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격 손맛 하나만큼은 인정할 수 밖에 없다


게임이 시리즈로 꾸준하게 출시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작품 활동 과정에서 다음 차기작을 개발할 수 있을 정도의 수익을 내는 것이 우선이며, 여기에 차기작의 출시를 바라는 팬들, 그리고 게임의 독창성과 확장성 등 복합적인 요소를 꼽아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봤을 때 스나이퍼 고스트 워리어 시리즈는 아주 특이한 케이스에 속한다. 2010년에 처음 등장한 스나이퍼 고스트 워리어는 메타 스코어 55점에 달할 만큼 평작 이하의 쓰레기 취급을 받았다. 당시 그 누구도 이 게임의 후속작을 바라지 않았으며, 흥행에 실패했으니 후속작이 나올 것이란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하지만 게이머들의 예상을 뒤엎고 3년 뒤에 스나이퍼 고스트 워리어2가 출시되는데, 전작만도 못한 취급 속에서 메타 스코어 52점을 달성한다. 1편과 2편 모두 최악을 맞이했으니 이쯤 되면 포기할 만하지만, 씨아이 게임즈는 불굴의 의지로 2편 이후에도 2차례의 후속작을 출시하기에 이른다.

그런데 웬걸? 시리즈를 거듭할수록 똥 맛 게임에서 서서히 카레 맛이 느껴지는 것이 아닌가. 마치 1편과 2편은 힘을 비축하기 위해 무릎을 꿇었던 것이라고 해명하듯 3편에서 탄력을 받은 스나이퍼 고스트 워리어는 4편에서 메타 스코어 70점을 기록하며, 마침내 게임다운 게임이 되었다는 평가를 받고야 만다.

그리고 2021년 6월 5일, 시리즈의 모든 정수를 담은 최신작이 출시되었으니 그것이 바로 '스나이퍼 고스트 워리어 컨트랙트 2(이하 컨트랙트 2)'다. 시리즈를 거듭할수록 진화하는 모습을 보여준 만큼 본작에서 어떤 것들이 달라졌으며, 이제는 정말 재미있게 즐길 만한 게임이 되었을지 떨리는 마음을 붙잡고 게임을 즐겨봤다.

※19세 게임으로 리뷰에 다소 잔인한 장면이 포함되어 있으니 시청에 주의해주시길 바랍니다.

게임명 : 스나이퍼 고스트 워리어 컨트랙트 2
장르명 : FPS
출시일 : 2021.06.05
개발사 : 씨아이 게임즈
서비스 : 씨아이 게임즈
플랫폼 : PC

관련 링크: '스나이퍼 고스트 워리어 컨트랙트 2' 오픈크리틱 페이지


진짜 저격다운 저격을 선보이다

게임명에서부터 알 수 있듯 컨트랙트 2는 저격을 메인 콘텐츠로 삼은 FPS 게임이다. 플레이어는 가상의 인물인 용병 저격수 레이븐이 되어 레바논 및 시리아를 배경으로 한 중동 지역에서 활동하며, 범죄 조직의 주요 인물을 암살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번 작은 시리즈 최초로 1000m가 넘는 초장거리 저격이 추가된 것이 특징이다. 군대에서 사격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200m 거리의 표적을 맞히는 것도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하물며, 1000m라니, 생각만 해도 까마득하게 느껴진다.

▲ 망원격과 저격 스코프가 없다면 저격이 불가능한 수준의 1000m

다행스럽게도 컨트랙트 2는 게임이기 때문에 현실처럼 아주 빡빡하게 모든 것을 계산할 필요는 없고 거리에 따른 탄 낙차와 바람의 세기 정도만 계산하면 된다. 특히, 본작에서는 누구나 쉽게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가이드 장치가 마련되었기 때문에 이쪽 장르의 초보자여도 백발백중의 저격수가 될 수 있다.

플레이어는 스테이지에 입장하기 전 총 4개의 난이도를 선택할 수 있는데 난이도에 따라서 저격 가이드의 일종인 레드 도트 - 조준 보조기를 사용할 수 있다. 레드 도트는 스코프로 적을 봤을 때 거리와 바람의 세기를 알아서 계산해줘 빨간 점으로 출력해주는 시스템이다. 해당 기능이 활성화되어 있다면 매번 번거롭게 거리와 바람을 계산할 필요 없이 조준 후 빨간 점에 표적을 넣기만 하면 된다.

사실 게임의 난이도를 대폭 낮춰주는 장치기 때문에 초보자 입장에서 일반 FPS 게임을 하는듯한 느낌을 선사해주며, 이후 어느 정도 숙련도가 쌓였다고 판단되면 난이도를 올려 직접 거리와 바람을 계산해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처음부터 어렵게 만들어 흥미를 붙이지도 못하게 하는 것보다는 게임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해주는 시스템이니 마다할 필요가 없다.

