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의된 게임산업법과 e스포츠산업법에 대하여 국회 전문위원 측은 대체로 입법 필요성이 덜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번에 전문위원이 심사한 법안은 게임산업법 5개, e스포츠산업법 2개다. 이중 하태경 의원이 발의한 '장애인의 게임물 접근성 제고' 법안에 대해서만 전문위원 측은 명확하게 긍정 의견을 냈다.

전문위원은 국회의원 입법 활동을 돕는 전문지식을 가진 국회 소속 공무원이다. 국회의원이 개정안을 발의하면, 전문위원이 검토해 보고서를 제출한다. 국회의원은 이 보고서를 참고해 회의를 하고 통과 여부를 결정한다. 전문위원의 보고서는 국회의원 활동에 영향을 미친다.

18일 국회에 따르면 일부 게임산업법과 e스포츠산업법이 소위원회 심사로 올라갈 예정이다. 대상은 △유동수 의원이 발의한 부당하게 아이템을 생성·판매·환전하는 행위 금지 법안 △하태경 의원이 발의한 게임물이용자위원회 등의 설치 법안 △황운하 의원이 발의한 역사 왜곡 등의 내용을 담은 불법게임물 여부 사전 확인 법안 △하태경 의원이 발의한 장애인의 게임물 접근성 제고 법안 △김승수 의원이 발의한 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 자격에 '역사' 분야 추가 법안 △하태경 의원이 발의한 국제경기대회 정식종목 채택을 위한 정부의 노력 의무 법안 △유동수 의원이 발의한 e스포츠 폐지 등에 관한 사전 고지 의무 법안이다.

※ 관련기사
[이슈] "게임 운영자의 부당한 개입 막는다" 유동수 의원 개정안 발의
하태경 의원, '확률조작 국민감시법' 발의
황운하 의원 '게임 동북공정' 방지법 발의
하태경 의원, '장애인 게임접근성 향상법' 대표발의
김승수 의원, 중국 게임 동북공정 원천차단법 발의
하태경 의원, '한국 e스포츠 세계화법' 대표발의
"리그 중단 미리 알려라" 유동수 의원, '히오스법' 발의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3월 19일 게임 운영자가 권한을 남용하는 행위를 막기 위한 개정안을 대표발의 했다. 넥슨 던전앤파이터 '궁댕이맨' 이슈가 대표적인 사례다. 개정안은 아이템을 부당하게 생성, 판매하여 환전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이 행위로 이익을 얻을 경우 과징금을 부과한다.

전문위원 측은 "이 같은 행위가 게임산업의 건강한 발전과 지속가능한 생태계 조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형사적 처벌 필요성은 인정된다"고 봤다.

그러나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미 형법상 업무방해죄, 횡령 및 배임죄가 적용될 수 있고, 현행 게임산업법으로 환전 행위를 금하고 있어 개정 필요성은 크지 않다"는 입장을 냈다.

이에 전문위원 측은 "현행법 체계에서 부당한 아이템 생성, 판매, 환전 행위에 대한 처벌 어려움이 있는지 여부에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의견을 냈다.

▲ 히오스법 전프로게이머 소감(출처 : 정해빈 유튜브)

유동수 의원이 5월 18일 발의한 이른바 '히오스법'은 게임사가 e스포츠대회를 존속할 의사가 없을 경우 미리 알리도록 한다. 프로게이머 보호와 시청자 권리 보호를 위해서다.

전문위원 측은 "e스포츠대회 폐지로 인한 프로게이머 및 관련 사업자의 혼란을 방지하고, 급격한 변화에 대비할 시간을 부여할 수 있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그러면서도 규제 도입에 있어 △계약의 연장 여부를 법정 기한 내에 정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은 사인 간 계약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 △현행법에서 종목 선정은 게임사의 자율적인 신청에 의해 진행되므로, 게임사가 법적 부담을 우려 해 종목 선정을 신청하지 않으면 고지 의무를 피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e스포츠협회(KeSPA)는 "종목 선정 제도가 e스포츠 종목의 다양화를 촉진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인 만큼, 정식 종목에 대해 의무를 부과하기 보다는 정부의 지원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

▲ 하태경 의원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3월 24일 게임 이용자의 확률형 아이템 관련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개정안을 대표발의 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게임물이용자권익보호위원회를 설치하고, 일정 규모 이상 게임사는 게임물이용자위원회를 두도록 하는 게 골자다.

