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공개부터 놀라운 그래픽으로 화제를 일으킨 격투 게임, 수차례의 테스트를 마치고 마침내 6월 8일(얼리 기준) 정식 출시를 맞이한 '길티기어 스트라이브'는 격투 게임을 즐기고 있는 유저 입장에서도 쉽게 손을 대기 힘든 게임이었다. 전작 Xrd를 나름 플레이하긴 했지만 턱없이 경험이 부족하다. 설상가상으로 신작에는 내가 하던 캐릭터도 참전하지 않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기 때문에 더욱 부담된 것도 있으리라. 그래도 출시 이후 플레이를 꾸준히 해 본 길티기어 스트라이브는, 차세대 격투 게임의 으뜸이라고 불리기 손색없을 정도의 완성도를 갖췄다고 생각한다.

게임명 : 길티기어 스트라이브(GGST)
장르명 : 대전 액션
출시일 : 2021.06.11.
개발사 : 아크시스템웍스
서비스 : 아크시스템웍스
플랫폼 : PC, PS4, PS5

관련 링크: '길티기어 스트라이브' 오픈크리틱 페이지


2D 격투 게임 정점에서 또 한 번 도약하다

전작인 '길티기어 Xrd' 시리즈에서, 아크시스템웍스는 2D 스타일 대전 게임 그래픽의 진화를 이루며 대단한 찬사를 받았다. 현시대에서는 정점이라고 해도 아무도 이견을 내지 않을 모습을 보여주었고, 이는 후에 제작하는 '드래곤볼 파이터즈'와 '그랑블루판타지 버서스'에도 반영되었으니까.

길티기어 스트라이브는 여기서 한 단계 더 진보했다. 화면을 크게 채우는 캐릭터들의 모습은 정교한 묘사와 동작을 보여주고, 대전 도중에 등장하는 컷인 연출은 더 자연스러워졌다. 대전의 흐름을 크게 방해하지 않으면서, 캐릭터성이 두드러지는 화려한 연출이 확실하게 게임 속에 자리 잡았다.


이렇게 컷인식으로 전환하는 화면의 화려한 연출은 사실상 격투 게임에서 그동안 금기에 가까운 사항이었다. 흘러가는 대전의 흐름을 끊을 수 있고, 공격자와 피격자의 입장이 다르게 다가갈 수 있었던 부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길티기어는 결국 이러한 화려한 연출을 보는 재미로 승화시켰고, 시리즈의 정체성이자 개성으로 만드는데 성공했다.

이러한 연출은 단순히 컷인에서 끝나지 않는다. 개발팀은 카운터 상황이나 확연히 높은 대미지를 주는 기술, 그리고 로망 캔슬과 버스트 등의 이펙트와 UI를 CBT를 통해 꾸준히 조절했다. 대전 게임 특성상 안내가 필요한 시스템을 가시성을 최대한 흐리지 않는 선에서, 개성을 보여줄 수 있는 화려한 연출을 조화시킨 셈이다.

▲ 컷인 연출없이도 화려하게 콤보를 볼 수 있다.

물론 이런 연출의 기반은 단연코 개발팀의 장인 정신과 훌륭한 그래픽 기술이 조화된 결과다. 이는 '스토리 모드'에서도 충분히 발휘되고 있으며, 한 편의 긴 애니메이션 영화를 본 듯한 스토리 모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사실, 격투게임에서 길티기어만큼이나 스토리가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하는 게임은 드물다.

다소 어색한 움직임은 조금 보이지만, 스토리 모드는 감상하는 동안 매우 즐겁고 몰입할 수 있을 정도로 좋은 퀄리티를 보여준다. 비록 이런 스토리는 일회성일지 몰라도, 전작처럼 '스토리 모드 감상 만으로도 살 가치가 있다'라는 평을 듣기에는 모자라지 않다. 스토리의 내용 역시, 기나긴 길티기어의 역사 동안 이어진 '저스티스'와의 최종 대전을 마친 이후 세계관에 잘 어울리는 내용이 다뤄졌다. 후일 또다시 문제가 될 수 있는 스토리의 떡밥을 남긴 것 역시 의미심장하며, 이러한 복잡한 세계관에 대해 어느 정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열람 시스템도 준비해 매우 만족했다.

▲ "지나친 초심"이 불러 일으킨 결과라니...

