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판7 리메이크 팬이라면 살 수밖에 없다


지난 10일, '파이널판타지7 리메이크'의 PS5 업그레이드 버전인 '파이널판타지7 리메이크 인터그레이드(이하 인터그레이드)'가 정식으로 출시됐습니다. 업그레이드 버전이라는 점에서 알 수 있듯이 PS5의 강력한 성능에 힘입어 그래픽 옵션이 추가됐으며, 여기에 해상도와 프레임, 심지어는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된 텍스쳐 또한 개선된 게 특징이죠. 파판7 리메이크를 아직 하지 않았다면, 인터그레이드가 가장 좋은 선택인 셈입니다.

다만, 이번에는 이런 얘기는 접어둘까 합니다. 사실 리마스터라는 게 그렇습니다. 리마스터까지 격차가 어느 정도 있는 타이틀이라면 종종 시스템이 개선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기존의 시스템을 그대로 가져옵니다. PS4 업그레이드 버전은 더 말할 것도 없죠. 해상도와 프레임, 로딩 속도가 개선되는 정도입니다. 물론, 간혹 그래픽 옵션이 추가되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다고 게임의 근본적인 재미가 달라지진 않습니다. 30프레임이었던 게 60프레임이 됐다고 해서 2배나 재미있게 되는 건 아니니까요.

그렇기에 이번 리뷰에서는 리마스터에 초점을 맞춘 게 아닌 '인터그레이드'만의 차별점이랄 수 있는 유피 DLC '인터미션'에 초점을 맞출까 합니다. 과연 '인터미션'은 원작의 보너스 캐릭터에 가까웠던 유피를 어떻게 재조명했는가에 대한 부분이죠.

그 어느 때보다도 '파판7 리메이크 파트2' 소식에 목마른 파판7 팬덤입니다. 그리고 그러던 중 등장한 '인터미션'이죠. 과연 '인터미션'은 팬덤의 갈증을 해결해줄 수 있을지, 두 가지 시선으로 '인터미션'을 분석해 봤습니다.


게임명 : 파이널판타지7 리메이크 인터그레이드
장르명 : ARPG
출시일 : 2021. 6. 10.
개발사 : 스퀘어 에닉스
서비스 : 스퀘어 에닉스
플랫폼 : PS5

관련 링크: '파이널판타지7 리메이크 인터그레이드' 오픈크리틱 페이지

※ 해당 리뷰에는 스토리에 대한 다소 치명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파판7 리메이크 파트2'와의 연결고리로서의 인터미션


먼저 본편과 파트2의 연결고리로서의 '인터미션'에 대해 알아볼까 합니다. 스토리 측면에서 본다면 '인터미션'은 7번 플레이트 붕괴 직전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우타이에서 온 마테리아 헌터 유피가 궁극 마테리아 탈취를 위해 미드가르로 찾아온 상황이죠. 다만, 클라우드 일행과의 접점은 없습니다. 클라우드 일행은 7번 플레이트 붕괴를 막기 위해 나선 데다가 아발란치 '분파'가 아닌 본가와 협력하기에 같은 시간대지만 전혀 다른 시점에서, 전혀 다른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스토리만 다른 게 아닙니다. 전투 시스템도 약간의 변화를 거쳤죠.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변화는 환영하는 편입니다. 아무래도 스토리 DLC라고 하면 양적 팽창만 이뤄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본편의 주인공이 그대로 등장하고 기존의 시스템을 그대로 가져와서 다른 지역에서 활약하는 정도가 많죠. 다른 건 스토리 뿐이기에 지겹다는 반응도 더러 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인터미션'에서는 그런 지겨움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본편의 클라우드 일행과는 다소 차별화된 전투 시스템을 가져왔기 때문이죠.


원래부터 캐릭터마다 차별화된 스타일을 보여줬던 파판7 리메이크답게 유피 역시 자신만의 개성 넘치는 스타일로 무장한 게 특징입니다. 닌자하면 떠오르는 그것. 수리검과 인술로 말이죠. 이를 통해 유피는 자신만의 고유한 스타일을 확립했습니다. 연격을 퍼부음으로써 ATB 게이지를 빠르게 채우고 원거리의 적은 인술로 상대하며, 인술 변환을 통해 다양한 속성에 대응할 수 있도록 말이죠. 사실상 전천후 스타일이라고 해도 무방합니다.

