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수한 기본기, 그러나 캐릭터 게임으로서의 매력 어필이 더 필요하다



지난 4월, 텐센트 게임즈에서 '백야극광'을 처음 국내에 공개하고 6월에 바로 국내에 출시했을 땐 개인적으론 다소 의아했습니다. 2월에 텐센트의 신작 수집형 RPG가 일본 CBT를 진행했다는 건 유튜브 등을 통해서 보긴 했지만, 바로 글로벌로 준비해서 내리란 생각은 안 했기 때문이죠.

국내에도 CBT를 진행하긴 했지만, 그 전까지 풀린 정보가 거의 없어 해외에서 나온 것들을 찾아봤던 기억은 있습니다. 덕후인 이상, 어쨌거나 그럴 듯한 캐릭터가 눈에 띄면 바로 찾아가서 그 게임의 뒤(?)를 캐는 게 직업병이 되어버렸으니까요. 당시엔 한붓그리기식 퍼즐을 도입한 독특한 게임플레이와 준수한 일러스트가 눈에 띄긴 했지만, 캐릭터와 스토리 그리고 게임플레이의 시너지를 파악하긴 이른 상황이었습니다.

그 뒤 어느 덧 2달이 지나 백야극광은 국내에서도 CBT를 거친 뒤, 글로벌로 정식 출시됐습니다. 초반 성적은 글로벌 200만 다운로드에 국내 구글플레이 매출 6위까지 준수한 성과를 보이고 있죠. 실제로 플레이해보면서 백야극광은 그런 초반 반응을 이끌어내기엔 충분한 타이틀이었습니다. 그 뒤에 잠재력을 꾸준히 유지하면서 터뜨릴지는 좀 더 지켜봐야하겠지만요.

게임명 : 백야극광(Alchemy Stars)
장르명 : 수집형 퍼즐 RPG
출시일 : 2021년 6월 17일
개발사 : 투어독 스튜디오
서비스 : 텐센트
플랫폼 : 모바일



퍼즐, 기믹, 캐릭터로 조율한 특유의 플레이


백야극광은 처음 공개될 당시부터 '전략 체인 RPG'라는 요소를 강조해온 게임입니다. 같은 색의 블록을 한 번에 연결하는 퍼즐 게임에 맵에 있는 몹의 주위를 지나갈 때마다 캐릭터가 적을 공격한다는 요소를 가미했죠. 이를 활용해서 적을 물리치는 게 백야극광의 대략적인 게임플레이 방식입니다.

이런 요소들은 엄밀히 말해 백야극광만의 오리지널 방식은 아니긴 합니다. 다만 퍼즐이라는 장르 특성상 서로 다른 게임이 기본 룰이 동일한 경우는 있으니, 다른 게임과 차별화를 두기 위해 변경하거나 새로 추가한 요소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죠. 백야극광은 이 룰에 수집형 RPG의 요소를 더하고 캐릭터마다 다른 연계스킬 범위와 다양한 액티브 스킬, 몬스터와 맵의 기믹으로 전략성을 가미했습니다.

기본 플레이는 리더를 포함해 5명의 캐릭터를 편대로 편성,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는 방식입니다. 각 캐릭터가 맵에 다 노출되진 않고 리더만 게임 화면에 나와있고, 모든 캐릭터의 HP는 리더와 공유합니다. 리더는 어느 타일을 연계해도 되지만 리더 외에 다른 캐릭터는 자기 속성에 맞는 타일을 지나갈 때에만 기본 공격 및 연계 스킬을 활용할 수 있죠. 또한 일반 공격이나 연계 스킬은 범위 내에 적이 있을 때만 발동합니다. 스테이지를 진행하는 중에 리더를 3번까지 바꿀 수 있으며, 액티브 스킬은 쿨이 차면 타일을 지나가기 전에 발동할 수 있습니다.


