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컴에 실시간 액션 첨가, 여기에 감나빗을 뺀


턴제 전략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해봤을 엑스컴 시리즈. 99% 명중률에서도 빗나감을 선사해 많은 유저들을 분노케 했지만, 캐릭터 육성 및 전투 등의 전략 시스템 완성도가 높다는 점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다만, 엑스컴을 알긴 하지만 턴제 전투라는 점 때문에 이를 꺼리는 게이머도 상당수 존재한다. 턴제 전투는 호불호가 크게 갈리는 장르인데, 실시간에 비해 정적인 플레이 진행과 제약이 많은 전투 시스템. 특히, 분노를 유발하는 감나빗 등 때문이다. 실시간 전략과 턴제 전략은 진행 방식도 큰 차이가 있고 그만큼 추구하는 재미가 다르다 보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 생각된다.

아무튼 엑스컴의 턴제가 아쉬웠다면 이 게임을 주목하길 바란다. 레드 솔스티스 2: 생존자들(이하 레드 솔스티스)는 엑스컴 느낌의 전략에 턴제를 빼고 실시간을 더한 게임이다. 플레이어 캐릭터와 추종자를 조작해 감나빗없는 전략적인 전투가 가능하며, 6개로 나뉜 클래스 시스템으로 상황에 맞춰 색다른 전투를 느껴볼 수도 있다.

외계인이 아닌 스로틀이라 불리는 변이 바이러스와 전투를 벌이는 레드 솔스티스는 실시간 전략 게임으로 어떤 즐거움을 선사해줄 수 있을까.

게임명 : 레드 솔스티스 2: 생존자들
장르명 : 전략 RPG
출시일 : 2021.06.17
개발사 : Ironward
서비스 : 505 Games
플랫폼 : PC

관련 링크: '레드 솔스티스 2: 생존자들' 오픈크리틱 페이지


탑뷰 런앤건처럼 보이지만 실시간 전략 게임


게임의 트레일러 영상만 보면 헬다이버즈나 에일리언 스웜과 같은 탑뷰 런앤건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레드 솔스티스는 실시간 전략 게임이다. 몰려드는 적을 각종 화기로 쓸어버리는 모습이 충분히 헷갈릴만 하다 보니 갓 출시됐을 때 장르를 착각한 게이머들의 평가로 복합적 스팀 평가를 받기도 했다. 현재는 재미를 느낀 게이머들 덕분에 대체로 긍정적까지 올라왔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레드 솔스티스는 근본적으로 탑뷰 런앤건과 다른 게임이다. 실시간 전략 장르로서 마우스로 플레이어 캐릭터를 조작하고 상황에 따라 휘하 분대원에게 제한된 명령을 내려 전략적인 플레이를 펼치는 것이 가능하다. 하나의 캐릭터가 아닌 다수의 캐릭터를 조작해 전투를 진행한다는 점이 가장 큰 차별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멀티 플레이는 최대 8인으로 가능하며, 싱글 플레이로 진행할 경우 플레이어 캐릭터와 추종자를 조작해 전투를 진행하게 되는데, 추종자는 기본적으로 플레이어를 따라다니면서 전투를 보조해주는 역할을 담당한다. 또한, 제한적인 명령을 내리는 것이 가능한데 원하는 위치로 이동, 위치 사수, 따라오기와 추종자 개별적으로 이동, 특정 몬스터 공격과 보조무기 사격 등이 있다. 단, 스킬은 상황에 맞춰서 자동으로 사용한다.


이 게임은 내실을 다지는 행성 탐사 단계와 분쟁이 일어나는 지역으로 떠나는 전투 단계로 나눌 수 있다. 전투 단계는 시작부터 끝날 때 까지 무한으로 몬스터가 리젠되며, 스테이지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웨이브 단계가 올라 점점 강력한 능력을 갖춘 몬스터가 등장한다.

스테이지의 난이도와 웨이브가 낮은 상황에서는 특별한 전략이 필요없고 경계 사격 모드에서 임무 장소까지 걸어가도 될 정도로 한가한 편이다.

하지만, 난이도와 웨이브의 단계가 높아지면 진짜 말도 안 되게 게임이 어려워진다. 끊임없이 몰려드는 적을 상대하다 보면 총알이 금세 바닥나므로 언제나 소지품을 확인해야 하고 상대하기 까다로운 몬스터가 등장하면 상황에 따라 추종자에게 명령을 내려 효율적으로 적을 상대해야 한다. 모든 전투가 실시간으로 이뤄지니 상황에 맞는 빠른 판단과 전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물론 스타크래프트와 같은 실시간 전략에 비할 바는 아니다. 건물을 짓고 병사를 뽑는 것도 아니고 대규모의 부대를 조작해 전투를 펼치지도 않으니 말이다. 그보다는 전략 자체를 간소화시켜서 실시간 전략에 어려움을 느끼는 유저의 진입 장벽을 낮춤과 동시에 런앤건 장르의 액션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쉽게 말해 스타크래프트 유즈맵의 해병 키우기를 생각하면 레드 솔스티스의 전략이 어떤 느낌인지 이해하기 편할 것이다.



