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제 : 게임 PD가 되어 보니
  • 강연자 : 김용하 - 넷게임즈 / Netgames
  • 발표분야 : 커리어, 프로덕션&운영, 게임기획
  • 권장 대상 : 게임 PD 커리어에 관심 있는 분
  • 난이도 : 사전지식 불필요 : 관련 전공이나 경력이 전혀 없더라도 이해할 수 있는 내용


  • [강연 주제] 본 세션에서는 제가 그동안 개발했던 게임들을 간단히 돌아보고, 개발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통해 배운 것들을 살펴보려고 합니다. 개인적인 경험이라 편향이 있을 수 있겠지만, 게임 PD나 디렉터 커리어를 목표로 하시는 분들께 참고가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게임사에서 PD라고 하면 개발 커리어에서 실무자로서 가장 높은 위치라고 할 수 있다. 회사의 상품인 게임 개발을 총괄하는 자리. 그렇기에 개발자 출신 대표들의 경우 대표이면서 동시에 프로젝트의 PD를 겸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그만큼 PD 역할이 중요하다는 걸 방증하는 셈이다.

    그러나 PD 일을 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만들고자 하는 게임에 대한 큰 그림을 그려야 하고 이를 진두지휘하는 입장이기에 생각해야 할 것도 해야 할 것도 많다. 연륜이 쌓여도 쉽지 않은데 이제 막 PD가 됐거나 디렉터 커리어에 몸담았다면 헤매기 마련이다. 그런 업계 후배들을 위해 넷게임즈의 김용하 PD가 나섰다. 올해로 21년차 개발자이자 10년차 PD가 된 그다. 과연 좋은 PD란 어떤 PD일까. 그리고 어떤 능력을 갖춰야 할까. 10년 간의 시행착오 끝에 그가 깨달은 PD가 갖춰야 할 것은 뭐였을지 그의 경험담을 들어보자.




    ■ PART #1 - 게임 PD가 하는 일

    PD가 하는 일에 대해 얘기하기에 앞서 우선 PD가 뭔지 정의를 해야 할 것 같다. 간단히 말해서 PD는 게임 개발 최종 의사 결정권을 가지고 완성과 서비스를 책임지는 사람이다.

    한국에서는 개발책임자 직함으로 보통 디렉터, 총괄 디렉터, PD, 프로듀서가 혼용되어 쓰이곤 하는데 일반적으로는 개발 인원에 따라서 구분된다. 보통 30명 미만의 소규모 팀이어서 개발책임자 역시 코딩을 하거나 테이블값을 다루는 수준으로 실무에 참여하는 경우 디렉터라고 하고 인원이 점점 늘어나서 실무에 참여하지 않는 대신 게임의 전체적인 개발 방향과 우선 순위를 결정하는 등 관리하는 경우 프로듀서라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관리에 전념하기보다 개발 실무자이고 싶은 에고가 있어서 총괄 디렉터로 해석하는 걸 선호하는 편이다.


    PD가 하는 일 첫 번째는 개발 제안이다. 제안에는 게임 컨셉을 구체화하고 개발 비용을 추산하며 단계별 달성 방법이 포함되어야 한다.

    컨셉을 구체화하는 건 제안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다. 어떤 게임을 만들 것인가 설명해야 하는데, 사실 이를 말로 설명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세상에 없는 게임이라고 할 때, 어떤 점에서 새롭다는 건지 설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장황하게 설명하기 보다 오히려 간결한 게 낫다.


    이처럼 내용을 한두 문장으로 요약한 것을 로그라인(Logline)이라고 하는데, 헐리우드에서 각본을 투자자에게 피칭할 때 많이 쓰이는 기법이기도 하다. 게임 컨셉을 설명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한두 문장으로 핵심 컨셉을 전달하는 게 가장 좋다. 다만, 꼭 문장일 필요는 없다. 키 비주얼을 만들거나 가상의 스크린샷을 만드는 방법 역시 많이 쓰이는데, '포커스 온 유'의 경우 예전에 아내와 코스프레 사진을 찍었던 경험을 살려서 VR 미연시를 만들겠다고 하면서 당시 사진을 PT에 넣었는데 어필이 된 적이 있었다.

