를 이끌어냈지만, 딱 그 뿐이다. 이후에는 전형적인 느낌의 스토리로 흘러들어간다. 군대임에도 불구하고 자신만의 밝은 면과 특색으로 부대의 딱딱한 이미지를 고치고, 얼음공주나 다를 바가 없었던 에리카의 마음도 풀어지게 되나 모 사건이 벌여지게 되면서 둘의 운명이 크게 교차하게 되는 내용을 다뤘다.

▲ 지나가던 여행자가

▲ 종말을 내버리는 이야기(?)

▲ 요즘 차도녀가 인기가 많다고 들었다

전체적으로 스토리의 흐름을 방해받거나 하는 부분은 딱히 없었다. 그야말로 조용히 흘러갔으니 말이다. 다만, 처음부터 끝까지 '독백 방식'으로 진행한 것은 꽤 흥미로웠다. 이야기의 길이가 짧다는 점을 빼면 말이다. 상세한 부분은 스포일러인지라 쉽게 전달할 수 없지만 단순하게 전달하자면 '3시간'이면 게임의 모든 것을 플레이할 수 있다.

특색 없는 스토리를 캐릭터의 매력과 성우진의 연기로 어떻게든 메꿔볼려고 했지만, 기껏 예쁜 3D 모델링을 만들어놓고 움직이지 않게 만든 컷신과 짧은 플레이 타임은 금방 이 작품을 잊혀지게 만든다. 확실히 스토리를 전부 보고 온 소감은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극장판' 상/하편 한 편씩 땡긴 느낌이다. 물론 이게 나쁘다는 설명을 한 건 아니다. 말하고 싶은 것은 '특색이 없다'는 부분이니까.

그래도 칭찬할 만한 부분이 있다면, '전쟁을 얕보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본의 여러 서브컬쳐 작품을 보다보면 가끔 전쟁을 이상하리만큼, 가볍게 묘사한 작품이 많다. 전쟁은 사람뿐만 아니라 동식물까지. 모든 생명을 단숨에 앗아갈 수 있는 매우 위험한 분쟁이다. 유익의 프로일라인은 해피 엔딩을 그려냈지만 적어도 생명을 빼앗은 자들을 가만히 냅두지만은 않았다. 이것만으로도 전쟁을 단순히 소꿉놀이처럼 그려내지 않았음을 볼 수 있었다.

▲ 삐진 클라라

▲ 에리카도 점점 마음이 풀려가고

▲ 서로 생일선물을 챙겨줄 정도로 친해지게 되었다



딱딱하지만 나름 묘기를 부릴 수 있는 ‘전투 파트’

3D 슈팅의 난이도는 쉬운 편이다. 최근 2D 슈팅 게임의 특징은 탄환을 더욱 많이, 더욱 어렵게 만드는 것이 특징인데, 유익의 프로일라인은 이를 간편하고 쉽게 추려내서 유저들이 입문하기엔 편해보인다. 다만, 몇몇 파트는 그저 록온하고 총만 쏴도 적들이 우수수 떨어지기 때문에 밸런싱과 레벨 디자인 측면에서는 실패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조작감은 상당히 빠릿하게 움직인다. 공중에서 적의 탄환을 회피하기 위해 기동 버튼을 누르면 곧바로 움직인다. 확실히 '시원하다'는 느낌을 주려고 노력했는지 게임 내내 상쾌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상/하를 움직이면서 전투를 펼치는 건 조금 어려울 수도 있지만, △버튼을 이용해 주 무기 / 보조 무기로 전환해 타겟을 록온 시키고 쏴주기만 해도 어렵지 않게 클리어할 수 있다.

▲ 블랭커란 미지의 생명체를 쓰러뜨리기 위해

▲ 전장에 나서는 '프로일라인'

다만, 얼마 되지 않아서 전투의 형태가 자칫 잘못하면 '획일화' 될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전투에 들어가는 '브리핑' 이전에 '레이아웃'을 확인해 자신의 무기를 점검할 필요 없이, 그냥 전투에 나서도 무방하지만 특정한 무기만 들고 가도 블랭커들은 속수무책으로 쓰러진다. 굳이 무기를 일일이 바꿔주고 귀찮게 할 필요가 없다는 장점이자 단점이 된다.

장점이 된다면 '편리함'이 되겠지만 이를 단점으로 설명하면 '다양성 부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콘텐츠가 심히 부족하다는 것이다. 전투의 양도 적은데, 막상 전투에서 어떻게 활약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무기를 고르는 재미도 없다. 다만, 일부러 적과 교전하기 힘든 무기만 골라써서 '자체 하드 모드'를 즐길 수도 있겠지만, 이런 건 의도한 콘텐츠는 아닐 것이다.

▲ 록온 시스템은 다양한 곳을 찔러야 하는 적에게 유용하다

▲ 짧은 플레이 타임 도중에서도 제일 인상 깊었던 전투



‘딱 두 가지 뿐’. 다른 것은 없다.

▲ 챕터의 수가 전부가 아님을 보여준다

이후에 좀 더 플레이하긴 했지만, 초반 소감은 “이것 뿐이야?”라는 생각 뿐이었다. CLE가 전에 유통했던 다른 인디 게임, ‘메르헨 포레스트’도 부족한 콘텐츠를 1부, 2부, 3부로 계속해서 추가 제작하여 메꾸었는데, 유익의 프로일라인은 이제서야 처음 출시되는 게임이어서 그런지 콘텐츠의 부족이 굉장히 심하다.