단순히 스타일만 다른 거라면 본편과 큰 차이가 없었을 겁니다. 하지만 '인터미션'은 여기에 소논과의 연계 모드를 넣음으로써 신선함을 더했습니다. 본편에서 적을 버스트하기 위해선 버스트 게이지를 채우는 어빌리티나 약점 속성을 파악하고 일일이 동료들을 조작해야 했죠. 하지만 '인터미션'은 좀 다릅니다. 약점을 공략하고 버스트 게이지를 채운다는 근간은 같지만, 이 부분을 좀 더 호쾌하게 다듬었습니다.

▲ 연계 모드에서는 적의 버스트 게이지를 빠르게 채울 수 있습니다

연계 모드에서는 유피와 소논이 한 몸처럼 움직입니다. 덕분에 적을 집중 공격하기 쉬워졌고 덕분에 버스트 게이지를 더욱 빠르게 채울 수 있게 됐죠. 여기에 둘 다 ATB 게이지가 있다면 일부 어빌리티를 연계기로 강화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그 결과 전투에서는 다양한 선택지가 주어집니다. 연계 모드를 쓸지 안 쓸지, 둘의 ATB를 써서 연계 어빌리티를 쓸지 아니면 각각 따로 쓸지, 작지만 분명한 변화를 준 모습입니다.

이러한 시스템적인 변화를 베이스로 '인터미션'은 파트1과 파트2의 막간을 이용해 유피를 재조명했습니다. 파트2를 위한 빌드업으로, 유피의 서사를 녹여낸 거죠. 원래 대의보다는 개인에 의한 감정이 더 직관적이고 이해하기 쉬운 법입니다. 세상을 구하는 용사의 이야기라는 건 매력적이지만, 용사 개인에 대한 이야기가 없다면 공감대를 이끌기 어렵죠. 그래서 흔히 용사의 마을이 마왕에 의해 파괴되거나 가족을 잃는 식으로 내러티브를 녹여내곤 합니다.

▲ 신뢰하던 동료의 죽음. 이보다 더 그럴듯한 복수의 이유가 또 있을까요.

유피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인터미션'은 단순히 우타이가 미드가르에 굴복한 것에 반발해 마테리아를 노리다가 어쩌다 클라우드 일행에 합류하는 게 아닌, 동료인 소논의 죽음으로 인해 혼자가 된 유피 개인의 이야기를 녹여냄으로써 공감대와 당위성을 부여했습니다. 파트2에서 클라우드 일행과의 첫 만남에서 마테리아를 노린다는 원작의 캐릭터성을 유지하는 동시에 자연스럽게 합류하도록 말이죠. 짧은 DLC지만, '인터미션'을 꼭 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사실상 별개의 DLC가 아닌 둘 사이를 잇는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내 부하가 될 사람, 여기 여기 붙어라"



'컴필레이션 오브 파이널판타지7' 빌드업을 위한 인터미션

흥미로운 건 '인터미션'이 단순히 파트1과 파트2의 연결고리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컴필레이션 오브 파이널판타지7(이하 컴필레이션)'을 재정립하고자 하는 시도가 '인터미션'을 통해 마침내 본격화된 겁니다.

▲ 순백의 제왕 바이스의 등장은 '컴필레이션' 재정립의 시작을 알린 신호탄이 됐습니다.

'컴필레이션'은 간단히 말하자면 본편인 파판7을 비롯해 소설과 영상물, 그리고 외전 등 파판7 세계관을 한데 묶어서 설명하는 용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파판7의 흥행을 잇고자 하는 시도였죠. 하지만 결과물이 마냥 좋지는 않았습니다. 어드벤트 칠드런처럼 성공한 사례가 있는가 하면 빈센트 발렌타인을 주인공으로 한 '더지 오브 케르베로스 파이널판타지7'처럼 최악의 게임이라고 평가받을 정도로 실패한 사례도 더러 있었죠. 여기에 하나의 세계관, 시간대의 다양한 콘텐츠가 나오다 보니 설정 충돌 문제도 생겼습니다. 팬덤이 열광하는 한편, 이러한 문제로 불만을 품은 경우도 왕왕 있었죠.

