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맛이 느껴지는 슈팅 액션, 그러나 아직 거친 디테일



액션스퀘어의 PC 로그라이크 탑다운 슈팅 신작, '앤빌'이 E3 참가와 함께 스팀에서 플레이테스트를 12일부터 오는 17일까지 진행한다. 지난 1월부터 2월까지 배포된 체험판에서는 싱글플레이만 공개됐으나, 이번 플레이테스트에서는 멀티플레이도 즐겨볼 수 있다. 그외에도 신규 브레이커 및 무기 추가, 미니맵 추가 등 지난 CBT에서 받은 피드백을 바탕으로 일부 개편이 진행됐으며, 영어만 지원되던 이전과 달리 한국어 등 여러 언어가 추가로 지원됐다.

9월 출시 예정한 액션스퀘어의 첫 PC 신작 '앤빌', 싱글플레이 테스트를 거쳐 어느 정도 다듬어진 이번 플레이테스트는 확실히 손맛이 있었다. 다만 출시 전에 조금 더 다듬을 필요가 있었다.


게임명 : 앤빌(Anvil)
장르명 : 탑다운 슈팅 액션
출시일 : 2021년 9월 예정
개발사 : 액션스퀘어
서비스 : 액션스퀘어
플랫폼 : PC, Xbox



탄막과 로그라이크, 그리고 액션의 준수한 삼위일체


이번 플레이테스트에서는 순차적으로 난이도가 높아지는 방법이 아니라, 난이도가 각기 다른 세 은하 중 하나를 선택해서 진입할 수 있는 방식을 선보였다. 입문 수준에 해당하는 체르니는 탑다운 슈팅에 대한 개요와 스킬을 테스트하는 정도의 난이도로, 멀티플레이는 2인까지 가능했다. 그 뒤 본격적으로 어려워지는 심포니아 은하는 3인, 보스만 등장하는 최고난도 캄파넬라 은하는 4인 멀티플레이를 지원했다.

체르니 은하는 탑다운 슈팅에 대한 이해도가 있다면 무난히 깰 수 있는 수준이지만 심포니아부터는 그야말로 탄막, 혹은 서든데스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난도가 급상승한다. 로그라이크인 만큼 매번 스테이지 구성이 달라지긴 하지만, 대체로 숫자도 많고 사방에서 탄을 쏘아대면서 기습해오기 때문에 긴장의 끈을 놓치는 순간 HP가 훅훅 까이기 일쑤다.

▲ 방심하다가 통수 세게 맞으면 바로 회색화면 본다. 주의하자

비행 슈팅처럼 적의 탄속이 빠르진 않지만 지상에서 쏘는 패턴 외에도 시간차로 포격이 떨어지거나 가시가 돋아나는 패턴이 겹치면 회피하기가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 보스전이 아니고서야 한 방에 죽는 패턴은 없지만 계속해서 맞다보면 어느 새 체력이 달아있고, 이를 회복할 수단은 일부 캐릭터를 빼면 없는 터라 항상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고 치열하게 슈팅을 해야만 했다.

그렇게 패턴이 어려운 대신 적도 몇 번 맞으면 쓰러지는 터라 스킬을 쓰고 공격해서 타개하는 맛을 살렸다. 중간보스 혹은 엘리트급 이상은 총과 스킬을 번갈아서 몇 대 때려야하지만, 일반몹들은 총 몇 방이면 쓰러지니 모이기 전에 빠르게 기동해서 적극적으로 쓰러트리고 패턴을 최소화하는 식으로 대처도 가능했다. 물론 물량이 많아 재장전을 하면서 응전해야 하는데, 빈 시간에 스킬을 쓰고 회피하면서 다시 전투하는 템포의 완급조절도 꽤 괜찮은 수준이었다.