개인적으로 이번 작에서 가장 마음에 든 부분은 바로 사운드다. 대전에서 사용되는 캐릭터들 특유의 사운드는 확실히 '타격하고 있다', 그리고 '맞고 있어서 위험하다'라는 느낌을 확실히 전달하면서도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상대방이 무엇을 하는지 확실하게 소리로 전달한다.

이러한 묵직하고 강렬한 사운드 이펙트에 백그라운드로 어우러지는 캐릭터의 테마는 길티기어 스트라이브가 추구하는 대전 환경과 게임 플레이의 마지막 대미를 장식한다. 캐릭터의 테마는 어느 것 하나 빠질 것 없이 훌륭한 퀄리티를 제공하며, 추후에 따로 찾아서 들어도 좋고 기억이 날 정도로 확실한 정체성을 잡았다. 대전에서는 조용히 숨어있으면서도, 필요한 부분에서는 강조되고 다시 들으면 확실히 기억나도록 포인트가 잡혀있는 '명곡'들이라 하기에 손색이 없다.



격투게임으로서의 큰 변화, 그래도 길티기어.


개발팀에서 이야기한 대로 길티기어는 대전 시스템에 큰 변화를 맞이했다. 기본기를 연속으로 욱여넣는 개틀링 콤비네이션은 확실한 '루트'가 있어 몇 가지만 외우면 되는 수준으로 크게 간소화되었다. 또한 공중 무빙과 연속 콤보가 크게 달라지고, 길티 특유의 복잡한 기상 공방(을 전문으로 하는 캐릭터는 예외)이 다소 약화된 부분도 존재하면서 많은 화제가 되었다.

대전 시스템이 변화하면서, 여전히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라 완벽한 판단을 내리기는 이르다. 그래도 모두가 인정하는 한 가지는 과거에 비해 간소화되어 초보들도 길티기어에 입문하기 좋은 환경이 구성되었다는 점이다. 캐릭터마다 조금 다르긴 하지만 콤보가 계속 연구되고 있지만 개틀링의 간소화는 과거보다 훨씬 간단하게 콤보를 이어가면서도 나름대로 대미지를 보장한다.

▲ 아주 조금의 연습으로 아주 조금 어려운 콤보를 사용하면...된다...

여전히 '공격'을 추구하는 길티기어만의 시스템은 그대로다. "Heaven or Hell"은 길티기어의 정체성이자 대전의 흐름을 가장 명확하게 표현해 주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 능동적인 공격 행동은 권장하고, 수동적이고 대응만 하는 플레이는 권장하지 않는다. 새롭게 추가된 월 브레이크와 스테이지 이동 기믹은 수세에 몰린 이가 한 번은 살아날 수 있지만, 그렇게 적극적으로 공격한 공격자에게도 그만큼 큰 이득을 주는 시스템으로 자리 잡는다.

이번 시리즈에서 막강한 화력은 '리스크(R.I.S.C)'에 기반한다. 일반 가드에는 리스크 게이지가 쌓이고, 이 게이지가 일정 이상에 도달하면 다음 공격은 일반 공격이라도 '카운터'로 맞게 된다. 때문에 적을 밀어내면서 리스크 게이지를 쌓지 않지만, 텐션을 소비하는 폴트레스 디펜스를 적절히 섞어서 반격의 기회를 노려야 하는 공방을 만들어두었다.

대신 점프 공격 및 이중 도약 점프와 공중 대시 등 점프를 통한 공중 행동은 다소 경직이 생기도록 페널티가 생겼다. 잡기는 '상쇄'에 가까운 가위바위보로 제시될 수 있도록 보고 반응이 불가능한 프레임으로 발동하며, 직전 가드라는 고난도 방어 테크닉도 유예가 매우 짧아 사실상 노리기가 힘든 수준이다. 공격, 잡기, 방어, 점프, 백대시를 통해 심리전을 풀어나가는 게 이번 '길티기어 스트라이브'의 주요 공방의 골자다.

▲ 게임을 좀 하다보면 귀엽다는 생각은 들지 않게된다.

이쯤이면 대부분은 눈치챘을 것 같다. 아무리 게임이 쉬워졌어도 '길티기어'는 여전히 길티기어다. 특유의 템포가 빠른 공방전은 여전히 살아있으며, 공격 옵션보다 방어 옵션이 다소 약하다. 사이크 버스트 및 월 브레이크로 회생의 기회는 적당히 제공하지만, 여전히 주요 권장은 '공격'이고 캐릭터마다 들어가는 콤보도 꽤 다른 부분이 있어서 알아야 할 것도 많다.

