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트 그래픽에 좀비, 생존, 그리고 로그라이크까지. 여기 게이머라면 구미가 당길 수밖에 없는 요소들로 똘똘 뭉친 게임이 하나 있습니다. 인디 개발사 블랙앵커 스튜디오의 '비포 더 던'입니다.

오늘날 좀비 아포칼립스는 익숙할 대로 익숙한 장르가 됐습니다. 좀비는 이제 두려워해야 할 대상이 아닌 무찔러야 할 대상으로까지 전락했을 정도입니다. 그러나 '비포 더 던'의 좀비는 다릅니다. 문명이 발달하고 좀비를 상대할 수 있는 화기가 존재하는 현대가 아닌 중세이기에 무찔러야 할 대상이 아닌 피해야 할 재앙으로 여겨집니다.

이처럼 좀비가 가진 원초적 공포에서 출발한 '비포 더 던'은 끊임없이 플레이어를 몰아붙입니다. 단순히 좀비를 죽이는 게 전부가 아닌 살아남기 위해 식량을 구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동료들 간에 갈등이 발생하기도 하죠. 플레이어는 이들을 조작하면서 최악의 상황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갈등을 봉합하고 성지로 갈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RPG의 느낌이 드는가 하면 시뮬레이션 느낌도 들게 한 겁니다.

기존의 좀비 게임들과는 여러모로 결이 다른 모습. 그렇기에 궁금했습니다. 블랙앵커 스튜디오가 '비포 더 던'을 만든 이유가 말이죠. 과연 '비포 더 던'은 익숙할 대로 익숙한 좀비물에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을까요. 블랙앵커 스튜디오의 정극민 대표와의 인터뷰 시간을 가져봤습니다.

▲ 블랙앵커 스튜디오 정극민 대표 (오른쪽 두 번째)


Q. 먼저 회사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합니다. 블랙앵커, 어떤 회사인가요.

안녕하세요. PC 게임 '비포 더 던'을 개발 중인 블랙앵커 스튜디오의 대표, 정극민입니다. 저희 블랙앵커는 '카오스 온라인'과 '카오스 마스터즈'를 만들었던 개발자 3명이 2020년 초에 설립한 회사입니다. 현재는 팀원이 더 늘어서 10명이서 '비포 더 던' 개발에 매진 중에 있습니다.

창립 멤버들은 10년 이상의 경력을 지니고 있지만, 이후 합류한 팀원들은 1인 개발자 출신의 프로그래머 1명 외에는 모두 이번 프로젝트가 첫 게임 개발입니다. 시니어와 주니어 간의 협업을 통해, 신선한 발상과 실행력을 동시에 갖출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Q. 그러고 보니 스튜디오 명칭을 바꾼 것 같아요.

원래 딥루트 스튜디오였는데 뭔가 직관적이지 않았던 것 같아요. 최근에 외국인 개발자가 새로 합류했는데 '비포 더 던'이라는 타이틀은 딱 와닿는데 스튜디오 명칭은 뭔가 기억에 남지 않는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올해 초에 사내 아이디어 공모전을 통해 블랙앵커로 사명을 바꿨습니다. 게임 개발의 험난한 여정을 항해에 많이들 비유하는데요. 닻(Anchor)이 배의 중심을 바로 잡아주는 것처럼 흔들리지 않는 기준점을 명확히 잡자는 의미에서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Q. '카오스 온라인', '카오스 마스터즈' 개발자 출신들이 모여 설립한 회사라고 했는데, 시니어 개발자라면 이직이 더 쉬운 선택이었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 처음에는 이직을 하려고 했었습니다만, '카오스 온라인'과 '카오스 마스터즈' 두 개 프로젝트를 하면서 함께 쌓아왔던 시행착오와 노하우가 모두 사라져 버리는 것이 아쉬웠기 때문에 가능하면 이 팀워크를 이어가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회사마다 프로젝트 성격과 필요한 직군이 각자 다르다보니, 저와 손발을 맞춘 팀원들이 모두 함께 일할 수 있는 곳을 찾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회사들이 MMORPG, 수집형 RPG, 혹은 하이퍼캐주얼에 가까운 장르를 만들고 있었는데, 이 종류의 게임을 더 이상 만들고 싶지 않았던 것도 큰 이유였고요.

