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러분들도 궁금하면 측정해보자. 내 손은 전체적으로도 큰데, 바닥이 특히 더 그렇다

고등학교 시절, 나이키 농구화만 신는 친구가 있었다. 농구보다 유독 축구를 좋아했던 그 친구의 사정을 아는 데에는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발 사이즈가 300mm가 넘는 그 친구에게 맞는 일반적인 신발이 국내에는 거의 전무했기 때문이었다.

컨버스 화, 로퍼, 하다못해 푹신한 밑창을 가진 운동화. 그때 당시 친구에게 농구화 말고는 선택지가 없었던 것 같이, 내게는 마우스가 그러한 존재다. 무리해서 한껏 찢으면 농구공이 잡히는 손 크기 때문에 마우스 선택지가 그리 넓지 못하다. 탈 동양인 급의 거대한 사이즈까진 아니지만 평균에서 벗어난 것은 확실하다.

특히 하드웨어 쪽에 관심이 많아지면서 어쭙잖은 지식이 늘다 보니 따지는 게 많아진 것도 문제다. 가장 문제는 게이밍 기어 냄새가 물씬 나는 디자인을 싫어하는 것. 대게 손 큰 사람들을 위해 추천되는 마우스들은 일반적으로 날렵한 스포츠카를 연상케하는 외형을 갖추고 있다. 아니면 넙치처럼 너무 넓적하다거나. 그게 참 싫었다.


내게 Roccat(로캣)은 딱 그런 브랜드였다. 제품의 품질과 입지, 사이즈는 내게 적당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게이밍 마우스라는 것을 너무 드러내는 디자인이 불호였다. 남들은 예쁘다, 멋을 살려준다 등으로 극찬 받는 LED 로고 또한 눈엣가시였다. 어차피 쥐면 보이지도 않는 건데.

그런 로캣의 새로운 게이밍 마우스 라인업, 'KONE PRO(이하 콘 프로)' 발표 소식을 접했다. 비대칭형 마우스의 특성상 한쪽 측면이 튀어나온 고유의 디자인이 석연치 않았지만 기존에 있던 제품들과는 다르게 이건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우스 크기를 제외하고 내 마음을 사로잡은 요소는 다름 아닌 옵티컬 스위치(광 스위치). 요즘 유명한 해외 브랜드들에서 광 스위치를 탑재한 마우스를 출시하기 시작했다. 물론 특유의 클릭감 때문에 광 스위치를 싫어하는 게이머도 많지만, 적어도 내게는 극호로 다가오는 부분이다. 클릭감뿐만 아니라 기술의 이론까지 마음에 들어서 현재 쓰고 있는 마우스도 광 스위치를 탑재했다는 것 하나만으로 구매할 정도로 좋아한다.

단순해진 디자인도 마음에 들었다. 팬들은 다소 아쉬움을 토로하겠지만 마우스 본체에 로캣 LED 로고가 빠진 것도, 게이밍 기어임을 어필하는 마우스 휠 쪽의 두세 개의 추가 버튼도 과감히 없애 총 5개의 버튼만을 탑재하고 있어 더 정갈하고 옹골찬 느낌이 좋게 다가왔다.

아쉬운 건 딱 하나, 내가 마우스를 산 이후에 등장했다는 것과 아직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제품이다 보니 무선 버전을 구하기가 어렵다는 점. 두 달만 빨리 나왔어도 구매했을 것 같은 '로캣 콘 프로'는 손 큰 게이머에게 어떤 장점이 있을까?






■ 제품 정보


  • ROCCAT Kone Pro(로캣 콘 프로)
  • 연결 방식 : 유선
  • 색상 : 아쉬 블랙 / 아크틱 화이트
  • 센서 : 옵티컬(광) / 로캣 오울아이 19K DPI (PAW-3370 기반)
  • 스위치 방식 : 로캣 타이탄 옵티컬 스위치 (광 스위치)
  • 마우스 크기 : 125.6 / 72 / 40 mm (길이, 너비, 높이)
  • 무게 : 66g
  • 최대 감도 : 19,000 DPI
  • 가속도 지원 : 50G
  • 케이블 : 로캣 팬텀플렉스 케이블 1.8m
  • 피트 : 100% PTFE 소재
  • 소프트웨어 : 로캣 SWARM 제공
  • 보증기간 : 2년

  • 로캣은 2006년에 설립된 독일의 게이밍 기어 브랜드로, 국내 일반인 기준으로는 PC방에서 써본, 좋은 보급형 마우스 정도의 인식일 수 있겠다. 하지만 로캣의 제품들을 살펴보면 수많은 게이머들과의 긴밀한 협업을 거쳐 노하우와 자체 기술이 축적된 해외의 마우스 명가 브랜드 임을 입증하는 요소들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서론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몇몇 해외 유명 브랜드에서도 광 스위치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기존 마우스 스위치가 금속 간의 물리적인 접촉을 통해 신호를 보내는 방식을 택했다면 광 스위치는 광선의 변화를 통해 클릭을 인식하는 방식으로 동작한다. 때문에 내구성은 물론, 정확성과 반응속도에 큰 이점이 있는 신기술이다. 콘 프로 마우스에 탑재된 '로캣 타이탄 옵티컬 스위치'는 약 1억 회의 클릭 횟수를 보장한다.

