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을수록 맛있어지는 김치


가끔 꽉 막힌 도로에서 꾸물꾸물 움직이는 차들을 보면 시원스레 달리고 싶다는 생각이 난다. 멋진 스포츠카를 타고 넓은 초원을 원 없이 달린다던가, 경주용 차를 타고 0.01초를 앞다투며 서킷을 질주한다던가, 아니면 영화처럼 도심 한가운데서 스트리트 레이싱을 하던지 말이다. 꽉 막힌 도로처럼 답답해진 속이 뻥 뚫리도록 시원하게 달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특히 이렇게 무더운 여름이면 더욱더 그렇다.

여러분도 각자 이유는 달라도 원하는 것은 같을 것이다. 꿈에 그리던 나만의 자동차를 몰고 스릴 넘치는 질주를 하는 것 말이다. 물론 이를 원하는 게이머를 위해 수많은 레이싱 게임들이 이미 많이 나오고 있다. 다양한 유저의 취향을 맞추기 위해 여러 가지 레이싱 게임이 나오고 있는데 큰 틀로 나누어 보면 공기 저항이나 접지력, 엔진 출력 등 차량에 지장을 주는 모든 것을 세심하게 신경 써야 하는 리얼 시뮬레이트 레이싱과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드리프트나 부스트 등으로 시원한 속도감을 느낄 수 있는 아케이드 레이싱 두 가지 종류로 나누어진다.

둘의 지향하는 성격이 다르다 한들 레이싱 게임이라는 틀 안에 목표는 같다. 능숙한 컨트롤로 차를 몰아 상대보다 더욱더 빠르게 결승선을 통과해서 이기는 거다. 그렇다 보니 차 자체의 성능이나 부품을 제외하고는 오로지 자신의 컨트롤만으로 승부를 가리는 레이싱 게임이 대부분이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것은 실력만으로 대결하는 게임이 승리했을 때 유저에게 더욱 큰 성취감을 주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피지컬이 승부로 직결되는 게임들은 대부분 시간이 지날수록 고인물들만 남아 흔히 말하는 그들만의 리그가 된다는 위험성이 있다. 그러면 자연스레 신규 유저의 진입 장벽이 높아져 입문을 꺼리게 되고 장기적으로는 온라인 유저가 감소하는 결과밖에 남지 않는다. 그럼 어떻게 레이싱 게임의 스릴을 유지하면서 신규 유저도 끌어들일 수 있을까. 그 해답은 이 게임에 있지 않나 싶다.

게임명 : 마리오 카트 8 디럭스
장르명 : 레이싱
출시일 : 2017. 12. 15.
개발사 : 닌텐도
서비스 : 닌텐도
플랫폼 : NSW


시리즈를 모두 담은 선물 보따리

마리오 카트 8 디럭스는 2014년에 Wii U로 발매된 '마리오 카트 8'의 이식판이다. 720P 해상도였던 원작에 비해 1080P로 해상도가 높아지고 DLC(다운로드 콘텐츠)로 추가되었던 플레이어블 캐릭터 젤다의 전설 '링크', 동물의 숲 '마을 주민' 외의 캐릭터와 추가 맵, 콘텐츠들이 전부 수록되어 2017년 12월에 발매되었다. Wii U는 한국에 정식 출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12년 3DS로 발매되었던 '마리오 카트 7' 이후로는 6년 만에 발매한 신작이라 할 수 있다.

위에서 조금 언급했다시피 시리즈 사상 최다 캐릭터와 맵이 등록된 시리즈이다. '슈퍼 마리오' 시리즈에 나오는 캐릭터들을 중심으로 또 다른 닌텐도 퍼스트 파티 게임의 인기 캐릭터인 '링크', '마을 주민', '여울이', '잉클링'을 포함하여 총 42명의 캐릭터가 등장한다. 그뿐만 아니라 '젤다의 전설'과 '동물의 숲'을 컨셉으로 한 새로운 맵도 추가되었으며 해당 게임에 걸맞도록 전체적인 게임의 분위기가 바뀌므로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추억에 잠겨있었던 아이템들도 돌아왔다. 시리즈의 시발점이었던 '슈퍼 마리오 카트'에서만 볼 수 있었던 '깃털' 아이템은 이후의 시리즈에서는 볼 수 없었다. 하지만 이번 작을 통해서 다시 모습을 드러내었으니 시리즈의 팬으로써는 매우 반가운 얼굴일 것이다. 다만 깃털은 일반 레이스에서는 볼 수 없고 배틀 모드에서만 사용이 가능하다.