전문위원 측은 이미 콘텐츠산업법에 따른 콘텐츠분쟁조정위원회가 게임물 이용자 권익 보호 역할을 하고 있어 추가 설치는 재고해봐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 아울러 게임물이용자권익보호위원회를 설치할 경우, 기존 콘텐츠분쟁조정위원회와 기능 조정을 어떻게 할 것인지도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게임사가 게임물이용자위원회를 설치하도록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게임제작사와 이용자 소통이 강화되고, 이용자의 피해를 예방하는 내부 통제 수단을 갖게 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라고 평가했다. 홈쇼핑방송사업자의 시청자위원회 선례가 근거로 쓰였다. 그러면서도 "게임사에게 부담과 중복규제 우려가 있다"고 신중함을 유지했다.

다만, 한국게임산업협회는 "게임사에게 위원회 설치를 의무화하고,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위원회 조사요구, 시정요구를 일방적으로 수용하도록 하면서, 위반 시 처벌하도록 하는 것은 과도한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의견을 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미 위원회 권한은 전자상거래 소비자보호법의 규율범위에 포함되므로, 실효성 측면이나 규제의 중복성 측면에서 적절하지 않다"고 전했다.


하태경 의원이 4월 26일 발의한 '한국 e스포츠 세계화법'은 국가적 차원의 e스포츠 육성 및 지원이 주요 내용이다. 개정안은 정부가 e스포츠를 국제경기대회 정식종목으로 채택되도록 노력하게끔 한다.

전문위원 측은 하태경 의원안에 대해 "다른 입법례를 고려해 기존 개최 장소에 따라 국내 및 국외로 구분하기 보다는, 참여국 범위를 기준으로 국내 및 국제 e스포츠 대회로 구분하는 게 적절해 보인다"고 의견을 냈다. 아울러 전문위원 측은 "현행법으로도 국제e스포츠대회 지원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체부는 하태경 의원안이 대한체육회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저해할 수 있다고 봤다. 대한체육회는 국제체육기구에 독점적 교섭권을 가진 기구다. 문체부는 개별 법률에서 특정 종목의 국제경기대회 정식종목 채택을 위한 정부의 노력을 다루면, 대한체육회 권한을 침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태경 의원이 4월 20일 발의한 장애인의 게임물 접근성 제고 개정안에 대해 전문위원 측은 "대중적인 여가문화로 자리 잡은 게임물에 대해서도 장애인의 접근성을 보장하려는 개정안은 타당하다"고 긍정 입장을 밝혔다.

장애인 게임물 접근성 제고 개정안은 정부가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그 사용을 권장하도록 한다. 이용자가 장애 유무에 관계 없이 보편적으로 게임문화를 향유하게될 것으로 기대된다.

▲ 황운하 의원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4월 9일 중국 모바일게임의 과도한 선정성, 역사 왜곡 행위를 막기 위해 개정안을 냈다. 게임물관리위원회가 사전규제를 강화하도록 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이에 문체부는 "확인 절차를 법적으로 명시하는 경우 게임위로서는 적극 확인해야 하는 부담이 있고, 게임사가 등급분류 신청 시 역사 왜곡이나 반국가적 행동과 같이 판단이 모호한 내용을 자기 검열할 수 밖에 없는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우려가 있다"며 사후관리로 대처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의견을 냈다.

따라서 전문위원 측은 "반인륜적 범죄나 국가정체성을 훼손하는 게임물을 확인해야 할 게임위 의무와 업계의 부담 우려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중립 의견을 냈다.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은 5월 12일 한복을 중국 전통 옷이라고 둔갑시킨 일부 중국 게임사 행태를 막기 위한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 자격으로 역사 분야를 추가해 전문성을 확보하도록 한다.

문체부는 "위원회에 역사 분야 등 타 분야 전문가가 추가될 경우, 등급분류 심의 및 사후관리 업무 효율성 저해"라고 우려 했다.

전문위원 측은 "현재 게임위가 게임물 유통을 금지시킬 수 있는 유일한 기관이지만, 역사적 사실 왜곡 여부에 대해서는 심도 있는 검토가 어려운 실정이라는 점에서 개정안 입법 취지는 타당하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