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사막의 메인 스토리 라인이 오딜리타를 넘어 아토락시온에 다다랐습니다. 아토락시온에서는 메디아 이후 좀처럼 등장하지 않았던 일레즈라 이야기가 등장하게 되죠. 일레즈라는 검은사막에서 역사가 깊은 종족인 가넬과 아히브만큼이나 수많은 비밀을 간직한 핵심 인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아토락시온 스토리가 중요한 이유는 검은사막의 세계관을 더 자세히 엿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일레즈라와 모험가의 관계가 조금씩 벗겨지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번 편에 나온 바아의 기록을 통해서 앞으로 업데이트 될 다른 컨셉의 아토락시온 던전을 예측할 수도 있습니다.

일단 바아마키아 이후 나올 아토락시온 던전의 이름은 각각 시카라키아, 요루나키아, 오르제키아로 보입니다. 또한 바아마키아의 몬스터 컨셉을 아크만과 히스트리아에서 가져왔다는 기록을 볼 때, 앞으로 다른 던전에서는 시크라이아나 하스라 절벽과 같은 고대 석상형 몬스터가 나오거나 오우거, 사우닐, 살룬곰 처럼 완전히 다른 형태를 띌 수도 있겠다는 추측을 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오르제키아 지역에 관심이 갑니다. 벨모른과 크자카의 뿌리이기도 한 고대 제국 오르제카와 발음이 너무 비슷하기 때문이죠. 바아의 기록에서 아크만과 히스트리아를 아크마흐와 히스트라흐로 발음한 것을 볼 때, 오르제키아와 오르제카도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일까요? 아니면 완전히 다른 지역인 것일까요. 앞으로 펼쳐질 아토락시온의 이야기를 기대해보도록 합시다.

*본 스토리 기사는 시리즈로 연재됩니다.
*메인퀘스트, NPC 대화, 지식 등을 참조하여 작성하였습니다.
*분기란 게임 내 유저의 선택에 따라 에피소드가 달라지는 부분을 뜻합니다.
*약간의 각색이 포함되어 있을 수 있으나 게임 내 설정 및 컨셉에는 지장이 없습니다.



■ 아토락시온 스토리 상편

타리프 마을의 촌장이 급하게 모험가를 부른다. 타리프 마을의 소서러들에게 마력 소멸 현상이 일어났다고 한다. 그들이 마력이 잃은 곳은 마을 근처 수상한 돌무덤. 돌무덤을 부수자 주술이 깨지며 주민들의 마력이 돌아온다. 그때 마을에서 한 사람이 정신을 잃고 쓰러지고, 그의 소지품에서 아토마기아의 심장, 그리고 신성한 불꽃 이닉스에 대한 쪽지가 발견된다. 이닉스를 깨우려면 아토마기아의 심장이 필요하다고? 무엇보다 이 자는... 일레즈라를 찾고 있다.

쪽지가 가르키는 곳은 하스라 고대 유적. 일레즈라보다 먼저 아토마기아의 심장을 찾아야한다. 고대 유적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자 간결한 고대 문자가 벽에 새겨져 있다. 아토락시온. 고대 문자를 소리내어 읽는 순간 가슴 한 켠이 먹먹해진다. 그 위로 수상한 문양이 하나 더 있다. 문양을 만지는 손끝에 미세한 진동이 느껴진다. 누군가의 편지가 튀어나온다. I의 초대장이다.

일레즈라다. 아토마기아의 심장이 있는 곳에서 일레즈라가 모험가를 기다리고 있다.

-아토락시온 사전 의뢰, I의 초대장-


실종된 마르타와 라피 베드마운틴
하이델, 은방울꽃 여관

I의 초대장을 발견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야즈에게서 구조 요청(?) 편지가 왔다. 다급히 휘갈겨진 글씨체를 보아하니 제법 급한 일인 것 같았다. 모험가는 하이델 은방울꽃 여관에서 막 맥주 한잔을 기울이려는 루웬에게 야즈가 '왕회장'에게 불려갔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야즈가 또 무슨 사고를 친 것이 분명했다. 루웬은 한심하다는 듯 고개를 가로젓더니 조용히 검지 손가락을 들어 여관 2층을 가리켰다.