깃털과 함께 부끄부끄도 다시 돌아왔다. DS로 발매되었던 '마리오카트 DS' 이후로 자취를 감추었지만 이번 8을 통해 다시 등장했다. 부끄부끄 특유의 울음소리와 함께 아이템을 빼앗기는 끔찍한 경험을 다시 느낄 수 있다.

▲ 섬에서 쌓였던 스트레스를 풀 때가 왔다.

▲ 오랜만에 만나도 여전히 열 받는 '그 녀석'



이게 차...라고? 이게 가능하다고...?

마리오 카트 7에서 추가되었던 글라이더 시스템을 가져옴과 동시에, 반중력이라는 시스템도 추가되었다. 이름에서 눈치를 챌 수 있겠지만 말 그대로 일반 차로는 달릴 수 없어 보이는 코스를 중력을 거스르듯 착 달라붙어 달릴 수 있다.

덕분에 기존의 시리즈와는 다르게 매우 입체적인 플레이를 할 수 있다. 건물 벽을 타고 다니던지, 엄청난 경사의 언덕길을 달리다가 낭떠러지에서 글라이더를 타고 사뿐히 날아간다던지 말이다. 이런 기믹에 맞추어 기존의 코스들도 조금씩 바뀌었다. 기존 시리즈의 팬이었다면 이번 시리즈를 플레이하며 예전의 맵이 얼마나 입체적으로 바뀌었는지 찾아보는 것도 재밌는 요소일 것이다.

반중력 구간에서는 반중력 범퍼라는 지형물이 있는데 여기에 부딪히면 회전을 하면서 짧은 터보가 발동된다. 반중력 범퍼뿐만 아니라 다른 플레이어와 부딪혀도 터보가 발동된다. 여러 플레이어가 몰려 있을 때는 쉴 새 없이 회전하면서 정신없는 경기가 되는데 이게 또 이것대로의 재미가 있다.

▲ 반중력 덕분에 코스가 정말 재미있게 구성되었다.

▲ 코스에 놓인 반중력 범퍼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자.

기존의 50, 100, 150CC뿐만 아니라 200CC 난이도도 추가되었다. 150CC까지는 브레이크 버튼(B)을 누르지 않아도 큰 지장 없이 게임이 가능했으나 200CC 레이싱만큼은 브레이크 버튼이 필수적이게 된다. 너무 빠른 차량은 제어하기 힘들고 커브 구간에서 코스를 이탈하는 경우가 자주 일어나기 때문에 적절한 브레이크를 사용해 커브를 틀어야 한다. 다소 손이 바빠지게 되지만 그만큼 게임이 더 스릴 있고 재밌어져 순식간에 몰입하게 된다. 컨트롤이 심심했거나 좀 더 스릴 넘치는 게임을 원했던 기존 유저에게는 재미있는 모드가 될 것이다.

초보자들이 쉽게 즐길 수 있도록 어시스트 기능이 추가되었다. 주행 중 차가 코스의 밖으로 이탈되는 것을 방지해주는 기능으로 마리오 카트에 아직 익숙지 못하거나 맵을 숙지 못한 상태일 때 도움이 되는 기능이었다. 다만 이 기능을 사용하면 숨겨진 지름길로 가려 하거나 아슬아슬하게 코스 안쪽을 달리려 하면 어시스트 기능이 이탈 우려로 인식하여 오히려 방해를 하므로 게임에 익숙해지면 어시스트를 끄는 것이 좋은 성적을 얻기 더 좋다.