    ▲ 개인적으로 마우스 그립감 이상으로 옵티컬 스위치 여부를 더 따지는 편이다

    알루미늄 소재를 채택한 '로캣 타이탄 휠 프로'는 가볍지만 견고한 느낌을 선사한다. 사용자 체온에 맞춰 빠르게 온도가 변화하는 재질로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어색하지 않은 스크롤과 클릭감을 준다. 특히 폭풍 스크롤질(?)을 하다 손톱에 걸리면 마우스 휠의 코팅이 찢기지 않았는지에 대해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점이 있다.

    1차 대전이라고 불리던 센서 경쟁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마우스 브랜드들은 더 가벼워지기 위한 2차 전쟁을 치르고 있다.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는 타공 쉘 마우스도 그러한 배경에 의해 탄생된 제품이다. 콘 프로는 '로캣 바이오닉 쉘'을 통해 타공이 없는 매끈한 표면으로 66g라는 초경량 마감에 성공했다. 특유의 인체 공학적 외형과 잘 어울리는 자체 제작 쉘은 사용자 손에 착 달라붙는 안정감을 선사한다.

    또한 자체 제작된 파라코드 케이블, '로캣 팬텀플렉스' 소재의 케이블을 채택하여 콘 프로의 가벼운 무게를 더 가볍고 유연하게 느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요즘은 마우스 케이블이 고무라서 그 제품을 구입하지 않는다는 세상이기 때문에 이 점은 로캣에서 콘 프로에 신경을 많이 썼다는 것이 체감되는 부분이었다.

    그 외에 검은색과 흰색 제품의 느낌이 정말 많이 다르다는 것도 신선했다. 아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로캣의 흰색 제품은 게이밍 기어 시장에서 꽤 먹어준다(?). 대부분의 게이머들이 생각하는 화이트 감성을 가장 잘 표현한 로캣의 아크틱 화이트 색상은 게임하다 말고 손을 씻고 싶은 충동을 유발하더라.

    ▲ 초경량화 전쟁 속에서 66g 이면 상당히 가벼운 마우스다

    ▲ 로캣의 화이트 모델이 우월할 뿐, 검은색 모델이 별로라는 뜻은 절대 아니다




    ■ 제품 사진

    ▲ 로캣 콘 프로 아크틱 화이트 모델


    ▲ 제품 상자에는 자체 기술들에 대한 내용과

    ▲ 성능에 대한 어필

    ▲ 무게와 내구성, 센서에 대한 대략적인 수치들을 보여준다

    ▲ 로캣의 익숙한 종이를 본다면 팬들은 반가워 할 것이다

    ▲ 구성품은 마우스, 사용 설명서, 여분의 마우스 피트

    ▲ 여분 피트까지 챙겨주는 섬세함

    ▲ USB 뚜껑을 열면


    ▲ PC에 연결하는 USB 단자를 만날 수 있다

    ▲ 로캣의 팬텀플렉스 케이블. 요즘 파라코드 케이블이 아니면 제품을 사지 않는 유저가 많다

    ▲ 로캣 콘 프로 아크틱 화이트의 외형을 살펴보자

    ▲ 클릭부는 LED 조명 노출을 위해 반투명 쉘로 처리되어 있다

    ▲ 비대칭 구조를 갖추고 있다


    ▲ 측면에는 미끄러지는 것을 방지하는 소재를 채택했다


    ▲ 너비가 넓고 높아 손 큰 게이머에게 편안한 그립감을 선사한다

    ▲ 항공샷

    ▲ 8~9개 되던 버튼을 과감히 5개 버튼으로 변경, 오히려 좋아

    ▲ 큼직한 피트가 인상적이다

    ▲ 스티커를 떼고 사용한다

    ▲ 깊숙하게 팜그립으로 잡았을 때, 손목이 뜨고 손가락이 삐져나가지 않아 안정감을 느낄 수 있었다





    ■ 게임 후기

    ▲ 약지가 버튼에 걸쳐지는데, 우클릭에 피해를 주지 않았다

    제품 간에 비교 콘텐츠는 썩 선호하는 방향이 아니기 때문에 지양하려는 편이지만, 신체구조 등의 주관적인 요소를 포함하는 분야에서는 이를 피할 수가 없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내가 현재 쓰고 있는 '레이저 데스애더 V2 Pro(이하 데스애더)'와 어떤 부분이 달랐는지 간략하게 정리하려 한다.

