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바라봐."
   "하늘을 줄곧 바라보면"
   "답은 그 곳에 있을테니까."

- '푸른 저편의 포리듬' 그랜드 엔딩 대사 中


(※ 본 콘텐츠는 '청소년 이용불가' 게임이므로 읽으실 때, 주의하시길 바랍니다.)

‘보이 미츠 걸 (Boy-Meets-Girl)’. 일본의 TRF의 곡명이기도 한 이 명칭은 ‘남자가 여자를 만나게 되면서 변화하는 일상’을 가리키는 용어다. 그리고 그것은 흔하게 다뤄졌던 클리셰기도 했다. 남자가 여자와 만나 서로 갈등하게 되면서 서로의 사이가 깊어지는 이야기. 어디서 많이 만나봤겠지만, ‘이누야샤’나 ‘다! 다! 다!’를 떠올려도 금방 익숙해지는 이야기다.

물론 아직도 창작물에서는 ‘보이 미츠 걸’의 이야기는 만들어지고 있다. 그럼과 동시에 ‘복수극’이나 ‘클리셰 비틀기’를 시전한 작품, ‘이세계’를 활용한 작품들도 상당히 많아지고 있는 추세기도 하다. 최근에는 갈등이란 구조를 아예 생략하는 창작물도 생겼다. 이는 현재 독자나 시청자가 받아들이고 있는 재미의 부분이 다른 점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기자는 ‘보이 미츠 걸’과 같은 정형적이면서도 전형적인, 때로는 가슴을 불태우는 작품을 보고 싶었다. 그러다 우연히 이 작품을 발견하고, 그리움과 눈물. 그리고 자신을 되돌아보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푸른 저편의 포리듬 (이하, 아오카나)’

해체했다가, 최근에 다시 결성한 ‘sprite’란 게임 개발사가 만든 비주얼 노벨이다. Steam으로도 출시되었고 일본에서 PC 게임으로 발매된 게임들이 그렇듯, 이 게임도 본래 에로 요소가 있으나 Steam판에서 판매되고 있는 부분은 해당 부분을 삭제하여 출시된 작품이다.

보통 ‘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이라고 하면 살짝 틀에 박힌 무언가라고 생각하기 마련이기도 하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이 게임도 마찬가지다. ‘읽고, 들으면서 선택지를 고르며 연애 스토리를 보는 게임’이기 때문이다. 다만, ‘슈타인즈 게이트’처럼 이 게임은 독특한 설정을 가진 채 스토리에 대부분 열중한 작품이다. 오히려 에로 요소를 보고 시작했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

이런 작품은 보통 기본적으로 게임에 내제되어 있어야 하는 ‘상호작용’이 상당히 옅다. 그러니 이번에는 ‘스토리’를 깊게 파고들면서 평가를 조심스레 내려보고자 한다. 여러 게임이 전부 그렇듯,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창작물은 접하기 쉽지 않으니깐 말이다.

덕분에 좀 더 자세한 설명을, 좀 더 그럴듯한 설정이 숨겨져 있지 않을까 싶어 스토리나 시나리오를 고민한 내 자신의 기분을 조금 억누른 채, 이 기사를 작성하였다. 그러니 오늘은 조금은 부끄러운 자신이 되어서 한껏 기분 좋은 느낌으로 리뷰를 시작하고자 한다. 그렇다. 이 게임이 알려준 것처럼 말이다.

▲ 푸른 저편의 포리듬 오프닝 - 'Wings of Courage -하늘을 넘어서-'
(출처: 유튜브 'sprite' 채널)
게임명: 푸른 저편의 포리듬
장르명: 비주얼 노벨, 연애 시뮬레이션
출시일 : 2019. 9. 28. (Steam판)
개발사 : sprite
서비스 : sprite (Steam: NekoNyan Ltd.)
플랫폼 : PC (Steam)

관련 링크: ‘푸른 저편의 포리듬’ 오픈크리틱 페이지



꽤나 참신한 설정. ‘그라슈’

아오카나는 “반중력을 이용해서 하늘을 날 수 있다.”라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SF적인 설정에 ‘스포츠’를 접목시켜 독특한 설정을 만들어낸 작품이다. 안티 그래비톤 슈즈, 일명 ‘그라슈’란 신발이 보급되고 나서, 사람들은 자유롭게 신발을 통해 하늘을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그라슈를 이용한 스포츠, ‘플라잉 서커스’가 만들어졌다.