▲ 캐릭터마다 스킬도 제각각이고

▲ 공격 범위도 다르니 이를 고려한 진로 설계가 필요합니다

여기에 15체인 이상 달성하면 극광연쇄가 발동, 추가 턴을 받게 되죠. 이런 요소에 캐릭터별로 다른 스킬 효과가 섞이면서 단순 퍼즐과는 다른 백야극광만의 계산법과 노하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액티브 스킬은 캐릭터별로 단순히 데미지를 주는 범주를 넘어서 이동기나 회복기, 혹은 적을 끌어당기거나 밀어내는 등 각기 다양한 스킬을 보유하고 있어 조합에 따라 새로운 루트를 만드는 것도 가능했거든요. 연계 스킬 역시도 단순히 적에게 데미지를 주는 것 외에도 적을 밀치거나 끌어당기는 캐릭터가 있어서 이런 류의 캐릭터가 있을 때는 또다른 방식으로 플레이하는 묘미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몹과 맵의 기믹도 의외의 변수를 낼 만한 요소였죠. 몹이나 기믹이 있는 타일은 어쨌거나 캐릭터가 지나갈 수 없으니, 몹이 어디로 이동하느냐에 따라서 예상했던 루트가 막히는 일도 종종 있기 때문이죠. 워낙 룰에 제약이 있는 게임이다보니, 턴이 지나면 타일을 한 칸씩 밀어낸다거나 혹은 다음 턴에 일정 범위 내에 있는 유닛 모두에게 피해를 두는 등 간단한 기믹도 아차하는 사이에 3성 클리어 조건을 놓치게 할 만한 리스크가 있었습니다. 반대로 이를 이용해서 몹을 더 편하게 잡아버리는 등, 상황에 따라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었고요.

▲ 거 게임하는 사람 어디 갔나 이런 느낌이겠지만

▲ 이렇게 착수한 뒤

▲ 최적의 루트를 찾아 일소하는 묘미가 있습니다

이런 각각의 요소는 사실 아주 특별한 건 아닙니다. 기존에 다른 게임들에서 보았을 법한 요소들이니까요. 다만 그걸 백야극광은 자신만의 스타일로 잘 다듬어냈습니다. 네 가지 속성의 상성 구도야 수집형 RPG에선 흔하지만, 지나간 타일의 색에 따라 공격과 스킬 발동이 가능한 속성이 갈리기 때문에 이를 고려한 운용과 조합을 짜게 했죠. 근처 타일색을 바꾸거나 이동기가 있는 캐릭터도 있으니, 타일별 속성 제한 등을 배제하고 아예 한 속성 스킬덱을 짜는 등 전략적 다양성도 뛰어난 편이고요.



짜임새 있는 구성으로 풀어낸 플레이 루틴 로드맵


백문불여일견이라는 말을 뒤집어서 생각해보면, 말과 글로 푸는 것만으로는 그 게임 특유의 플레이를 설명해도 직접 보지 않으면 실감되긴 어렵습니다. 물론 보는 것보다 직접 행하는 게 더 확실히 플레이를 알 수 있겠죠. 실제 플레이해보면 백야극광은 처음엔 퍼즐 룰을 소개하는 것부터 시작해 중간중간 튜토리얼 스테이지 구간에 기믹과 리더 교체, 속성 및 연계 스킬과 액티브 스킬을 활용하는 법을 알려줍니다.

그런 과정은 최초 고비라 할 수 있는 3-7까지 이어집니다. 튜토리얼을 거친 뒤 어느 정도 추가 육성 및 자신의 플레이스타일을 고려한 덱을 짜지 않으면 3성 클리어가 다소 힘든, 으레 말하자면 뉴비 절단기 구간이라고 할까요. 다만 바이스를 포함해 기본으로 지급되는 캐릭터들의 성능이 원체 괜찮은 데다가 아예 미션 실패를 할 정도로 난이도가 빡빡하진 않았습니다. 3성 클리어만 좀 귀찮은 정도라고 할까요.