어떤 게임을 만들던 회사가 원하는 방향성에 맞춰야 하는 것이 직원으로서의 의무이기에, 결국 정말로 '우리의 정체성이 반영된, 우리가 잘 만들 수 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다면 회사를 직접 만들어 스스로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는 방법밖에는 없었기에, 창업을 선택했습니다.


Q. 창업 아이템을 선택할 때 모바일 게임도 있었을 것 같은데 싱글 PC 게임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아무래도 인디 개발사를 창업한다고 하면 모바일 게임을 생각하기 쉬운데, 사실 반대였어요(웃음). 처음부터 모바일 게임은 창업 아이템으로 고려하지 않았거든요. 오히려 창업한 걸 가장 잘했다고 생각할 때가 바로, 더 이상 분석을 위해 억지로 모바일 게임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느낄 때였거든요.

그렇다고 처음부터 모바일 게임을 싫어했던 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초창기에는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한다는 것 자체가 신선해서 많이 플레이했었죠. 그런데 어느 시점부터 모바일 게임의 성질이 바뀌기 시작했어요. 끊임없이 시간이나 돈을 투자해야 하는 부분유료화 모델이 등장한 거였죠. 그때부터였을 거에요. 모바일 게임을 하면서 피로감을 느끼기 시작했고, 더 이상 플레이어로서는 모바일 게임을 즐기지 못하는 상태가 돼버렸죠.

그러다가 2017년에 '다키스트 던전'과 '슬레이 더 스파이어'를 접하고서 정말 오랜만에 스스로 게이머로서 '재미있다!'고 느낄 수 있는 경험을 했고, 그때부터 스팀 인디 게임들에 관심을 갖고 하나씩 모아보게 됐습니다. 그런 게임들을 하나둘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도 저런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개발자가 가진 원초적인 감정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런 게 다시 깨어나게 됐습니다.

얘기가 길어졌는데, 결국 개발자 스스로가 재미에 공감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게 선택의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저에게 있어선 그게 바로 싱글 PC 게임이었고요.


Q. '다키스트 던전'과 '슬레이 더 스파이어'가 일종의 계기를 준 셈이네요. 그렇다는 건 그즈음부터 '비포 더 던'에 대한 구상을 하기 시작한 건가요.

'중세 시대극'과 '좀비 아포칼립스'를 합치자는 테마에 대한 구상, 그리고 이를 '다양한 캐릭터를 조종하는 턴제 전술' 장르로 만들어 내자는 목표는 초기부터 명확했습니다. 게임의 주요 특징을 '아포칼립스 상황에서 벌어지는 캐릭터 간의 갈등'으로 잡자는 목표 또한 최초부터 지니고 있었구요.

단, '이렇게 세운 목표를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에 대한 메커니즘에 대한 기획은 지속적인 프로토타이핑을 통해 여러 가지 시스템을 실험해보면서 구체화하는 프로세스로 개발을 진행 중입니다.

목표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보고 재미없으면 버리는 과정을 반복하다 보니, 3개월마다 게임을 처음부터 다시 만드는 과정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빌드가 벌써 네 번째 버전이 됐네요.

▲ '비포 더 던'은 중세 좀비 아포칼립스라는 테마로 시작됐다 (※ 스크린샷은 첫 번째 버전)


Q. 벌써 네 번째라니... 그렇다는 건 이번 빌드도 엎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건가요.

개인적으로는 그 누구보다도 그렇게 안 되길 바라고 있지만,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습니다(웃음).

엎어진 이유에 대해서 좀 자세히 설명드리는 게 좋을 것 같은데 '비포 더 던'은 턴제와 전술을 근간으로 그 위에 전투, 잠입, 생존, 성장, 갈등이 한데 어우러지는 걸 목표로 한 게임인데 전투 요소는 사실 큰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아시다시피 이건 원래 턴제, 전술과 함께 하는 그런 거니까요.

