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가 흔히 보는 그 로딩 (히히 떠상 못가!)

지금으로부터 3주가 채 되지 않은 토요일. 새벽 4시 반쯤이었을 거다. 다소 다급해 보이는 다수의 핸드폰 알림이 수면을 방해한다. 무슨 일인고 하니, 백에 하나 나온다는 전설 등급 카드를 한시적으로 판매하는 NPC가 필드에 출현했다는 것. 다행히 렘수면에 빠지기 전이라 게임을 켜기까지의 동작은 그 어느 때보다 신속했다.

부리나케 게임을 켜고 로딩을 기다리는데 왠지 모를 불안감이 자꾸 엄습해오고 입술은 바싹바싹 말라갔다. 평소였으면 신경조차 쓰지도 않을 로딩 화면이 얼마나 길게 느껴지던지, 쿠크세이튼의 광기 가득한 얼굴이 더 얄밉게 보이고 믿었던 컴퓨터가 원망스럽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수차례 곤혹을 치르고 현장에 도착했을 땐 이미 늦었다는 걸 깨닫기에 충분했다. 아, 이러면 나가린데. 심지어 카오스게이트 저리 가라 할 정도의 수많은 인파가 몰리고 프레임은 간헐적으로 툭툭 끊겨 정상적인 플레이가 불가능한 수준까지 이르렀다. 깊은 분노를 뒤로하고 애꿎은 컴퓨터 탓만 하는 졸렬함까지.

▲ 새벽 4시 반인데.. 오늘도 아크라시아는 안전하다

내가 손이 느려서 아이템을 못 먹은 게 아니라 아무튼 컴퓨터 문제다. 컴퓨터가 좋았다면 채널을 쉽게 이동해서 판매하는 카드를 얻었을지도 모른다는 망상에 빠진다. 굳이 카드 핑계가 아니더라도 인게임 프레임이 요동치는 걸 봐선 CPU 교체가 절실해지는 시기다. 무릇 지름에는 그럴싸한 이유나 합리화가 필요하니까.

따라서 이번 시간에는 CPU의 성능이 로스트아크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 인텔 CPU의 등급 간 성능 비교를 통해 알아보려고 한다. 최근 경쟁사 CPU도 성능이나 세대에 따라 등급이 올라가면 비슷한 차이를 보여주지만 로스트아크는 최대 6코어 8스레드까지 지원하기 때문에 좀 더 등급별의 성능을 비교하기가 쉬운 편이다.



■ 로스트아크 사양부터 뜯어보자

▲ 권장사양 자체는 그리 높지 않다

로스트아크가 공식적으로 추천하는 CPU와 그래픽 사양은 i3, GTX 460 그리고 i5, GTX 660이다. 이번 테스트에는 인텔 i5-11400, i7-11700, i9-11900K CPU 3종이며, 16GB(8*2) 메모리, RTX 3070 Ti 그래픽카드가 사용됐다. 제품명이나 스펙은 아래 테스트 PC 사양 정리표를 참고하자.

테스트 비교군의 오차를 줄이기 위해 유동인구가 없는 1인 던전(카오스 던전, 트리시온)에서 진행되었으며, 인게임 설정은 FHD(1920*1080) 해상도, 최상, 최저 그래픽 설정이 사용됐다.

◈ 테스트 PC 사양 정리
CPU 인텔 i5-11400, i7-11700, i9-11900K
쿨러PROLIMATECH ARTISTS 3r
메인보드 기가바이트 Z590 AORUS MASTER
VGA GIGABYTE 지포스 RTX 3070 Ti Gaming OC D6X 8GB
RAM삼성전자 DDR4-3200 8GB PC4-19200 *2
저장장치Apacer Pancer (120GB)(OS)
WD BLUE SN550 M.2 NVMe (500GB)
케이스투렉스 DOMA-PRO PCI 오픈형 케이스




■ 그래픽카드는 한 단계 낮춰도 OK

▲ 드라마틱한 프레임 차이가 없다 좌(최저 그래픽), 우(최상 그래픽)

일반적으로 고사양 게임과 PC 사양을 고려할 때, 우리는 그래픽카드의 중요도를 가장 높게 치지만 로스트아크는 CPU, 램 성능에 따라 프레임이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로스트아크에서 불꽃, 화염, 먼지, 연기를 표현하는 다수의 파티클이나 캐릭터 렌더링 유무는 그래픽카드보다 CPU 관여도가 높은 편.

또한, 프레임 확보를 위한 인게임 그래픽 설정 옵션 타협의 의미가 타게임에 비해 적다. 위 사진을 보면 알 수 있듯, 최저(좌), 최상(우) 그래픽 설정에 GPU 사용량 차이는 높지만 프레임 차이는 고작 10% 내외란 걸 확인할 수 있다. 뭔가 일은 열심히 하는데 성과가 안좋다고 해야하나.

