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게임은 장르 특성상 저자본으로도 만들기 쉬운 편에 속합니다. 일단 조명 어둡게 깔고 게이머를 깜짝 놀라게 할 장치만 마련하면 되거든요. 짜임새 있는 스토리가 필요한 것도 아니고 타격감 넘치는 액션 요소와 고퀄리티의 그래픽도 있으면 좋고 없어도 상관없으니 공포 게임들은 대게 인디 개발사에서 만든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공포 게임은 잘 만들기 어려운 장르기도 합니다. 그냥 툭 놀라게 하기만 하는 공포 게임은 이제 식상한 시대입니다. 무서운 분위기는 기본으로 깔고 그 위에 독창적인 시스템과 게임 플레이를 가미해야 게이머들의 기억에 남는 공포 게임이 될 수 있죠. 즉, 단순히 놀라게 하는 것을 넘어서 게임으로서의 성취욕과 재미도 선사해야 합니다.

플레이엑스포 2021에 출전한 '라스트 라이트(Last Light)'는 서강대학교 게임교육원의 게임 제작 동아리 아디우토의 인원으로 구성된 Team Corn Field에서 만든 공포 게임입니다.

이번이 첫 작품이지만 출시 전부터 BIC 루키 부분에 선정되고 3부문에서 수상 후보로 선정될 정도의 저력을 갖춘 게임이죠. 라스트 라이트는 다른 공포 게임과 어떤 점에서 달랐기에 이런 평가를 받을 수 있었을까요.


먼저 게임의 스토리는 간단합니다. 주인공 설화는 친구들과 담력 시험을 하기 위해 숲속으로 가지만 갑작스럽게 친구들을 잃어버립니다. 이에 주변을 돌아보던 그 순간, 눈앞에 폐병원이 나타나고 친구들을 찾아 병원에 들어간다는 내용입니다. 무서운 상황에서 도망칠 수 없는 주인공과 성공적인 엔딩을 위해 무언가를 찾아야 한다는 점에서는 일반적인 공포 게임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게임 진행 중에 주인공과 친구들의 비밀이 숨겨져 있는 듯한 뉘앙스를 풍겼는데요. 곳곳에서 폐병원의 과거를 담은 사진과 전체적인 스토리를 알 수 있는 컷신 등이 준비되어 있지만, 아쉽게도 데모 버전에서는 많은 것을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아무튼, 본격적인 게임 플레이로 들어가면 조금 다른 광경이 펼쳐집니다. 보통 공포 게임은 무서운 느낌을 극대화하기 위해 1인칭 혹은 3인칭으로 게임을 구상합니다. 특히, 1인칭으로 된 게임을 많이 볼 수 있는데요. 1인칭 상태에서는 시야각이 좁아질 수밖에 없으며, 그만큼 현장의 생생함을 느끼기 쉽기 때문입니다. 또한, 개발자가 원하는 상황에서 공포스러운 연출을 넣는 것도 쉽게 만들 수 있죠.

라스트 라이트는 이와 반대로 쿼터뷰 시점을 채택한 것이 특징입니다. 하늘에서 대각선 방향으로 주인공을 조작하니 넓은 시점에서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죠. 이렇게 되면 시각적으로 여유로워지니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느끼기 어렵습니다. 마치 내 일이 아니라 남 일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이를 막고자 라스트 라이트는 빛과 어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시야를 철저하게 통제하는 방식을 사용했습니다. 주인공 선화는 플래시 하나에 의존해 어두컴컴한 폐병원을 돌아다녀야 하는데요. 당연히 복도와 방은 불이 꺼져 있으며, 플래시를 비추지 않는 한 어둠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높은 곳에서 넓은 시야로 게임을 바라볼 수 있지만, 오히려 어둠 때문에 한정된 시야로 볼 수밖에 없으니 생각보다 답답하고 공포스러운 느낌이 잘 느껴집니다.



등장하는 귀신도 특별합니다. 데모 버전에서 등장하는 귀신은 밝은 곳에서만 그 존재를 파악할 수 있었는데요. 어둠 속에서는 귀신이 있어도 보이지 않습니다. 대신 귀신은 무섭고 괴기스러운 울음소리를 내기 때문에 게임을 하다 보면 보이지 않는 귀신의 괴상한 울음소리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하고 수시로 어둠 속에 플래시를 비춰가며 게임을 진행해야 합니다.

더욱더 무서운 점은 주인공이 항상 플래시를 비추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사방을 밝게 비춰도 모자랄 판에 무슨 행동만 하면 플래시를 끕니다. 가방을 뒤지거나 문을 열 거나 대화를 할 때는 플래시가 꺼지니 바로 내 뒤로 귀신이 다가와도 보지 못합니다.

특히, 달리는 중에도 플래시를 꺼서 어둠 속을 달려야 하는데 이때 눈 앞에 또 다른 귀신이 등장한다면 정신이 멍해지기 충분합니다. 이처럼 단순히 귀신이 어둠 속에서는 보이지 않을 뿐인데 특유의 울음소리와 어두운 환경에서 오는 시너지가 엄청났습니다.



특정 상황에만 보이는 적이라니. 너무 어려울 것 같은 난이도에 걱정할 수 있을 텐데요. 다행히 플래시는 별도의 배터리가 없어서 꺼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고 양초와 소금 같은 게임에서 필요한 아이템도 적절하게 나오는 편입니다. 양초와 소금을 적절하게 사용한다면 사전에 귀신의 위치를 파악하기 쉬우므로 게임을 좀 더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데모 버전은 아주 초반 부분만 플레이할 수 있어서 이외에 다른 공포 요소로 무엇을 준비했을지는 확인하기 어려웠습니다. 다만, 라스트 라이트만의 공포스러운 분위기가 어떤지는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솔직히 귀여워 보이는 그래픽과 시점 때문에 별로 안 무서운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무섭습니다.

라스트 라이트는 텀블벅 펀딩의 모금액을 280% 갱신하며, 한창 개발 중에 있습니다. 데모 버전은 텀블벅 페이지에서 다운로드받을 수 있죠. 올해 여름은 특히나 더 더워질 예정이라고 하는데 후덥지근한 날씨에 등골이 오싹해지는 공포 게임 한번 체험해보시길 바랍니다.

▶ 라스트 라이트 텀블벅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