그래서인지, 길티기어의 튜토리얼 시스템은 정말 놀랍다고 할 정도로 세분화되어 세세하게 적용되어 있다. 상황에 따른 콤보 사용을 위한 방법이나, 캐릭터별 대처와 각종 시스템을 활용하는 미션만 꾸준히 해도 몇 시간이 걸릴 정도로 상세하고 친절하다. 물론 이를 다 하는 입장에서는 지칠 수 있겠지만, 해둔다고 손해 보는 건 없는 느낌이므로 초보자는 이를 적극 이용할 수 있겠다.

대전 환경은 역대급이라고 할 정도로 쾌적하다. 도입된 롤 백 넷코드를 통해 꽤 거리가 있는 상대와의 대전도 상당히 쾌적한 환경을 제공한다. 물론 거리가 매우 멀어지는 한국-미국 정도에서는 쾌적하다고 할 수는 없는 수준이지만, 일본-한국 정도의 거리 대전은 대부분 쾌적하게 진행된다.

또한 랭크 매치를 삭제하고 온라인 매치를 통해 로비를 방문하여 '층'을 올라가는 형태로 대전의 랭킹전이 바뀌었다. 높은 층에서는 아래층에 방문할 수 없지만, 저층의 플레이어는 마음껏 고층을 방문하는 게 가능하다. 여기서 플레이어 매치도 추가되면서, 확실히 CBT에서 지적받은 대전 환경 자체는 많은 개선이 이뤄졌다. 물론 랭킹 변동을 원하지 않는 플레이어는 '파크'에 방문하여 부담없는 대전을 하면 된다.



미션 : NEW 길르망디 상륙작전은 성공적인가?


확실히 이번 '길티기어'는 정말 많은 변화를 이루었다. 전작이 2D 그래픽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호평을 받은 훌륭한 퀄리티였음에도 '길티기어 스트라이브'에 비하면 좋지 않아 보인다고 할 정도다. 이미 정점을 찍은 그래픽에서 한층 더 발전한 모습은 놀랍다. 그러면서도 대전 도중 등장하는 컷인 연출의 자연스러움과 화려함은 이를 따라올 격투게임은 한동안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개틀링과 필살기가 조합된 콤보의 루트는 이전 길티기어 시리즈에 비하면 확실히 초보 친화적인 모습으로 간소화되었으며 대미지도 달라졌다. 과거처럼 '눕혀놓고 기상 이지선다'를 하는 기상 공방 문제 맞히기는 약해진 모습이고 대시 버튼이 생기면서 조작에서의 편의성도 챙겼다.

▲ +한국어 더빙, 추가 캐릭터 등등. 향후 업데이트도 꽤 잘 준비되어있다.

여기서 하나 더 짚고 가야 한다. 격투게임은 아무리 쉽다고 해도 격투게임이고, 앞서 이야기 한 것처럼 길티기어는 길티기어다. 심리전과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유/불리, 가드, 공격과 캔슬 등 다양한 시스템을 통해 길티기어는 타 격투게임보다는 빠른 템포를 자랑하고 정신없는 지상/공중/기상 공방전이 이뤄진다. 로망 캔슬도 추가 테크닉이 생겨 더욱 변화 무쌍한 루트로 공격 방법이 생겨 모르면 맞아야 하는 진리는 여전하고, 별다른 노력과 연습 없이 럭키 펀치만으로 상대방을 쓰러뜨리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

랭크 시스템에 변화를 주어 최대한 비슷한 유저들이 매칭이 될 수 있도록 한 시스템 자체는 좋지만, 초보자가 차근차근 하나씩 배워나가서 승리를 쟁취하기까지의 과정은 고된 법이다. 이는 길티기어의 약점이 아니고, 격투게임 장르 자체의 특성이기도 하다. 게다가 1vs1 대결이다보니 남탓도 통하지 않고 자신에게 솔직해야 한다. 생각보다 사람은 자신에게 솔직하기 힘들다는 걸 여실히 깨닫게 되는 장르라서 더욱 자괴감이 드는게 아닐까.

아무튼 연습이나 노력 없이 누구나 쉽게 승리할 수 있는 게임이 아니다. 애초에 격투게임 장르가 그렇다. 연습 없이 난 잘할 수 있다는 근거 없는 믿음으로 대전에 들어가서 메이를 만났다고 가정해보자. 당신은 이명처럼 울리는 "토츠게끼!!"소리에 노이로제가 걸리고 돌고래 박치기에 구멍난 배를 부여잡고 "망겜!!"하고 환불 절차를 알아볼 것이다. 격투게임은, 노력과 연습 없이도 만만하게 승리를 쟁취할 수 있는 게임은 아니다. 이는 장르적 한계이자 정체성에 가깝다.