인게임 최상 그래픽 설정 시 그래픽카드는 최대 프레임을 뽑기 위해 쉴 새 없이 돌아간다. 로스트아크는 엔비디아 수직동기화, 3D 설정 외에 백그라운드 시 프레임 제한 기능이 없기에 로스트아크 켜놓은 상태로 인터넷이나 유튜브를 하더라도 그래픽카드 가용률은 항상 최대인 셈이다. 보통 그래픽카드의 최대 온도가 65~80도이며, 최근 에어컨을 틀었는데도 방이 후덥지근 하다면 최저 그래픽 설정을 참고해보자.

▲ 야! 인터넷 서핑만 할 뿐인데 전기세 살살 녹는다!



■ 로스트아크 = CPU+램 > 그래픽카드

▲ 1인 카던 몹 소환 전(GPU 50%, CPU 30%)

▲ 몹을 소환하면 CPU가 일을 시작하면서(CPU 47%) 프레임이 떨어진다. CPU 성능이 중요한 대목

이번에는 다수의 몬스터가 등장하는 카오스 던전에서 테스트를 진행했다. 카오스 던전 입장 후 몬스터가 나오기 전 대기 상태의 CPU 사용률은 30%, 481프레임이 측정됐다. 캐릭터를 이동시켜 몬스터를 소환한 후 CPU 사용률이 점차 올랐으며, 프레임 또한 급격하게 떨어졌다.

이렇듯 프레임 드랍은 CPU의 영향이 가장 크다고 볼 수 있는데, 앞서 설명했듯 로스트아크가 차지하는 CPU 점유율은 특정 상황에서 상당히 높다. 다수의 몹이 출현하고 유저가 몰리는 카오스 던전, 특정 시간대나 필드나 섬이 그러하며, 특히 맵 이동 시에는 백그라운드에서 차지하는 CPU 사용량을 제외하고도 80%를 가뿐히 넘는다.

그 이유인즉슨, 로스트아크는 다이렉트X 9.0c 기반으로 개발이 이루어져 6코어 8스레드까지 지원을 하나, 이를 전부 활용하지 못하기 때문.

▲ 비싼 돈 들여 직원 8명을 고용했는데 여섯 놈이나 루팡 중인 모습

▲ 오의를 사용해 CPU 갈구기(R)

유동 인구가 아예 없는 트리시온 수련장에서 가만히 있을 땐 2~4 스레드만 사용을 했으며, 보스몹을 다수 소환해 스킬을 난사하니 CPU 사용량이 약간 증가했다. 하지만 여전히 노는 스레드들이 있는 걸 발견했는데, 로스트아크가 공식적으로 지원한다는 8스레드 사용은 도대체 언제 볼 수 있을까?

로스트아크 유저라면 이러한 현상을 겪은 적이 있을 것이다. 알트+탭으로 로스트아크 창을 장시간 동안 내려놓은 채로 플레이하지 않다가 다시 창을 위로 올리면 몇 초간 멈춰있다거나, 로아샵, 옵션창 등을 키거나 게임 옵션을 바꾸면 살짝 끊길 때.

이 찰나의 순간 로스트아크가 지원하는 모든 코어와 스레드를 사용하는데 맵을 이동할 때 역시 동일한 현상을 보인다. 비프로스트 사용, 다른 대륙 이동, 게임 접속 등 CPU를 최대로 사용하는 순간은 빈번하다. 모든 코어와 스레드를 갑자기 사용하니 CPU 자체의 클럭, 일명 깡클럭이 높은 CPU를 고려하는 것도 좋은 선택.

▲ CPU 성능이 좋다면 렉 걸리는 순간이 짧아진다 (무기 22강 재련 축하요)

▲ 맵 이동 시 100%까지 솟구치기도 한다(이래서 내가 웨이를 못 먹었나?)




■ 인텔 11세대 CPU 3종으로 돌려본 로스트아크는?


마지막으로 인텔 CPU 3종으로 로스트아크 프레임과 부팅 속도를 측정해봤다. 제품은 인텔 코어i5-11세대 11400 (로켓레이크S), 인텔 코어i7-11세대 11700 (로켓레이크S), 인텔 코어i9-11세대 11900KF (로켓레이크S)이다. 각각 6C 12T, 8C 16T, 8C 16T가 적용된 CPU로 11400으로도 충분한 성능을 내지만 욕심 한 스푼 보태서 PC를 구성하려는 유저들을 위해 상위 제품들도 준비했다.

참고로 11400, 11700의 내장 그래픽이 없는 F 버전은 RTX 3070 Ti 외장 그래픽을 이용해 따로 테스트를 하지 않았으며, 외장 그래픽을 사용한다면 F 버전을 고려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CPU 시장은 가격 변동이 잦아 시기적절하게 구매각을 잡는게 중요하겠다.

FHD 해상도 및 인게임 설정 최상 프리셋, 맵은 트리시온으로 세 제품 테스트 동일한 환경을 만들었다. 프레임 결과는 i5-11400 282, i7-11700 358, i9-11900KF 477이 측정됐다.

또한, 부팅 속도는 2분 21초, 2분 9초, 2분 4초로 약간의 차이를 보였다. 스토브 런처를 통해 게임이 켜지기 까지의 시간이며, 서버, 캐릭터 선택 및 맵 로딩까지 고려하면 더욱 큰 차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 로스트아크 인텔 CPU 로딩 테스트(이래서 내가 웨이를 못먹었나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