여관 2층 테라스쪽에서 잔뜩 화가 난 은방울꽃 여관 주인 그레이스 로렌의 목소리가 날카롭게 울려퍼졌다. 가까이 다가가보니 그 앞엔 당장에라도 울음을 터뜨릴 듯한 조그만 샤이족, 야즈가 있었다.

"야즈, 샤이들은 늘 느긋해서 잘 모르나본데, 사람에게는 참는데 한계라는게 있어요."
"미안, 정말 미안해, 그런데 마르타와 라피가... 돈 떼먹고 도망갈 친구들이 아니라는 거 잘 알잖아!"

비밀 수호단이 여관의 숙박 대금을 내지 않고 도망간 모양이었다. 그리고 야즈는 그 대금을 모험가가 대신 내줄 것이라 했다고. 아니, 이건 솔직히 그냥 양아치 아니야? 모험가는 어느새 자신의 다리에 폭 안겨 조그만 얼굴을 문대고 있는 야즈를 애써 무시했다. 이렇게 애교를 부려봤자 소용없다고.

"저, 야즈와는 얼굴만 아는 사이인데요."

돈 문제는 설령 가족이어도 확실해야 하는 법. 야즈는 단호하게 선을 긋는 모험가를 원망스럽다는 듯 쳐다봤다. 왜 내가 잘못했다는 눈빛을 보내는 건데. 심지어 마르타와 라피는 자신이 발굴단으로 고용한 사람들의 숙박비도 지불하지 않고 도망갔다고 했다. 그렇게 둘은 고대인의 석실에서 새로운 형태의 고대 병기를 연구하다가 실종됐다고. 그것이 야즈가 돈을 낼 수 없는 이유였다.


▲ 뻔뻔

▲ 검은사막 공식 도둑 집단, 비밀 수호단

야즈는 더 이상 안되겠다고 생각했는지 모험가를 살살 구슬리기 시작했다. 마르타와 라피가 갑자기 번쩍하고 사라졌다는 둥, '구원의 요새' 또는 '죄인의 요새'라는 수상한 글귀가 발견됐다는 둥, 새로운 병기와 문짝이 있었다는 둥 각종 흥미로운 말들로 모험가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옆에서 여관을 아직 떠나지 않은 용병들까지 맞장구를 쳐주니 모험가는 어느새 몸이 근질거리는 것을 느꼈다. 진짜 이 야즈 녀석 꿀밤 한대 쥐어박을까.

야즈는 여기에 한술 더 떠 여관에 마르타가 미처 챙기지 않은 조사일지가 남아있다고 말했다. '붉은 눈동자의 침탈자. 이 땅 최후의 요새. 생산과 개량의 요럄. 아토락시온의 설계자. 데키아... 그리고 데키마 넷. 최후의 결투, 아토마기아의... 심장...?' 그 일지엔 모험가가 이해할 수 없는 단어들이 빼곡히 적혀있었다. 후, 그래. 야즈 너가 이겼다. 모험가는 결국 호기심에 못 이겨 야즈 대신 밀린 대금 100G(천만 은화)를 지불하고 고대인의 석실로 향했다.


▲ 마르타의 조사일지를 읽는 모험가

▲ 때리고 싶다


일레즈라의 초대
고대인의 석실

고대인의 석실은 기억을 잃어버린 모험가가 에단을 처음 만난 장소이자, 흑정령이 처음 고대 유물의 힘을 흡수한 곳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곳의 형태는 이전과 조금 달라 보였는데, 놀랍게도 에다나의 일생을 그린 한 고대 석화 뒤로 그동안 발견되지 않은 비밀 통로가 드러나 있었다.

모험가는 그 비밀 통로 끝에서 오랜만에 에단을 만났다. 에단은 마르타와 라피가 사라진 곳이 바로 이곳이라면서, 그들이 어쩌다 '타리브레의 문'을 연 것 같다고 말했다. 그들이 다소 무모하게 유적을 조사하다가 결국 문에서 나오는 빛 속으로 빨려들어갔다는 것이다.

에단 말대로 그 통로 끝에는 조그만 돌문이 하나 있었다. 하지만 어떻게 작동하는 것인지, 아무리 강한 힘을 주어도 꿈쩍하지 않았다. 그때 갑자기 주변 고대 병기 중 하나가 스르륵 자세를 바꾸는가 싶더니 모험가에게 돌진하기 시작했다. 급히 몸을 틀어 공격을 피한 모험가는 침착하게 병기에 공격을 집중시켰고, 병기는 이내 작동을 멈추고 사라졌다.