각 캐릭터별 Q, E, 우클릭 스킬은 쿨타임이 꽤 긴 편이지만 화끈한 화력을 보유한 스킬이 많았다. 여기에 처음부터 혹은 업그레이드를 통해서 무적 판정이 추가되는 스킬이 있어 마치 탄막 슈팅에서 비장의 수단으로 폭탄을 뻥뻥 터뜨리는 호쾌한 느낌도 있었다. 캐릭터의 성향에 따라 공격 대신 회복, 군중제어기, 방어 스킬 등을 보유한 경우엔 호쾌하게 터뜨리는 느낌은 적었지만, 유지력이 좋아서 적의 파상공습에 좀 더 오래 버티거나 파티플레이에 더 도움이 되는 형태로 플레이가 가능했다.

무기는 처음에 각 캐릭터들이 장비하는 무기 외에도 몬스터들이 드랍하는 다른 무기를 사용해서 플레이할 수도 있었다. 건틀렛, 도끼 같은 근접 무기부터 핸드건, 샷건, 스나이퍼 라이플 등 각종 무기가 티어별로 나오는데, 일반적으로 고티어 무기가 좋긴 하지만 캐릭터의 스킬과 전투 스타일, 그리고 맵별로 적합한 무기가 있는 만큼 이를 고려해서 무기를 장착하는 노하우가 필요했다. 다만 고티어 무기 같은 경우에는 경직 등 군중제어기 옵션이 달린 경우가 많은데, 이런 군중제어기는 보스에게도 종종 통하기 때문에 보스전에서는 유용하게 쓸만했다.

▲ 보스도 빙결 등 CC기가 어느 정도 통하니, 타이밍 잘 잡아서 극딜도 가능

반면 근접 캐릭터는 근접 무기만 다룰 수 있어 처음에는 다소 불합리하게 보였다. 더군다나 회피가 아닌 방어에, 이동 스킬이 쿨이 길어서 접근해서 적을 타격하기 어렵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슈팅 게임에 어울리지 않아보였지만, 적의 공격에 맞춰 방어키를 누르면 일순 무적 상태가 되면서 반격기가 발동해 기존 슈팅 게임과는 색다른 손맛이 느껴졌다. 소울류의 패링처럼 적이 반격기에 무력화되서 빈틈이 생기진 않아도 무적 판정 발동과 함께 스킬을 써서 위험지대를 빠져나오거나 회복 및 흡수 스킬로 체력을 채우는 등 응용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일부 근접 무기에서는 분기 공격 시스템도 채택해 근접 전투 액션 게임의 손맛을 일부 느낄 수 있었다.

▲ 죽을 거 같아도 반격 후 피흡으로 생존 가즈아아아

매번 맵도 다르고, 출현하는 몹 종류나 특성, 주로 거는 상태 이상 및 디버프도 제각각 다른 만큼 도전할 때마다 공략법이 달라지는 로그라이크 장르 특유의 느낌도 확실했다. 일반 몹 자체의 패턴이 크게 다양하진 않지만 중간급 이상은 확실히 차이가 느껴졌다. 특히 상태이상 및 디버프를 중간에 치료할 소모성 아이템이 없기 때문에 중간중간 디버프와 관련된 유물을 최대한 빨리 찾아서 구비하는 게 공략의 키였다.

반대로 이야기하자면 그 유물이 없어서 해당 판에 애를 먹을 수도 있지만, 보스몹도 패턴에 따라서는 경직 및 CC기가 통하기 때문에 스킬 배분을 잘해서 미리 틀어막는 등 공략의 여지는 남겨뒀다. 뿐만 아니라 반복플레이를 하다보면 디버프 상태 저항이나 면역을 높여주는 유물을 하나하나 해금할 수 있고, 플레이가 끝난 뒤 얻는 보상으로 체력과 공격력도 영구적으로 업그레이드하는 등 도전하다보면 좀 더 쉽게 클리어할 여지를 남겼다.

