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제: 4차 산업혁명시대 게임의 정의 - 전통의 게임을 넘어 새로운 게임을 향해
  • 강연자 : 김대훤 - 넥슨코리아 / NEXON KOREA
  • 발표분야 : 키노트 / 프로덕션 / 게임 기획
  • 권장 대상 : 디렉터 / PD / 관련 사업 종사자 및 엔지니어
  • 난이도 : 기본적인 사전지식 필요


  • [강연 주제] 기술의 발전과 맞물려 다양한 형태의 디지털 놀이 형태가 탄생을 하고 그것을 즐기는 문화가 확산되고 있는 이 시점에 게임이 더 많은 대중에게 다가갈 수 있는 향후의 지향점과 그 모습에 대해서 많은 분들과 생각을 나누고자 합니다.


    '게임'이라는 단어는 오랜 기간동안 '무언가를 이용해서 노는 행위'라는 폭넓은 개념의 설명을 위해 쓰여왔다. 시간이 지나며 게임이라는 단어로 특정될 수 있는, 게임 산업이 형성된 이후에도 여전히 게임은 넓은 영역에 자리했다.

    그만큼 게임은 끊임없이 변화했고, 개념의 범주를 넓혀왔다. 기계 없이 이뤄지는 테이블탑 게임부터 오락실의 아케이드 게임,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온라인 게임을 거쳐 지금의 모바일, 방치형 게임에 이르기까지, 게임이라는 단어는 인간의 유희와 관련된 오랜 역사의 과정에서 파생된 미디어를 통칭하는 단어로서 오늘날까지 쓰이고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어떨까? 세월이 흐르며 꾸준히 발전과 확장을 거듭해 온 게임 산업의 다음 모습은 어떠할까?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NDC 2021의 기조 강연. 넥슨코리아의 김대훤 신규개발총괄 부사장이 연단에 올랐다.

    ▲ 넥슨 코리아 김대훤 신규개발총괄 부사장



    ■ '게임'은 무엇인가?


    김대훤 부사장은 본인이 어린 시절 경험했던, 과거의 게임에 대해 말하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조이스틱으로 캐릭터를 움직이고, 버튼으로 공격과 점프를 하던 구시대의 사이드스크롤 게임은 굉장히 직관적이었다.

    이후의 게임은 좀 더 복잡해졌다. 가정용 콘솔이 생기고, PC가 온라인으로 연결되고, 스마트폰이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게임은 더 복잡해지는 한편 더 단순해지며 방향성을 예측하기 힘든 복합적인 형태로 파생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그 발전상의 한 쪽 첨단에 바로 '방치형'게임이 놓여 있다.

    "이것을 게임으로, RPG로 부를 수 있을까?"

    ▲ '방치형'도 게임이라 부를 수 있는가?

    김대훤 부사장은 말했다. 많은 이들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의문이다. 몇 시간에 한 번 접속해 멍하니 스크린을 들여다보고, 간혹 한 번씩 무언가를 눌러주는 것이 게임이라면, 영화도 게임이 될 수 있고 만화도 게임이 될 수 있다. 오늘날의 방치형 게임은 전자책을 읽을 때 보다 조작이 적다.

    그리고 이 대목에서, 김대훤 부사장은 이렇게 말했다.

    "게임인지 아닌지를 따지지 않는다면, 아무런 문제도 없습니다."


    김대훤 부사장은 집에서 사이클을 탈 때 켜는 게임을 예시로 들었다. 지루한 운동을 보다 즐겁게 하기 위해 개발된 이 소프트웨어는 운동하는 이의 움직임에 반응해 결과를 알려준다. '링피트'도 비슷한 예다. 링피트를 플레이한 많은 이들은 이 게임이 '게임인데 운동을 하는 것'이 아닌, '운동을 하기 위해 개발된 게임'임을 알고 있다. 게임을 중심으로 여러 콘텐츠와 활동이 파생되는 전통적 게임 개념의 확장이 아닌, 다른 활동이 게임의 형태를 띄는 사례다.

    많은 이들이 즐기는 비디오 SNS인 '틱톡'도 사례가 될 수 있다. 틱톡에서 유저들은 스스로 여러 챌린지를 만들며 '콘텐츠'를 생산하고, 누구나 이를 따라 '플레이'한다. 그리고, 이에 대한 피드백을 수집한다. 게임과 전혀 다르지만, 게임과 비슷한 콘텐츠 구조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 게임과 비게임의 경계는 이제 무의미하다

    그런가 하면, 게임의 특정 시스템을 따와 기존의 개념에 더한 사례도 있다. 네비게이션 프로그램인 'T맵'은 운전자의 운전 형태에 따라 다양한 성과 지표를 만들어내고, 안전 운전과 교통법 준수를 권장하는 업적 시스템을 프로그램 내에 도입했다.

