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6일 아프리카TV 스타리그 시즌11(ASL 시즌11)이 임홍규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스타1 프로팀이 해체되고, 시대가 변해갈 무렵, 아직 꽃이 필 준비를 하기도 전에 무대가 사라진 연습생, 2군 임홍규의 꽃이 10여 년 만에 만개한 순간이었다.

e스포츠의 시작점. 새로운 문화를 만든 스타1은 어느 순간부터 요즘과는 거리가 먼, 옛날 게임이 됐다. 하지만 그 옛날 스타1을 즐기던 이들이 30대, 40대, 50대가 되어도 여전히 스타1을 즐긴다. 새로운 것에 대한 적응보다 기존 것에 대한 익숙함이 더 반갑게 느껴지는 시기다.

아프리카TV는 이런 스타1에 한 번도 손을 놓았던 적이 없다. 그들만의 리그라며 금방 스타1의 인기가 시들해질 거라는 사람도 많았지만, '그들'의 규모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며, 그렇게 1년, 2년, 매년 잘 열리고 있다.



Q. 20년이 지나도 스타크래프트1은 여전히 사랑 받고 있는데요, 근본적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요?

박상현 : 냉혹한 1:1 승부의 세계에 선수들이 가지고 있는 각각의 스토리, 시즌 마다 기존 강자들을 무너뜨리기 위해 도전하는 새로운 신예 스타들의 등장이 보는 시청자들에게 아직까지도 즐거움을 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개인 방송을 통해 선수들 간의 스토리가 계속 재생산 되고 대회를 통해 누가 최고의 선수인지 결판내는 1:1 RTS 장르만이 줄 수 있는 재미, 그게 바로 사랑 받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이승원 : 오랫동안 리그와 게임이 지속 되면서 쌓인 추억과 더불어 플레이하고 시청하는 게 너무나도 익숙한 게임이라는 것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만이 주는 재미 요소는 '역시 스타만한 게임이 없다'는 감성을 이끌어 내기도 하죠.

임성춘 : 오래 즐겨온 게임이기 때문에 누구에게나 익숙하고 친근하면서도 게임 내적으로 보면 천천히 계속 게임 양상이 변화되는 점이 사랑 받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Q. 스타1의 경우 아프리카TV 외 다른 플랫폼에선 큰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는데요. 아프리카TV가 그만큼 스타1에 대한 열정과 애정을 쏟을 결과물이라고 생각될 수 있으나, 여전히 그들만의 리그라는 시선도 존재하는데 이에 대한 생각은 어떠신가요?

박상현 : 스타를 하는 선수들이 스타 관련 다양한 콘텐츠 제작과 ASL 대회를 열고 있는 아프리카TV로 모이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선수들이 모여야 매일 밤 대결 구도의 콘텐츠를 함께 만들 수 있습니다. 매주 진행되는 ASL 리그 외에도 선수들이 함께하는 끝장전, 종족최강전 그리고 매일 밤 선수들이 직접 시청자들의 펀딩을 받아서 진행되는 프로리그 등등 매일 매일 다양한 콘텐츠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스타 생태계가 지속적으로 이어지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건 대회라고 생각합니다. 수만 명의 ASL 시청자, 수십만의 스타 관련 콘텐츠 조회수를 볼 때 마다 생각합니다. 이렇게 20년 넘게 오랫동안 시청자들에게 사랑받는 리그가 있을까요?

이승원 : 사실 모든 e스포츠 종목들은 각자 그들만의 리그 입니다. 규모의 차이가 있을 뿐이죠. 자신의 스타크래프트 실력을 증명 할 수 있는 무대가 정기적으로 열리고, 같은 게임으로 활동하는 선수들이 모여 자체 컨텐츠를 꾸려서 개인 방송을 하는, 소위 말해서 ‘생태계’가 아프리카TV에 잘 형성이 돼 있어서 그렇게 보이는 것 같습니다.

임성춘 : 다양한 플랫폼에 다양한 유저들이 있듯이, 플랫폼 별로 콘텐츠를 즐기는 성향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아프리카TV에서 오랫동안 스타크래프트를 진행했고, 스타크래프트는 ‘아프리카TV’라는 생각도 있는 것 같고요.