플라잉 서커스는 실제 스포츠 룰을 많이 도입해서 적용한 덕분에 가상임에도 실제로 그럴듯한 스포츠 종목처럼 보인다. 예를 들어서 기본적인 ‘득점’ 뿐만 아니라, 상대방과 겨루면서 생기는 ‘도그파이트’ 기술, ‘반칙에 따른 페널티’나 해선 안되는 일 등, 실제 스포츠에 접목해도 무리 없을 수준의 지식이 플라잉 서커스에 들어가 있다.

그것뿐만 아니라 플라잉 서커스에 들어가 있는 ‘기술’도 표현되어 있다. 순식간에 아스카의 능력 중 하나로 부상하는 공중에서 멤브레인 (공기막)을 발로 차 날아오르는 ‘에어 킥 턴’이라던지, 수면으로 순식간에 하강하고, 바로 급가속 상승하여 상대의 등을 노리는 ‘코브라’. 상대방을 계속해서 수면 부근까지 일직선으로 내다꽃는 ‘스이시다’라던가. 생각보다 응용되는 기술이 많다.

이런 현실에 충실한, 있을 법한 설정으로 인해 아오카나의 가상 스포츠는 설득력을 얻는다. 통학용 그라슈도 있듯, 그라슈를 신는 것은 일반적인 형태가 되었지만, 아직 버스 같은 지상 대중교통도 운용하는 등. 그라슈를 신지 않거나, 어려워하는 사람들을 위한 배경까지 녹아들어 있다.

▲ 플라잉 서커스는 있을 법한 룰과 낭만을 둘 다 챙긴 실속있는 가상 스포츠다

▲ 선수 타입에는 속도 중시 '스피더' / 교전 중시 '파이터' / 둘을 오가는 '올라운더'로 이루어졌다

▲ 때로는 '근접전'이 계속해서 일어나기도 하고

▲ 한편으로는 '끝없는 속도'를 갈망하기도 한다




가지가 꺾인 소년은— 이윽고 하늘에 닿은 소녀를 만난다.

● 시놉시스


‘히나타 마사야’. 돌연 ‘플라잉 서커스 (FC)’를 그만둔 채, 평범하게 학교를 다니고 있는 남학생. 그는 동급생인 ‘토비사와 미사키’와 후배인 ‘아리사카 마시로’에게 놀림받기도 하면서 평범하게 생활하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다른 곳에서 온 전학생. ‘쿠라시나 아스카’가 찾아오게 되고, 우연히 그녀의 비행 지도 연습을 맡게 된다. 그렇게 그녀에게 그라슈를 가르치게 된 그.

그러던 도중, 작은 소동에 휘말리게 된 두 명. 같은 학교의 FC부를 홀로 운영하고 있던 ‘아오야기 시온’은 타카후지 학교에 다니고 있던 ‘사토인 레이코’에게 패배해 학교의 ‘교’ 자를 뺏긴 상태였다. 자연스럽게 아스카는 그를 위해서 FC의 룰을 한 번 듣고나서 처음 플라잉 서커스에 도전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레이코에게 1점을 따내고 아스카가 FC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이야기는 가속된다.

아스카는 FC를 하고 싶어했지만, 모종의 이유로 FC와 멀리하게 된 마사야는 FC부에 들어서는 것은 물론, FC와 관련된 이야기도 꺼려했다. 하지만 주변 친구들의 유도와 아스카의 진심이 이어져, 결국 그녀의 눈에서 무언가를 본 마사야는 자연스럽게 선수가 아닌 ‘쿠나마나 학교 FC부’의 코치로서 활약하게 된다.

