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백하게 담아낸 삶과 죽음의 이야기, 여운과 또다른 아쉬움이 남은 후일담



2019년 모바일로 출시된 곰아저씨 레스토랑은 1인 개발자 다이고 사토를 세상에 알린 작품이었다. 그는 여러 게임회사를 다니면서 커리어를 쌓고 여러 작품 개발에 참여했지만 이름을 알리지 못한 수많은 개발팀원 중 하나였다. 그러다 2017년 몸담고 있던 회사가 망한 뒤, 그간 기획했던 스토리 중심 게임인 곰아저씨 레스토랑 및 여러 게임을 2년 동안 개발했고, 2019년에 가장 먼저 곰아저씨 레스토랑을 시장에 내놓았다.

고전적인 그래픽과 간단한 조작, 일직선으로 이어지지만 삶과 죽음 그리고 추억에 대해 간결하면서도 담백하게 그려낸 곰아저씨 레스토랑은 출시 후 일본뿐만 아니라 여러 나라의 유저들에게도 알려졌다. 국내에서도 구글플레이 평점 4.9를 받는 등 호응을 얻으면서 이름이 알려졌고, 2019년 IGCXGCON에 연사로 참여하기도 했다.

이를 시작으로 그는 '눈사람 이야기', '낚시 천국', '쥐돌이 버스터즈' 등 스토리 중심 모바일 게임을 연달아서 내면서 호응을 얻었다. 그렇게 2년이 흐른 뒤 그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곰아저씨 레스토랑을 닌텐도 스위치로 출시하면서, 못다한 이야기를 다 풀고자 한 것이다.

게임명 : 곰아저씨 레스토랑(Bear's Restaurant)
장르명 : 어드벤처
출시일 : 2021년 6월 17일
개발사 : 오뎅캣
서비스 : 오뎅캣
플랫폼 : 모바일, 닌텐도 스위치

관련 링크: '곰아저씨 레스토랑' 오픈크리틱 페이지

※ 본 리뷰에는 일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군더더기 없이 담백하고 정갈하게 담은 사후세계 이야기


곰아저씨 레스토랑은 사람이 죽어서 천국과 지옥에 가기 전, 열차를 기다리면서 들르는 한 레스토랑의 이야기를 그려낸 작품이다. 말 그대로 곰이 주인이자 셰프로 있는 곳으로, 유저는 기억을 잃은 채 종업원으로 일하고 있는 고양이가 되어서 이야기를 진행하게 된다.

게임의 방식은 간단하다. 손님이 들어오면 고양이 종업원은 주문을 받고, 곰아저씨에게 주문을 전달한다. 정보가 충분하지 않으면 손님에게 더 이야기를 들어보거나, 손님의 기억 속으로 들어가서 힌트를 찾는다. 그 힌트에 맞춰 곰아저씨가 요리를 내면 이를 손님에게 전달하면 또다른 과거가 어렴풋이 스쳐지나간다. 그 뒤에 다른 손님이 오고 레스토랑은 그렇게 영업을 이어간다. 잠시 쉬는 시간이 되면 역에 나가서 기차를 기다리고 있는 손님들의 삶의 편린을 더듬어가면서 어떤 일이 있었나 실타래를 잡아갈 수 있기도 하다.

▲ 주문하신 어묵탕 나왔습니다

▲ 이렇게 만들기 어려운 주문이면

▲ 손님의 과거를 돌아보면서 단서를 찾을 수 있다

레스토랑-손님의 추억-기차역이라는 단편적이면서 드라이한 구성이지만, 오히려 그렇게 절제된 것이 더 슬플 수 있다는 것을 개발자는 너무도 잘 알고 있는 듯했다. 정말 슬프거나 안타까울 때는 말이 잘 안 나오곤 하지 않던가. 들릴듯 말듯 정제된 OST의 선율과, 감정선이 절제된 어조로 표현된 각자의 사연은 훑어가면서 사람의 감정을 조금씩 들썩인다.

여기에 화려하진 않지만 깔끔한 도트그래픽에, 화면을 의도적으로 꽉 채우지 않고 여백을 남기면서 추억을 회상하는 듯한 분위기를 살렸다. 각자의 추억과 사연은 다르지만, 누구나 추억의 요리를 먹으면서 감상에 젖어들지 않던가. 어머니의 오므라이스, 아내가 끓여준 김치찌개, 친구들과 함께 먹던 컵라면 등등.

무엇보다도 곰아저씨 레스토랑은 보기 좋은 미담만 담아내지 않았다. 사람의 죽음은 한 가지 모습만이 아니지 않던가. 단순히 슬픈 사연, 안타까운 사연만이 아니라 씁쓸함이 묻어나는 사연도 일부 있었다. 마치 음식에 매운맛과 쓴맛도 있는 것처럼 말이다.