    데스애더 또한 손이 큰 사람에게 주로 추천되는 마우스로, 콘 프로와 동일하게 비대칭 구조에 광 스위치를 탑재한 마우스다. 데이터 상으로는 콘 프로 쪽이 길이가 2mm 정도 짧지만 너비는 1cm, 높이는 2mm 가량 높다.

    나 같은 경우, 팜 그립 방식을 선호하는데, 데스애더를 깊숙하게 잡을 경우 검지 기준 반 마디가 튀어나간다. 때문에 손가락을 약간 띄우는 형식의 팜+클로 그립 혹은 팜 그립을 고수해야겠다면 손목을 책상바닥에 붙이는 형태로 파지해야하는 사소한 불편함이 있었다. 하지만 콘 프로는 손목을 띄운 상태에서도 중지 기준 1/4 마디 정도 밖에 삐져 나가지 않았다.

    또한 너비가 10mm 정도 더 넓기 때문에 약지가 마우스 위에 걸쳐진다. 사실 정석은 마우스 측면에 약지가 붙는 그립이겠지만 데스애더는 그 조차도 안되었기 때문에 감지덕지였다. 데스애더로 정밀 컨트롤을 하다 보면 자연스레 약지와 소지가 저릴 때가 있어 약지를 살짝 마우스 위에 놓아보려 노력했지만 그렇게 하니 원하지 않는 우 클릭이 눌릴 때가 있었다. 우 클릭을 의식하다 보니 약지에 힘이 들어가서 도리어 더 힘들었고.

    ▲ 데스애더를 처음 사용할 땐 의식적으로 약지를 받혀주는 곳을 활용하려 했으나, 오히려 불편했다

    특히 '리그 오브 레전드'의 원거리 딜러 챔피언을 조종할 때의 차이가 가장 컸다. 다른 포지션에 비해 때리는 것만큼이나 움직임이 중요하다 보니 불필요한 무빙을 많이 하는 편인데, 데스애더로는 원딜을 한 게임만 해도 손이 저리던 것이 콘 프로로는 세 판도 무리가 없었다.

    다만 마우스 높이 때문인지 안정감 측면에서는 데스애더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개인적으로 넓적한 마우스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자연스레 높이가 높아야 손이 끌리지 않기 때문에 높이가 높은 것에 적응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서도 말이다. 내 주 포지션인 서포터나 탱커 포지션을 할 때만큼은 데스애더가 좀 더 정교하고 안정적이었다.




    ■ 마치며

    ▲ 특유의 높이 덕분에 묵직함이 느껴지는 측면. 손 큰 게이머들 모여라~

    달짝지근한데 청량감은 살아 있는 음료, 자극적이고 질리지 않는데 그래픽이 훌륭한 게임, 트렌디 하지만 유행에서는 해방된 가격이 저렴한 티셔츠. 전제조건이 계속해서 붙을수록 선택지는 점점 바늘구멍만큼 작아지며 내 갈증을 완벽하게 해결하는 제품이 갑자기 눈에 띄는 하자 때문에 곤경에 처하는 경우도 굉장히 잦다.

    친구도 분명 그 브랜드가 좋아서 나이키 농구화를 산 건 아닐 것이다. 300mm 신발을 생산하는 브랜드 중 디자인도 그나마 많이 고를 수 있고 품질도 보증된, 어디서나 구매할 수 있는 회사의 제품을 고른 것뿐. 만약 모든 신발 회사에서 300mm 신발을 취급했다면 그 친구에게도 디자인 선택지는 좀 더 넓지 않았을까?

    '로캣 콘 프로'의 출시는 손 큰 게이머에게 새로운 선택지를 제시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큰 마우스를 선택하기 위해서는 광 스위치 같은 매력적인 신기술을 포기한다거나, RGB가 도배된 게이밍 기어 티가 팍팍 나는 제품이 강제됐다거나 혹은 100g이 넘어가는 무게를 짊어져야 했다. 무선 제품을 선호하는 유저라면 장벽이 하나 더 있었던 셈.

    로캣에서는 '로캣 콘 프로 에어'라는 동일 제품의 무선 마우스도 취급하고 있다. 비록 제품 가격은 5만 원 이상 더 높지만 이렇게 선택지가 넓어진다는 것이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마우스를 구입한 불과 2~3개월 전만 해도 내게 이런 선택권은 없었으니까.

    콘 프로 무선 버전(로캣 콘 프로 에어) 리뷰 바로가기

    로캣 콘 프로는 당장에 쓰는 마우스에 만족하고 있는데 구매할 정도로 희대의 명작까지는 아니다. 하지만 나처럼 손이 큰 게이머에게는 시중에 몇 개 없는 유니크한 선택지라고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다. 팁을 하나 알려주자면 내 손 기준 -1cm 정도의 사이즈를 지닌 팜 그립 유저에게 최적의 그립감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 손 큰 사람을 위한 메이저 마우스 중, 내 입맛을 통과한 이 제품. 두 달만 빨리 나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