그렇기에 '파판7 리메이크'가 출시되면서 팬덤은 기대했습니다. '컴필레이션'을 재정립하는 시도가 있지 않을까 하고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파판7 리메이크'에서는 그런 시도를 엿볼 수 없었습니다. 애초에 원작과도 거리가 있는 '리메이크'였기에 개발진 역시 조심스러운 태도였죠. 팬덤으로선 아쉬울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 여기에 '인터미션' 최종 보스로 네로가 등장하며, 츠비에트 전원 참전 가능성이 커졌죠.

그랬던 분위기가 '인터미션'을 통해 단번에 바뀌었습니다. 딥그라운드와 츠비에트인 순백의 제왕 바이스, 그리고 칠흑의 어둠 네로가 등장하면서 말이죠. 원래라면 외전인 더지 오브 케르베로스에 등장하는 캐릭터들로, 본편과는 연이 없던 캐릭터들입니다. 그랬던 그들이 '인터미션'에 등장한다는 건 여러 의미를 가집니다. '컴필레이션'의 부활 같은 것 말이죠.

앞서 '인터미션'을 통해 파트2에서 합류 예정인 유피의 당위성을 부여했다고 했는데 동시에 '컴필레이션'의 재정립을 위한 빌드업도 착실히 준비한 셈입니다. 그리고 그 결과, 팬덤의 시선도 조금 달라졌습니다.

▲ '인터미션'은 '컴필레이션'의 재정립과 관련한 하나의 가능성을 제시한 셈입니다

지금까지 파판7 리메이크의 핵심은 어디까지나 본편인 파판7에 국한되어 있었습니다. '파판7 리메이크'의 성공으로 외전들도 리메이크되길 바라는 분위기도 있었으나 지금까지는 그저 희망에 불과했죠. 하지만 '인터미션'을 통해 단순한 희망에서 이제는 그 가능성을 점쳐볼 수 있는 상황이 됐습니다. '파판7 리메이크'에 녹여냄으로써 외전을 대신할 수도 있고 아니면 '인터미션'처럼 빈센트를 중심으로 한 별개의 DLC가 나올 수도 있게 됐습니다. 무궁무진한 가능성의 문을 연 셈이죠.





가격과 플레이 타임을 생각하면 '인터미션'은 다소 아쉬운 DLC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더욱이 PS5 독점작이란 점 역시 이런 아쉬움을 부채질하죠. '파판7 리메이크'는 PS4로 나왔는데 '인터미션'을 하기 위해선 PS5가 필요하니 다소 불만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파트2를 하기에 앞서 반드시 해야 한다는 점 역시 그렇죠. 이럴 거면 차라리 처음부터 포함한 상태로 팔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파판7 리메이크 파트1와 파트2의 연결고리이자 '컴필레이션'이라는 거대한 세계관을 하나로 묶는 본격적인 시도를 했다는 점에서 본다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가격 대비 플레이 타임이 짧은 건 맞지만, 이 정도는 충분히 감내할만한 DLC가 되죠. '인터미션'을 하지 않는다면 파트2에서 유피의 등장과 합류의 개연성이 어설퍼질 뿐 아니라 딥그라운드와 츠비에트의 등장 역시 갑툭튀한 인상을 받을 수밖에 없으니까요.

▲ 다 떠나서 귀여운 유피를 먼저 만날 수 있는데 안 살 수 있겠습니까?

결론을 내리자면 '인터미션'은 파판7의 오랜 팬이 아니라고 해도 '파판7 리메이크'를 했다면 살 수밖에 없는 그런 DLC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쉬운 점도 있지만 '파판7 리메이크'의 끝을 장식하고 파트2를 잇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죠. 보통은 이런 경우 스토리를 따로 파냐며 불만을 품을 수도 있지만, '인터미션'을 하면서 그런 불만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짧지만 여러 내용들을 품고 있었기에 오히려 파트2에 대한 갈증을 일부 해소해주는 역할을 했기 때문이죠.

그러니 아직 '인터미션'을 해보지 않은 분들이 계신다면, 이 자리를 빌려 감히 추천드리고자 합니다. 파트2에 대한 갈증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