    물론 기획서를 제시하고 한번에 통과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실제로는 경영진과 지속적으로 미팅을 하면서 어떤 방향으로 갈지 빌드업을 해나가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경영진이 어떤 관점으로 시장을 보고 있는지 파악해서 선례를 제시하면서 설명하는 편이 좋다.


    두 번째로 챙겨야 하는 건 비용에 대한 부분이다. 개발 비용의 대부분은 인건비와 그 부대 비용이기에 인원 X 기간으로 계산하면 된다. 보통 게임을 개발하고 예상 매출 목표를 세울 때는 행복회로를 돌리는 경우가 많지만, 비용은 리스크이기 때문에 최대한 보수적으로 추산하는 게 좋다.

    그렇다고 무조건 비용을 최소화하라는 게 아니다. 특히 초기 인원은 모자라지 않아야 프로젝트가 제대로 굴러갈 수 있다. 괜히 비용을 줄이겠다고 인원을 빠듯하게 뽑으면 완성도는 떨어지고, 작업할 사람이 부족해 개발 기간이 늘어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기에 초기 개발 인원은 가능하면 최대한 넉넉하게 뽑는 게 좋다.


    컨셉을 구체화하고 비용을 적었다면 마지막으로 마일스톤 계획을 넣어야 한다. 간단히 말하자면 개발 산출물을 확인하는 단위로 경영진과의 약속이라고 할 수 있다. 당연히 마일스톤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프로젝트 평가는 점점 떨어지고 끝내는 허들을 넘지 못하고 프로젝트가 중단될 수도 있다. 보통 3~6개월 단위로 짜지만 덜컥 산출물을 내놨는데 크리티컬한 지적이 나오면 여러모로 힘들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개인적으로는 꾸준하고 세세한 단위로 경영진에게 개발 산출물을 보여줄 기회를 만드는 게 제일 좋다고 생각한다.



    ■ PART #2 - 커리어 포스트모템


    PD로서 본격적인 개발을 시작했던 건 아이덴티티 게임즈에서 '프로젝트 B6'를 개발하면서부터다. 마비노기 영웅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였던 이상균 디렉터를 비롯해 지금은 넷이즈에 있는 김덕영 디렉터, 그리고 인디씬에서 최고로 잘 나가는 한대훈 대표 등이 당시 함께했었다. 올스타급 개발자들이 모인 상황이었고 개발도 꽤 좋은 느낌으로 순조롭게 진행됐다.

    하지만 '프로젝트 B6'는 끝내 빛을 보지 못하고 사라졌다. 경영 환경의 변화를 극복하지 못한 것이다. 회사의 경영진이 바뀌고 신규 프로젝트의 투자 여력이 줄고 있었는데, 그럼에도 개발 진도만 잘 뽑으면 된다고 생각한 게 원인이었다.


    프로젝트는 중단됐지만, PD로서는 좀 더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 결국, 게임 개발이라는 건 회사 입장에서는 사업 투자에 속하는 만큼, 경영진의 투자 관점에 부합하는지 PD라면 끊임없이 확인하고 교감해야 한다는 걸 실패를 통해 배울 수 있었다.


    '프로젝트 B6'로 얻은 교훈 덕분일까. 다음 프로젝트였던 스마일게이트의 '큐라레 마법도서관'은 순조롭게 출시할 수 있었다. PD로 첫 게임을 마침내 출시한 거였다. 당초 구상했던 것보다 좀 마니악한 게임이 되긴 했지만, 그럼에도 조직 세팅부터 출시, 라이브 서비스까지 했다는 건 여러모로 좋은 경험이 됐다.

    다만 아쉬움도 있었다. 게임을 오래 서비스하지 못했다는 부분이다. 처음에 생각했던 게임으로서의 엣지는 어떻게든 구현했지만, 장기적으로 서비스할 수 있는 성장 기반과 플랜을 갖추지 못하고 출시한 게 원인이었다. 이를 통해 게임을 출시하고 서비스를 하려면 장기 플랜을 갖추고 출시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게 됐다.