    'COVID-19'로 인한 언택트 시대의 도래 또한 시대의 변화를 만들었다. 이전에는 해외에 주재 임직원들과의 회의 수단으로 쓰였던 영상 통화는 이제 매우 일상적인 생활 프로그램이 되었으며, 이러한 영상 통화를 켜 둔채 회식을 하거나 파티를 하는 문화도 조금씩 태동하고 있다. 이 또한 많은 사람이 모여 상호작용을 하고, 재미를 얻는다는 측면에서 기존의 게임 개념과 일부 유사한 모습을 보인다.

    ▲ '게임적 요소'도 이제 게임만의 것이 아니다

    앞서, 김대훤 부사장이 말한 문장은 이렇게 급변하는 세태 속에서 다음과 같은 화두로 다가온다.

    '어떤 것이 게임이며, 어떤 것은 게임이 아닌가?'

    시대는 변했고, 변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변할 것이다. 20년 전의 게임은, 컴퓨터나 전자기기를 잘 다룰 수 있는 이들이 깊게 빠지는 그들의 독점적 취미 활동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게임은 누구나 원하면 할 수 있고, 그만둘 수 있는 여러 취미 중 하나일 뿐이다. 그런 와중, 기존의 여러 놀이 문화 및 취미와의 경계도 붕괴되었다. 게임이라는 단어의 한계가 사라졌고, 동시에 "이런게 게임인가?"하는 의문이 의미 없는 시대가 도래했다는 뜻이다.

    ▲ 전통적 의미의 '게이머층'도 이제 구분이 어려워진 상황



    ■ '경계'가 무너진 엔터테인먼트 시장


    전통적 게임 개념이 붕괴되고, 게임 산업이 다른 여러 엔터테인먼트 산업과 융합되면서 당연히 시장의 질서도 많이 바뀌었다. 게임할 땐 게임만 하고, 운동을 할 땐 운동만 하며, 영화를 볼 땐 영화에만 집중하던 이전의 격리형 엔터테인먼트는 더 이상 없다. 영화같은 게임을 하고, 게임같은 운동을 하는 오늘날, 모든 대중은 게이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쟁의 대상 또한 바뀌었다. 이전의 게임 개발사들은 '게이머층'이라는 파이를 두고 다른 게임 개발사와 점유율을 나눠 먹어야 했지만, 이제는 모든 엔터테인먼트 업체와 같은 파이를 나눠야 한다. 물론, 파이의 크기는 전에 없이 커졌다. 세계의 모든 이들이 어떤 형태로든 엔터테인먼트를 소비하기 때문이다.

    ▲ 더욱 큰 파이를, 더욱 많은 이들과 나눠야 한다.

    그럼, 이 변화의 흐름 속에서 게임 산업을 주도할 산업 종사자들은 어느 곳을 바라보아야 하는가?

    "이제 우리는 기존에 게임에 대해 갖고 있던 개념과 기준을 다시 정해야 할 지도 모릅니다. 다르게 생각해야 하고, 변화해야 하며, 기존 게임과 게이머에 대한 인식을 깨트려야 합니다" 김대훤 부사장은 이렇게 말했다.

    '포켓몬 고'는 AR과 IP의 결합을 통해 굳이 게임을 시도하지 않았던 수많은 이들을 게임에 발담그게끔 했다. '로블록스'는 많은 메이저 게임 개발사들이 거들떠도 보지 않았던 개념의 '디지털 장난감'을 만듬으로서 수많은 어린 게이머들의 지지를 받아 시가총액 40조 원 규모의 기업으로 가파르게 성장했다.

    당연히, 게이머들이 지금도 즐기고 있는 전통적 개념의 게임은 여전히 잘 만들어야 한다. 게임 산업의 확장과 융합이 기존 게임의 파괴를 말함은 아니다. 김대훤 부사장이 말하는 건 조금 다른 개념이다. 게임 시장과 엔터테인먼트 시장의 경계가 무너졌으니 전통적 게임은 만들 필요가 없다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게임을 만들면서도 모든 것의 경계가 없어진 지금의 시대에 대응할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 무엇이 '게임'을 '게임'으로 만드는가?