▲ 3-7 클리어 이후부터 열리는 비경 탐색은

▲ 모든 캐릭터가 동일하게 육성된 상태에서 플레이하게 됩니다

그 구간이 지난 뒤 자신이 갖고 있는 캐릭터가 모두 동일하게 육성된 상태에서 이리저리 조합해서 풀어볼 수 있는 '비경 탐색'이 열립니다. 백야극광 같은 경우엔 해외에서 먼저 출시됐다가 들어온 게임이 아니고 글로벌로 동시 출시한 만큼, 흔히 말하는 '미래시'가 없습니다. 물론 출시한지 1주일 정도 지난 지금은 어떤 캐릭터가 좋더라, 어떤 캐릭터는 꼭 뽑고 가야 한다 이런 분석이 유저들 사이에서 어느 정도 진행된 상태긴 합니다. 다만 앞으로 어떤 콘텐츠가 나오고 어떤 캐릭터가 대세가 될지, 미래에 대한 답지는 나오지 않은 상태죠.

그렇기 때문에 캐릭터들을 다각도로 실험해보면서도 잠재력을 체크해볼 스테이지가 필요했고, 비경 탐색은 이를 실험해볼 장소인 셈이죠. 물론 비경은 로그라이크 덱빌딩 요소를 가미한 곳이라 매번 적이 무작위로 나오고, 구간을 클리어한 뒤에 보상이 지급되서 캐릭터가 일반 플레이 때보다 강해진 만큼 실제 플레이와는 다소 다를 수는 있습니다. 다만 어떤 캐릭터가 서로 궁합이 잘 맞나, 어떤 캐릭터가 얼만큼의 잠재력을 갖고 있나 정도는 확인해볼 수 있죠. 육성 방향을 정할 때 참고자료를 구하기 쉽다고 할까요.

여기에 조합 제한이나 더 어려운 제약 조건을 걸어둔 오벨리스크도 도전 욕구를 자극하는 포인트입니다. 일종의 무한의 탑 같은 콘텐츠인데 이 역시도 입장 조건이 따로 없어서 언제든 가볍게 도전할 수 있기도 하고요.

육성 편의성도 상당히 준수한 편입니다. 스테이지를 처음 클리어할 때는 자동을 지원하진 않지만, 클리어한 이후에는 자동 연속 전투를 아무 조건 없이 지원하죠. 수집형 RPG에서 육성이 미처 안 끝난 상황에서 종종 자동을 돌리다가 전복되는 일이 있지만, 백야극광은 오히려 자동으로 플레이하는 걸 보고 가끔 참고할 정도로 알아서 잘 해줍니다. 심지어 일부러 한 턴을 버려서 다음 턴에 액티브 발동-극광연쇄-추가 연계 같은 고급 테크닉까지 가끔 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인간 시대의 끝이 도래했다는 자조가 들 정도였으니까요.

▲ 앗 아앗...서순이...

▲ 가끔 그런 거만 빼고 평균적으로 빠르게 최적화된 루트를 잘 찾아서 깹니다

육성에 필요한 재화도 규격 통일이 잘 되어있어서 몇 번만 보다보면 바로 알 수 있고, 그 재화를 구할 수 있는 곳도 잘 명시가 되어있기 때문에 바로바로 그 스테이지를 가서 파밍하기도 쉽습니다. 다만 파밍하기 위한 행동력은 상당히 부족한 편입니다. 초반에야 레벨업이 바로바로 되서 행동력이 금방 찰 텐데, 몇 번 스테이지를 돌다보면 금세 허덕이기 일쑤죠. 여기에 행동력을 그렇게 잘 주는 게임이 아니다보니 더욱 더 부족함이 느껴지죠.

그렇기 때문에 빨리빨리 플레이하고 싶으면 비경을 통해서 캐릭터를 파악할 필요도 있고, 혹은 다른 유저의 공략을 보면서 연구해 효율적인 육성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 점이 묘미일 수도 있지만, 가볍게 스테이지를 빨리 밀고 싶은 유저라면 좀 속이 답답할 여지는 있죠. 클래스별로 보면 체인저 외에는 눈에 확 띄는 차이가 보이지 않는 느낌이라 처음엔 조합 및 클래스 분석에 애를 먹기도 하고요.