    '큐라레 마법도서관' 다음으로 진행한 프로젝트는 '포커스온유'였다. 개인적으로 사심을 쏟았던 프로젝트이기도 했는데, 반응도 괜찮았다. 스테이지1 데모는 호평을 받아서 이제 본격적인 개발에 들어가는 일만 남았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즈음 안타깝게도 개인 사정으로 퇴직을 해서 아쉬움이 남기도 했다.



    ■ PART #3 - PD가 해야 하는 것


    이쯤에서 PD에 대해 다시 한 번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자. 앞서 PD는 게임 개발을 진두지휘한다고 한 바 있다. 그만큼 중요한 존재다. 그렇다면 어떤 PD가 좋은 PD일까. 단순히 기술이나 아트, 기획에 강점을 가진 PD가 좋은 걸까. 그건 아니다. 커리어에 따라 강점이 있는 분야는 다 다르다. 그렇기에 반대로 접근하고자 한다. 잘하지 못하면 프로젝트가 망가지거나 드롭될 수 있는 것들에 대한 얘기다.

    기본적으로 좋은 PD는 세 가지를 명심해야 한다. 첫 번째는 경영진의 신뢰를 얻는 것이고 두 번째는 좋은 동료를 구하는 것, 세 번째는 선택과 집중이다.

    1. 경영진의 신뢰 획득


    가장 중요한 건 경영진의 신뢰를 얻는 것이다. 앞서 '프로젝트 B6'의 사례를 보자. 개발 자체는 순조로웠지만 투자 여력이 줄어든 끝에 결국 프로젝트는 드랍됐다. 경영진의 신뢰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PD는 들어간 비용보다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걸 증명해서 꾸준히 회사의 기대치를 유지해야 한다.

    그러려면 마일스톤 결과를 차근차근 달성할 필요가 있다. 다만, 계획대로 게임을 개발한다는 건 사실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마일스톤을 타이트하게 잡으면 굉장히 힘들다. 특히 새로운 걸 R&D하거나 넣어서 달성 목표가 되면 굉장히 힘들어진다. 그렇기에 마일스톤 계획을 짜기에 앞서 시행착오를 고려해 프로젝트 제안서를 쓰기 전에 미리 프리프로덕션 기간을 마련하거나 R&D하는 걸 추천한다.


    다만, 무조건 마일스톤 결과를 우선시하라는 건 아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마일스톤은 어디까지나 신뢰를 달성하기 위한 기본이기 때문이다. 핵심은 프로젝트를 보는 경영진의 관점을 항상 확인하는 것이다. 경영진이 바뀌지 않아도 1~2년이 지나면 프로젝트를 보는 관점이 달라지고 평가하는 기준이 달라질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기존에 계획한 마일스톤 달성은 의미가 없어질 수도 있는 만큼, PD는 항상 경영진의 관점을 민감하게 확인해야 한다.

    2. 좋은 동료를 구하는 것


    앞서 초기 개발 인원은 가능하면 넉넉히 뽑으라고 했지만, 단순히 숫자를 채우기만 하는 건 큰 의미가 없다. 프로젝트가 성공하기 위해선 프로젝트를 캐리할 수 있는 동료를 구해야 한다. 게임의 엔진이나 개발 기간, 프로세스도 중요하지만 결국 좋은 게임이 될 수 있느냐 없느냐는 결국 맨파워가 핵심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방향을 정하고 조직을 리드하는 프로젝트의 초기 멤버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스갯소리로 좋은 동료를 구했다면 이미 PD 역할의 절반 이상은 했다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포커스온유'가 대표적이다. 스테이지1까지는 함께했지만, 중간에 퇴직해서 끝까지 함께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남은 개발자들이 알아서 출시까지 잘 마무리했다. 결국, 게임을 채우고 완성하는 건 동료들이란 걸 다시 한 번 깨달을 수 있었다.