▲ 좀 벅차다 싶으면 플레이하면서 쌓인 VP로 업그레이드하면서 차근차근 다져나가자



부족한 편의 기능과 밸런스, 디테일 조정은 숙제

▲ 쓰면 쓸수록 자기가 더 아파지는 무기라니 이게 무슨 말이오

현 단계에서는 세 개의 은하만 공개된 터라 분량은 적지만, 적의 공격을 피하거나 반격하면서 스킬을 퍼붓고 소탕하는 액션 게임의 묘미는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아직 밸런스 조정 중이라는 게 느껴질 정도로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무기 밸런스가 안 맞아서 아예 쓰기가 꺼려질 정도인 것도 몇 개 있었다. 일례로 화염방사기는 데미지도 세고 사거리도 중거리 이상으로 준수한 데다가 스플래시 데미지까지 있지만, 대신 연속해서 발사하다가 잔탄이 40% 미만으로 떨어지면 체력이 지속적으로 소모된다. 사격을 중지해도 몇 초 정도 추가로 화상 상태가 이어지는 데다가 화염방사기의 발사속도가 상당히 빨라서 아차하면 체력이 빨간줄을 보기 십상이었다.

그래서 신규 브레이커 토스트는 준수한 스킬을 갖추고 있는데도 기본 무기가 화염방사기라 힐러 및 공백 시간 동안 딜을 넣어줄 파티원 없이는 쓸 수가 없었다. 적의 공격을 막아주는 방벽에 적을 한 곳으로 모아주는 Q스킬, 전방의 적들을 넉백시키면서 광범위한 딜을 터뜨리는 우클릭까지 공방으로 준수한 스킬 구성을 갖췄는데도 화염방사기를 자칫 잘못 쓰는 순간 체력이 꽤 심하게 소모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회복 스킬에 특성을 찍었다고 해도 체력 관리가 안 될 만큼 화염방사기의 체력 소모폭이 컸다. 화염방사기라는 무기의 컨셉이나 위력을 살펴보면 어느 정도 페널티는 이해가 가겠지만, 현재로서는 너무 과하다고 할까.

▲ 싹 모아서 불태워버릴 수 있으니 스킬 구성은 나쁘지 않다만, 화염방사기의 페널티가 꽤 세서...

▲ 플레이하다가 그나마 무기는 얻을 수 있긴 하지만, 초반부터 드랍되는 일이 별로 없다

그나마 화염방사기 외에 다른 무기가 나오면 그걸 장착할 수 있다곤 하지만, 초반부터 무기가 드랍될 확률이 높지 않으니 토스트는 거의 쓸 수 없다고 보는 게 맞았다. 반격/방어를 가진 근접 캐릭터처럼 효과적인 공방일체 및 체력회복 스킬을 갖춘 것도 아닌데다가, 플레이 중간중간 체력을 채울 수 있는 소모성 아이템도 하나도 없다보니 화염방사기의 현재 단점을 보완하기가 힘든 상황이었다. 그 외에도 충전시간 대비 데미지가 높지 않은 레인저 캐논 등도 조절이 필요해보였다.

몹이 거는 상태이상을 체크하는 것도 상당히 애매했다. 결빙, 감전 등 시각적인 효과가 동반된 상태이상은 캐릭터를 보고 바로 알 수 있지만 중독 등 데미지가 지속적으로 다는 종류는 체력이 감소하는 것 외에는 잘 눈에 띄질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나마 나중에 숙달되면 어떤 지형에서 어떤 상태이상기가 걸리는지 금방 파악할 수 있고 유물 파밍이 되면 상태이상 걱정은 좀 덜어지지만, 현 단계에선 꽤나 접근성이 낮았다.