문제가 된 건 잠입과 생존이었습니다. 이걸 넣으니 기존의 전투 시스템과 상충하더라고요. 그래서 몇 차례 빌드를 엎게 됐습니다. 현재 빌드는 전투, 잠입, 생존 요소가 더해진 가장 안정적인 빌드로, 이제 여기에 성장과 캐릭터 간의 갈등 요소를 더하는 일만 남았습니다. 성장 요소는 사실 크게 걱정되지 않지만, 문제는 갈등 요소입니다. 이게 들어갔을 때 잘 어우러지는지가 핵심인데, 항상 생각처럼 되지 않아서 고민입니다. 만약 어색하다면 또 엎겠지만, '비포 더 던'의 핵심 요소 중 하나인 만큼 어렵지만,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만약 이 모든 요소가 들어가고 한데 어우러지게 된다면, 그때부터는 이제 게임에 살을 붙이는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계획입니다.

▲ 한 차례 진화한 두 번째 버전 역시 만족스럽지 못해 끝내 엎어지고 말았다


Q. 좀 별개의 얘기지만, 중세 좀비 아포칼립스라는 점에서 '킹덤'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사실 깜짝 놀랐어요. 좀비 아포칼립스라고 하면 아무래도 현대를 배경으로 한 게 많다 보니 '비포 더 던'만의 개성을 살릴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해서 중세를 배경으로 한 건데 '킹덤'이 등장한 걸 보고 우리만 저런 생각을 한 게 아니구나 싶었죠.

그걸 보면서 이렇게 된 거 그냥 시대를 중세 서양에서 조선으로 바꿔볼까 장난삼아 얘기하기도 했는데 그러면 너무 '킹덤'의 흥행세에 묻어가는 모양새더라고요. 여기에 이미 중세 서양을 배경으로 구축한 모든 걸 바꿔야 한다는 것도 좋은 생각이 아닌 것 같았고요.

결국 그냥 지나가는 얘기로 끝났지만, 중세 좀비 아포칼립스라는 테마의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좋은 사례가 된 것 같습니다.


Q. 본격적인 개발은 언제부터 시작한 건가요.

2020년 3월에 회사를 설립했고, 아트웍과 프로그래밍 작업은 5월부터 시작했습니다. 다만 앞서 말씀드린 대로 계속 기반 시스템을 다시 만들다보니, 현재 출품한 마지막 빌드의 개발은 올해 4월부터 시작한 3개월차 버전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 현재 '비포 더 던'은 세 번째 버전을 넘어, 네 번째 버전을 개발 중이다


Q. 문학 작품들을 보면 '새벽이 오기 전이 가장 어둡다'는 표현이 등장하곤 합니다. 지금은 비록 힘들지라도 희망은 온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문장인데 '비포 더 던'은 역설적이게도 그런 희망이 보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어떤 의미로 지은 타이틀인가요.

현대 배경의 좀비 아포칼립스 게임들은 보통 바이러스의 유포나 변이 포자 등을 통해 좀비 사태의 시작 원인을 설명하는데, 이런 설정은 저희가 잡은 '중세'라는 분위기에 잘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흑사병으로 사망한 사람들이 좀비가 되어 살아난다'는 기본 틀은 잡았지만, 뭔가 좀 더 임팩트 있는 사건이 있으면 좋겠다 싶었죠.

그러다가, '일식'이라는 아이디어가 나왔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풀리지 않는 일식'으로 인해 태양이 사라져버리고 죽은 자들이 다시 살아나 산 사람들을 공격한다면, 종교적인 분위기가 강한 중세에서는 이를 곧 신의 심판, 내지는 세상의 종말이 찾아왔다고 느낄 것 같았습니다.

이런 세계관을 가장 잘 표현해 줄 수 있는 단어를 찾다가, '새벽의 저주(Dawn of the Dead)'에 착안해 '비포 더 던(Before the Dawn)'이란 이름을 제안해 보았습니다. '새벽이 오기 전이 가장 어둡다'는 관용구가 있다는 건 사실 나중에 알게 됐는데, 북미/유럽 원어민들에게도 게임 이름의 분위기가 좋다는 칭찬을 들어서 뿌듯해하고 있습니다.

▲ 원래는 절망적인 세계관을 가장 잘 표현해서 지은 거라고...


Q. 그렇다는 건 곧 다가올 희망에 대한 메시지는 없다고 봐도 될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유저를 괴롭히기 위해 무턱대고 괴로운 게임을 만드는 게 좋은 건가 싶기도 하고 명확한 엔딩이 없는 게임 역시 만들고 싶지 않았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희망적인 메시지라고 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비포 더 던'은 명확한 목적이 존재하긴 합니다. 생존자들과 함께 성지로 가는 거죠. 운과 전략이 한데 어우러진 게임으로, 어렵지만 그러한 난관을 극복했을 때 유저들이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도록 고심하고 있습니다.