    그렇다면 어떤 동료가 좋은 동료일까. 개발 스킬에 대한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PD의 약점이 프로젝트 전체의 리스크가 될 수도 있는 만큼, 자신의 약점을 커버할 수 있는 동료가 제일 좋은 동료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PD는 본인의 약점을 커버할 수 있는 동료를 항상 가까이에 둬야 한다.

    3. 선택과 집중


    PD는 게임 요소를 감독하는 역할로, 항상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무엇을 취하고 버릴지, 그리고 무엇을 게임의 핵심으로 끝까지 가져갈지 고민해야 한다는 의미다.

    '블루아카이브' 역시 선택과 집중을 통해 대략적인 형태를 확립했다. 컬렉션 게임이니 등장 캐릭터는 많게, 전투의 룩은 근접전으로 하면 정신이 없을 테고 리소스 비용도 많이 들 테니 총격전으로, 완전 자동이면 심심하고 다른 게임과 비슷해지니까 조작 요소를 넣어 덜 복잡한 전술 중심의 게임이 되도록 하는 식이다.

    기본적인 형태를 잡았지만, 아직 끝난 게 아니다. 고통은 이제 막 시작된 거나 마찬가지다. 다시금 무한한 선택의 시간이 온 것이다. 다양한 프로토타이핑 중 하나를 선택하는 건 PD에게 있어서 고통스러운 과정일 수밖에 없다. 정답은 없고 선택의 결과는 오롯이 PD가 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보통은 논리에 기반해서 선택을 한다. 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라면 합리적인 많은 반대에 부딪힌다. 그 선택을 하면 안 된다는 백 가지가 넘는 이유를 듣게 된다. 그럼에도 차별화를 꾀하고자 한다면 이런 반대에 맞서 자신의 선택을 증명할 수밖에 없다. 게임의 핵심 요소로도 굳을 수 있는 만큼, 이 부분에 대해선 항상 고민해야 한다.


    선택한다는 건 뭔가를 포기한다는 걸 의미한다. '블루아카이브' 역시 다양한 컨셉 가운데 선택된 건 일부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캐릭터가 많이 나오는 반자동 총격전에 은엄폐 요소를 더함으로써 모에 엑스컴(Moe Xcom)이라는 기존의 구상은 유지할 수 있었다. 당시에는 최선의 선택이었는지 의문이 들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틀린 선택은 아니었던 셈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이러한 선택에는 정답이 없다. 그렇기에 PD는 왜 그 선택을 했는지 자신의 주관과 논리를 일관적으로 유지해야 한다.



    ■ PART #4 - PD가 하지 말아야 할 것


    그럼 반대로 PD가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은 뭘까. 이 역시 세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일정을 낙관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마이크로 컨트롤, 세 번째는 깨진 유리창을 방치하는 것이다. 당연하지만, 간과하기 쉽다.

    1. 일정의 낙관


    호프스태터의 법칙이란 게 있다. 일정보다 늦어질 걸 고려해도 여전히 일정보다 시간이 더 걸린다는 걸 의미하는 법칙으로, 일정을 정확히 추산하는 건 그만큼 힘들다는 의미다. 그렇기에 일정은 절대 낙관해선 안 된다. 만약 일정을 낙관적으로 추산했다가 삐끗하면 지옥을 맛볼 수 있다. 막판에 일이 몰리게 되고 자신과 동료는 번아웃된 끝에 사기가 떨어지고 다음 일정에도 영향을 끼치게 된다. 악순환이 반복되는 셈이다.

    가장 단순한 대처법은 일정을 비관적으로 추산하는 거지만 몇 가지 방법이 더 있다. 예를 들어 타격감의 품질 목표를 마일스톤 안에서 달성하는 걸 설정했다면 PD 본인이 직접 이를 디테일하게 챙기는 식이다. 결국 품질 목표라는 건 PD가 판단할 수밖에 없는 문제로 피드백이 느려지면 일정을 지킬 수 없는 만큼, 무엇보다 PD가 일정을 앞장서서 챙길 필요가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 담당자들의 업무 부하는 높아질 수밖에 없는 만큼, 별도의 케어가 필요하다.