    하지만, 급격한 체질개선은 쉽지 않다. 타이어를 만들던 기업이 어느날 갑자기 식품 기업이 될 수는 없듯,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경계가 무너지는 상황이라 해서 게임 개발사가 갑작스럽게 다른 엔터테인먼트를 만들 수는 없는 일이다.

    "게임이 무엇인지를 정의하는 것은 이제 무의미하지만, 게임 개발사들이 앞으로의 시장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우리는 왜 게임을 좋아했는가?'를 되짚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김대훤 부사장은 말했다. 그는 게임이 게임일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를 '상호 작용성'이라 말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행동이 남에게 어떻게 비춰지는지 알고 싶어하고, 문제를 보면 풀고 싶어하며, 어려워 보이는 일에 도전하고 싶어하고, 상대가 있다면 경쟁하고 싶어한다. 게임의 많은 재미가 이런 '상호작용'에서 오며, 게임은 취미 생활 중 이런 상호작용에 대한 욕구를 가장 잘 풀어주는 엔터테인먼트다.

    게임은 플레이어의 행동에 따라 입체적으로 변화하며, 다른 플레이어들과 사회적 상호 작용을 경험할 수 있는 수단이다. 동시에 다양한 기술을 통해 이 과정을 다른 어떤 엔터테인먼트보다 강렬히 몰입할 수 있도록 만들어 두었다. 김대훤 부사장은 이 '상호 작용성'이 다른 엔터테인먼트와 차별화되는 게임만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AR, VR의 도입은 '상호작용성'의 개념 확장에 있어 매우 유의미한 변화의 지점이자 사례가 될 수 있다. 게이머는 무언가를 누르는 것이 아닌, 휘두르거나, 잡거나, 던지는 등의 행위로 게임 내에서 상호작용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클라우드 컴퓨팅과 스트리밍 산업의 결합 또한 게임 산업에는 하나의 계기다. 다른 이의 게임 플레이를 보다가 즉석에서 내 플레이로 이어간다거나, 반대로 게임을 플레이하다 그대로 해당 부분부터 다른 이의 게임 방송으로 전환하는 형태의 기술이 만들어진다면, 스트리밍과 게임의 상호 작용성을 갖추면서, 동시에 '보는 게임'으로서의 욕구도 충족할 수 있을 것이다.


    'AI 딥 러닝'에 따라 게이머의 성향을 분석해 각 게이머가 가장 좋아할 만한 시나리오를 즉석에서 써 내려가는 게임 또한 하나의 길이 될 수 있다. 게이머의 선택에 따라 시나리오가 바뀌는 게임은 이제 더는 신기한 개념이 아니지만, 내가 선택하지 않아도 AI가 나의 성향을 파악해 최적의 이야기를 만들어주는 건 또 다른 개념의 재미가 될 수 있다.

    기술의 발달은 상상에서나 가능했던 상호작용을 현실로 이뤄낼 힘을 가졌다. 그리고 그 상호작용은 곧 게임 산업의 무기가 되어 엔터테인먼트 산업이라는 거대한 바다를 헤쳐갈 수단이 될 것이다.

    김대훤 부사장은 앞서 말한 다양한 사례를 적용 중인 넥슨의 몇 가지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화상 채팅과 감정 표현 기능을 넘어 사람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는 프로젝트인 '페이스 플레이', 그리고 창작자와 소비자의 경계를 뒤집고 누구나 상상한 것을 만들 수 있는 프로젝트인 'MOD'가 그것이다.

    ▲ 넥슨의 신규 프로젝트 '페이스 플레이'와 'MOD'

    "'게임을 만든다'라는 기존 게임 산업 종사자의 마음으로는 경쟁을 이어갈 수 없습니다"

    김대훤 부사장이 말했다. 그는 본인이 정답이라 말할 수는 없지만, 게임과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경계가 무너지고 그 모든 것이 하나가 되어가는 지금의 시대상은 확실한 현실임을 강조했다. 그리고, 그 현실 속에서 과거와 같은 각오만 가지고는 생존을 이어갈 수 없다는 확신을 담아 말했다.

    지금의, 그리고 미래의 주류가 될 복합적 놀이 문화를 지칭하는 '게임'이 아닌 새로운 단어는 무엇이 되어야 하며, 동시에 게임을 만들던 종사자로서 '게임이 가진 강점'을 앞으로의 시장 상황에서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김대훤 부사장은 '정답'을 말하지 않았다. 다만, 어쩌면 정답보다 더 중요한 화두를 종사자들의 앞에 내려 놓으며 강연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