고대 병기가 있던 자리에는 왠지 모를 어두운 기운이 남아있었는데, 모험가가 그곳에 가까이 다가가자 갑자기 돌문 앞에서 환영이 피어올랐다. 일레즈라였다.

"안녕. 오랜만이야. 내 목소리 기억나지? 처음 보는 고대 병기는 어땠어? 상대할만 해? 곧 그것과 같은 것들 수만 개가, 네가 사는 곳을 덮칠 거야.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하냐고? 궁금하면 이리로 건너와봐. 타리브레의 문을 넘어... 아토락시온으로!"


▲ 갑자기 덤벼든 고대 병기

▲ 일레즈라가 타리브레의 문 너머 아토락시온으로 모험가를 부른다.

I의 초대장처럼, 일레즈라는 모험가를 아토락시온 내부로 유인하고 있었다. 그녀는 대체 아토락시온의 어디까지 당도한 것일까. 만약 신성한 불꽃 이닉스를 깨울 수 있는 아토마기아의 심장이 일레즈라에게 이미 넘어갔다면 문제는 심각해졌다. 그리고 그냥 둔다면 일레즈라의 말처럼 무시무시한 고대 병기들이 이 세계를 공격할지도 몰랐다. 설령 이것이 함정이라 한들, 모험가에게 물러설 곳은 없었다.

야즈는 모험가를 극구 말렸다. 너무 위험한 일이었다. 하지만 다른 뾰족한 방법이 없는 것도 사실이었고, 결국 자칭 비밀 수호단 베테랑(?)인 자신도 모험가와 동행하기로 했다. 야즈는 마르타의 조사 일지를 꺼내 타리브레의 문에 관한 기록을 찾았다. 문을 열기 위해선 그 옆에 '솔 마기아'라는 장치에 '타리브레의 눈물'을 주입해야 했다.

타리브레의 눈물
어젯밤 49년 뒤의 오늘을 생경히 바라보았다. 사방을 뛰어 다니며 울부짖는 짐승은 불을 토해내고, 세상에 가득 찬 절망은 하늘을 뒤덮어 모든 흔적을 지웠고, 화염에 휩싸인 대지는 한 줌의 가루로 돌아가고, 내 손에 든 검은돌도 잿가루가 되어 대기에 떠올라 맑은 액체가 되어 세상에 떨어지니... 그것은 타리브레의 눈물이라 불려지리라.

-로크스-

한참 동안 로크스의 비밀 제작서를 확인하던 야즈는 인부들에게 블랙스톤 가루, 절망의 흔적, 화각, 화염의 가루, 맑은 액체 시약을 각각 49개씩 가져오도록 시켰다. 이를 한데 모아 가열하니 걸쭉하면서도 투명한, 무지개빛의 액체가 생겨났다. 모험가는 이렇게 완성된 타리브레의 눈물을 솔 마기아에 왕창 주입했고, 앞에 있던 돌문이 우렁찬 소리를 내며 흔들리기 시작했다.

"...가동 시작. 타리브레의 문 연결 완료."

알 수 없는 기계음과 함께 눈 앞에 새하얀 빛이 펼쳐졌다. 마르타와 라피가 사라질 때와 같았다. 거부할 수 없는 엄청난 파장과 함께, 에단은 모험가와 야즈의 형체가 순식간에 돌문 안으로 빨려들어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 타리브레의 문을 여는 장치, 솔 마기아


로크스의 제자, 바아
아토락시온 : 바아의 창공

모험가가 정신을 차렸을 땐 '바아의 창공'이라는 고대 유적 내부였다. 고대인의 석실과는 비교도 안될만큼 큰 곳이었다. 사실 단순한 유적 또는 요새라는 말로도 설명할 수 없는 규모여서, 차라리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신대륙이라고 표현하는게 알맞을 것 같았다.