장르적인 특성으로 인해, 격투게임은 그동안 하는 사람만 하는 게임이라는 인식을 받아왔다. 당연히 격투게임 개발사들은 초보들이 더 쉽게 격투게임의 매력을 깨달을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장치와 시도를 이어왔고, 아크시스템웍스 역시 이런 시도를 끊임없이 이어왔다. 놀라울 정도로 잘 만들고 심화됐으면서도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튜토리얼'이 그 예시다. 즉, 연습하고 싶으면 잔뜩 연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 셈이다. 그에 비해 트레이닝 시스템 자체는 조금 아쉽지만.

물론 이후로도 여러 시스템의 간소화를 고려했을 것이다. 그러나 격투 게임 특성상 시스템이 지나칠 정도로 간소화되면 깊이가 사라지고, 반대로 '피지컬'에 의한 게임이 되어 버린다. 보고 대응할 수 있는 이와 보고 대응하는 게 늦는 사람의 차이가 지나칠 정도로 벌어지는 의외의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단순함은 쉬운 입문이 가능해지지만 반대로 재능의 차이를 극대화하는 의도치 않은 부작용이 있었다. 반대로 시스템의 고도화는 몰라서 당하는 어려움을 유발이 크게 다가온다. 길티기어 스트라이브도 이를 분명히 인지하고 간소화 과정에서 길티기어의 정체성과 함께 시스템적으로 깊게 연구할 수 있는 부분들을 남겨둔 것 같다. 중간점을 찾아나가는 과정이랄까.

이 정도면 도전해볼 엄두도 못 내던 과거 격투 게임들에 비하면, 이제 입문해도 좋다고 추천할 수 있을 정도로 진입 장벽을 낮추는데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시스템 이해를 위한 가이드도 훌륭하고, 연습을 위한 시스템도 충분히 마련되어 있으며 콤보도 매우 간소화된 부분도 있다. 또한 콤보 중심에서 수 싸움 심리전으로 꽤 중심이 이동했다는 점도 적지 않은 영향이 있다고 본다.

▲ 컷인-대전으로 넘어가는 연출은 정말 훌륭하다.

결과적으로 이전작에 비해서 이런 행보는 성공적인 결과를 낳았다고 본다. 출시 이후 스팀 기준 동시 접속자 3만이 넘고, 일주일이 되어가는 지금도 1~2만을 꾸준히 유지하는 길티기어의 모습은 팬으로서 "진짜 이거 우리 게임 맞냐?"라고 되물을 정도로 감개무량하다. 판매량도 역대급 속도로 30만 장을 돌파하고, 서버 증설 공지가 올라올 정도다.

게임에 적응하지 못하고 하루종일 맞기만 하다가 뉴비들이 우수수 절단-꼬접하는 사태가 적지 않은 격투 게임 장르. 특히나 더 어려운 길티기어는 과거에도 이렇게 대규모 뉴비의 상륙작전이 있었다. 이를 '길르망디 상륙작전'이라고 우스갯소리로 부르곤 한다. 이번에도 그런 사태가 펼쳐질까 두려웠는데, XRD에 펼쳐졌던 1차 길르망디 상륙작전에 비해 'NEW 길르망디 상륙작전'은 꽤나 성공적인 결과를 낸 게 아닐까. 일단 기자는 어떻게든 상륙을 완료했다. 비록 천상계는 아니지만 적절한 실력대 층을 찾아서, 좋은 상대도 많이 만났다. 토츠게끼에 배가 뚫리고 볼카닉 바이퍼에 타들어가도 즐겁게 투닥거리고 있다.

길티기어 스트라이브는 그래픽과 연출, 그리고 캐릭터와 사운드와 스토리까지 하나하나가 대단히 매력적인 게임이다. 격투 게임으로도 높은 완성도를 가진 매력적인 시스템을 갖추었으나, 장르적 인식으로 인해 쉽게 다가갈 수 없는 게임 시리즈 중 하나였다. 그렇지만 이제는 "NEW 길티기어"라는 프로젝트명처럼, 길티기어 스트라이브는 정말 격투 게임을 해보지 않은 이들에게도 권해볼 용기가 날 정도의 선을 찾아낸 게임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