▲ 게임 진행하다보면 잠시 잊어먹게 되지만, 이 여자. 처음엔 나는걸 살짝 무서워했다

▲ 첫 인연은 의외로 이상한데서 많이 엮이는 '사토'... 아니, '사토인 레이코'로 시작

본 작품은 ‘리틀 버스터즈’처럼 ‘청춘물’을 기반으로 다루고 있다. 다만, 리틀 버스터즈는 작품 내에서 큰 무언가가 있지만, 아오카나는 이야기의 틀만 따지면 리틀 버스터즈보다 거대하진 않다. 그렇기에 닿을 수 있는 공감성이 굉장히 크다. 리틀 버스터즈는 오히려 뜬끔 없었다면, 아오카나는 개연성에서 납득했던 부분들이 많다.

남성 캐릭터의 비중도 꽤나 크며, 특히 ‘신도 카즈나리’나 시온 부장의 경우에는 그 비중을 달리한다. 부장은 그 누구보다도 스피드를 즐기며, FC의 재미란 본질에 가까이 하던 사람이었고, 신도 카즈나리는 승리에 집착하며, 정상에 군림하고 싶어하는 캐릭터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람의 본질 자체가 나쁜 건 아니었고 무엇보다 FC를 사랑하는 사람 중에 한 명이다.

여기에 마사야와 아스카와 정반대에 위치해 있는 ‘이누이 사키’와 ‘이리나 아발론’. 리카와 이질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쿠로부치 카스미’ 등. 다양한 캐릭터와 예시를 내세우면서 넌지시 작품의 주제를 자꾸 던지며 캐릭터들에게 생각하게 만든다. 물론 이에 따른 갈등도 많이 일어나지만 이를 극복하고 성장하는 캐릭터를 볼 때마다 감회가 새롭게 잡혀간다.

이렇듯 작품 전체가 ‘자유’와 ‘억압’, ‘즐거움’이라는 주제를 사용하면서 전체적인 극을 잘 이끌어가고 있으며, 남녀 구분 없이 전부가 어떠한 역할을 맡고 있고 이에 충실하다. 물론 청소년이 그렇듯, 마사야가 돌연 야한 생각을 할 때도 있긴 한데, 납득은 되지만 몰입도가 살짝 깨지는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자신도 코치로서의 자신은 굉장히 진지하게 임하고 그런 생각을 할 때마다 자신을 탓하며 자학 개그를 보여준다. 나름의 분위기 환기용이라고 생각하는 게 좋을 것 같다.

▲ 대표적인 강자로 뽑히는 '신도 카즈나리'와

▲ 독보적인 카리스마를 보여주는 '이누이 사키'

▲ 둘과는 다른, '더티 플레이'를 통해 아픔을 주려 하는 '쿠로부치 카스미'의 경우도 있고

▲ 평소엔 근육만 외치는 부장도 의외의 면모를 보여줄 때가 많다



그래도 기본은 미연시, 보이 미츠 ‘걸’.

그래도 역시 일본의 여타 PC 패키지 게임과 다르지 않듯, 이 게임도 여자와 친해져, 호감도를 쌓는 과정이 필요하다. 아니, 정확하게는 ‘선택지’를 제대로 골라 ‘히로인 루트’에 진입해야 하는 것이다. 처음에 보기 쉬운 엔딩은 아오카나가 바라고 있는 정석적인 엔딩인 ‘아스카’ 루트다. 왜 정석적이냐면, 제일 메인 스토리에 근접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스카 루트는 플라잉 서커스란 장르의 위기, 그리고 마사야가 다가가고 싶지 않았던 자신의 힘들었던 과거에 제대로 접근하면서도 이를 뿌리치고 성장하는 구간이기 때문이다. 다른 루트는 결국 자신과의 타협이나 어두운 부분이 담겨져 있는데, 아스카 루트에서는 서로가 서로를 구원한다. 즉, 마사야가 FC를 다시 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루트는 ‘아스카 루트’가 유일하다.