뒤늦게 야즈가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일어났다. '아토락시온 바아마키아... 간악한 검은 침탈자들은 결코 태양의 눈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 그들이 밟고 선 거대한 원형 유적에 적혀있는 고대어였다. 그러자 갑자기 땅이 거세게 흔들리더니, 저 멀리 우뚝 선 탑에 빨간 불빛이 들어왔다. 흑정령은 그 붉은 빛을 '고대인의 심장'이라 부르며 엄청난 힘이 숨겨져 있는 것 같으니 빨리 가보자고 모험가를 재촉했다.

하지만 그것은 함정이었다. 모험가가 그 탑에 손을 뻗는 순간, 고막을 찢을 듯이 날카로운 흑정령의 비명이 울려퍼졌다. 그 붉은 탑은 흑정령이 그동안 모아온 힘을 모두 흡수하고 있었다.

"검은 침탈자가 감지되었습니다. 전투 준비 태세를 최고 단계로 격상합니다."

아토락시온이라는 곳은 검은 침탈자, 곧 흑정령과의 전쟁을 대비하는 요새였다. 즉, 모험가가 데리고 들어온 흑정령에게 반응한 요새가 그의 힘을 모두 거두어 간 것이다.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흑정령을 감지한 요새는 곧 고대 병기들을 소환해냈다. 모험가는 이제 흑정령의 도움 없이 오로지 자신의 힘으로만 병기에 맞서야 했다. 그동안 해본 적 없는 일이었고, 이에 겁을 먹은 야즈는 먼저 마르타를 찾아보겠다며 줄행랑쳤다.


▲ 바아의 눈

▲ 흑정령의 힘을 모두 흡수당하는 모험가

흑정령의 도움 없이 고대 병기를 상대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다. 단단한 암석으로 만들어진 몸과 검으로 중무장한 고대 병기들은 모험가를 단숨에 제거할 기세로 덤벼들었다. 모험가는 무기를 움켜쥐고 온 정신을 집중시켰다. 그래도 흑정령에게 삼켜지지 않기 위해 매일 같이 수련을 해왔던 모험가였다.

한바탕 거친 싸움 끝에, 여러 갈래로 조각난 고대 병기들 사이로 지친 기색이 역력한 모험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모험가는 비틀거리며 흑정령의 힘을 흡수했던 첨탑, 바아의 눈으로 다시 손을 뻗었다. 알고 보니 바아의 눈은 일종의 기록장치였고, 이를 살피던 모험가는 마르타와 라피가 지나간 길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기록을 보니 마르타와 라피가 요새에 도착했을 때는 병기가 작동하지 않은 모양새였다. 결국 함부로 흑정령을 들인 모험가가 이 요새를 깨운 것이나 다름없었다. 모험가는 마르타와 라피가 지나간 것으로 추정되는 길을 따라 황급히 발걸음을 재촉했다. 마르타와 라피는 아직 살아있는게 분명했다. 모험가가 요새를 작동시키기 전까지만 해도 말이다.


▲ 흑정령의 도움 없이 홀로 고대 병기에 맞서는 모험가

고대 병기 몇 무리를 더 상대하며 긴 통로를 지나자, 곧 거대한 공터가 하나 나타났다. 그곳엔 모험가가 찾던 마르타와 라피, 그리고 비겁하게 도망친 겁쟁이 야즈가 있었다. 모험가는 먼지와 암석 부스러기를 잔뜩 뒤집어 쓴 몰골로 야즈를 노려보았다. 야즈는 이제 마르타 옆에 꼭 달라붙어 있었다.

마르타와 라피는 모험가가 요새를 작동시킨 후 나타난 고대 병기들때문에 이곳에 발이 묶여있었다고 했다. 이 공터는 신기하게도 병기가 출몰하지 않았고, 신기한 유적 장치들이 가득했다. 라피 베드마운틴은 그 유적의 한 구석에 적혀있는 구절을 읇어보고 있었다.

"지금까지는 내 몸의 움직임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인간 형태의 병기만을 시험제작 해왔다. 하지만, 스승님께선 바깥 세상엔 저마다 모습이 다른 수많은 생명체가 자신만의 생존 방식으로 세상을 살아간다고 말씀하셨다. 어떤 생명은 관절이 우리와 반대 방향으로 접힌다고도 하고, 또 어떤 생명은 꼬리라는 게 엉덩이 뒤로 길게 늘어져있다고 하니 신기할 따름이다."