Q. 이영호의 군입대. 그 전에 택,뱅,리(제동) 등, S급 선수들이 이탈할 때마다 나온 말이지만, 이영호의 부재는 다를 것이라는 의견도 있는데요. 어떻게 보고 계시나요?

박상현 : 새롭게 도전하는 선수들이 있습니다. ASL 대회에 꿈을 가지고 목표를 이루기 위해 도전하는 선수가 있는 한 스타리그는 계속될 거라 생각합니다. ASL 예선 그리고 ACS 예선을 보면 새로운 스타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선수들이 많이 있습니다. ACS 출신으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ASL 준우승자 박상현 선수가 있고, 또 박상현 선수의 활약에 자극 받고 실력을 끌어올려 ASL 활약 하는 동갑내기 김지성 선수, 그리고 성실함으로 실력을 끌어 올려 테란의 한 축을 맡고 있는 유영진 선수, 마지막으로 연습생으로 시작해 수년간의 도전 끝에 ASL 우승을 차지한 임홍규 선수가 있습니다.

이번 결승전에 종족전 상성을 무시하고 독특한 플레이를 통해서 우승 후보들을 꺾고 올라온 저승사자 변현제와 2011년 SKT T1에 입단해 프로리그 경기에 출전 조차 못했는데도 불구하고 포기 하지 않고 우승을 목표로 10년간 엄청난 연습량을 소화하며 실력을 끌어올린 인간승리 그 자체 임홍규 선수와의 결승전이 개인적으로도 엄청 기대가 됐었고요. 이렇게 새로운 스타들이 이영호 선수의 커리어에 도전장을 내밀며 계속 스타리그를 이어 나갈 거라 생각합니다. 기다리면서 지켜보는 것 만으로도 참 즐겁습니다.

이승원 : 절대 강자의 부재는 언제나 아쉽지만, 동시에 돌아올 때를 기대하게 만드는 요소도 있는 것 같습니다. 군생활을 마치고 돌아와서 이영호는 과연 어떤 플레이를 보여줄까에 대한 기대감 말이죠. 더불어 유일신 이영호가 없는 춘추시대 동안 어떤 선수들이 두각을 나타낼까 기대됩니다.

임성춘 : 오랜만에 밸런스 패치가 된 느낌이죠. 이영호가 없는 리그에서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시간이 흘러 이영호 선수가 제대 후에 있을 변화도 기다려 집니다.



Q. 근본적인 선수 순환에 대한 문제에 대한 의견은 어떠신가요? 간혹, 짭제동(박상현)같은 선수가 있긴 하지만 여전히 부족해 보이는 게 사실입니다.

박상현 : ASL 예선과 ACS 예선에 많은 선수들이 도전장을 내밀고 있습니다. 워낙 역사가 오래된 게임이라 기존 강자들을 넘어서기 힘들긴 하지만 그래도 꾸준히 대회가 지속 된다면 새로운 선수들이 나타나 스타 리그계를 평정하는 재미있는 스토리가 나올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이승원 : 선수를 발굴하던 프로팀이 해체되고 국민적 게임의 자리에서 내려온 이후 꾸준하게 제기되던 우려가 새로운 얼굴의 부재입니다. 더군다나 예전에 비해 즐기는 사람이 많지 않으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고요. 종사자로서 할 수 있는 방법은 박상현이 탄생 했던 리그 같은 무대를 계속 만들어 놓는 것 밖엔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프리카 TV에서도 적극 지원하고 있고요.

임성춘 : 스타크래프트는 짧은 시간에 실력을 늘리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오랜 노력으로 뒤늦게 전성기를 맞고 있는 선수들이 계속 출현해서 큰 걱정은 되지 않습니다.


