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그래픽, 사운드, 볼륨, 거기에 재미까지 갖춘 수작


보통 아기자기한 게임의 장점은 ‘아기자기함’에서 끝나버리는 경우가 많다. 아기자기함을 빼놓고 보면 굳이 이 게임을 해야 하나 싶은 그런 경우. 아니 사실 게임은 결국 즐겁자고 재미있자고 하는 거다. 그런데 그 게임적인 재미가 빠져있다면? 아무리 그래픽이 귀엽고 아무리 사운드가 좋더라도 '안녕'이다.

‘더 와일드 앳 하트’는 분명 아기자기한 게임이다. 색연필로 그린듯한 그래픽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분명하다. 하지만 그 아기자기함은 그냥 게임의 그래픽적인 측면일 뿐이다. 아니지, 게임의 장점을 잘 살려주는 수단이라고 보는 것이 더 맞는 말인듯하다.

그냥 단순히 그래픽이 귀엽네? 라이트한 게임이겠네? 여기서 그칠 정도로 더 와일드 앳 하트는 ‘라이트’하지 않다. 그래픽을 다 제외하더라도 게임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잘 만들어졌다. 그리고 충분히 흥미로우며 충분히 재미있다. 정신차리면 몇 시간이 훌쩍 지나가 있을 만큼 몰입도도 강하다.



게임명 : The Wild at Heart
장르명 : 퍼즐, 어드벤처
출시일 : 2021.05.20.
개발사 : Moonlight Kids
서비스 : Humble Games
플랫폼 : PC, XBOX

관련 링크: ‘더 와일드 앳 하트’ 오픈크리틱 페이지


청소기로 할 수 있는 게 이렇게 많다고?

▲ 고작 청소기가 아니다

조작 자체는 쉽게, 하지만 활용할 수 있는 여지는 많게, 더 와일드 앳 하트의 플레이 방식이다. 유저가 직접 조작할 수 있는 주인공 캐릭터, 그리고 던져서 활용하는 요정, 이 두 가지를 통해 게임 자체가 다이나믹하게 진행된다.

주인공이 직접 할 수 있는 건 생각보다 별로 없다. 발로 열심히 뭔가를 차거나, 등에 메고 다니는 강화 청소기를 사용해 뭔갈 빨아들이거나, 귀여운 요정들을 집어던지거나, 그 정도가 끝이다. 하지만 이 세 가지의 조작만으로도 이것 저것 요것까지 모든 것을 할 수 있다.

분명 게임 플레이 자체는 퍼즐에 가깝다. 어드벤처 요소도 꽤 많이 들어가 있지만, 결국 게임을 진행하고 풀어나가는 건 퍼즐이다. 그런데 이 퍼즐을 해결하는 방식이 일반적인 퍼즐 어드벤처 게임들과 많이 다르다.

요정을 던지고, 청소기로 빨아들이기. 이 둘은 퍼즐을 푸는 데 가장 기본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그리고 여기에 맵 곳곳에 위치한 장애물, 함정, 몬스터가 해결 과정을 좀 더 흥미롭게 만들어준다.


이 게임의 퍼즐은 열심히 뭔가를 계산해서 푸는 것이 아니다. 쥐고 있는 요소를 활용해서 풀어내야 한다. 그게 일반적인 퍼즐과 어드벤처가 합쳐진 이런류의 게임과 가장 크게 다른 점이다.

주인공 뒤를 따라다니는 요정들은 게임을 진행하는데 가장 핵심이 되는 요소다. 주인공 캐릭터가 직접 적을 공격하기도 힘들고, 이동할 수 없는 지역이 많다 보니 이런 모든 구간에서 요정 ‘군단’은 아주 유용하게 사용된다.

요정들은 캐릭터가 할 수 없는 것들을 대신 해주는 손발이 되기도 하고, 도구가 되기도 하며, 어떨 때는 든든히 옆을 지켜주는 친구의 역할을 한다. 오로지 ‘집어 던지는 것’ 만으로 조작할 수 있는 이 귀여운 요정들은 배낭이 가득 차면 아이템을 대신 들어다 주기도 하고, 커다란 돌을 대신 옮겨주며, 5배는 클 듯한 몬스터에게 용감히 달려들기도 한다.

▲ 요정 군단과 청소기의 적절한 활용

그렇다고 무적의 존재가 아니기에 이 요정들을 어떻게 잘 활용할 수 있을지는 유저에게 달려있다. 무작정 몬스터에게 집어던져놓고 가만히 팔짱만 끼고 있다가는 으앙 하는 소리와 함께 리타이어하는 요정들을 보게 된다.