자동 액셀은 초보자에서 고수까지 범용성이 뛰어난 편의 기능이다. 레이싱 게임이라는 장르 상 액셀 버튼을 오랫동안 누르고 있어야 하는데 그러다 보면 손가락이 굳은 것처럼 뻣뻣하고 저릿저릿해진다. 하지만 자동 액셀을 통해서 이런 고통에서 해방될 수 있고 손가락 하나를 덜 쓰는 만큼 다른 플레이나 견제에 더욱 집중하기도 쉬워진다.

▲ 게임 중이라도 변경할 수 있다. 언제나 입맛에 맞게 변경해보자.

진입장벽을 낮추느라 시리즈를 오래 즐겨 온 유저들은 다소 심심할 거라 생각한다면 그건 큰 오산이다. 코스마다 숨겨진 지름길이 있는데 단순히 길을 안다고 해서 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쉽게 가기 어려운 구조로 되어있거나, 터보가 있을 때만 갈 수 있는 지름길이 다수 있기 때문에 컨트롤에 익숙한 유저도 방심하다간 구렁텅이에 빠져 다른 유저에게 추월당할 수 있다. 승리하기 위해서는 지름길뿐만 아니라 다양한 기술을 능숙히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방식으로 마리오 카트는 입문은 쉽되 마스터하기는 까다롭도록 적절한 밸런스로 대부분의 유저가 만족할 수 있도록 했다.

▲ 지름길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다. 그저 자신을 믿고 가는 거다!



네가 뭘 좋아할지 몰라서 다 넣어봤어

멀티 플레이는 다른 게임의 멀티 플레이와는 조금 다른 의미의 모드로 오프라인으로 최대 4인 화면 분할 플레이가 가능한 모드이다. 2인까지는 60 FPS로 구동되고 3~4인은 30FPS로 구동된다. 레이싱이라는 장르 때문에 30 FPS는 애매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아케이드 성 레이싱이기 때문에 딱히 큰 문제는 없었다. 다만 화면이 4개로 갈라지기 때문에 화면이 큰 디스플레이로 플레이하는 게 좋을 것이다.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 유저와 플레이하고 싶다면 인터넷 모드를 선택하면 된다. 참고로 인터넷 플레이도 최대 2인 플레이가 가능하니 친구와 함께 즐길 수 있다.

타임 어택에서는 자신의 최고 기록, 온라인에 등록된 다른 사람의 고스트, 또는 기본적으로 수록된 닌텐도의 고스트를 상대로 누가 더 빨리 완주를 하는지 대결할 수 있다. 속도는 150CC와 200CC 두 가지밖에 없기 때문에 사실상 고인물 컨텐츠 요소일 수 있지만, 인터넷 플레이 시 대부분 100CC와 150CC로 플레이되기에 공부하기 좋은 부분이다. 게다가 고스트의 경주를 리플레이로 감상할 수 있으니 고수들의 고스트 경주를 직접 확인해 코스별로 지름길이나 공략법을 알아가기 좋은 콘텐츠다.

VS 레이스는 직접 경기 규칙을 정하여 만든 코스를 달릴 수 있다. 여기저기서 난무하는 아이템에 지쳐 컨트롤만으로 승부를 겨루고 싶거나 다른 느낌의 레이싱을 원한다면 기분 전환으로 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배틀 모드는 단순한 레이싱이 아니라 아이템을 이용하여 자신의 팀 또는 개인이 우승하도록 승부를 겨루는 모드다. 시리즈를 해본 사람들이라면 알법한 풍선 배틀, 코인을 모아라, 뻐끔 VS 스파이 등 총 5가지의 배틀 모드가 있으니 레이싱에 지쳤다면 한번 해보면 재밌을 것이다.

▲ 모두 도망쳐! 저건 사이코패스의 눈이야!

숨겨진 콘텐츠도 있다. 게임 내 레이싱 중 획득할 수 있는 코인을 모아 새로운 차량이나 바퀴, 글라이더를 획득할 수 있다. 획득한 코인의 개수는 계속해서 적립되기 때문에 그냥 지나치지 말고 부지런히 획득해두자. 다양한 차량과 부품을 획득해두면 능력치를 조금씩 조절해서 자신에게 맞는 스타일의 조합법을 찾아 운전하는 맛도 쏠쏠하다.

