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가치가 디지털로 재구성되는 시대가 우리 삶을 어떻게 바꿀까?


한국콘텐츠진흥원은 8일부터 10일, 15일부터 17일까지 총 6일간 진행되는 '2021 콘텐츠산업포럼 온라인'의 첫 일정이 시작됐다. 온라인 채널을 통해 진행된 포럼 첫날인 8일에는 '디지털 전환, 또 다른 세계로의 확장'을 주제로 산업 변화와 비즈니스 모델, 법과 정책에 대한 방향을 공유했다.

키노트 스피치를 진행한 이양환 본부장은 지금까지의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은 비즈니스 측면에서의 정의가 많았다고 입을 뗐다. 이어 사회 전반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면 포괄적 정의가 있어야 한다며 디지털 전환을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기존 가치사슬을 해체, 재구성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로 전통적인 사회, 경제구조가 혁신되는 과정"이라고 재정의했다.

디지털 전환과 함께 오늘날 소비 방식은 소비자가 콘텐츠를 선별하는 시대가 됐고 고객경험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 되고 있다. 또한, 제작 방식의 변화나 영화가 극장 대신 OTT로 직행하는 등 소비 시장에도 큰 변화가 생겼고 공간 개념도 함께 달라지고 있다.

소비자가 변하며 그에 맞는 비즈니스 모델의 전환도 이루어졌다. 대표적인 것이 넷플릭스로 대표되는 구독경제다. 넷플릭스는 엄청난 구독자를 통해 고객 데이터가 나오고 그에 맞는 서비스가 나오는 등의 순환이 자연스럽게 활성화됐다. 크로스 미디어나 트랜스 미디어를 통한 무한 확장과 경쟁 심화도 콘텐츠 산업의 디지털 전환의 영향 중 하나다.

디지털 전환에 따른 과제도 있다. 저작권이나 인공지능(AI) 윤리, 디지털 격차 문제는 이미 부각되고 있으며 기업은 변덕스러운 소비자들을 어떻게 붙잡아 둘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또한, 정부에는 디지털 규제 혁신의 우선순위와 방향, 영세 기업에 대한 디지털 전환 지원이 큰 과제 중 하나다.

이에 박찬재 엔터아츠 대표, 손승우 중앙대학교 교수, 이정엽 순천향대학교 교수, 전재웅 애니펜 대표, 채재원 SAMG 엔터테인먼트 부사장이 디지털 전환을 통한 변화와 방향, 과제에 대해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디지털 전환이 다양한 분야에서 이루어지는 만큼 이를 바라보는 시각도 모두 달랐다.

손승우 교수는 디지털 전환의 핵심으로 인공지능과 비대면 환경을 꼽았다. 손 교수는 콘텐츠 측면에서 인공지능이 핵심적인 도구로 쓰이고 있고 비대면 환경에 직면하며 현실적인 콘텐츠 요구가 늘어나자 XR, VR 등에 대한 관심 역시 높아졌다고 보았다.

이정엽 교수는 클라우드 컴퓨팅, AI 등을 통한 생산성 증대. 다양한 콘텐츠를 이용자가 접근할 수 있는 유통 분야의 개선을 디지털 전환의 의의로 꼽았다.

반면 최재원 부사장은 디지털 전환이 완구나 3D 애니메이션 등을 통해 성장한 중견기업 입장에서는 큰 위기라고 이야기했다. 게임 등을 더 낮은 세대가 즐기게 됐고 덩달아 기존 완구 등도 타깃 연령이 낮아지고 있다며 전통적인 구조의 기업이 기존 방식을 고수하다가는 기업의 존폐를 위협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찬재 대표는 디지털 전환을 인공지능이 음악을 만들어 NFT화했고 이를 메타버스 공간에서 공연한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특히 메타버스 시대의 도래는 창작자 유형의 10대 소비자들이 주류 계층으로 자리 잡으며 소비자가 창작을 함께하는 일명 '소셜 프로듀싱'의 시대가 왔다고 평했다.

다만 디지털 전환이 어느 한순간에 도달해 변화한 새로운 것으로 보는 관점은 없었다. 이 교수는 "디지털 전환이 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 시대로 가속화되긴 했지만, 산업계가 이미 오래전부터 준비해온 흐름의 연속성 개념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특히 과거에는 콘텐츠를 하나씩 사서 소유하는 형태였지만, 구독 경제가 등장하며 소유 개념 역시 바뀌고 있다며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까지 야기한다고 짚었다. 그는 자신 역시 "굳이 음반을 사기보다는 내 취향에 맞는 음원을 추천해주고 이를 사용하고 있다"라며 소비 패턴 역시 함께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재웅 대표는 "오늘날 세상은 디지털 정보를 받아들이고 디지털 형태로 내뱉는 삶으로 변했다며 그 삶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삶이 필요했고 그것이 바로 메타버스"라고 설명했다. 그 역시 이 교수와 마찬가지로 비대면 시대가 디지털 전환의 확산을 이끌었다는 데 동의했다.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하는 아날로그적 경험이 막히며 디지털 경험이 더 주목받고 이를 더 그럴듯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형태로써 AR, 가상현실이 덩달아 발전하고 있다는 게 전 대표의 분석이다.