Q. 이제 본격적으로 게임에 대한 얘기를 해보도록 하죠. 먼저 현재 개발 중인 '비포 더 던'은 어떤 게임인지 간단한 설명 부탁합니다.

중세 좀비 아포칼립스 상황에서, 끊임없이 몰려오는 좀비들을 피해 무기, 식량, 의약품 등 다양한 물품들을 수집하여 생존하고 때로는 과감하게 전투를 벌여야 하는 턴제 전술 장르의 게임입니다.

최신 빌드에서는 '수사', '수녀', '사냥꾼', '기사' 총 4명의 캐릭터들을 만나보실 수 있고, '광대', '대장장이'와 같은 추가 캐릭터들 또한 준비하고 있습니다.

저희 게임의 좀비들을 '역귀'라는 명칭으로 부르고 있는데요. 역귀들의 수가 엄청나게 많기 때문에 무작정 보이는 모든 적을 처치하는 플레이는 불가능하며, 역귀들이 '보는 방향'에 따른 '시야'를 활용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식의 전략이 요구됩니다.

▲ 역귀가 보는 방향을 고려해 가장 효과적으로 행동해야 한다

하지만 계속 전투를 피하기만 한다면 모여든 역귀들로 인해 퇴로가 막히고 시간에 따른 '허기'나 '피로'의 제약으로 인해 점점 불리해지기 때문에, '잠입'과 '전투'라는 플레이 방법 중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할지에 대한 깊은 전략/전술적 고민을 이끌어 내는 것이 게임의 핵심 요소입니다.

또한, 아직 이번 빌드에서는 구현하지 못했지만, 이러한 상황에서 '허기/피로' 등의 육체적 생존 요소 뿐 아니라 '만족도'와 같은 정신적 요소까지 관리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서로 다른 캐릭터들의 성향으로 인한 '갈등'이 벌어지는 것을 게임의 주요 특징 요소로 구현하고자 하고 있습니다.


Q. 홈페이지의 게임 소개를 보면 동료가 알아서 행동한다고 되어 있던데, 이게 흥미로운 한편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아슬아슬한 상황에서 한 대만 치면 되는데 동료가 도망가서 죽으면 시쳇말로 멘붕이 올 테니까요.

홈페이지에 소개된 내용은 지난 10월 BIC에 전시한 두 번째 버전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데, 실제 개발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재미 요소보다 스트레스 요소가 훨씬 크다는 걸로 결론이 나서 결국 '모든 동료들의 완전 자율 행동'이라는 목표는 폐기했습니다.

다만, 여전히 이런 요소가 매력적이라고 생각하고 게임의 주요 특징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다키스트 던전'의 스트레스 시스템과 같은 '특정 조건 하에서의 돌발 행동'을 다음 빌드의 구현 목표로 두고 있습니다.

정신적 '만족'이 낮으면 동료 사이에 분쟁이 벌어진다거나, 파티 이탈, 심지어는 광분 상태에 빠져 주변 아군을 공격하는 상황까지 나올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계획입니다.

▲ 동료가 죽거나 피해를 입는 등 만족도가 낮아지면 명령을 거부하는 '돌발 행동'을 하기도 한다
(※ 스크린샷은 두 번째 버전)


Q. 그렇다면 '만족' 수치를 최대치로 잘 관리하면 그런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는다는 거군요.

'만족' 수치를 잘 관리하면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겠지만, 서로 다른 캐릭터들의 성향을 최대한 분화시켜 '모든 캐릭터의 만족을 100%로 관리하기는 힘든' 상황을 만드는 걸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워킹 데드'와 같은 좀비 아포칼립스 영상물을 보면 생존자 집단을 지휘하는 리더의 가장 큰 고뇌로 극한 상황에서 모두가 만족하는 의사결정을 내리기 어렵다는 거거든요. 보통은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하지만, 그렇게 되면 소수의 인원은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죠. 이런 고민을 게임을 통해 플레이어가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Q. 그러고 보니 좀비 종류가 적은 것 같아요. 현재 몇 종의 좀비가 준비됐으며, 거대 좀비라거나 보스라고 할 수 있는 좀비도 있는지 궁금합니다.