청소기의 강한 흡착력을 활용해 요정들을 회피시키거나, 몬스터의 공격을 무력화 시키거나, 아니면 위험한 지역을 넘어가게 하거나 이런 모든 추가적인 조작을 통해 훨씬 게임을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

▲ 제대로 도와주지 않으면 죽어나가는 요정들을 볼 수 있다



자연스럽게 녹아든 퍼즐

게임의 진행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퀘스트를 주고 안내하는 역할인 NPC들은 그야말로 가장 기본적인 목표만을 전달한다. 숲 속에 있는 동료를 찾으라며 지도에 표시는 해주되, 그 지역에 가기 위해 필요한 건 뭔지,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이런 것들은 전혀 알려주지 않는다.

그래서 직접 모든 것을 알아내야 한다. 뾰족한 가시덤불을 없애는 방법을 알아내는 것조차 쉽지 않다. 온 맵을 헤매다 우연히 불 요정을 얻으면 그제야 불태워서 없앤다는 해결 방법을 알게 된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아, 다음 지역에서는 또 다른 속성의 요정들이 등장하겠구나 라는 걸 깨닫는다.

직접 맵 곳곳을 탐험하며 막혀있는 길을 뚫고, 새로운 동료를 찾아야 한다. 아이템 제작 역시 직접 하나하나 해보면서 알아내야 한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NPC들은 대략적인 목표만 잡아주고, 가장 기본적인 플레이 방법만 알려줄 뿐이다.

▲ 장애물을 해결할 방법은 직접 찾아내야 한다

그렇다고 온 맵을 마음대로 돌아다니며 퍼즐을 해결하는 평화로운 게임인가 하면 그건 또 아니다. ‘밤’은 돌아다닐 수 없는 시간이다. 무시무시한 뭔가가 나타나기에 반드시 해가 지면 안전한 장소로 돌아가야 한다.

가장 쫄깃한 요소는 정확한 시간을 확인할 수 없다는 점이다. 해가 뜨는 오전, 한낮, 해가 지는 오후, 그리고 밤. ‘시간’은 오직 네 가지의 아이콘으로만 표시된다. 그렇기에 베이스캠프를 찾지 못한 상태로 어딘가의 문제에서 막혀 시간이 지체될 시 ‘시간’이 주는 압박은 생각보다 더 크게 다가온다.

이는 퍼즐 게임에서 반드시 필요한 시간의 제한을 좀 더 극적으로 표현했다고 볼 수 있다. 그냥 머리 위에서 째깍째깍 숫자가 흘러가지 않고 낮과 밤이라는 시간의 흐름 자체가 ‘제한’이 된다. 퍼즐을 어드벤처라는 장르에 적용했을 때 사용할 수 있는 가장 좋은 확장 방식이 아닌가 싶다.


사실 그렇지 않나. 퍼즐이 주요 콘텐츠인 방탈출 게임조차도 해결 과정이 적당히 게임 속에 녹아들어야 훨씬 몰입도 있게 즐길 수 있다. 무작정 게임 속 콘텐츠와 관계도 없는 ‘뭔가’가 등장하는 순간 게임의 재미는 급격하게 감소해버린다.

퍼즐과 타 장르가 합쳐졌을 때, 게임의 완성도 및 재미를 좌우하는 건 얼마나 ‘퍼즐’이라는 요소가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는 지다. 더 와일드 앳 하트의 경우, 분명 퍼즐의 느낌은 나는데 어드벤처라는 장르에도 완벽하게 어우러져서 너무나 자연스럽게 게임을 진행할 수 있다.

해결하는 과정 역시 힌트를 보고 머리를 싸맨 뒤 계산을 해서 문제에 대한 답을 내는 방식이 아니다. 맵을 돌아다니며 도움이 될 여러 가지 요소를 획득한 뒤 이를 통해 해답을 내려야 한다. 분명 고민은 해야 하지만, 그 과정에서 어드벤처라는 요소가 듬뿍 담겨있는 것이다.




완벽하게 그려낸 한 아이의 성장담

주인공은 어린아이다. 빨간 후드티에 청바지와 청재킷, 여기에 캡모자를 하나 뒤집어쓴 아이는 방치되어있는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숲으로 도망친다. 하지만 그렇게 도망친 숲에서도 아이는 아버지의 악몽을 꾼다. 아이는 꿈속에서 왜 여기까지 쫓아와 자신을 괴롭히느냐며 울부짖는다.