    여기에 PM 등 함께 일정을 관리하는 동료의 현실적인 피드백을 기반으로 목표를 설정하거나 매 일정마다 조직의 달성 역량을 재평가함으로써 다음 일정 계획에 고려하는 것도 일정을 관리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2. 마이크로 컨트롤


    앞서 마일스톤 품질을 디테일하게 챙기라고 했지만, 그게 곧 마이크로 컨트롤을 하란 의미는 아니다. 타격감을 확인하는 거까지는 좋지만, 그렇다고 PD가 직접 코드를 작성하는 일을 해선 안 된다는 의미다. 조직이 작을 때는 PD가 직접 나서는 게 개발 진행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조직이 커지고 개발 진도가 나가면서 챙겨야 할 게임 요소가 늘어나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때에는 개별 요소의 품질을 판단하는 건 위임하고 PD는 조립된 게임이 제대로 된 방향성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확인하는 게 더 중요하다.

    이때 PD가 절대 빠져선 안 되는 게 바로 '내가 챙겨야 돼' 함정이다. 본인이 나서서 좋은 타격감을 구현했다고 해도 거기서 끝내야지 계속 나서면 안 된다. 이게 계속되면 담당 실무자는 점점 스스로 판단하지 못하고 모든 걸 PD에게 맡기게 되고 결국은 PD가 없으면 일이 돌아가지 않게 되는 최악의 경우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오히려 개발이 진행될수록 PD는 실무에 대한 건 위임하고 한 발짝 뒤에서 게임에 대한 전체 그림을 볼 필요가 있다.

    3. 깨진 유리창 방치


    깨진 유리창 이론이라는 게 있다. 깨진 유리창 하나를 방치했더니 그 지점을 중심으로 범죄가 확산된다는 걸 의미하는 이론이다. 개발을 하면서도 이러한 이론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프로젝트가 1년 이상 넘어가면 조직으로서의 취약점이 조금씩 생기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이런 문제가 발생하면 최대한 빨리 해결해야 한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문제를 발견하기도 쉽지 않고 말을 꺼내기도 조심스럽다. 하지만 방치하면 곪은 끝에 언제부터인가 동료들이 말없이 하나둘 떠나는 걸 볼 수 있다. 그렇기에 PD는 관망하기보다는 최대한 빨리 나서야 한다. 이러한 문제는 대부분 인사팀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 인사팀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직이기도 하므로 문제가 발생하면 최대한 빨리 인사팀과 상담하는 걸 추천한다.



    ■ PART #5 - 해보니 좋았던 것


    끝으로, PD로서 해보니 좋았던 두 가지 팁을 전하고자 한다. 첫 번째는 스테이지1 제작이다. 스테이지1이란 게임의 핵심 요소를 플레이해볼 수 있는 하나의 완성된 스테이지를 의미한다. '포커스온유'를 개발할 때도 스테이지1을 개발하고 개발팀 스스로도 '이렇게 하면 되겠구나'하는 확신을 얻을 수 있었을 뿐 아니라 허들을 굉장히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 넘을 수 있었다. '블루아카이브' 역시 마찬가지로 스테이지1을 통해 스튜디오 내외부에 어떤 게임을 만들 것이라는 비전 공유를 할 수 있었다.


    두 번째는 꾸준한 조직 내 메시지 전파다. 함께 일하는 동료라고 해도 열정은 다르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왜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무엇을 만들고 있으며, 앞으로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지 조직 내외에 꾸준히 전달할 필요가 있다.

    MX 스튜디오에서는 전원을 대상으로 매주 주간 브리핑을 통해 작업 결과 등을 보고하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 개발 회의마다 회의록을 작성하고 이를 전체 공개함으로써 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구성원도 아젠다와 결과를 쉽게 확인 및 검색할 수 있도록 했는데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유용했다.




    ■ PART #6 - 마무리


    게임 PD가 되어 보니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순간을 많이 겪었다. 게임 개발 프로젝트가 진행되도록 하는데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가 필요했고 멘탈이 시시때때로 털리면서 시험에 들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어려움을 넘기고 게임을 낼 수 있다면, 그 이상의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직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모두 파이팅 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