디버프 외에도 전체적인 UI가 꽤 산만하게 분산된 것도 아쉬운 점이었다. 탄막에 가까울 정도로 필드에는 몹과 몹들이 발사한 여러 공격 투사체들이 차있는데, 거기에 화면 네 귀퉁이에 주요 정보들이 몰려있었으니 말이다. 지금 소지한 유물 정보는 좌측 상단, 경계 레벨 및 스테이지 정보는 우측 상단, 팀원 정보는 좌측 하단, 미니맵은 우측 하단 이런 식으로 주요 정보가 분산되어있어서 눈에 익기 전까지는 한 눈에 들어오기 어려웠다. 더군다나 가면 갈수록 시선이 화면 중앙과 귀퉁이 사이를 매번 왔다갔다 하는 약간의 딜레이도 용납되지 않을 만큼 패턴이 어려워지는 터라, 이런 아쉬움은 더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 처음으로 선보인 멀티플레이는 현재까지는 치명적인 버그나 서버 이슈 없이 원활하게 진행된 편이었지만, 미니맵뿐만 아니라 전체 맵을 볼 수 있는 기능과 핑 시스템이 없다는 점이 상당히 아쉬웠다. 일반 매칭을 돌리면 종종 일본인이나 중국인들과 매칭이 되곤 하는데, 그때마다 서로 소통이 안 되서 중구난방 따로 다니다가 끊기거나 경계레벨이 높아지곤 했다. 혹은 부족한 돈을 모으는 사이에 구매하려던 유물을 선점당해서 당황스러운 일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우리나라 사람끼리 매칭되더라도 종종 음성 채팅 없이 플레이하는 유저도 있는 만큼, 어디로 오라고 지시하는 핑이나 피하라는 핑, 아이템을 먹으라는 핑이나 먹지 말라는 핑 등 소통을 위한 기능 추가는 이번 플레이테스트에서 앤빌에 주어진 숙제라고 할 수 있었다.

▲ 아 하나는 남겨두지 왜 다 먹었냐고 말해보고

▲ 거기 아니라고 말해본들 못 알아들으니...핑이 필요하다





분량은 짧아보일지 모르고 게임플레이도 단순해보일지 모르겠지만, 심플 이즈 베스트라고 하지 않던가. 앤빌은 캐릭터 바이 캐릭터이긴 하지만 간단한 조작에 액션과 손맛도 꽤 뛰어난 편이고, 로그라이크 슈팅의 기본기도 잡혀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여기에 액션스퀘어가 그간 쌓은 반격 액션을 이식한 근접 캐릭터의 컨트롤과 손맛은 기대 이상이었다. 그러나 테스트 단계라는 것을 어느 정도 감안한 점도 있고, 정식 출시까지 다듬어야 할 부분도 여럿 보였다.

일단 심플하게 다듬은 메뉴나 UI는 나쁘지 않았지만 상당히 산만하게 배치되어있어 빠르게 집중적으로 파악하기는 애매했다. 마치 모바일 게임에서 화면 네 귀퉁이를 알뜰하게 쓰는 그런 느낌이라고 할까. 다만 모바일과 달리 PC는 좀 더 큰 해상도에서 플레이하는 만큼 네 귀퉁이를 다 썼을 때 시선이 상당히 분산된다는 점을 간과한 것 같았다.

▲ 회피기 및 무적스킬로 패턴을 넘기고 극딜하는 손맛은 확실하다

여기에 상태창이 따로 없고 유물 및 기타 정보도 한 화면에 담아내는 시도를 했는데, 정작 아이콘으로만 보여서 어떤 유물을 자신이 구매했나 체크하기도 어려웠다. 플레이타임이 20~30분 남짓에 여러 차례 반복하면서 플레이를 완성한다고 하지만, 한 판 한 판 신중하게 난관을 극복하는 로그라이크와는 거리감이 있는 구성이었다.

아울러 캐릭터 및 무기 밸런스도 아직 조정이 필요해보였고, 멀티플레이에서는 핑 및 맵 등 기본적인 것이 없어서 아쉬움이 느껴졌다. 그러나 쏘고 피하면서 적을 박살내는 슈팅 액션의 쾌감과 반복플레이를 하면서 어려움을 극복하는 그 재미만큼은 확실했다. 아울러 옛날부터 장기였던 3D 액션 노하우를 이식하면서 한 층 더 살아난 손맛을 느낄 수 있었다. 9월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인 앤빌이, 과연 남은 기간 동안 강점은 살리고 약점은 개선해서 국산 PC 슈터의 또다른 길을 제시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