그때 갑자기 공터 한쪽에 놓여있던 구체 모양의 고대 유적이 황금 불빛을 발산하며 작동하기 시작했다. 아까까지만 해도 마르타 옆에 꼭 붙어있던 야즈가 보이지 않았다. 유적에 정신이 팔린 틈을 타 어디론가 가서 또 사고를 친 것이 분명했다. 마르타는 그 공터의 옆방에서 야즈를 발견하고는 아무 것이나 건들지 말라고 성질을 부렸다. 하지만 야즈는 오히려 당당했다. 이곳에 또다른 누군가가 살아있는 것 같다며, 일레즈라가 남긴 기록을 살펴보라고 말했다.

"다른 모든 기록은 해독할 수 없었으나, 해독할 수 있었던 메시지들을 남겨둔다. 살려달라, 꺼내달라, 기다리고 있다, 잠들어 있다. 너도 나도 이곳을 찾은 목적은 같을 테지. 내가 그 심장을 차지하도록 내버려둘거야? 지금쯤 어리둥절해하고 있을 너를 위해 힌트를 하나 내어 줄게. 이 아토락시온을 설계했던 네 명의 데키마들이 서로 우애가 깊었더라면, 이 세상은 어떻게 됐을까?

살려달라고 외치는 그 존재가 사람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어쩌면 마르타와 라피 이전에 먼저 유적을 발견한 자일 수도 있었다. 또한 지금쯤이면 일레즈라가 이미 데리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내 이름은... 바아. 언젠가 꼭 누군가 우리를..."


▲ 야즈가 작동시킨 고대 유적, 바아의 실타래

모험가와 비밀 수호단은 야즈가 작동시킨 유적, 바아의 실타래로 다시 돌아왔다. 주사위 모양의 유적 아래엔 스텔라기아, 곧 별빛길이라고 불리는 완벽한 구체 모양의 돌이 천천히 돌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 이상은 없었다. 무언가 이상했다.

갑자기 야즈가 석상 앞에 놓인 상자들을 가리켰다. 가지런히 놓여있는 6개의 상자들은, 처음 이곳에 들어왔을 때 보이지 않은 것들이었다. '데키마들이 서로 우애가 깊었더라면...' 잠시 팔짱을 끼고 고민하던 야즈는 곧 이것이 서로 무게가 다른 상자의 균형을 맞추는 수수께끼임을 알아차렸다. 그 말을 듣고 나서야, 모험가는 비로소 스텔라기아 뒤로 양팔 저울 모양의 원반 두개가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덕분에 모험가를 비롯해 마르타, 라피, 야즈는 한참동안 상자를 낑낑거리며 날라야 했다.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 원반 저울의 양 균형이 맞춰지자, 건물이 크게 흔들리며 위쪽으로 길게 놓인 등가보급소 기둥으로 빛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모두가 와아- 하고 감탄을 자아내는 광경이었다. 이후 더욱 환하게 빛을 내뿜는 스텔라기아를 작동시키자, 이전의 기록과 함께 중년 남성의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 빛이 들어오는 등가 보급소

로크스 마하 데키아의 기록
하늘의 기운이 극도로 부진하니, 얼마 못가서 땅이 무너지는 화가 찾아오리라. 이를 대비하여 미리 10만의 병기를 생산하고, 평시엔 행성의 춥거나 덥거나 습하거나 마른 다양한 환경에서 훈련토록 하며, 변란이 일어나면 모두 합쳐 지킴으로써 위급한 때의 방비로 삼도록 해야 할 것이다.

붉은 눈의 침탈자들로부터 우리의 미래를 되찾아올 나의 데키마들아. 이제 각자의 영역으로 떠나 이 세상을 모방한 환경을 구축하고 병기를 생산하여 훈련에 매진하도록 하여라. 그 땅은 각각 바아마키아, 시카라키아, 요루나키아, 오르제키아로 이름지어질 것이며, 그때 비로소 아토락시온이 완공되리라.

나는 결전의 날을 대비하여 짧은 잠을 청할 것이며, 마은 아홉 개의 태양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날, 너희 곁에 돌아오리니. 잠시 떨어짐을 슬퍼하지 말라. 프로토키아의 마기아에서 숨 쉬고 있는 나의 분신 데키아가 너희의 길을 인도해줄 것이다.