▲ 난이도를 세분화 해서 게임의 진입 장벽을 낮췄다

아무튼, 1000m가 넘는 거리에서 펼치는 저격 액션은 정말이지 과거의 쓰레기 같았던 저격 게임이 맞나 싶을 정도로 엄청난 재미를 선사했다. 적들은 보지도 못하는 거리에서 신중하게 표적을 찾은 뒤, 최적의 타이밍이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묵직한 한 발을 쏘는 것은 단순히 총을 난사하는 것 이상의 카타르시스를 제공해줬다.

단순히 거리가 멀어졌기 때문에 게임의 재미가 올라간 것은 아니다. 전작보다 발전된 총기 사운드와 타격감, 완벽한 타이밍으로 저격에 성공했을 때 카메라의 시점이 총알을 따라가며, 적을 명중하는 장면을 슬로우로 보여주는 액션 등 복합적인 부분이 모여 저격의 재미를 극대화해준다.



저격의 재미를 더해주는 특수한 무장도 빼놓을 수 없다. 무기 커스터마이징을 통해서 특수 탄환을 소지할 수 있는데 철갑탄과 유인탄, EMP탄 등 특정 상황에서 강력한 효과를 낼 수 있다.

특수 탄환은 소지 개수에 한계가 있으므로 일반탄처럼 아무 상황에서나 소비하는 것보다는 정말 중요한 순간에 사용해야 해서 게임의 전략을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맡고 있다. 이외에도 드론과 포탑 등 다양한 장비가 존재한다.

이러한 특수 무장을 통해 플레이어는 더욱 유연하게 전투를 이끌어갈 수 있다. 단순히 적의 움직임을 기다리면서 전투가 잘 풀리길 바라는 것이 아니라 전장의 상황을 내가 원하는 대로 바꿀 수 있는 것이다. 특히, 대부분 목표는 저격을 대비해 건물 안에 있거나 개활지를 피하려는 모습을 보여주는지라 주변 환경을 이용하는 전략적인 플레이가 요구된다.

▲ 드론과 포탑을 적재적소에 활용한다면 훨씬 전략적인 플레이가 가능하다

게임은 초장거리 저격뿐만 아니라 100m 내외의 거리에서 이뤄지는 저격도 물론 존재한다. 스테이지마다 초장거리로 저격하는 미션과 근 중거리에서 저격하는 미션으로 나뉘기 때문에 게임 내 콘텐츠 밸런스는 꽤 적절하게 잡혀있는 편이다.

또한, 모든 전투가 오직 저격으로만 이뤄지는 것도 아니다. 저격총 외에도 돌격 소총과 기관단총, 샷건부터 권총과 같은 보조 무기도 존재하며, 수류탄, 대인지뢰와 근접 격투술까지 있어 상황에 따라서 유연하게 대처하면 된다.

▲ 간결하고 빠르게 펼쳐지는 근접 액션



목표는 하나, 달성 수단은 무궁무진
▲ 6개의 스테이지와 다양한 미션으로 구성됐다

게임의 주요 목표는 범죄 조직 소탕이며, 총 6개로 구성된 스테이지에서 각각의 미션을 달성하게 된다. 스테이지는 특정 인물의 암살과 적의 주요 시설을 무력화시키는 파괴 공작 등으로 나뉘며, 한 스테이지에서 모든 목표를 달성하면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가는 일자형 구조로 되어 있다.

스테이지에 입장한 플레이어는 해당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주어진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다만, 오픈 월드처럼 눈에 보이는 모든 곳을 탐험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캐릭터가 지나다닐 수 있는 길이 존재하기 때문에 완벽한 자유보단 어느 정도 개발자가 의도한 대로 제한된 상황에서 전투를 펼쳐야 한다.

다만, 적을 없애는 방식 자체는 굉장히 자유롭기 때문에 플레이가 답답하다는 느낌이 들진 않는다. 예를 들어 A라는 인물을 암살해야 한다고 가정할 때, 먼 거리에서 총으로 A를 쏴서 죽이든 주변 폭발물을 터트려서 죽이든 상관이 없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A를 없애기만 하면 목표 달성이다.

▲ 미션은 주요 인물의 암살 혹은

▲ 특수 시설의 파괴로 구성되어 있다

제한된 상황에서 진행되는 전투는 수단과 방법에 제한을 두는 것이 아니라 플레이어의 이동에 제한을 둔다고 보면 된다. 궁극적인 목표가 있으니 플레이어에게 과한 자유를 줘서 목표 의식을 흐리기보단, 이동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목표에 다가가는 상황을 연출해 매끄럽게 진행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게임 플레이의 흐름은 대략 이동 - 잠입 - 일반 병사와 전투 - 목표 제거 - 탈출 순으로 이뤄진다. 미션에 따라 방식의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보통은 이 플롯대로 흘러간다고 생각하면 된다. 앞서 언급했듯 목표만 달성하면 되기 때문에 존 웍처럼 보이는 모든 적을 대놓고 없애면서 진행해도 되고 아니면 메탈 기어 솔리드처럼 잠입을 통해 은밀하게 목표만 제거해도 된다.


보통은 잠입보다는 전면전이 생각할 필요도 없고 편하기 때문에 선호하게 되는데, 컨트랙트 2의 전면전은 생각보다 어려운 편이다. 구역마다 정찰하는 적들의 수가 꽤 많은 데다 한 번 발각되면 적들끼리 무선을 주고받아 경보를 울리고 더 많은 적이 경계 태세를 취하게 된다.