전략에 재미를 더해주는 클래스와 장비

전투에 전략을 더해주기 위해 게임에는 다양한 장치가 마련되어 있으며, 특히 클래스 시스템의 완성도가 높은 편이다. 레드 솔스티스는 돌격병, 포병, 지원병, 저격병, 의무병, 정찰병으로 이루어진 6개의 클래스가 존재하며, 클래스마다 고유의 스킬을 갖추고 있다.

보통 이런 장르의 게임이 무늬만 클래스로 나눠놓고 실상은 별 차이가 없는 모습을 보여주거나 혹은 클래스마다 밸런스의 차이가 심해 특정 클래스만 사용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레드 솔스티스는 분대 플레이를 요구하는 전투 시스템과 클래스의 장단점이 나뉜다는 점 때문에 클래스마다 상황에 따라 최적의 효율을 보여주게끔 만들어졌다.

가령 물량전은 넓은 지역에 대량의 탄환을 쏟아부을 수 있는 지원병과 바리케이드를 소환해 적을 저지할 수 있는 돌격병의 효율이 높으며, 반대로 두꺼운 장갑과 높은 체력을 가진 적을 상대할 때는 강력한 화력으로 장갑을 부술 수 있는 포병과 한 방의 위력이 가장 높은 저격병이 좋다.


웨이브에 따라 등장하는 몬스터의 규모가 달라지니 하나의 클래스에 의존하기보단 모두가 힘을 합쳐 싸워야만 임무를 완료할 수 있게끔 설계됐다. 플레이어 캐릭터는 클래스를 바꿀 수 있지만, 추종자는 클래스가 고정되어 있어 전투 단계에 입장하기 전에 어떤 클래스를 데리고 갈지 선택하는 것도 전략 요소로 볼 수 있다.

한편, 클래스마다 특징이 뚜렷하다는 점은 어떻게 육성을 하냐에 따라서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해주기도 한다. 게임의 육성 방식은 크게 연구로 획득한 장비를 장착하는 것과 전투 레벨을 올려 패시브 효과를 부여할 수 있는 스킬 트리로 구분되는데 타 게임과 달리 로드아웃 시스템이 꽤 재미있게 구성되어 있다.

일반적인 게임들이 획득한 무기와 각종 도구를 장착하거나 간혹 레벨과 무게 등의 제한을 걸어두는 편이라면 레드 솔스티스는 방어구 파워로 장착에 제한을 걸었다.


방어, 공격, 지원으로 나눠진 방어구 장비창에 원하는 부품을 장착해서 캐릭터의 능력치를 올릴 수 있는데 부품마다 소모 에너지가 존재하며, 방어구의 파워 제한을 넘어서는 부품을 장착할 수 없다. 방어구의 파워를 올리기 위해선 전력 코어라는 부품을 장착해야 하며, 장비창에 장착할 수 있는 부품 수가 제한되어 있으므로 원하는 능력치와 파워를 적절하게 분배해서 장착해야 한다.

무기도 방어구와 비슷한 시스템이다. 무기마다 필요한 칸이 존재하며, 클래스마다 기본적으로 보유하는 무기의 칸이 다르다. 가령 정찰병의 경우 기본으로 3칸이라서 가벼운 무기만 사용할 수 있다. 만약 무거운 무기를 장착하고 싶다면 지원 장비창에서 주무기 칸을 올려주는 부품을 장착해야 하며, 그만큼 지원 장치방에 낄 수 있는 부품에 제한이 걸릴 수밖에 없다.

강력한 공격력을 원한다면 그만큼 방어를 포기해야 하며, 반대의 경우에는 화력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 결국 혼자서 모든 상황을 대처하는 무적의 캐릭터로 육성하는 것 자체가 막혀있는 셈이다. 만약 캐릭터의 능력이 오버 스펙으로 가버리면 앞서 말했던 전략의 의미가 퇴색될 수밖에 없다. 오히려 이렇게 반쯤 하자가 나야 함께 움직일 때 서로의 단점을 보완해줄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이러한 육성 방식은 분대 플레이에 재미를 더해주는 장치로 다가온다.

▲ 제트팩을 달아 벽을 넘는 플레이도 가능하다



유저의 활동에 맞춰 유기적으로 변화하는 세계


레드 솔스티스는 스로틀이라 불리는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인류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플레이어는 비밀 특수 부대 셀의 지휘관이 되어 화성 이곳저곳을 다니며, 기지를 건설하고 연구를 진행하며, 스로틀에 맞서 싸워야 한다.