▲ 각성 재료도 잘 분류가 되어있고 파밍도 쉽긴 한데

▲ 프리즘...프리즘이 부조카당



꽂히는 느낌은 부족, 이를 앞으로 채우는 게 관건


이렇듯 수집형 RPG와 퍼즐, 이 두 가지 측면에서 봤을 때 백야극광은 상당히 양호한 편입니다. 각 장르에서 뛰어나다고 하긴 좀 애매하겠지만, 그 두 장르의 장점과 특징을 녹여내서 자신만의 개성으로 살려낸 점은 높이 살 만하죠. 그런데 백야극광이 내세운 캐릭터나 전체적인 아트를 보면 또다른 장르에서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캐릭터 게임으로 봤을 때, 과연 어떤가 하는 점이죠.

일단 캐릭터 게임으로서 캐릭터, 스토리는 꽤나 준수한 편입니다. 이클립스라는 존재가 일으킨 갑작스런 재난으로 암귀가 출몰하고, 그 때문에 세계가 멸망할 위기에 처하게 되죠. 특히 아이테르라는 종족이 있는 헤븐스 밸리라는 곳은 아예 궤멸상태가 되어버립니다.

유저의 분신인 주인공은 그 사태에서 가까스로 생존한 아이테르 중 한 명으로, 스카이워커라는 콜로서스에 탑승해서 17년 간 위험을 피해 떠돌다가 에너지 부족으로 불시착하게 되죠. 그곳에서 정찰을 나오다가 암귀를 마주친 오로리안들과 접촉한 뒤, 그들과 감응해서 암귀를 물리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고는 오로리안들과 함께 암귀를 물리치고 사람들을 지키기 위한 여행을 계속한다는 게 백야극광의 주요 시놉시스입니다.

▲ 그런데 이 아이테르는 뭐고 오로리안은 도대체 뭔지, 일단 사전 설명 없이 막 튀어나옵니다

훑어보자면 전형적인 포스트 아포칼립스풍 수집형 RPG의 클리셰이긴 합니다. 위기에 처한 세계, 주인공을 중심으로 생존한 이들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 모인다는 점에서 말이죠. 이를 백야극광은 고전적인 소년만화 감성을 가미했습니다. 최초엔 동료의 도움 없이는 아무 것도 못하지만 의지는 굳은 성장형 주인공에 활발하고 어느 정도 능력이 있는데다가 주인공에 호감을 갖는 히로인, 누님형 서포터 등 정석적인 조합을 초반부터 볼 수 있죠. 그리고 각 지역을 보면서 익숙하지만 가슴에 불을 지필 만한 캐릭터들은 볼 수 있습니다. 동료를 지키기 위해 자기를 희생하거나, 다소 미심쩍어도 남자답게 호쾌한 면을 보여주는 조연들 말이죠.

각 지역의 이야기를 본편에서 바로 깊이있게 풀진 않지만, 캐릭터와 호감도가 쌓이면서 각 캐릭터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이런 요소들을 하나하나 볼 수 있습니다. 이를 메신저 형태로 스크립트를 한 번에 볼 수 있기도 하고, 때에 따라서는 콜로서스에서 캐릭터와 만나서 이야기를 풀어가는 투트랙 형태로 제시했죠. 캐릭터 게임에선 이젠 기본적인 사양이긴 하지만, 이를 충실하게 다 갖췄다고 할까요. 호감도 대사라던가 선물 같은, 그런 여러 가지를 포함해서 말이죠. 어느 정도 스테이지를 클리어하고 나면 엑스트라 스토리를 볼 수 있기도 하고요.

