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제공 : 유동수 의원실)

신 사업이라고 할 수 있는 e스포츠는 그동안 리그 운영을 구체적으로 다루는 법안이 없었습니다. 이전까지 법안은 산업의 정의, 진흥을 논의하는 정도였죠. e스포츠는 시장의 흐름에 따라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결정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e스포츠는 성장 과정에서 시장 논리라는 이름 아래에 겪은 아픔도 있었습니다. 갑작스러운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글로벌 리그(HGC)의 폐지로 많은 관계자 및 프로게이머들이 직업을 잃기도 했습니다. 국내에선 리그 중계권이 사라진 방송국이 폐국을 경험했고, 국외에서는 2020년 오세아니아 지역 LoL 리그가 폐지 직전까지 가기도 했죠.

그리고 최근 유동수 의원은 이런 일들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e스포츠 리그와 프로게이머를 위한 가장 기본적인 안전장치를 만들 필요가 있다는 관점에서 말입니다.

LoL 국제 대회인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에서 게임사의 독단적인 운영 방식이 다시 이슈로 떠오른 만큼, e스포츠 운영과 관련한 논의와 법안은 앞으로도 필요해 보입니다. 유동수 의원이 발의한 가칭 '히오스법'은 e스포츠의 올바른 성장을 위한 시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성장 과도기를 겪고 있다는 e스포츠에 관해 유동수 의원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Q. 먼저 독자 여러분에게 간단한 의원님 소개를 부탁합니다.

안녕하십니까. 인천계양갑 국회의원 유동수입니다. 현재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과 인천시당 위원장직을 맡고 있습니다.


Q. 게임 산업과 e스포츠에 관한 법안 발의를 꾸준히 하던데, 이 분야에 어떻게 관심을 두게 됐는지 궁금합니다.

게임산업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입니다. 경제 전문가들도 대한민국 경제를 이끄는 4대 산업으로 BBIG(바이오, 배터리, 인터넷, 게임)를 주목하고 있고, 우리나라가 세계시장에서 비교우위를 가지고 있는 분야입니다. 이를 계기로 관심을 두게 되었습니다.


Q.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리그(HGC) 폐지가 해당 법안과 관련된 가장 큰 사건이라고 할 수 있는데, 법안 발의 시점과 시간 차이가 있습니다. 어떤 과정을 거쳐 발의됐나요.

지난해 국정감사 이후 게임산업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가는 과정에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HCG 폐지 논란, LCK 분할중계 논란 등 e스포츠와 관련된 문제점들을 파악하게 됐습니다. 이번 입법과정에서는 일반적인 입법과정과 함께 더불어민주당 공천관리위원을 맡아 주셨던 황희두 위원을 통해 프로게이머들과의 소통 과정을 거쳤습니다. 앞으로도 이슈 몰이성 ‘속도전’ 입법보다 게임산업과 게이머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입법활동을 준비하겠습니다.


▲ 히오스법 전프로게이머 소감(출처 : 정해빈 유튜브)

Q. ‘e스포츠 진흥에 관한 법률'이라는 말처럼 지금까지 e스포츠는 빠른 성장에 초점을 맞춰왔다고 생각합니다. 올바른 성장을 위해 규제가 필요하다고 본 건가요.

e스포츠는 지난 20년간 폭발적인 성장을 한 분야입니다. 현재 일련의 과정은 급격한 성장과정에서 겪는 일종의 성장통이라고 생각합니다. 시장의 자율에만 모든 것을 맡겨 뒀을 때 여러 부작용들이 발생한다는 것은 모두가 익히 알고 있는 상식입니다. 규제는 그 규제의 적합성에 따라 그 가치를 논해야 합니다. 국민들과 시장 참여자들의 안전과 정당한 권리를 보장하는 규제는 필요합니다. 이번 e스포츠법도 필요한 규제의 영역에 들어간다고 생각합니다.