작품 내로서도 ‘아스카 루트’가 메인 스토리임을 알 수 있다. 가장 최고의 이벤트인 여름 대회에서 히로인들 중, 다른 누구도 아닌, 아스카가 제일 돋보였기 때문. 그렇기에 가장 최선의 수라고 생각되는 선택지들을 포기하다 보면, 다른 히로인들을 만날 수 있고, 그렇게 지금까지와는 좀 더 다른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렇기 때문에 정석은 아스카 루트라고 이야기를 해도, 모든 루트를 넘겨도 되냐는 대답에는 X라고 대답하고 싶다. 오히려 다른 루트들도 시원하게 풀어 해쳐 나가야 한다. 각자가 안고 있는 고민을 하나씩 듣다 보면, 분명 느낌은 크게 다를지도 모르겠지만 그 안에는 감동이 숨겨져 있다. 특히 ‘미사키 루트’는 그 중에서도 정반대의 내용이 숨어져 있기에 다른 루트를 제쳐도 꼭 봐야 한다.

먼저 정석적이며, 메인 스토리를 시원하게 풀어내는 ‘아스카 루트’가 제일 들어가기 쉽고, 그 다음이 연애적인 묘사가 돋보이는 ‘마시로 루트’, 아예 다른 학교에까지 손을 뻗는 ‘리카 루트’, 그리고 어둠과 직면하며 제일 정반대에 위치한 ‘미사키 루트’로 이루어져 있다. 기본적인 게임 내의 스토리는 아스카 루트만 보면 이해되지만, 그 뒤에 이어지는 ‘그랜드 엔딩’까지 선을 이을 수는 없다.

아예 모두를 포기하고 가게 되면 부장에게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그 때, 마사야는 “혹시 자신이 선수 복귀를 하고 싶어하는 것인가?”라는 의문을 남기게 된다. 그리고 이야기는 그대로 종료. 사실상 의문이 하나도 풀리지 않은 상태기에 배드 엔딩이란 느낌이지만, 이대로 마사야가 부축 없이 선수로 복귀하는 스토리도 보고 싶어지게 만든다.

▲ 매일 밝고 명량한 아스카를 보면 저절로 기운이 나기도 하고

▲ 고지식해보여도 꾸준히 열심히 연습하는 리카를 보면 응원하고 싶어진다

▲ 몰랐는데 '마시로'는 이렇게 귀여웠구나 싶다

▲ 미사키는... 조금 복잡해진다고 해야하나. 과거의 무언가를 건드는 느낌이다


아스카 루트

름 대회에서 있던 일들을 종합해 볼 때, 가장 포텐셜이 높은 캐릭터였던 만큼 자연스럽게 누구라도 아스카 루트로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이누이 사키’라는 굉장히 강한 캐릭터와 라이벌 구도가 자연스럽게 잡히면서 이 작품의 주제에 대해 좀 더 깊게 파고들게 된다. 실제 마사야는 이런 아스카의 밝고 명량한 성격에 구원을 받았고, 반대로 아스카도 자연스럽게 마사야에게 빠지게 된다.

또한, 다른 루트에서는 마사야의 과거를 엄청 깊게 파고들지 않지만, 이 루트에서는 자연스럽게 마사야의 과거가 많이 언급된다. 그래서 아스카 루트를 보고 다른 루트를 보면 ‘자연스러운 설명’에 바로 납득이 가지만 아스카 루트를 보지 않고 다른 루트로 갔다면 마사야의 과거가 잘 쉽게 풀리지 않을 수도 있다. 그만큼 ‘올곧은 루트’라고 볼 수 있겠다.

올곧으면서도 굉장히 눈부시다. 정석적인 ‘보이 미츠 걸’ 스토리에 굉장히 잘 얽혀져 있으며, 항상 밝고 명량하지만 내심 고민이 있는 그녀야 말로 이 루트에 적합하다는 것을 굉장히 이해가게 만든다. 처음에는 모른다. 하지만 다른 루트를 진행하고, 고민하면서 깨닫게 된다. 아스카란 캐릭터가 실은 평면적이지 않고, 굉장히 입체적인 캐릭터라는 사실과 정말로 잘 짜여진 루트라는 것을.