▲ 일이 끝난 뒤에 책상에서 기억의 조각으로 손님이 죽은 순간에 벌어진 일을 볼 수 있다

아마 단순히 사람들이 천국에 가기 전에 미련을 떨쳐버리는 그 과정만 이야기했더라면 곰아저씨 레스토랑은 이만한 여운을 남기지 못했을 것이다. 죽기 전 안타까운 사연에 잠깐 울고 난 뒤에, 정신을 차렸을 때 "그럴 수도 있지"하면서 잽싸게 세면대에 달려가서 세수하고는 잘 플레이했다고 한 뒤 한 때 읽었던 감동적인 이야기 정도로 남았을 거다. 다소 오래되긴 했어도 왕도적인 창작 기법인 5막 구조로 봤을 때, 발단 전개 위기 절정 결말 중에 위기와 절정이 빠졌으니 말이다.

모바일에선 이미 출시된지 2년이 지났어도 스토리 비중이 큰 작품이라 더 이야기하긴 어렵지만, 이번 닌텐도 스위치 버전은 엔딩 이후 후일담까지 포함된 만큼 조금 더 이야기할 필요가 있긴 하다. 간단히 말하자면, 곰아저씨 레스토랑은 천국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지옥에 떨어진 영혼도 조명한다. 이를 무조건적으로 용서하라고 하지 않고, 희노애락과 선악이 엉키는 그곳에서 관망자로서 세상 그 모든 죽음과 삶에 대해 조망하는 짧고도 길게 느껴지는 여정. 약 2시간 정도면 끝에 도달하는 그 여정에 발을 들이기 시작하면, 아마 멈추기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열차가 목적지까지 쉬지 않고 달리듯이 말이다.




아쉬움을 달래려고 나왔지만 더 애가 타는 스위치 버전의 후일담


여기까지는 2년 전 출시된 모바일 버전과 동일한 만큼, 이미 봤던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 추억을 다시 돌아볼 만한 힘이 있는지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곰아저씨 레스토랑은 캐릭터를 조작하고 단서를 찾아가는 능동적인 게임플레이보다는, 이야기를 훑어가면서 음미하는데 주력하는 게임이다. 그만큼 스토리에 대한 관점이 중요한데, 이는 개인차가 상당히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개발자는 스위치 버전에서만 볼 수 있는 후일담을 준비했다. 스위치 버전에서는 모든 일이 끝난 뒤, 침대로 들어가서 자면 곰아저씨와 고양이 종업원이 그 뒤 어떻게 지내고 있나 단편적으로 볼 수 있게끔 한 것이다.

후일담에서 곰아저씨와 고양이 종업원은 언제나처럼 가게에서 손님을 맞는다. 그러다 갑자기 지옥에서 곰아저씨 레스토랑을 벤치마킹하겠다면서 곰아저씨를 호출하고, 곰아저씨는 어쩔 수 없이 지옥으로 출장을 간다. 공석이 된 셰프 자리는 고양이 종업원이 맡게 되고, 지옥에서 파견 온 토끼 아르바이트생이 고양이가 하던 일을 대신하는 와중에 벌어지는 일들이 후일담의 주요 내용이다.

▲ 곰아저씨는 갑작스레 지옥으로 출장을 가게 되고

▲ 고양이 종업원과 토끼 알바생이 가게를 지키게 된다

후일담 역시도 본편과 비슷하게 손님의 주문을 받고, 상황에 따라 손님에게 빙의해 정보를 더 얻고 그에 맞는 요리를 내오는 식으로 진행된다. 본편보다 이야기가 짧긴 하지만, 그 사연도 눈물샘을 은은히 자극하게 만드는 이야기들로 구성되어있다. 그러면서 본편에서 미처 다 못한 이야기의 마지막 조각을 후일담을 거쳐 끼워맞출 수 있게끔 했다.

그 여운은 진하게 남지만, 왠지 모르게 쉘 실버스타인의 '어디로 갔을까 나의 한 쪽은'이 떠올랐다. 그렇게 맞춰진 조각이 너무 딱 들어맞아서 그런 것도, 안 들어맞는 조각이라서 그런 건 아니었다. 그보다는 조각을 맞춘 뒤에도 여운과 아쉬움이 남아 애가 타는 경우는 책에 없었으니 이럴 땐 어떻게 해야할까 당혹스러웠기 때문일 것이다. 책에선 그 조각이 다 찬 뒤에는 너무 빨리 지나가버린 나머지 여운도, 무엇도 못 느껴서 결국엔 나머지 조각을 빼고 세상을 돌아다니지 않던가. 이 조각은 뭔가 부족한 것 같으면서도 들어맞는 터라 여운과 아쉬움 둘 다 남은 묘한 경험이었다. 다만 분량은 상당히 짧은 편이라, 아쉬움 쪽이 더 짙게 남은 것도 있겠다. 더 갖고 와, 아니지 다 갖고 와, 이런 뉘앙스라고 해야 할까.