Q. 이번 법안의 실효성에 의문을 갖는 팬들이 있습니다. 많은 e스포츠 종목이 해외 게임을 기반으로 하는데, 해당 법을 적용할 수 있을까요?

이번 e스포츠법의 적용을 받는 종목이 되려면 국내에서 그만큼 탄탄한 기반이 있어야 합니다. 탄탄한 기반은 곧 매출과 직결되는 사안으로, 국내에서 e스포츠 종목으로 활성화된 게임이라면 퍼블리셔 계약을 통해 국내 유통을 진행하는 것보다 지사를 두고 직접 유통하는 것이 더 큰 이익을 낼 가능성이 큽니다. 또한 국내 시장에서 이익 창출 극대화를 위해서도 국내 지사를 설립하는 것이 게임사 입장에서 유리합니다. 마지막으로 국내 지사가 없다고 하더라도 이번 개정안의 적용을 받는 규모로 성장한 게임이라면 퍼블리셔와 해외 개발사간의 유통계약 갱신 과정에서 e스포츠 대회 종료와 관한 추가계약조건을 포함하도록 유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Q. 게임사가 이벤트성으로 여는 e스포츠 대회도 존재합니다.

해당 법안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규모 이상의 대회에 적용하도록 규정했습니다. 리그 규모, 기간, 국내에서의 인기 등 종합적인 요소를 고려할 것으로 판단합니다. 또한 이번 개정안의 적용을 받는 게임은 종목선정 기관이 선정한 대회 중 전문 e스포츠에 한정하는 만큼 1회성 대회에는 적용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 유동수 의원 역시 MSI와 관련한 논란을 인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Q. 해당 법안이 국내에서 잘 시행된다면, 세계 e스포츠 대회로 확장해 나갈 가능성이 있을까요.

선수 육성, 지도자 양성, 은퇴 선수 지원 등까지 대한체육회나 국민체육진흥공단으로부터 지원사업들이 가능해지기 위해서는 e스포츠가 스포츠의 범주에 들어와야 합니다. 최근 보수적인 IOC도 e스포츠의 정식 스포츠화에 관심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도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정작 많은 e스포츠 팬들부터 최근 여러 논란들을 보며, 과연 e스포츠가 스포츠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생긴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e스포츠가 정식 스포츠로 인정받고 올림픽이나 월드컵과 같은 세계적인 이벤트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먼저 내실을 다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이번 법안이 통과됐을 때, 어떤 긍정적인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생각하나요.

가장 먼저 프로게이머들과 관계자들의 권익보호를 꼽을 수 있습니다. HCG 폐지 사태가 최악의 사례로 꼽히는 이유도 2019년 시즌 계획까지 발표해둔 상황에서 수익성이 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일방적으로 리그 폐지를 선언했고, 프로게임단들이 줄줄이 해체를 선언함으로써 선수들이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해당 종목을 사랑해 주는 팬들도 대회의 존속과 마지막을 미리 알 수 있을 겁니다.

이번 개정안 발의 이후 정해빈 선수의 소감 영상을 보며 저도 마음 한편이 아련했습니다. 프로게이머들은 그 게임이 좋아서, 자신의 청춘을 걸고 뛰어든 사람들입니다. 시장논리에 의해 게임사가 e스포츠에서 철수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지만, 일방적인 결정으로 청년들의 미래가 위협받아서는 안 됩니다. 퇴장에도 최소한의 예의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개정안이 e스포츠 분야에서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게 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Q. 한국의 e스포츠 산업의 미래 전망은 어떻게 보고 있나요.

e스포츠의 종주국이자 선도국으로서, 앞으로의 무한한 발전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임요환 선수가 공중파 방송에서 게임 중독자 취급을 받던 것이 불과 18년 전의 일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기성세대도 임요환, 홍진호 선수의 이름은 알고 있고, '페이커' 이상혁 선수는 청소년들의 우상이 되었습니다. 세계에서도 e스포츠는 큰 의미를 가지는 하나의 새로운 문화로 성장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급속한 성장으로 인해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남아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 걸림돌들은 입법활동을 통해 제거하겠습니다. 팬들도 건전한 문화 정착으로 싹을 틔워올린 e스포츠 산업을 거목으로 성장시킬 수 있도록 함께 힘써줬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