반대로 말하면 ‘해당 게임의 스토리’만 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오히려 불필요한 겉가지를 전부 자르고 전투만 치르면 스토리를 감상할 수 있다는 선형적인 구조를 마음에 들어 할 수 있다. 게임이라는 것이 꼭 ‘플레이 타임이 무조건 길어야 할 필요’가 없듯이, 유익의 프로일라인은 자신들이 쏟을 수 있는 제한적인 상황 속에서 선택과 집중을 잘 했다고 볼 수 있다.

▲ 솔직히 훅훅 지나가는 회상과도 같은 컷신이 마음에 들진 않지만

▲ 그래도 연출은 확실히 괜찮다

하지만 위에서 말한 것은 ‘쓸데없는 추가 요소’를 더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 것뿐이다. 아쉬운 부분은 여전히 남아있다. 예를 들어서 무장을 변경하는 부분에서는 오히려 ‘무기의 업그레이드’ 기능이나 ‘무기를 편집해서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는 기능이 있었다면 좀 더 다양성을 보여주는 전투 플레이를 보여줄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지금으로선 너무 다양성이 부족하다.

그 외에도 ‘자유도’가 없어도 너무 없다. 전투 -> 컷신 -> 전투의 반복이다. 3D의 맵 이동이 없다고 해도, 컷신의 선택지나 장소의 이동으로 보여주는 세계관의 다양한 묘사가 필요했을 법한데, 그저 전투와 컷신의 반복뿐이다. 이러한 구조는 아무리 스토리가 훌륭하다 할지 언정, 플레이어들에게 지루함과 무료함을 줄 뿐이다. 그런데 시나리오의 구조도 평이하니, 게임을 플레이 한지, 3시간도 안 되어서 금방 기억 속에서 잊혀져버린다.

▲ 로드아웃에서 무장을 커스터마이징 하고 수집 기능을 넣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 자유도가 없어도 되지만, 너무 획일화된 구성이 아닐까 싶다




최근에 한국영상자료원에서 개최 중인 ‘게임×시네마’에서 ‘인디 게임: 더 무비’와 ‘브랜칭 패스’를 감상했었는데 인디 개발자들이 게임을 개발하면서 겪는 고충이나 일본 인디 시장이 아직 성숙하지 않다는 점과 이를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부분들을 볼 수 있었다. Wing of Darkness 유익의 프로일라인은 이런 인디 게임의 좋은 면과 나쁜 면을 전부 비춰주는 거울이다.

좋은 면은 상업 게임과 비교할 수 있을만한 퀄리티라는 점이다. 우선 그래픽을 포함한 각종 효과들이 적절하게 버무려 있어 눈의 즐거움을 주고, 전투 파트의 재미도 충분히 상쾌함을 줄 수 있을 정도다. 컷신 파트도 전쟁이라는 요소를 얕보지 않으면서도 클라라와 에리카의 두 관계가 서로 이어지고, 엇나가는 과정을 보는 것도 재미있는 요소 중 하나다.

나쁜 면은 깊이가 부족하다. 컷신 파트의 길이도, 전투 파트의 길이도 상당히 짧다. 플레이 타임으로 치면 '3시간' 내외로 클리어도 가능하고, 전투 또한 굉장히 쉽게 클리어할 수 있다. 무기의 교체 기능은 한정적이고 오로지 컷신 다음엔 전투라 콘텐츠의 부족도 크게 느껴진다. 특히, 캐릭터가 움직이지 않은 컷신 파트는 호불호의 영역에 들어설 만하고 이야기의 특색도 적은 편이다.

▲ 쉬우면서도 상쾌함을 느낄 수 있는 전투와

▲ 미려한 그래픽을 가지고 있단 장점이 있지만

하지만 일본 인디 시장이 아직 발전 도중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유익의 프로일라인은 훌륭한 게임이다. 당연히 ‘상업용 게임’과 비교하면 부족한 점이 많을지 몰라도 그들과 나란히 설 수 있을만한 비주얼과 전투 시스템을 만들어 냈다는 점은 훌륭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전투와 컷신을 제외하면 볼 게 없다는 점을 생각하면 아직도 노력해야 할 부분은 많아 보인다.

인디 게임이 상업용 게임과 어깨를 나란히 할 뿐만 아니라 더욱 가능성이 크게 존재하는 이유는 바로 '독창성'이라고 생각한다. 유익의 프로일라인은 이런 인디 게임만이 갖출 수 있는 독창성이 부족하다. 오히려 여타 다른 일본의 B급 게임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고 볼 수 있는데, 오히려 소재로만 보면 '넵튠 시리즈'가 좀 더 나아보일 정도다. 다만, 게임의 완성도를 생각해봤을 때, 발전의 여지는 충분히 보인다. 만약 이러한 게임이 '독창성'까지 부여되는 날이 온다면, 일본 게임은 다시 한 번, 세계를 무대로 도전할 수 있게 만들 것이다.

▲ 어느 의미로든 너무 '인디'를 벗어나려고 한 게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