로크스의 제자, 바아의 기록
아토락시온의 태양 바아마키아의 설계자이자 통제자, 바아.

스승님은... 이름도 없는 우리들을 거두어 각각 바아, 시카, 요루, 오르라는 이름을 지어주셨다. 그때는 알지 못했다. 그 이름들이 얼마나 큰 의미를 지니는지... 우리는 약속의 날이 되어 각자의 세상으로 떠났다. 바아마키아, 시카라키아, 요루나키아, 오르제키아로 모두 무사히 돌아와 스승님의 뜻대로 각자의 구역을 설계하여, 검은 침탈자를 막아내기로 맹세했다.

이 요새는 '마하'라는 장막으로 둘러싸여있다. 스승님께선 세상의 눈을 피하는 동시에 이곳에서의 시간을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장치라고만 말씀하셨다. 그런데 며칠 전, 어이없게도 작은 챠피챱 하나 때문에 마하의 구석에 작은 균열이 발생했었다. 나는 내가 가진 모든 지식을 동원하여 최선을 다해 수리했지만 정말 제대로 수리된 건지는 알 수 없었다. 만약 스승님이 계셨더라면 나를 칭찬해주셨을까?

오늘도 프로토키아에 가서 스승님을 만나뵙고 왔다. 물론 이제 실체를 볼 수는 없지만, 나는 알고 있다. 깊은 잠에 들어 꿈 속에서 우리를 지켜보고 계심을. 결전의 날을 위한 잠깐의 이별일 뿐임을... 나는 그날이 올 때까지 결코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나는 이 세상을 지켜낼 구원자의 오른편에 서서, 모두를 지켜보리라.

스승님께서 내게 주신 이름을 가진 그곳에 다녀왔다. 송곳 하나 비집고 들어갈 틈 없이 빽빽하게 내리쬐는 태양빛이 아픈 정말 혹독한 곳이었다. 나는 아크마흐와 히스트라흐에 서식하고 있는 생명체 견본을 입수하여 그들의 움직임을 본따 시제품을 제작해보았다. 아직 동력 설계에 헛점이 있었는지, 임계점을 넘지 못하고 기동에 실패하였다. 내일은 좀 더 많은 견본을 구해와야겠다.

...오랜만에 만난 다른 데키마들과의 자리는 조금 어색했다. 너무 오랜 시간 다른 세상을 여행하고 와서 그랬던 걸까? 예전엔 우리 모두 같은 스승님의 제자라고 생각했었는데... 이제는 생김새도... 목소리도 달라졌다. 다 달라졌다.

이전에 야즈가 고대 장치를 작동시킨 공터의 옆방은 알고 보니 '바아의 기록실'이었다. 그곳엔 이런 기록들 외에 바아마키아 요새의 전체 설계도가 있었다. 야즈는 그 설계도를 쭉 살펴보더니 바아의 요람, 곧 구역의 마지막 공간에 가면 이곳을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그곳에 가려면 이러한 '바아의 실타래'를 네 개나 더 풀어야했다.

'바아마키아 통제 권한 : 알 수 없음'

그때 갑자기 기록실이 붉게 빛나며 경고가 울려퍼졌다. 원래대로라면 바아마키아의 통제 권한은 바아에게 있어야 했다. 하지만 '알 수 없음'으로 되었다는 것은... 요새의 통제 권한이 일레즈라에게 넘어갔다는 뜻이었다.

야즈는 다급히 다른 기록들을 살펴보았다. 카이브 엘라안. 카이브의 모조품. 검은돌로 설계한 카이벨란 선로. 아토락시온의 심장 마기아. 아토락시온의 핏줄 카이벨. 아토락시온 곳곳에 피를 흘려 보내줄. 아토락시온 전투발생상황 모의 설계. 알 수 없는 말이 가득했다.

그들은 일단 요새에 동력을 공급해주는 것으로 추정되는 카이벨란 선로를 따라가기로 했다. 그러면 언젠가 요새의 끝인 바아의 요람에 도착할 것이고, 이 지옥 같은 곳에서 탈출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 바아마키아의 통제 권한이 일레즈라에게 넘어갔다.