▲ 키워드: 전학생, 건강, 솔직함

▲ FC에 동경을 가지고, 큰 꿈을 얻어 즐거움을 얻은 소녀는

▲ 실은 고민이 많은 한 명의 평범한 여자아이


마시로 루트

시로 루트는 우선 근본적으로 무언가가 살짝 다르다. 마시로에게 위기를 부여하기 위해, 아스카나 리카 루트와 달리 사건이 벌어진 채로 시작하게 된다. 물론 사건의 크기나 규모만 따지면 아스카와 미사키 루트 쪽이 좀 더 크다고 느껴지게 되지만, 마시로 입장에서는 기대고 있던 근본적인 부분을 건들이면서 시작하게 된다. 덕분에 방황을 시작하게 된다고 해야할까. 그런 느낌.

그리고 FC로서도 충분히 돋보이는 고민이 기다리고 있지만, 다른 루트보다 ‘연애’와 가까운 부분이 상당히 많다. 물론 좀 더 데이트 부분을 많이 다룬 쪽은 아스카 루트이긴 한데, 이 루트에서는 마시로가 자신의 마음을 깨닫게 되는 과정이 상당히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다. 처음엔 그녀 자신도 모르고 있는 상태지만, 미사키가 오히려 이를 알게 되어 케어하는 부분도 있다.

어쨌든, 마시로가 처음에는 흥미 없었던 부분을 지긋이 바라보게 되고, 그리고 더욱 더 ‘귀여워지는’ 과정을 거친다. 어떤 루트를 보아도 이만큼 연애에 집중한 루트가 없다. 다른 루트가 연애 파트가 없다는 말이 아니라, 마시로 루트가 그만큼 독보적이다. 청춘물과 드라마, 그리고 성장물 사이에서도 유독 청춘물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그야말로 ‘사랑에 빠진 소녀’. 그 자체를 볼 수 있다. 괜히 외전 시리즈, EXTRA 1의 주인공으로 발탁된 게 아니구나 싶었다. 우선 행동논리가 완전히 다르다. 기존에는 FC를 잘하고 싶어지거나 FC를 좋아하던 소녀들이 점점 사랑에 빠지게 되는 과정을 거치지만, 마시로만은 오히려 ‘좋아하기 때문’에 FC를 더 잘하고 싶어진다는. 그런 순서가 바뀌어 있다.

그리고 이번에는 오히려 벽창호 같은 마사야를 적극적으로 공략(?)하는 마시로의 고군분투가 그려져 있다. 리카 루트는 이질적이고, 아스카 루트는 빛, 미사키 루트가 어둠이라면 마시로 루트는 그야말로 ‘러브 코미디’ 그 자체다. 덕분에 다른 루트보다 좀 더 둥실둥실한 부분을 느낄 수 있으니 치유 받고 싶다면 마시로 루트를 먼저 고르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 그리고 귀엽다. (이거, 제일 중요한 포인트다.)

▲ 키워드: 후배, 게이머, 작음

▲ 안절부절. 그녀와 마사야가 지어내는 러브코미디

▲ 웃음을 보면 자연스럽게 치유가 되는 느낌이다


리카 루트

연히 ‘타카후지 학교’라는 다른 입장을 지니고 있는 만큼, 상당히 이질적이기도 하지만 작품 내에서도 상당히 빌드업을 해두었기 때문에 무리 없이 입장 가능한 루트다. 우선 옆집에 있는 이웃이라는 설정도 붙여서 연애로 자연스럽게 이어주는데 그래도 아오이 선생님이 말하는 “자신의 팀보다 다른 학교의 학생을 우선시하다니.”라는 말처럼 살짝 이질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리카 루트에서는 여름 대회에서 반칙패로 광속 탈락 당했던 ‘쿠로부치 카스미’라는 새로운 적이 등장한다. ‘더티 플레이’를 중시하며 상대방에게 일부러 ‘뇌진탕’을 일으키는 과격한 공격을 서슴지 않는데, 작중 내에서도 리카의 올곧고 바른 성격과 굉장히 부딪힌다. 이를 알고 있던 사토인 회장이나 아스카가 대신 막아주는데, 이를 본 리카 자신도 이 우직한 성격으로 인한 딱딱함과 고지식에 대해서 고민을 가지게 된다.

당연히 마사야는 리카를 좋아하게 된 입장이 되었으니 자신도 리카의 복수를 도와주거나, 리카의 딱딱한 FC 플레이 방식을 유연하게 바꾸기 위해서 놀이 형태의 연습을 많이 시켰다. 처음 리카는 이를 받아들이기 쉽진 않았지만 점차 쿠나마나 학교 팀의 분위기에 녹아들게 되어 상당히 독특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백미이다.

