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초등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쭉 안경을 쓰고 있다. 원래는 시력이 꽤 좋은 편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 당시에는 친구들 사이에서 안경 쓰는 게 유행이었던지라 어떻게든 시력을 낮춰서 안경 한번 써보겠다고 온갖 노력을 다했었다. TV도 최대한 가까이서 보고, 컴퓨터도 모니터에 최대한 붙어서 했으며 또 시력이 낮은 친구의 안경을 빌려 써 보기도 했었다.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참 미련하기 그지없다.

20년 가까운 안경잡이 생활 덕분에 이제 안경은 내 몸의 일부나 다름없다. 물론 아직까지 불편한 점이 많이 남아있긴 하지만 인간은 적응하는 동물이라 하였다. 생활하는데 큰 지장을 주지는 않는 문제라면 어느 정도 감안할 수 있고, 정말 안경을 쓰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잠깐 일회용 콘택트렌즈를 사용하면 된다. '불편하다'보단 '귀찮다'에 가까운 정도.

그런데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적응되지 않고 불편한 점이 몇 가지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헤드셋이다. 안경 쓰는 사람들이면 대부분 공감할 텐데 게임 몇 판 하고 나면 구레나룻 근처가 벌겋게 달아올라있고, 심한 경우엔 두통도 생긴다. 화룡점정으로 헤드셋 이어 패드가 짱짱한 인조가죽 소재로 되어있다면? 아, 생각만 해도 벌써 두통이 밀려온다.

그런데 최근 사용해 본 헤드셋 중 안경러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해 보이는 제품을 하나 발견했다. 바로 미국의 게이밍 기어 제조사인 터틀비치(Turtle Beach)의 헤드셋. 국내 유저들에겐 생소할 수 있는 브랜드인데 콘솔 시장에선 꽤 인기가 많은 모양이다. 국내에선 다른 품목 없이 오로지 헤드셋, 이어폰만 취급하는 외길 인생 브랜드다.

지금부터 살펴볼 터틀비치 스텔스 600 Gen2 헤드셋(이하 스텔스 600)은 10만 원 초반대의 무선 헤드셋이다. 외형이나 제원, 가격만 봤을 땐 다른 헤드셋에 비해 뚜렷한 장점이 보이진 않는데 이 헤드셋이 안경 쓴 사람들에게 좋다는 건 도대체 무슨 이유일까?




■ 제품 사양 및 외관


  • 제품 제원
  • 제품명 : 터틀비치 Stealth 600P Gen2
  • 유닛 크기: 50mm
  • 헤드셋 최저 주파수 응답 및 최대 주파수 응답 : 20 - 20,000Hz
  • 마이크: 2세대 무지향성 플립 투 뮤트 마이크
  • 연결 형태 : 무선 연결만 가능
  • 사용 시간 : 최대 15시간
  • 호환 기기 : PC / PS5 / PS4 / 닌텐도 스위치
  • 가격 : 119,000원(작성일 기준)


  • ▲ 스텔스 600P는 PS버전이다. (엑박용 제품은 600X)

    ▲ Hear everything, Defeat everyone

    ▲ 박스 후면은 제품 자랑이 국룰이지

    ▲ 구성품은 간단하다

    ▲ 각종 매뉴얼과 터틀비치 로고 스티커 한장이 들어있다

    ▲ 그리고 헤드셋 본체와 USB-C 케이블, 무선 트랜스미터(PS버전만 동봉)

    ▲ 이제 헤드셋 본체를 살펴보자

    ▲ 보급형 모델인지라 아주 고급스러운 느낌은 아니다

    ▲ 인조 가죽 헤드 밴드

    ▲ 헤드 밴드 위쪽에는 터틀 비치 로고가 음각처리 돼있다

    ▲ 당연히 밴드 길이도 조절할 수 있다

    ▲ 직물 소재의 이어패드

    ▲ 50mm의 드라이버 유닛이 탑재됐다

    ▲ 한 쪽당 약 4~5cm 가량 조절이 가능하다

    ▲ 이어컵 역시

    ▲ 약간의 각도 조절이 가능하다

    ▲ 좌측에 위치한 마이크

    ▲ 총 3단계로 위치 조절이 가능하며 가장 아래로 내려야만 마이크가 활성화된다.