Q. 국민 게임 스타1. 언제까지 갈 것 같은가요?

박상현 : 15년 전에도, 10년 전에도, 5년 전에도, 이런 질문을 받았는데요. 지금까지 20년 넘게 스타 리그가 이어 지고 있습니다. 아직도 대기업의 (핫식스, LG 울트라기어) 후원을 받으면서 시즌이 계속되고 많은 팬들이 지켜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프리카TV 개인 방송과 유튜브에 선수들의 플레이 영상들이 엄청나게 올라오고 있습니다. 또, 저희가 직접 진행하는 중계진 스타 끝장전 콘텐츠도 많은 팬들이 즐겁게 지켜보고 계십니다. 20대에 스타1 중계를 시작으로 어느덧 40대가 되었는데요. 지금처럼 앞으로도 쭉 계속될 거라 생각합니다.

이승원 : 제가 데뷔했던 2001년에도 똑같은 질문을 받았는데요. (이후로 매년) 제 대답은 언제나 ‘알 수 없다’ 입니다. 올해 끝날지, 아니면 10년 후에도 이런 유형의 질문에 어떤 대답을 해야 할까 생각하고 있을지. 낙관도 비관도 없어요.

임성춘 : 오랫동안 이런 질문을 들어왔는데요. 아직까지 스타크래프트를 즐겨주시는 팬분들이 많이있기에 최소 수십 년은 지속되리라 생각합니다



Q. 스타1이 국내 e스포츠에 미친 영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박상현 : 스타1이 e스포츠의 생태계와 새로운 문화를 만들었습니다. 폭발적으로 PC방이 생겨났고 최고의 실력을 지닌 프로게이머를 나타나고, 임요환 홍진호라는 슈퍼 스타가 탄생했습니다. 거기에 대기업이 들어오면서 구단주가 생겨났고 선수들이 함께하는 리그가 만들어졌습니다. 그리고 e스포츠를 볼 수 있는 전문 방송국과 플랫폼이 생겼습니다. 지금 우리는 e스포츠와 함께 하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스타1 리그가 있었기에 지금의 e스포츠가 수많은 사람들에게 사랑 받는 문화로 자리 잡았다고 생각합니다.

이승원 : 스타크래프트라는 하나의 게임 안에서 치열한 온라인 경쟁을 통해 고수가 구분되고, 그 중 선수가 될 사람들이 모여 프로팀이 생기고 프로팀끼리 경쟁하는 팀단위 리그가 만들어지니 비로소 e스포츠라는 이름도 처음으로 생겼습니다. 그전에는 없었죠. 그러니 스타1이 국내 e스포츠에 미친 영향은 단 한가지입니다. e스포츠를 만들었다는 것.

임성춘 : 스타크래프트는 오랫동안 다양한 선수들이 경기를 펼치고, 다양한 관객들의 의견을 받아 발전해 나갔기에 e스포츠의 시작을 알리고 체계를 잡았다고 생각합니다.


Q. 끝으로 여전히 스타1을 좋아하는 팬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박상현 : 끝까지 중계를 하겠다는 각오로 중계진들이 뭉쳐 스타 끝장전을 만들었습니다. 어느덧 3년째 콘텐츠를 꾸준히 만들고 있습니다. 스타는 저의 20대, 30대, 40대를 함께한 추억이자 즐거움입니다. 게임이 좋아서 중계를 시작했고 어느덧 40대에 접어들었습니다. 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건 게임 중계이며 앞으로도 쭉 오랫동안 여러분 곁에서 꾸준히 콘텐츠를 만들겠습니다. 언제든지 생각나면 찾아와 즐거움을 함께 할 수 있는 단골식당 같은 중계진이 되겠습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끝으로 중계진들이 뭉쳐서 만든 회사 주식회사 중계진 앞으로도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 아프리카TV, 유튜브 중계진 검색하셔서 좋아요 구독 댓글 남겨 주시면 저희에게 큰 힘이 됩니다! 스타를 좋아하는 많은 분들이 함께 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이승원 : 세월이 지나도 리그는 꾸준하게 열리고 있고, 밤을 새워가며 연습하는 선수들도 아직 있으니 언제까지 하게 될진 모르겠지만 항상 같은 자리에서 같은 목소리로 찾아뵙겠습니다.

임성춘 : 꾸준한 사랑 감사합니다. 스타1의 지속은 여러분 덕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