전체적으로 ‘이질감’이 굉장히 드는 루트이다. 외전으로 빠져드는 느낌이랄까. 기본적인 ‘즐거움을 찾아라.’라는 주제는 잃지 않지만, 메인 스토리에서도 크게 벗어나고 ‘쿠로부치 카스미’라는 반칙을 일삼는 다른 강자를 만나게 되는 그런 톡톡 튀는 매력이 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분명 감동과 함께 만족감을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 키워드: 우등생, 강한 척, 이웃집

▲ 올바른 성격으로 인해 너무 솔직할 때가 많지만

▲ 그런 그녀도 완벽초인까지는 아니다


미사키 루트

카 루트가 이질적이란 느낌이라면, 미사키 루트는 ‘정통(아스카)과 부딪히는 정반대의 입장’에 서 있는 루트다. 갈등도 많이 있고, 시리어스한 분위기가 증폭되었으며 항상 밝고 최선을 다하는 아스카와 비교되어 미사키는 반대에 위치해 있게 된다. 그래서인지 마시로/리카 루트에서 살짝 옆으로 치워지는 마사야의 과거가 미사키 루트에선 다시 한 번, 조명을 받게 된다.

마사야 또한 과거에 대한 아픔으로 인해 나름 어두운 분위기를 가지고 있던 사람이었기에 미사키와 굉장히 어울리는 조합이기도 하다. 아스카 루트에서는 빛에 치유를 받은 셈이지만, 미사키 루트에서는 같은 어둠으로서 서로를 기대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일까. 마사야의 과거에 한 번 더 발을 들이밀어서, 그의 아픔을 공유할 수 있는 또 다른 루트. ‘어나더 루트’인 셈이다.

그래서인지, 좀 더 작품의 주제가 아닌, 마사야 본인의 주제를 건들게 된다. ‘어째서 싫어하던 FC에 다시 발을 들이밀었는가.’라는 근본적인 문제. 아스카 루트와 다른 별개의 문제다. 작중 내에서도 마사야와 미사키는 동시에 번갈아가면서 빛을 발하는 사람들에게 계속 시험 받는다. 그 결과, 미사키도 마사야도 점점 궁지에 몰려가게 된다.

마사야도 자신의 어둠과 이전보다 더 확실하게, 심하게 질책 받는다. 이야기를 보는 제 3자의 입장에서도 괴롭고 고통스럽다. 당연하지만, 다른 캐릭터들도 그런 아웃사이더가 되는 그에게 점점 멀어져 간다. 다른 루트에서는 어느 정도 붙어있었지만, 그는 어둠을 직면하기 위해서 정말로 홀로 남게 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밝고 청춘물이란 분위기를 내세웠던 아오카나였던 만큼, 미사키 루트에 있어선 다른 감정이 들게 되며, 여러모로 하는 사람 입장에서도 살짝 방황하게 된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와닿는 감정이 다르게 된다. 그리고 결정적인 상황이 올 때, 어긋난 두 사람끼리 엮이는 감정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들지는 저마다의 감상마다 다를 것이라고 생각된다.

▲ 키워드: 동급생, 천재성, 대식가

▲ 제일 의욕이 없어보이는 그녀는

▲ 사실 작중 소녀들 중에서도 유독 특별한 '고민쟁이'



좌절을 딛고 일어서라! 푸른 저편을 향해!

아오카나는 하나의 청춘물로서도, 성장물로서도 아낌없는 감동을 맛볼 수 있다. 우선 마사야가 겪을 수 있는 고통은 실제 스포츠에서도 많이 느끼거나 일상에서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FC도 스포츠의 요소로 자주 쓰인다.) 주변의 과한 기대감에 너무 노력한 나머지, 재미를 느끼게 될 수 없었던 부분이나, 상대방을 너무 압도적으로 눌러버린 바람에, 상대방의 정신을 앗아가버린다던가.