    ▲ 안쪽으로 한번 꺾을수도 있다

    ▲ 마이크가 꽤나 귀엽게 생겼다

    ▲ 볼륨, 모니터링 다이얼과 각종 버튼들이 위치해있다

    ▲ 동봉된 USB-C 케이블을 연결해 충전할 수 있다


    제품의 외관만 봤을 땐 지극히 평범한 헤드셋이다. 가격도 10만 원 초반대로 타 브랜드의 준 보급형 무선 헤드셋들과 비슷한 정도. 국내에서 터틀비치라는 브랜드의 인지도가 낮아서일까, 가격 대비 썩 좋아 보이는 첫인상은 아니었다. 굳이 차별점을 하나 찾아보자면 고급형 헤드셋에서나 볼 수 있는 플립 트 뮤트 마이크가 탑재됐다는 정도다.




    ■ 프로스펙스(ProSepcs) 안경 릴리프 시스템

    ▲ 지극히 평범해보이는 이어패드지만

    ▲ 직접 써보면 그 진가를 확인할 수 있다

    ▲ 안경과 닿는 부분만 쿠션감이 다르다

    ▲ 이런 느낌이다


    터틀비치 헤드셋의 이어 패드에는 안경 착용자의 편의성을 위한 '프로스펙스(ProSepcs) 안경 릴리프 시스템' 기술이 적용돼있다. 눈으로만 봤을 땐 여타 직물 이어 패드와 다른 점을 찾아보기 어렵지만 직접 착용해보면 그 진가를 확인할 수 있다.

    안경다리와 접촉되는 부분은 말랑말랑하지만 그 외 다른 부분들은 일반적인 헤드셋과 비슷한 정도의 쿠션감이다. 적당한 힘으로 귀 주위를 감싸주기 때문에 약간의 움직임이 있어도 흔들림 없이 안정적으로 사용이 가능했다. 또 290g의 가벼운 무게 덕분에 장시간 착용해도 큰 부담이 없었다.




    ■ 콘솔 게임 유저들이 선호하는 이유가 있다

    ▲ 별도 설정 없이 트랜스미터만 연결해주면 PC는 물론이고

    ▲ PS5 / PS4와 같은 콘솔 기기에서도 사용이 가능하다

    ▲ 연결 완료!

    ▲ PC게임을 직접 즐겨봤고

    ▲ 동료 기자는 PS5 게임을 플레이했다


    확실히 콘솔 게임 유저들이 선호하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PC는 물론이고 PS5 역시 별도의 설정 없이 트랜스미터만 연결하면 바로 사용이 가능하다 보니 연결 과정에서 발생하는 스트레스가 전혀 없었다. 또한 PS5의 템페스트 3D 오디오를 지원하기 때문에 PS5 유저라면 뛰어난 품질의 서라운드 오디오를 경험할 수 있다.

    사운드 역시 스팀 게임이나 콘솔 게임에 특화돼있다. 공간감은 약간 부족하지만 전체적으로 밸런스 잡힌 소리를 들려줬으며 저음보단 고음 쪽이 강한 느낌이다. 또 개인적인 느낌인지는 모르겠지만 미세한 소리가 유독 잘 들리는 느낌을 받았다. 게임 중 무심코 지나칠 수 있을만한 요소들을 찾는데 큰 도움이 될 정도.

    다만 오로지 PC 온라인 게임, 마이크를 사용하는 대전 게임을 즐긴다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스텔스 600P의 마이크는 무지향성이라 키보드 타건 음이나 마우스 클릭음 등 헤드셋 주변에서 발생하는 소리들이 모두 수음된다. 특히 본인이 청축 기계식 키보드를 사용 중이라면 타건 음이 팀원들에게 그대로 전달될 수 있다는 걸 감안하자.

    콘솔 게임 및 스팀 게임을 주로 즐기는 유저라면 터틀비치 스텔스 600P 헤드셋은 입문용으로 손색이 없는 무선 헤드셋이다. 특히 안경을 쓰는 유저들이라면 타 헤드셋 대비 편안한 착용감을 자랑하는 제품이다. 스텔스 600P 뿐만 아니라 터틀비치의 모든 헤드셋 제품군은 이어 패드에 안경 릴리프 기능이 제공되고 있으니 참고하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