만약, 총소리가 울리기라도 하면 즉각적으로 소리가 울린 방향을 향해 달려오며, 위치가 들통나면 총을 쏘는 것은 물론이고 수류탄을 투척하고 상황에 따라선 박격포를 쏘기도 한다. 화기의 데미지는 강력하며, 폭파형 무기는 직격으로 맞으면 한 방에 죽을 수 있어서 무턱대고 전면전을 벌이기보단 최대한 은밀하게 활동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 반복 플레이에 목표를 부여해주는 도전 과제

적을 쓰러트려도 주변 적에게 발각되지 않는다면 암살로 치기 때문에 정찰병들의 이동 구간을 파악한 뒤에 하나씩 차근차근 없애면서 진행하는 방식을 주로 택하게 된다. 이를 보조해주는 유인 함정과 투척용 단검, 총기에 부착 가능한 소음기 등의 도구가 있으니 잠행 자체의 난이도는 그리 높지 않다.

한편, 특정 행동대로 목표를 달성할 경우 추가 보상금을 획득할 수 있는 도전 과제 시스템도 존재한다. 도전 과제 시스템은 폭발로 목표를 쓰러트리거나 혹은 경보를 울리지 않고 목표 달성하기, 특정 무기로 적들 여러 명 처치하기 등 메인 목표 달성에 대한 가이드를 제공해주며, 반복 플레이를 유도하기도 한다.

▲ 자유로운 총기 커스터마이징과

▲ 능력 개발을 통해 불가능했던 전략도 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이 정도면 납득 OK

지금까지 좋은 말만 했으니 이제 아쉬운 점에 관해 이야기할 차례다. 먼저, 게임의 분량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컨트랙트 2는 스팀 구매 기준 41,000원의 가격에 판매 중이다. 6만 원이 넘어가는 풀 프라이스 게임보다는 저렴하지만, 일반적인 인디 게임보다는 비싼 가격인 셈이다.

4만 원의 게임을 적당히 비싼 가격이라고 정의했을 때, 컨트랙트 2는 기대 이하의 플레이 타임을 보여줬다. 앞서 언급했듯 컨트랙트 2는 총 6개의 스테이지로 구성됐다. 하나의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는 데 보통 30분~1시간 정도가 소요되며, 점차 숙달될수록 플레이 타임이 줄어들게 된다.

▲ 처음부터 끝까지 비슷한 플레이로 흘러가는 점도 아쉽다

따라서 6개의 스테이지를 모두 깨는 데 필요한 시간은 평균 6시간 정도다. 도전 과제를 위한 반복 플레이를 고려해도 10시간을 넘기지 못할 것이다. 도전 과제라 해도 스테이지의 구성 자체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전작의 경우, 게임 출시 이후 DLC를 선보이며, 부족한 플레이 타임을 보완하려는 모습을 보였지만, 결국 DLC도 돈을 주고 구매하는지라 가격 대비 분량이 적다는 문제를 해결해주진 않는다.

▲ 수중 아크로바틱 연기를 구사 중인 적

또한, 가격 대비 게임의 마감이 아쉬운 편이다. 스테이지에 입장할 때마다 보여주는 브리핑 영상이라든지 각종 장비들의 외형, 커스터마이징 시스템 등의 퀄리티는 뛰어난 편이다.

그에 반해 캐릭터의 움직임이 매우 어색한 편이며, 게임의 진행을 방해하는 자잘한 버그가 많다. 백번 양보해서 어색한 움직임은 B급 감성이라고 생각해줄 수 있다. 하지만, 버그는 게임의 재미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인지라 계속해서 웃어넘길 수가 없다.

이는 스나이퍼 고스트 워리어 시리즈에서 고질적으로 나오고 있는 문제라 더욱더 아쉽게 느껴진다. 그나마 출시 이후 지속적인 패치를 통해 버그 픽스를 해주니 다행이라면 다행일까 싶다.

▲ 맵을 뚫고 낙하하는 악랄한 버그는 제발 그만...





2010년에 처음 등장했던 스나이퍼 고스트 워리어를 떠올린다면 컨트랙트 2는 정말이지 선녀 그 이상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시리즈를 거듭할수록 퇴보하는 것이 아니라 재미를 더해줬다는 사실이 이 시리즈를 계속 기대할 수밖에 없게 만들어준다.

컨트랙트 2는 충분히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이다. 명작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한 번 구매해두면 저격이 생각날 때마다 찾아서 해볼 정도의 게임은 됐다. 전체적인 플레이 타임이 짧다는 아쉬움이 있지만, 덕분에 한 판의 호흡이 짧아 부담 없이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마음으로 바라볼 수도 있다.

여러모로 전작의 시리즈와 달리 게임이라고 불릴 수준까지 올라왔다. 정체되지 않고 매번 새로운 콘텐츠를 추가하며, 변화를 꾀하는 스나이퍼 고스트 워리어다. 다음 후속작에서는 또 어떤 즐거움을 선사해줄지 기대를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