위에서도 짤막하게 언급했지만, 이 작품은 그런 좌절을 겪은 청소년들의 하늘을 향한 비행을 그렸다. 물론 전체적인 내용을 보았을 때, 좌절의 크기나 폭은 다르지만 저마다가 고민을 가지고 있고 인연을 자아내는 과정에서 마음을 부딪히면서 성장한다.

아스카가 하늘을 갈망하는 그 순간과 스포츠를 즐겨하는 그 순간. 마사야는 계속해서 과거 좌절했던 자신의 모습을 투영하지만, 그럼에도 굴하지 않는 그녀의 열정을 보며 마사야는 자신의 생각을 고치게 된다. 미사키 루트라면 과거의 자신과 겹쳐보며 좀 더 어둠과 직면하게 되며, 마시로 루트나 리카 루트에서는 좀 더 다른 형태로 접근하게 된다. 이런 마사야의 모습을 보는 재미도 있다.

마사야가 다시 한 번, 어른과 같은 답답함을. 자신한테 씌웠던 껍질을 부숴버리고 새로운 날개를 얻어 하늘을 날 때, 그의 옆에 있는 것은 ‘혼자’라는 느낌을 지워줄 히로인. 이 부분에서 이야기는 절정을 맞이하게 된다. 그리고 더 이상, 이 이야기를 보는 게이머들도 고민을 가질 필요가 없어지게 된다.

그 정도의 해답을 내놓았다면 사실상 문제는 해결된 것이나 다를 바가 없으니깐.

▲ 유독 엮이는 이 세 사람... '머슬 브라더즈'...였나?

▲ 저래보여도 이 중, 가운데에 있는 '시라세' 씨는 큰 도움을 많이 주기도 했다

▲ 언제나 마사야의 위에 있지만, 그런 그에게 언제나 '교훈'을 주는 아오이 선생님.

▲ 아무 이야기도 아닐텐데, 평소에 잡담하는 시간이 왜 이렇게 즐거워보이는지

물론 그래도 스토리의 극이 끝나지 않았기에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게 해주지만, 이미 걱정은 아무 문제도 아니게 된다. 그런 카타르시스를 느낄 때, 이 작품은 그에 걸맞는 엔딩을 보여주면서 결말을 향한다. 어떤 루트든 상관없이 마사야가 성장하고, 히로인이 성장할 때, 대부분의 이야기가 완결된다.

내용을 정리하자면 작품 내에서 성장하는 것은 히로인들 뿐만 아니라, 교육하고 가르치는 마사야, 그리고 그를 가르쳤던 ‘아오이 선생님’까지. 거의 모두가 자신의 나름대로 성장하고, 자신의 나름대로 답을 찾아낸다는 것이다. 물론 히로인 루트를 상세하게 파고들지 않는 이상, 다른 히로인들의 고민은 물음표로 남겨지지만 해당 부분은 각자 루트를 파고 들면서 찾아보는 재미가 있다.

“즐기는 자는 일류”라고 누가 말하지 않았는가. 경쟁해서 상대방을 무너뜨리고, 철저하게 굴복시키는 것만이 재미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는 이 작품에서 나 자신이 최근 게임에 임하는 자세가 생각났다. 최근에는 게임을 일처럼 열심히 해서, 오로지 점수를 올리기 위해 플레이했지만, 정작 즐기는 자세가. 게임을 웃으면서 하는 그런 느낌을 받기 힘들었던 것 같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물론 인생까지 가는 순간, 그런 동화 같은 이야기를 적용하는 것은 힘들 수도 있겠다. 하지만 자신이 즐기지 못하고 계속, 화나거나 우울한 상태로 있다면 금방 병에 걸리지 않을까 싶다. 누구나 고민이 있고, 누구나 망설이고 좌절하는 순간은 온다. 그 순간, 마사야처럼 다시 일어서는지, 히로인들처럼 구원의 손길을 뻗어줄지. 그건 끝까지 알 수 없는 것이다.