게임 속 내러티브는 플레이어의 활동에 따라 유기적으로 바뀌는 모습을 보여준다. 단순히 말로만 전투에서 이겼고 뭔가 얻었다가 아니라 전투에 이겼기 때문에 어떤 변화가 생겼고 이 연구 시설을 만들었기 때문에 게임에 변화가 이뤄졌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게끔 만들어졌다.

가장 크게 체감되는 것은 감염 수치로 플레이어가 미션을 수행하고 돌아다니는 과정에 따라 감염 수치도 계속해서 높아진다. 만약 미션에 실패할 경우, 감염 수치가 올라가며, 반대로 성공할 때는 감염 수치를 낮출 수 있다. 또한, 감염은 단순히 눈에 보이는 수치가 아니라 게임 플레이에도 영향을 주는데, 수치가 높을수록 등장하는 몬스터가 강력해지고 100%를 달성하면 그대로 게임 패배로 이어진다.

▲ 시설에서 각종 연구를 진행하면

연구 시스템도 세계의 변화에 영향을 주는 요소 중 하나다. 시설에서 특정 연구를 진행할 경우 어느 정도 시간이 소요된 후 연구가 종료되는데 어떤 연구를 했느냐에 따라서 전투 전, 전투 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또한, 연구 결과에 따라서는 전투 전에 들고 갈 수 있는 장비를 만들 수도 있으며, 몬스터를 포획하고 조사해서 병사들의 능력치를 올리는 등 육성에도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가령 통신 시스템을 연구한 경우, 지역마다 통신이 원활하게 이뤄졌다는 설정을 통해 게임 내에 등장하는 몬스터의 리젠 시간을 늦추는 것이 가능하다. 또, 지상함 지원을 연구하면 전투에서 포병 지원이 가능하며, 게임 내에 등장하는 몬스터의 체력을 낮출 수 있다. 단, 작전에 진입하기 전 폭격을 했다는 설정이라 포병 지원을 체크한 경우에는 맵의 건물이 박살이 나 있고 획득 가능한 자원도 많이 줄어든 상태로 시작된다.

이렇듯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른 결과가 감염 수치와 연구 등으로 나타나고 이를 게임 플레이 내내 체감할 수 있으니 오래 할수록 몰입도가 상당한 편이다.

▲ 미션창에서 연구 결과에 따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간소화된 실시간 전략 방식과 런앤건 느낌의 액션, 활동에 따라 유기적으로 달라지는 내러티브 등의 시스템은 레드 솔스티스만의 특징이자 장점이다. 다만, 이러한 장점을 알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것이 이 게임의 문제점이기도 하다.

우선 게임이 굉장히 불친절하다. 게임 내에서 튜토리얼과 설명을 최대한 넣어두긴 했지만, 기초적인 설명에 그칠 뿐, 결과적으로 어떻게 달라지는지는 플레이어 스스로 찾아보고 알아내야 한다. 물론 알려주지 않는 것들도 포함해서 말이다. 미션들 역시 정확히 무엇을 어떻게 하라는 지에 대한 단편적인 설명만 제공되기 때문에 이후 활동은 직접 몸으로 부딪쳐야 한다.

게임에서 알아야 할 정보가 많은 편이고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게임의 재미가 떨어질 수도 있다. 유저의 재미를 사로잡아야 하는 초반부터 복잡한 시스템을 버텨야 하니 전략의 간소화로 낮춘 진입 장벽이 아무 의미가 없어진 꼴이 돼버렸다.

게임 최적화가 부족하다는 점 등도 아쉬운 부분 중 하나다. 게임의 권장 사양이 GTX 780 그래픽으로 낮은 편인데 몬스터가 한 번에 많이 등장하거나 큰 폭발 등의 이팩트가 발생하면 프레임이 뚝 떨어지는 현상이 심심찮게 발견된다. 게임의 특성상 대규모 교전이 자주 일어나기 때문에 이 부분은 패치를 통해서라도 빠르게 안정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전작과 비교한다면 많은 부분을 개선한 것이 사실이지만, 몇몇 부분에서는 여전히 아쉬운 모습을 보여준다. 게임의 전체적인 마감에 더욱 신경을 썼다면 좋은 게임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시간 전략과 런앤건 특유의 액션을 느껴보고 싶다면 플레이 초반부의 밋밋함을 꾹 참고 조금만 플레이해보길 추천한다. 게임의 흐름을 어느 정도 파악할 정도가 된다면 30시간 이상의 플레이 타임을 보장하는 훌륭한 게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