▲ 캐릭터와 대화를 나누는 메신저 기능이나

▲ 지난 스토리를 보고 수집한 CG를 보는 정보까지, 기본 요소는 충실합니다

이렇게 구성하긴 했지만, 아마 눈치 빠른 분이라면 제가 이제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할 건지 알 겁니다. 그 옛날 서브컬쳐 감성이란 점이죠. 정확히 말하자면 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 자기만의 용어를 남발하면서 무언가 있어 보이려고 하는 그런 감성 말입니다. 개중에는 자기만의 용어가 아니라 알레고리 기법을 사용해 진짜 깊이를 더한 케이스가 있긴 하지만, 거기에 감명을 받았지만 혼동을 피하려고 이리저리 머리를 굴린 나머지 원전도 모르거나 혹은 원전이 자기 자신인 기묘한 케이스가 막 불거져 나온 시대였거든요.

물론 요즘에도 그 시대를 거쳐온 개발자들이 그 풍미를 넣는 경우가 요즘 게임에도 있긴 하지만, 요즘은 그걸 보고 뭔가 있어보인다고 생각하지 않고 "이게 뭔데"라는 반응부터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그걸 얼렁뚱땅 넘어가도 좋은 그런 정도로 넘기거나, 혹은 그냥 지나칠 정도로 비중을 안 두다가 나중에 떡밥이 풀리는 식으로 배치하곤 합니다. 아니면 아예 처음부터 좌중을 압도할 만한 무언가를 사전에 보여줘서, 그 분위기에 압도되서 섞여버리게끔 유도하죠.

그런 점에서 백야극광은 안전장치가 상당히 미흡한 편입니다. 앞서 보였던 것처럼 아예 처음부터 고유용어의 향연이고, 그마저도 사전에 뭔가 드라마틱하게 풀어내지 않고 바로 출시해버린 터라 다수의 유저들이 아예 사전적인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플레이하게 되죠. 그러다보니 2차로 무언가를 창작하고 향유하는 서브컬쳐 유저들에게 받아들여지기엔 다소 시간이 걸리기도 하고, 최근 서브컬쳐 게임의 흐름과는 다소 다르다보니 "이게 뭔데"라는 반응이 나올 수도 있는 것이죠.

▲ 물론 맥락만 보고 훑어넘어가기엔 충분하지만, 고유명사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편이긴 하죠

캐릭터 일러스트는 좋은 편이지만, 인게임에서 자주 보게 될 3D SD는 그렇게 평가하기엔 다소 애매한 편입니다. 물론 아트 스타일은 취향과 익숙함의 영역이라 초반에 반응이 갈리는 건 당연한 일일 수 있을 겁니다. 그래서 경쟁작들과 비교했을 때 캐릭터의 매력을 어필할 수 있다거나, 혹은 이런 류의 게임을 좋아하는 유저들에게 어필할 만한 매력이 있을까는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 같긴 합니다. 다만 정말 압도적으로 좋다 싶으면 바로 호평, 호응이나 이를 응용한 아트가 나오는 서브컬쳐 시장인 만큼, 그만한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는 점에서 보면 그렇게까지 뛰어나진 않다고는 말할 수 있겠죠.

SD 캐릭터는 그렇다 하더라도, 그 캐릭터들과 꽁냥거릴 숙소의 디자인도 무언가 눈에 확 와닿지 않습니다. 캐주얼풍 SD 캐릭터에 금속재질의 벽, 파스텔풍의 컬러, 프리즘 같은 색조 등 각기 다른 톤이 한꺼번에 섞여있어서 산만한 느낌이거든요. 물론 작중에 등장하는 주요 소재인 콜로서스가 어떤 공간인지 체감할 수 있게끔 잘 묘사가 되어있다는 점은 장점이긴 하지만, 캐릭터와 교감하고 자신이 꾸며가는 공간으로 봤을 땐 좀 모호하다는 단점이 있는 셈이죠. 이를 채우기 위해 비트세이버 등 깨알 같은 요소를 넣긴 했는데, 터치 반응이 간혹 늦는 등 다소 불편한 점도 있긴 합니다.

▲ 그래도 깨알 같이 비트세이버 같은 가구도 있으니, 나중에는 좀 더 괜찮아질지도?