이 작품의 곡인 ‘Wings of Courage -하늘을 넘어서-’도 마찬가지다. “하늘을 날아보니 네가 웃어줬어.”라는 가사는 아스카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한 가사다. 자신이 즐겁게 하늘을 날아보니, 자신이 좋아하던, 좋아하게 되버린 ‘마사야’ 또한 웃어줬다는 것이다. 반대의 입장에서도 적용가능한 이 말은 마법의 단어다. 그야말로 이 게임은 마사야가 다시 한 번 ‘미소’를, 자신을 되찾기 위한 여정이다.

▲ 결국은 히로인들의 성장을 겪게 되면

▲ 자연스럽게 마사야의 고민에 다가가게 되고

▲ 역경을 딛고 성장을 하게 된다

▲ 히로인들을 보는 재미 뿐만 아니라, '히나타 마사야'의 성장을 보는 재미도 있는 것



푸른 저편의 포리듬은 이렇듯 ‘보이 미츠 걸’을 충실히 수행해 청춘물로서도, 성장물로서도 훌륭한 이야기를 만들어낸 독특한 설정을 지닌 비주얼 노벨이다. 설정과 이야기 만으로는 충분히 흠잡을 수 없는 수준이니 더더욱 게임의 요소를 많이 희석한 비주얼 노벨식 이야기로 전개된 것이 많이 아쉽다. 중간마다 보이는 에로 요소가 오히려 게임의 순수함을 낮춘 면모도 없지 않아 있다.

음악도 굉장히 좋다. ‘Elements Garden’가 제작한 선율이 느껴지는 멜로디는 모든 컷신에 적절하게 추가되어 있다. 물론 게임을 진행하면 할수록 겹치는 부분이 상당히 많아서 ‘아, 이 부분이 절정에 달하는 구간이구나.’라는 점을 쉽게 알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악에 압도되는 경우가 많다. 모든 구간에서 쉽게 어울리며 조화를 이루는 음악도 스토리의 재미를 한층 끌어올렸다.

중간마다 계속해서 분위기를 환기시켜주는 주인공들의 입담을 들으면서 재미있는 학교 청춘물을 만끽할 수도 있고, 플라잉 서커스를 펼치는 그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열정과 좌절, 그리고 성장을 맛볼 수도 있다. 연애 요소도 자연스러우며 둘만의 이야기를 충실하게 다룬다. 독특한 설정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청춘물과 성장물, 그리고 연애물의 밸런스가 적절하게 균형 잡혀져 있다.

마치 어린아이처럼 웃으면서 하늘을 날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가슴 벅차고 멋진 일일까. 가끔씩은 그런 나 자신도 되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들게 해주었다. 어린 시절의 순수함과 모든 일을 ‘즐기는 마인드’를 자연스러운 스토리텔링으로 보여준 이 작품에 나는 개인적인 경의를 보낸다. 물론 이야기라는 측면만 보면 상당히 평범한 축에 속하지만, 기본기가 탄탄하고 훌륭했기에 받아들이는 느낌이 달랐다고 본다.

참고로 제목도 정말 잘 지었다. 푸른 저편은 ‘하늘’. 이 작품에서 계속해서 강조하는 자유와 드높은 하늘을 계속해서 헤엄칠 수 있다는 ‘재미’를 한꺼번에 엮은 이름이다. 이는 푸른 바다를 자유롭게 헤쳐 나가는 은빛의 갈치를 뜻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리고 포리듬은 음악 용어로서 ‘기타 / 피아노 / 베이스 / 드럼’의 4인 편성을 뜻한다. 한 명의 하모니가 아닌, 4명의 하모니가 곁들어져 있기에 비로소 스토리가 완성된다는 뜻일 것이다.

▲ 그 중, '콘트레일'은 신비한 느낌과 두근거림을 동시에 자아낸다
(출처: 유튜브 'Hexagonal DisperStellar' 채널)

▲ 어릴 때의 두근거림. 아직도 간직하고 있다면 그것은 큰 보물과도 다름 없을 것이다





—리카가 자신의 단점을 받아들이고 성장하고


—마시로가 사랑을 알면서 자신의 껍질을 깨부수고


—미사키와 도피하면서, 그리고 어둠과 마주하게 되고


—그리고 아스카가 가능성과 즐거움을 보여주는


이것은
 그야말로
     네 명이 자아내는
     푸른 저편의 포리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