현재 버전에서는 '크나워(Knawer - 갉아먹는 역귀)', '래틀러(Rattler - 덜그럭거리는 역귀)', '인고저(Engorger - 쑤셔넣는 역귀)'까지 총 3종의 역귀가 등장하며, 원거리 공격이 가능하도록 변이된 타입의 역귀도 준비 중입니다.

또한, '매셔(Masher)'라는 이름의 보스 타입 좀비 또한 구상 단계에 있습니다만, 핵심 시스템과 UI 위주의 작업을 하다 보니 아직까지 본격적인 구현에 들어가지는 못한 상태입니다.

게임의 기본 틀이 잡힐 때까지는 당분간 역귀의 종류 추가보다는 아군끼리의 갈등과 플레이어가 사용 가능한 캐릭터, 그리고 게임 내에서 탐험할 수 있는 맵 및 활용할 수 있는 기물에 더 우선순위를 둘 생각입니다.

다만, 확실히 다양한 형태로 변이한 역귀들과의 싸움 또한 매력적이다보니, 이후 본격적으로 콘텐츠의 양을 늘려가는 단계에서는 좀 더 상대하기 까다롭고 '인간은 수행할 수 없는' 전투 패턴을 지닌 타입의 역귀들을 더 많이 추가하고 싶습니다.


Q. PlayX4를 통해 공개한 트레일러를 보니 이단 심문관이 등장하더라고요. 중세의 이단 심문관이라고 하면 어딘지 불길한 존재죠. 단순한 적은 아닌 것 같은데, 이들은 어떤 존재인가요.

여기서 자세하게 이야기하면 스포일러가 될 것 같은데... 플레이어 그룹 간의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주요 장치이자 메인 빌런에 해당하는 존재들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사실 게임의 틀을 로그라이크에 가깝게 만들면서, 절차적 생성 시스템을 많이 쓰려고 하고 있다보니 '정해진 스토리를 전달'하는 방식의 게임은 아닙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세'라는 테마에 맞는 내러티브 장치들을 마련하기 위한 고민을 계속 하고 있습니다.

중세 배경에서 '종교'는 빠질 수 없는 소재이며, 플레이어 캐릭터들은 독실한 신자 내지는 광신도, 혹은 역귀 사태가 벌어지며 무신론자가 되어버린 캐릭터 등 다양한 종교관을 지니도록 만들 계획입니다.

이러한 종교 시스템과 엮여, 이단심문관의 존재가 게임플레이 전략과 게임 내에서 만들어지는 이야기의 흐름에 큰 영향을 주도록 만들고자 합니다.



Q. 플레이어 그룹 간의 갈등을 불러일으킨다고 했는데, 다른 생존자 그룹과 싸운다거나 하는 그런 건 없나요.

역귀 종류 다양화 작업의 우선순위를 낮춘 이유가, '다른 NPC들과의 분쟁'을 그 이상으로 중요한 요소로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게임의 주요 전개 방식이 '성지로 탈출하기 위한 여정'이기 때문에 워킹 데드처럼 정착지를 두고 서로 분쟁하는 등의 요소까지는 계획하지 않고 있지만, 여정의 과정에 마주치는 다양한 생존자들과의 상호작용을 구현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플레이어와 무조건 적대 관계일 수 밖에 없는 역귀와 달리, NPC들과는 '대등한 입장에서의 교류'가 가능했으면 합니다. 서로 필요한 물품을 거래하거나 상대의 물품을 강탈하는 선택지, 혹은 협력과 배신 등의 요소가 들어갔을 때 '좀비 아포칼립스' 감성을 한층 더 자극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 그룹 간의 단순한 갈등이 아닌, 어느 노인이 음식을 갖고 있는데 이걸 가져갈지 놔둘지 고르는, 플레이어의 양심을 자극하는 그런 선택지도 있겠네요.

정확합니다. 다만, 가능하면 '플레이어의 도덕적 양심 자극' 자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를 캐릭터들의 성향과 연결시켜 각각의 선택지에 대한 캐릭터들의 만족도 변화와 연동시키는 것이 목표입니다.

예를 들어 자애로운 성격의 캐릭터라면 항상 남을 도와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좀 더 냉정한 성격의 캐릭터는 '우리 살기도 바쁜데, 일부러 타인을 해치는 게 아니라면 정도 이상의 선의를 베푸는 것은 무의미하다!'라고 생각하겠죠.