게임을 진행 중일 때를 제외하면 언제든지 캐릭터와 차량, 바퀴, 글라이더를 골라 변경할 수 있다. 능력치에 가장 영향을 주는 것은 캐릭터와 차량이지만 바퀴와 글라이더를 이용해 조금 더 세심한 능력치를 조절할 수 있다. 자신의 플레이 성향에 맞춰 조합하거나, 외관을 이쁘고 귀엽게 보이는 조합도 가능하다. 다양한 커스터마이징으로 나만의 조합을 만들어 경기에 임해보자.

▲ 귀찮아하지 말고 이것저것 섞어서 몰아보자. 꽤 괜찮은 조합이 나올지도?

타 레이싱 게임과 마리오 카트만의 차별점은 아이템이 반드시 등장한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타 레이싱 게임은 보통 유저간의 컨트롤, 피지컬 싸움을 중점적으로 경쟁하는 경우가 많다. 그와 반대로 마리오 카트는 시리즈 내내 아이템을 이용한 캐쥬얼함을 중점으로 하고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아이템이 잘 떠야 이기는 '운빨망겜'은 아니다. 아이템은 그저 게임의 재미와 역전할 기회를 주는 도우미 정도이고, 그 아이템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마리오 카트만의 기술 활용을 잘하냐 못하냐의 피지컬 부분도 놓쳐서는 안 된다.

코스에는 점프대가 여기저기 있다. 아니 심심하면 보인다는 표현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점프대에서 점프하는 순간 드리프트(R) 버튼을 누르게 되면 점프 액션이 발동된다. 점프 액션이 발동되면 짧은 거리의 경우 착지함과 동시에 짧게 대시를 한다. 특정 점프대에서 점프 액션을 하면 더욱더 높은 높이로 점프해 글라이더를 조금 더 오래 탈 수 있다. 글라이더는 일반 도로 주행할 때보다 조금 더 빠른 속도로 날아가기 때문에 소소한 이득을 챙길 수 있다. 결국 점프 액션에 익숙해지는 것이 우승의 지름길이다.

▲ 높게 더 높게 점프!



단언컨대 이건 갓겜이다.

솔직히 리뷰를 쓰면서 한 가지 걱정이 있었다. 이 게임 단점이 안 보이는데 괜찮을까? 하고. 단순히 콩깍지가 씐 것이 아니다. 마리오 카트 8 디럭스는 정말 단점을 찾기가 힘들 정도로 아케이드 레이싱이라는 장르에서 완벽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초보자들이 유입하기 쉬운 게임성, 마스터하기는 어려운 지름길 등의 기믹, 시리즈의 익숙함으로 인한 지루함을 방지하는 기술, 피지컬이 주요소인 장르 내 적절한 랜덤 시스템을 넣어 마지막 순위 뒤집기가 가능한 아이템 등 닌텐도는 여러 요소가 서로를 해치지 않도록 적절한 밸런스를 잡아냄으로써 많은 유저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고 지금까지 큰 인기를 끌 수 있었다.

시리즈가 오래된 게임들은 보통 정착화된 시스템과 게임성으로 인해 게이머들이 시리즈 자체에 질려버리거나 떠나는 문제점이 생기지만, 마리오 카트 8 디럭스는 내년에 30주년이 되는 장기 시리즈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새로운 요소들로 고정관념을 시원하게 타파하며 질주하고 있다.

약간의 첨언을 하자면 마리오 카트 8 디럭스는 Wii U 버전에서도 화려하고 깔끔한 그래픽과 귀여운 디자인이 조화로워 큰 호평을 받은 게임이다. 이번 신형 스위치에서 OLED 디스플레이가 탑재된다고 하니 그걸로 마리오 카트 8 디럭스를 플레이하면 눈이 호강할 것이다. 주위에서 신형 스위치를 구매할 예정이거나 입문을 하려는 사람이 있다면 자신 있게 이 게임을 추천해도 좋을 것이다.

▲ 아직 많은 사람이 온라인을 즐기고 있다. 이 정도면 충분히 갓겜이란 증거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