고객 경험의 변화와 함께 창작과 유통도 함께 변화하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 등을 활용해 소비자가 중간 단계 없이 무언가를 판매할 수 있는 것. 그리고 이런 것을 자유롭게 창작할 수 있는 기술. 이렇게 창작자와 소비자가 동일화되는 세대에 도래하며 메타버스 안에서 경제활동이 이루어질 수 있다.

업계 역시 이런 창작과 소비의 동일화에 주목하고 있다. 단순히 만들어진 것을 즐긴다는 개념에서 벗어나 직접 참여하고 세계를 변화할 수 있는 시대가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신의 창의력을 펼쳐놓는 창작이 모두에게 즐겁고 쉬운 일은 아닐 터. 이에 인간이 무언가를 창작할 때 쉽게 쓸 수 있는 자기 자신의 행동이나 감정을 쏟아내고 이를 통해 새로운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함께 발전하고 있다.

전 대표는 "최근 딥러닝 역시 이런 부분에 집중하고 있고 창작자의 의도를 파악해 더 높은 퀄리티로 만들 수 있도록 창작 행위를 돕는다"며 창작 지원의 예시를 들었다.

마냥 희망적인 이야기만 나온 건 아니다. 최 부사장은 디지털 전환을 통한 전통 애니메이션 산업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애니메이션 한 편 만드는 데 기획 기간을 포함해 약 2, 3년 정도 소모되는데 복잡한 렌더링은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간다.

최 부사장은 극복 사례로 자사의 대표 IP를 기존 제작방식에서 언리얼 엔진으로 바꾼 일을 들었다. 새로운 기술을 통해 애니메이션은 자유로운 수정이 가능해졌고 이에 쌍방향 콘텐츠 제작 역시 수월해졌다. 더 편리한 콘텐츠 제작은 곧 새로운 사업 모델 도입과 함께 다른 산업과의 협력 등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초창기에는 엔지니어들이 크게 반발할 정도로 기존 질서와 시스템을 바꾸는 게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일반적인 테크 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은 개발자를 새로 채용해서 이를 만들어내는 것이 어렵다. 김상균 교수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다른 테크 기업들과 연계한 사례를 되짚으며 긴밀한 관계를 구축하는 것 역시 디지털 전환에 뒤쳐지지 않기 위한 방안으로 꼽았다.

기업들의 새로운 비즈니스 전환도 주목할 부분이다. 전 대표는 수많은 비즈니스 모델이 있고 기업마다 다르게 구현하고 있을 테지만, 중요한 것은 소비자에 '어떻게 가치를 주고 돈을 벌 것인가'라며 소비자 삶의 패턴을 파악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늘날 MZ 세대는 디지털 세계, 메타버스 세계 속에서 사는 시간이 길어지며 점점 가상 세계 속에서의 삶을 더 가치 있게 여기고 있다. 이에 가상 세계에서 더 만족할 수 있는 것을 제공하는 것이 더 중요해졌다. 덧붙여 사용자가 돈을 지불하고 즐겼다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이를 통한 새로운 콘텐츠 창작, 그리고 경제적 부를 얻어 현실 세계 부의 불균형을 해소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콘텐츠 사업이 고민해야 할 일이라고 전 대표는 설명했다.

소비 패턴 변화와 함께 생각해야 할 것은 초개인화다. 오늘날 추천 모델은 유저에게 가지고 있는 10만 개의 상품을 전부 보여준다. 하지만 실제로 구매할 상품은 그 10만 개 중 10개나 될까? 결국, 소비자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사지 못하고 판매자는 물건을 팔지 못해 함께 손해 보는 형태다. 하지만 초개인화로 여러 가지 정보를 통해 구매할만한 상품, 콘텐츠를 전달할 수 있다.

최 부사장은 자신의 회사 사례로 비즈니스 모델의 변화를 이야기했다. 그는 기존의 일방향적인 애니메이션만으로는 회사 장래가 점점 어두워 것이 분명해 보였다. 이에 자사 IP의 캐릭터가 메타버스 세계에서 아이들을 대상으로 광고를 하거나 교육 프로그램을 만드는 등 모델 다각화를 그렸다.