이런 갈등이 앞서 언급한 '만족'의 관리와 이어지고, 플레이어는 생존을 위해 필요한 '능력' 위주의 파티로 최적화시키고 싶겠지만 각 파티원의 '성향'이 다를 경우 새로운 고민을 떠안게 됩니다.

▲ 식량을 뺏지 않으면 동료들이 굶주린다. 당신의 선택은?


Q. 마법이라거나 이런 판타지적인 요소는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아직 안 보여준 건가요 아니면 없는 건가요.

시대극과 아포칼립스 상황의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가능하면 판타지 요소는 배제하고 있습니다. 캐릭터들은 '영웅'이 아니라 그 시대를 평범하게 살아가던 '생존자'들이며, 만약 마법적 요소를 통해 캐릭터들이 강력해져서 역귀들을 학살하고 다닌다면 추구하는 '잠입/생존'의 요소와는 충돌한다고 생각합니다.

게임의 재미를 위해 일부 초자연적 요소가 추가될 수도 있습니다만, 만약 사용된다고 해도 전체적인 내러티브 분위기를 유지할 수 있는 선이 될 것 같습니다.


Q. 최신 트레일러에서는 수사가 주인공인 것처럼 묘사되던데 이전에는 또 그렇지 않았단 말이죠. 혹시 주인공이 없는 건가요.

아직은 없습니다. 이 부분은 현재 검토 중으로 기본적인 시스템을 구축한 다음, 명확한 주인공이 있는 게 내러티브적으로나 게임 플레이적으로나 더 좋다면 고민할 것 같습니다.


Q. 이제는 도트 = 인디를 떠올릴 정도가 됐지만, 사실 도트라는 게 손이 엄청 많이 가는 작업이잖아요. 그럼에도 도트 그래픽을 선택한 이유와 그로 인한 어려움은 없었는지 듣고 싶습니다.

일단 3D 멀미가 심해서 FPS나 시점 변환이 잦은 게임을 그리 선호하지 않기도 하고, 처음에 게임 방향을 고민할 때부터 깔끔한 2D 그래픽 쪽이 게임 요소에 집중하는 데 더 유리하다고 생각하기도 했었습니다.

다행히 창립 멤버들과 함께 게임을 구상하면서 아트를 담당할 팀원들을 찾던 중 지인의 소개로 게임학과 졸업을 앞둔 픽셀 아티스트 2명을 만나게 되었는데, 학과 프로젝트를 통해 충분히 팀워크가 다져진 상태였고 이를 활용해 인디 게임 제작을 해보고 싶다는 목표를 지니고 있어 저희 팀과 잘 어울릴 수 있다고 생각해 초기 멤버로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기획/프로그램 팀원들의 기존 프로젝트 경험이 모두 3D이다보니 처음에는 도트 그래픽 때문에 생기는 여러 가지 제약들에 대해 잘 모르는 상태였고, 그러다 보니 오브젝트 배치, 시점 결정, 전투 연출 등 많은 곳에서 시행착오를 겪었습니다만 지금은 많이 적응을 한 상태이고, 도트 고유의 감성이 잘 살아나고 있는 것 같아 만족하고 있습니다.



Q. 전체적인 플레이타임은 어느 정도인가요.

현재 시연 버전은 '한 판' 볼륨이라 평균 20분, 게임에 적응한 고인물(?)은 5~10분 만에 깰 수 있는 수준이며, 내부적으로 테스트하고 있는 버전은 연속적인 임무와 NPC 와의 상호작용 등을 거쳐 약 1시간 30분~2시간 정도 즐길 수 있는 볼륨을 지니고 있습니다.

최종적으로는 최초의 맵에서 시작해 목표인 '성지'로의 탈출까지 쭉 살아남는다는 가정하에 약 3~5시간 정도 내에 '한 회차'를 끝낼 수 있으며, 이후 해금되는 다른 캐릭터나 게임 요소를 이용해 새로운 플레이 방식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리플레이 가치가 높은 로그라이크의 진행 방식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다만 저희 게임의 진행 방식이나 리소스가 전형적인 '던전 크롤러' 형식과는 차이가 크고, 내러티브에 대한 비중 또한 중요시하다 보니 몇백 시간 이상 계속해서 새로운 재미를 주는 정통 로그라이크 게임 수준의 리플레이 가치를 달성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고민이 많습니다.