그런 약점을 돌파하기 위해서 꽤 퀄리티 있는 오프닝 영상도 준비하고 인기 일러스트레이터이자 만화가인 낡은창고에게 의뢰해 공식 만화를 업로드하고 있지만, 여기서 그치지 않고 다방면으로 어필하기 위한 추가적인 무언가가 필요해보입니다. 캐릭터나 세계관 설정도 잘 갖춰둔 만큼, 이를 외적으로 어필하는 것도 캐릭터 게임에선 필수 요소가 되었으니까요. 아울러 여기에 몰입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인게임 번역도 다듬어야 하는 숙제도 있습니다.





백야극광은 퍼즐과 수집형 RPG 각 장르로 봤을 때 평균 이상의 퀄리티와 일러스트, 두 장르의 요소를 가미해서 녹여낸 독특한 플레이 등 꽤나 준수한 모습을 보인 타이틀입니다. 올해 초까지 정보가 없는 완전 신규 IP인데도 출시 3일만에 글로벌 2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할 만한 저력은 있는 셈이죠.

물론 그게 장기적으로 이어지는 건 별개의 문제이긴 합니다. 백야극광은 전체적으로 보면 평소엔 조금 매출이 낮다가, 가끔씩 신규 캐릭터 추가 혹은 이벤트 때 잠재력이 폭발하는 캐릭터 게임의 유형에 가깝습니다. 지속적으로 유저 간 경쟁을 유도하는 PVP도 없고, 수집형 RPG에 행동력도 적어서 초반부터 폭발적인 육성은 어려워 차근차근 혼자 플레이하는 게임이기 때문이죠.

여기에 장비 뽑기 없이 캐릭터 뽑기만 구성되어있으니, 캐릭터에 의존하는 비중이 그만큼 크기도 하고요. 다만 중복 캐릭터 돌파 성능이 좀 차이가 있고, 중복 캐릭터가 필요 없는 3성도 캐릭터 뽑기를 돌려서 얻는 부속물이 없으면 돌파가 안 되는 데다가 재화를 그리 넉넉히 주는 편이 아니다보니 좀 추이를 지켜볼 필요는 있어보입니다.

매출 외에도 다른 관점에서 볼 때, 그런 궤도에 안착할 수 있을지 현 단계에서 확신하기는 좀 이릅니다. 잘 짜인 게임플레이와 육성 구조를 갖췄지만 행동력이 적고, 캐릭터와 세계관에 빠져들고 입문하게 만들 진입로가 다소 부족한 편이니까요. 일러스트는 괜찮지만 SD나 인게임의 여러 요소는 캐릭터 게임에 흥미를 가질 유저들이 봤을 때 눈에 확들어올 만한 디자인과는 좀 괴리가 있죠.

▲ 일러스트는 괜찮지만

▲ 3D 캐릭터는 익숙해지려면 조금 시간이 걸릴지도

그렇다면 세계관 특유의 느낌을 다른 방식으로도 어필해야 하는데 백야극광은 이쪽에선 경쟁작에 비해서 상당히 부족한 편입니다. 특히 사운드에서 상당히 열세인 모습을 보이고 있죠. 간과하기 쉽지만, 서브컬쳐 유저들은 사운드에도 비중을 생각보다 많이 두는 편입니다. 다른 덕겜들이 애니메이션 PV와 주제곡을 어필하고, 성우를 어필하는 건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죠.

다만 게임 내에서 스토리 및 세계관, 캐릭터는 잘 갖춰진 상태고, 게임플레이도 준수한 편이니 앞으로 어떻게 외부로 폭발시키느냐에 따라서 향방이 달라질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또 본격적인 서브컬쳐 게임처럼 캐릭터나 스토리를 풀지 않다보니 서브컬쳐에 익숙하지 않은 유저도 부담없이 퍼즐 풀듯이 접근할 수 있기도 하고, 하다보면 또 캐릭터에 정들거든요. 특히 바이스는 보다보면 정말 옛날 정통파 히로인이라 귀하기도 하고, 귀엽습니다. 그걸 굳이 확인해보실 필요는 없지만, 자동만 돌리는 RPG 말고 가볍게 손을 풀어볼 게임을 해보겠다 싶으면 한 번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선택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