그는 "기존 사업이던 완구나 3D 애니메이션은 굉장히 올드 비즈니스였다"라며 교육, 기술 등 자사 캐릭터를 활용할 수 있는 산업과의 교류가 새로운 기회를 만들리라 내다보고 있다. 다만, 너무 큰 꿈을 꾸다보면 자원은 계속 새어나가기에 전통적인 비즈니스 모델과 연계하는 데 큰 고민을 함께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민간 지원에 대한 정부 방향에 대해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왔다. 지나치게 단기간에 성과를 낼 프로젝트에 지원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단기간에 성과를 내는 프로젝트에 단순 지원해주기보다는 산업 전체에 순환이 될 수 있는 장기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봤다.

전 대표 역시 프로젝트 시작과 성과 결과까지를 지원 기간으로 정하고 너무 단기간에 집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단기간에 프로젝트 성과를 측정해야 한다면 투자 지점과 측정 지점까지의 성장, 혹은 과정을 일종의 성과로 측정한다면 역량 있는 개발자나 기업에 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으리라 이야기했다.

손 교수는 법과 제도 지원 부분을 집중해서 이야기했다. 유저들 간의 문제를 예방하기 위한 통제와 제재가 현실 세계에서는 약관형태로 구현되지만, 유저들 입장에서는 메타버스 세계 안에서 법으로 작용한다. 이에 단순히 계약 수준에 머무는 약관을 어떻게 이해할지 정부의 지원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소비자가 창작을 하는 구조에서 발생하는 문제도 지목했다. 구체적으로는 현실에 있는 것들을 모방하는 데서 발생하는 상표권 침해와 딥페이크를 통한 실존 인물의 성적 대상화 등도 청소년 보호와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로 꼽았다. 메타버스를 단순히 게임으로 규정할 경우 회사가 가지는 아이템의 소유권이나 환전에 대한 논란이 생기는 만큼 여러 메타버스에 대한 기준과 구분을 확실히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인간이 만든 저작권 개념을 넘어 인공지능이 만든 저작물에 대한 권리를 어떻게 줄 것인지 논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이 교수는 기업이 꾸준히 반성하고 새로운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 개발에 동참하고 있지만, 정부 지원이나 정책이 답보상태에 있다고 이야기했다. 정책에 기반이 되는 통계나 빅데이터가 게임 부문에서는 특히나 미미하다며 지속적인 R&D와 기업 지원 확대 필요성을 언급했다.


기본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모두 나눈 뒤 온라인을 통해 받은 질의 내용을 해소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가장 먼저 들어온 질문은 MZ 세대로 대표되는 주 타깃층 외에 디지털 전환 소외계층은 어떻게 변화에 살아남을지였다. 전 대표 역시 MZ 세대만을 위한 세계 창작이 옳은지 고민해왔다면서도 비대면 시대 도래와 함께 디지털 소외 계층에 대한 디지털 전환도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답했다. 이에 비즈니스 모델인 세계 구축도 MZ 세대만이 향유하지는 않을 것이라 희망적으로 내다봤다.

본격적인 AI 활성화와 함께 일자리 감소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손 교수는 우려는 동의하면서도 AI가 만든 창작물이 인간이 즐길 수준까지는 오르지 못할 수 있기에 이를 어레인지하는 일자리가 생길 것으로 내다봤다. 여기에 메타버스의 하드웨어적인 영역이나 데이터 분석 등 새로운 분야는 오히려 인재가 부족하다는 말이 나온다며 정부와 업계의 선제적 지원, 투자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투자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 과연 디지털 전환이 이루어지는 현재 국내법과 제도적인 수준이 이를 충분히 따라갈 수 있는지에 대한 궁금증이었다.

손 교수는 경제적으로는 앞선 것으로 평가받던 일본이 그간 디지털 분야에서 뒤처진 나라였지만 최근 격차를 따라잡기 위해 경제 산업 친화적으로 법과 제도를 빠르게 바꾸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역시 법을 바꾸고 개선하는 나라 중 하나다. 특히 디지털 전환 부분에서는 산업체가 최소한의 규제를 바라고 정부도 동의하고 있지만, 청소년, 게임법 등과 엮여 쉽지 않은 상황임을 전했다.

그는 "미국이 시장 경제에 맡겨 규제 대신 새로운 사업에 뛰어들게 하고 문제가 되는 부분만 금지하는 네거티브 규제가 이루어지고 있다"라며 우리나라 역시 이런 방향으로 서서히 개선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