리플레이 가치를 핑계 삼아 게임에 기본적인 몰입도를 줄 수 있는 장치 없이 절차적 생성 요소만 잔뜩 집어넣는 것도 좋은 방법은 아니라고 생각해서, 일단 적어도 15시간 이상은 계속 신선한 맛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을 최소 기준으로 두고 그 이상으로 확장하기 위한 방법을 계속 연구해 나가려고 합니다.


Q. 플레이 방식에 대해서도 고민이 많을 것 같습니다. 단순히 스테이지에 진입하고 생존자를 구하거나 식량을 찾는 방식의 반복이라면 금세 질릴 것 같은데 어떻게 해결할 생각인가요.

안 그래도 고민 중인 부분인데, 크게 두 가지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스테이지 방식의 변화입니다. 평소에는 생존자를 구하거나 식량을 찾는 식으로 진행된다면 중간에 바글바글 쏟아지는 역귀를 상대로 버티는 디펜스 미션이나 최단거리로 탈출하는 미션, 생존자를 호위하는 미션을 넣음으로써 플레이 방식 자체의 변화를 주는 거죠.

두 번째는 캐릭터 조합을 통해 변화는 주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광대는 민첩해서 잠입이나 백스탭을 넣는 이런 것에 특화되어 있고 수녀와 수사는 전투 능력은 떨어지지만, 생존자들과 관계를 구축하는 데 강점을 갖고 있습니다. 각각의 캐릭터가 가진 특징이 명확하기에 전투와 잠입, 생존에 필요한 구성을 달리함으로써, 똑같은 스테이지라고 해도 파티 조합을 달리함으로써 다른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할 생각입니다.

▲ 기사처럼 단단한 동료가 있다면 적을 막는 식의 전략을 짤 수도 있다


Q. PlayX4 홈페이지를 보니 내년 3월 1일 상용화 예정이라고 밝혔는데 꽤 구체적인 것 같아요. 현재 개발 진척도가 25%정도던데 빠듯하지 않을까요.

PlayX4 홈페이지에 '상용화 목표' 입력란이 필수로 있어서 일단 내부적으로 두고 있는 스팀 얼리억세스 시작 목표 일자를 명기한 건데... '미정' 상태 옵션이 혹시 있는지 주최 측에 문의를 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있으면 바꾸고 싶습니다(웃음).

일전에 다키스트 던전 개발 스튜디오에서 '얼리액세스를 진행하는 게임은 최소한 개발 완성도가 66%는 되어야 한다'는 요지의 언급을 하신 적이 있는데, 저희도 가능하면 이 정도까지 개발 진척이 된 상태에서 얼리액세스를 시작하고 싶습니다.

25%라는 진척도는 3개월 단위로 계속 실험하고 있는 기반 시스템 기준이며, 다음 목표인 '캐릭터 간의 갈등' 요소가 잘 정착된다면 무사히 내년 상반기에 얼리 억세스로 선보일 수 있는 수준까지의 개발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물론 그런 불행한 일이 없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지만, 게임 주요 특징 요소를 구현했는데 이것이 기반 시스템과 충돌해서 다시 수정해야 한다면... 어쩔 수 없이 전체 일정은 다시 조정해야겠죠. 여기까지 왔는데 재미 요소에서 타협을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최대한 기반 수정 상황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기획팀과 함께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다음 목표의 구현 방법에 대해 검토에 검토를 거듭하고 있는 중입니다.


Q. 게임의 퀄리티, 참신함과는 별개로 마케팅을 거의 안 해서 그런지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것 같아요. 크라우드 펀딩 등을 통해 개발비 확보와 동시에 게임을 알릴 생각은 없는지 궁금합니다.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하려면, 최소한 저희가 추구하는 주요 특징들이 모두 구현되어 더 이상 게임 기반을 수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내부적으로 확신이 드는 상황까지는 개발이 진척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작년 11월에 트위터에 티저 이미지를 살짝 공개한 적이 있었고, 북미/유럽 게이머들이 주로 이용하는 레딧에서 화제가 되어 월간 3위 포스트가 되기도 했었습니다.