▲ 손님의 기억에 들어가서 주문의 근거를 찾는 구조 자체는 바뀌지 않았다





곰아저씨 레스토랑은 이미 2019년 모바일 버전 출시 당시 일본 구글 인디 게임 페스티벌 Top3, 일본 구글플레이 2019년 베스트 게임을 수상하는 등 저력을 보인 타이틀이다. 이를 닌텐도 스위치 버전으로 옮겼을 때에도 그 퀄리티가 어디로 가지는 않았다. 같은 작품을 다른 플랫폼에 옮긴다고 해서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는 이야기 자체가 바뀌진 않으니 말이다. 여기에 후일담까지 곁들였으니, 이 이야기에 감동받은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구미가 당기지 않을 수가 없다.

모바일 게임을 닌텐도 스위치로 옮길 때 종종 최적화에 대해 이야기가 나오긴 하는데, 곰아저씨 레스토랑도 약간은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게임 구조 자체는 단순하고 그래픽도 GPU를 마구 잡아먹는 화려한 3D가 아니라서 버벅거린다거나 하진 않았다. 그러나 모바일의 터치 인터페이스보다도 조이콘으로 움직였을 때 조금 더 뻑뻑한 느낌이 들었다고 할까. 원래도 캐릭터를 움직이는 조작감이 고전 게임처럼 다소 뻣뻣한 느낌인 게임인데, 스위치 버전은 좀 더 그런 느낌이었다. 조작감이 중요한 게임은 아니더라도 조금은 아쉽게 느껴진다고 할까.

뿐만 아니라 가끔 진행하다가 사운드가 잠시 끊기거나, 몇 초 정도지만 멈추는 일도 있어서 조금 당혹스러웠다. 특히 한창 이야기에 몰입해서 눈물흘리다가 갑자기 화면이 멈추고 정적이 흐를 때 그 느낌이란...몇 초의 시간이 주마등 같다. 그리곤 이불을 절로 찾게 된다. 특히나 화면이 어두워질 때 잠깐 멈춰버리고, 암전이 진 스크린에 비친 눈물콧물 질질 짜고 있는 자신의 얼굴을 보게 된다면.......

▲ 보다보면 이렇게 깨알 같은 재미 요소들도 있다

그렇게까지 이야기에 빠져들 수 있는 이유라면, 아무래도 현지화까지 찰지게 잘한 번역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특히나 아내가 끓여주는 김치찌개는 결혼도 안 한 주제에 왜 이렇게 눈물이 나는지. 그렇게 잘 된 번역이었기 때문에 종종 받침이 틀리는 등 사소한 오타가 조금은 아쉬웠다. 또 후일담에서는 곰아저씨나 캐릭터들의 어조가 갑자기 딱딱해지는 구간이 조금 있는데, 맥락이 조금 안 어울린 듯해서 살짝 걸린다.

그렇지만 세상 사람 모두를 사로잡을 완벽한 이야기는 없는 법 아닌가.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킬 수 있는 이야기가 있을 뿐. 곰아저씨 레스토랑은 확실히 그런 힘이 있는 게임이다. 그 힘은 플랫폼을 옮겼다고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여기에 깊은 감명을 느꼈다면, 아마 후일담까지 봐야만 직성이 풀릴 테니 흥미가 가지 않을까. 이미 봤던 이야기를 다시 보는 걸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있으니 확답하긴 어렵지만, 다시 봤을 때에도 그 감동이 쉽게 사라질 만한 이야기는 아니니 말이다.

후일담 스토리에 대한 평가는 개인 차가 클 테고 스포일러가 될 테니 깊이 말하긴 어렵지만, 적어도 누구 머리를 갑자기 골프채로 내려치는 그런 기분 나쁜 충격은 절대 없으니 안심해도 좋다. 만약 모바일 버전을 안 해봤다고 하면 닌텐도 스위치 버전으로 본편부터 후일담까지 소설책 읽는다고 생각하고 날잡아서 정주행해보면 될 것이다. 가슴 한 켠이 따뜻해지는 마음의 양식 한 그릇 같은, 그런 게임이니까.


▲ 한낱 미물도 챙겨주는 곰아저씨의 따뜻한 볶음밥이 먹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