▲ 참고로 마하의 장막에 균열을 일으킨 챠피챱은 이렇게 생겼다. (버터팬더 블로그)


▣ 검은사막 스토리 시리즈
※검은사막 스토리 특집 - 한 번에 보는 흐름 총정리
▶검은사막 스토리 #1 - 연대기 상편
▶검은사막 스토리 #2 - 연대기 하편
▶검은사막 스토리 #3 - 발레노스 지역 여정
▶검은사막 스토리 #4 - 세렌디아 지역 여정 상편
▶검은사막 스토리 #5 - 세렌디아 지역 여정 하편
▶검은사막 스토리 #6 - 칼페온 지역 여정 상편 (분기1)
▶검은사막 스토리 #7 - 오제 아가씨의 안타까운 사랑 (칼페온 분기2)
▶검은사막 스토리 #8 - 누구도 믿을 수 없는 권력의 도시 (칼페온 분기3)
▶검은사막 스토리 #9 - 드러난 고대신과 엘리언교의 비밀 (칼페온 마무리)
▶검은사막 스토리 #10 - 시라레의 불길한 예언과 의심 (메디아 프롤로그)
▶검은사막 스토리 #11 - 일레즈라의 어두운 흔적을 쫓아서 (메디아 분기1)
▶검은사막 스토리 #12 - 말할 수 없던 네루다 셴의 속사정(메디아 분기2)
▶검은사막 스토리 #13 - 모험가의 정체는 어둠의 힘이 담기는 그릇? (메디아 마무리)
▶검은사막 스토리 #14 - 나방은 결국 불빛으로. 피할 수 없는 운명의 이끌림 (발렌시아 상편)
▶검은사막 스토리 #15 - 발렌시아 건국의 비밀, 그 안엔 모험가가 있었다 (발렌시아 하편)
▶검은사막 스토리 #16 - 피와 복수의 카마실비아, 아름다운 얼굴의 이면 (카마실비아 상편)
▶검은사막 스토리 #17 - 캐더린 오네트, 그녀는 정말 아름다운 공주였습니다 (카마실비아 하편)
▶검은사막 스토리 #18 - 드벤크룬에 드리운 붉은 그림자, 가모스의 등장 (드리간 상편)
▶검은사막 스토리 #19 - 사그라든 불씨, 그러나 위협은 존재한다 (드리간 하편)
▶검은사막 스토리 #20 - 사실, 인간이야말로 가장 지독한 생물이다 (별무덤)
▶검은사막 스토리 #21 - 빛나는 카마실브, 다가오는 어둠 (오딜리타 1편)
▶검은사막 스토리 #22 - 그란디하 신탁의 결정 (오딜리타 2편)
▶검은사막 스토리 #23 - 모든 것은 처음부터 계획되어 있었다 (오딜리타 3편)
▶검은사막 스토리 #24 - 마지막을 지켜줘서 고마워요 (오딜리타 4편)
▶검은사막 스토리 #25 - 베디르의 과거와 브롤리나의 행적 (오딜리타 5편)
▶검은사막 스토리 #26 - 하둠에 대항하는 첫번째 준비, 올룬의 심장 (오딜리타 6편)
▶검은사막 스토리 #27 - 어머니께서 검은 태양을 떠오르게 하실 것입니다 (오딜리타 7편)
▶검은사막 스토리 #28 - 하둠=복수의 실비아? 드러나는 신들의 비밀 (오딜리타 8편)
▶검은사막 스토리 #29 - 불균형의 보석과 두 여왕의 믿음 (오딜리타 마지막편)
▶검은사막 스토리 #30 - 일레즈라의 덫에 걸리다 (아토락시온 : 바아마키아 상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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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은사막 스토리 외전 #1 - 훔쳐야 산다, 도굴왕
▷ 검은사막 스토리 외전 #2 - 매화가 지던 날 (매화 각성)
▷ 검은사막 스토리 외전 #3 - 워리어, 고옌 용병단의 형제 (워리어 각성)
▷ 검은사막 스토리 외전 #4 - 레인저, 정령검의 계승자 (레인저 각성)
▷ 검은사막 스토리 외전 #5 - 위대한 소서러 (소서러 각성)
▷ 검은사막 스토리 외전 #6 - 이 세상에 피로 물들지 않은 왕좌는 없다 (노바 각성)
▷ 검은사막 스토리 외전 #7 - 에다나, 로크스 마하 데키아 (세이지 각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