이 때 홍보를 쭉 이어나가 킥스타터 캠페인을 진행할까 하는 고민도 했었는데, 만약 저희가 현재 홈페이지에 있는 '모든 동료의 완전 자율 행동'을 특징으로 내세우고 펀딩을 받은 뒤 마음대로 기반 시스템을 다시 고쳐버린다면 이건 후원자들과의 약속을 어기는 행위가 되겠지요.

국내, 해외를 통틀어 많은 퍼블리셔 분들이 트위터 포스트를 보시고 감사하게도 많이 연락을 주셨는데, 일단 저희가 준비된 뒤에 다시 말씀을 드리겠다고 고사하고 있는 중입니다. 뼈대가 튼튼하게 잡히고 나면, 다시 적극적으로 홍보 활동을 시작할 계획입니다.



Q. 생존을 기반으로 한 좀비 아포칼립스라고 하면 그 자체로도 일단 관심이 갑니다. 그만큼 먹히는 소재라고 할 수 있는데 그렇다고 다 잘 된 건 아닙니다. 오히려 잘 된 게임은 손에 꼽을 정도인데 어떤 게 문제라고 생각하는지, 그리고 '비포 더 던'은 어떻게 해결할 생각인지 궁금합니다.

흥미로운 소재인만큼, 대중적으로 이미지가 많이 소비되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실제로 처음에 보드게임 '좀비사이드'를 재미있게 플레이 하고 나서 '이 소재로 게임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란 논의를 했었는데, 현대를 배경으로 한 전형적 좀비물이라면 그다지 흥미가 가지 않는다는 내부 의견이 많았습니다.

그러다가 중세 테마의 '좀비사이드'를 플레이 해 보면서 '이 방향이라면 신선할 것 같다!' 쪽으로 분위기가 바뀌었고, 중세 시대극의 분위기를 잘 살린 '킹덤 컴 : 델리버런스', '배틀 브라더스', '마운트 앤 블레이드' 등의 게임이 지닌 매력을 어떻게 좀비 아포칼립스 소재에 잘 소화해 낼 것인가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단순히 세계관과 분위기 뿐 아니라 실제 게임플레이 내에서도 다른 좀비물과 명확하게 구별될 수 있는 특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엄청나게 많은 좀비를 막는 게임이라면 '데이 아 빌리언즈'가 생각나고, 극한의 자유도와 리얼리티를 살린 샌드박스 좀비물이라면 '프로젝트 좀보이드'가 생각나듯, 한 문장으로 설명할 수 있는 저희만의 특징이 필요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극한 상황에서 생존자들 간에 벌어지는 갈등'을 '비포 더 던'의 주요 특징으로 잡게 되었습니다. 영상물이나 레일로드 방식의 스토리 중심 게임에서는 자주 다뤄지는 소재이지만, 이를 메커니즘으로 만들어서 플레이어에게 '살아있는 고민'을 전달하는 좀비 소재의 게임은 아직까지 찾아보지 못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다만, 직접 참고할 게임이 없다보니 그만큼 엄청난 시행착오가 많았고, 기반에 대한 지속적인 수정 역시 이 특징을 살리기 위한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따라올 수 밖에 없었습니다.

컨셉과 특징이 매력적이라는 확신은 명확하기 때문에, 세부 메커니즘 설계만 잘 정착된다면 적어도 '흔하디 흔한 게임 중의 하나'로 묻히지는 않을 것이라고 자신합니다. 최대한 빨리 이 과정을 통과해, 게이머 분들에게 저희가 만들고 싶었던 '비포 더 던'을 선보이고 싶습니다.


Q. 마지막으로 '비포 더 던'을 기다리는 유저들에게 한 마디 부탁한다.

저희가 '비포 더 던'과 관련해 외부에 공개한 정보라고는 트위터에 올린 이미지 한 장밖에 없는데 어떻게 보고 알았는지 이메일 구독을 해주시고 디스코드에 들어와 주시는 분들이 더러 있습니다. 정말 감사드리고 '비포 더 던'을 기다려주시는 분들을 위해 개발 소식이라도 전해드리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지금 단계에서는 그보다는 뼈대를 구축하는 게 급선무라고 생각해 참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기다려주신 분들에게 감사드리며, 하루빨리 게임으로 인사를 드릴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