아이가 도망친 숲, 깊은 숲에서 겪는 일들은 마치 한여름밤의 꿈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그것이 따뜻하고 아름다운 그래픽, 잘 만들어진 사운드와 합쳐져 잘 다듬어진 한편의 이야기로 재탄생했다.

분명 내면에 걸쳐진 이야기는 가볍지 않다. 하지만 그런 아이의 불안함은 깊은 숲의 어둠과 악몽 속에서만 슬쩍 보일 뿐 게임의 대부분은 따뜻한 햇볕이 내리쬐고 요정들과 함께 열심히 숲을 지켜나가는 씩씩한 모습이 차지한다. 그리고 점점 더 깊어지는 숲과 함께 아이의 마음속 이야기 역시 깊어진다.


스토리 뿐 아니다. 흔히 말하는 동화의 느낌을 게임은 세세한 부분까지 잘 나타내고 있다. 와글와글 귀여운 소리를 내며 뒤를 따라오는 자그마한 요정들에게 도움을 받는다거나, 직접 발명한 구식 청소기를 사용하는 기본적인 조작 역시 게임의 주인공이 ‘아이’라는 부분을 간과하지 않았다.

아이는 절대 직접 뭔가를 해치는 ‘무기’를 사용하지 않는다. 가장 큰 공격이라고 해봐야 발길질 정도가 끝이다. 그를 따라다니는 요정들이 없으면 할 수 있는 것들의 범위는 크게 줄어든다. 아이는 반드시 요정들과 협동해서 커다란 돌을 움직이고, 함께 단단한 목책을 깨부수고, 물컹물컹한 몬스터를 발로 차야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아이는 어른의 도움을 받지 않는다. 오로지 아이 스스로 생각하고, 아이 스스로 움직이고, 아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한다. 커다란 두꺼비가 온몸을 흔들며 요정 군단을 공격하려 할 때 청소기의 흡착력으로 그걸 방해한다거나, 어두운 숲에 갇혔을 때 그곳에서 살아남는 것조차 직접 해야 한다.


이는 아이가 주인공인 동화들의 특징이기도 하다. 동화 속 아이들은 절대 어른의 도움을 받지 않는다. 스스로 생각해 행동하며, 그 과정에서 문제가 일어나더라도 반드시 스스로 해결한다. 하지만 모든 것을 혼자 하진 않는다.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친구’를 만나 서로 협력하고 도우며 모험을 떠나곤 한다. 오즈의 마법사도, 헨젤과 그레텔도 마찬가지다.

더 와일드 앳 하트는 단순히 그래픽이 동화적인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게임들이 흔하게 사용하는 소개 문구인 ‘동화같은 스토리’, ‘동화같은 게임’이 아닌 진짜 ‘동화’라고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는 그런 작품이다.




재밌다. 더 와일드 앳 하트는 정말 재미있는 게임이다. 그리고 아기자기한 그래픽, 따스한 사운드는 이 게임에서 절대 뗄 수 없는 장점임에는 확실하다.

하지만 그 외의 요소, 가장 기본이 되는 플레이적인 재미 역시 확실하게 잡았다. 정작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그래픽과 사운드는 크게 신경이 쓰이지 않을 만큼 조작과 플레이 과정에서 오는 재미가 아주 쏠쏠하다.

자칫하다가는 너무 정적이게 느껴질 수 있는 퍼즐류 게임의 단점을 더 와일드 앳 하트는 어드벤처를 통해 효과적으로 풀어냈다. 단순한 해결이 아닌 캐릭터의 활용, 그리고 시간의 흐름으로 쫄깃하고 다이나믹한 게임이 됐다. 물론, 퍼즐이 기본 요소기에 완전한 액션 어드벤처에 비해서는 당연히 정적일 수밖에 없다.

더 와일드 앳 하트는 뭐랄까, 동화 같은 게임이라기보다는 정말 동화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게임이다. 그래픽, 사운드, 조작, 스토리, 캐릭터 등등 게임의 모든 콘텐츠가 합쳐져 그대로 하나의 동화 시리즈가 됐다. 억지스러운 부분을 굳이 끼워 넣지 않았기에 그만큼 몰입도도 강하며 완성도도 높다.

스토리, 그래픽, 사운드, 볼륨, 거기에 재미까지, 더 와일드 앳 하트는 그 어느 하나 놓치지 않았다. 이 정도면 충분히 수작이라고 할 만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