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개발자들은 여러 이유에서 퍼블리셔와 계약을 맺고 게임을 출시하곤 한다. 자체적으로 프로모션하기 어렵다거나, 퍼블리셔의 QA 및 여러 능력이 필요하다던가 추가적인 자본 및 투자 유치를 위해서 등등. 각기 다른 이유지만 퍼블리셔와 접촉한 뒤, 몇 번의 미팅을 거치고 계약을 체결하고 프로세스를 진행해나간다. 그 과정이 순탄하기만 하면 좋겠지만, 때론 파국으로 치닫는 일도 종종 있다. 특히 법률적 자문을 구하기 어려운 인디 개발자들은 계약 과정에서 종종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러 앞으로의 게임 개발에도 차질이 발생하는 일도 있다.

영국의 미디어 및 게임 전문 법률 사무소 셰리단스의 팀 레파-데이비스 변호사는 게임 전문 변호사로, 그간 개발사들이 계약시 주의해야 할 내용을 담은 '컨트랙트 킬러즈' 칼럼을 가마수트라에 연재해왔다. 그는 이번 GDC 2021에서 법률 자문까지는 아니지만, 인디 개발자들이 퍼블리셔와 계약을 체결할 때 주의해야 할 문구 및 유심히 봐야 할 부분에 대해서 조언했다.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할 때 주로 퍼블리셔, 이윤, 경험 유무, 첫 작품, 개발 단계 등 관점에서 보게 된다. 이런 것들이 단가를 책정할 때 주로 참고하는 내용들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퍼블리셔와 협의를 할 때, 좀 더 공정하고 서로 이득이 되게끔 할 만한 계약을 보기 위해서는 다른 측면도 봐야 할 필요가 있다.

▲ 주로 이러한 관점에서 퍼블리싱 계약을 살펴보지만, 더 나아가서 디테일까지 봐야 한다

특히 레파-데이비스 변호사는 'IP'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IP 계약을 잘못 체결하면 개발자들이 받는 비용이 적어지는 건 물론이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 IP를 사용할 수도 없는데다가 심지어 나중에 퍼블리싱 계약이 끝나고 후속작을 만들 때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IP 계약을 체결할 때 권리 부여 항목을 유심히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항목에 주로 저작권의 소유 및 퍼블리싱 라이센스 관련 사항이 적혀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는 퍼블리셔와 계약할 때 퍼블리싱 라이센스만 주는 것이 나중에 이슈가 발생하지 않아 좋지만, 자금 상황에 따라서 여의치 않을 경우가 있다. 그래서 때로는 해당 IP를 퍼블리셔가 선금을 지불해서 사고, 그 뒤에 일정 비율로 배분하는 형태의 계약이 체결되고는 한다.

레파-데이비스 변호사는 이런 계약은 인디 개발자들에겐 리스크가 큰 만큼 최후의 수로 둘 것을 권했다. 나중에 계약이 틀어져서 IP를 회수해 신작을 만들고 싶어도 불가능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계약에 따라서는 자신의 차를 다른 사람한테 중고로 팔았는데, 그렇게 판 차에 대해서 나중에 자신이 권리를 주장해도 소용이 없는 그런 일이 벌어질 여지가 있다.

그런 상황을 막기 위해서는 퍼블리셔와 종속적인 계약은 지양하고, 배분을 명확하게 명시하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일정 기간이 지난 뒤, 혹은 계약이 파기된 뒤에 찾아올 수 있는 조항을 명시하는 게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 어렵다고 하면 툴, 테크, 코드 라이브러리 등 앞으로 자신이 게임을 개발할 때 필요한 수단은 제외한다는 조항을 둬서 언제든 다른 작품을 준비할 수 있게끔 준비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계약서를 볼 때, 주의해서 봐야 할 표현이나 문구들을 항목별로 분류해서 소개했다.

▲ IP가 자신에게 그 권리가 돌아올 수 있도록 하는 것과, 예외로 둘 항목을 선정해둘 필요가 있다


■ 독점 계약의 기간, 범위, 플랫폼 관련

-보통 라이센스나 퍼블리싱 계약의 유효 기간은 5년에서 10년 정도로 잡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여기서 '어떤 시점을 기준으로 몇 년'인지를 살펴봐야 한다. 예를 들어서 가장 마지막으로 출시할 플랫폼 버전의 출시일을 기준으로 5년'이라고 하면, 실제 계약 기간은 5년 이상일 수도 있다. 그러니 라이센스 기간에 대해서 정확히 명시하고, 필요하다면 이후에 추가로 연장하는 방법을 권장했다. 그래야 유동적으로 라이센스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자동 갱신 조항 문구에 계약이 묶여있다면, EU 국가에서는 10,000유로를 넘지 않는 라이센스에 한해서는 한 쪽에서 이의를 제기하면 이를 무효로 할 수 있다.

▲ '5년'이라는 문구만 보고 덥썩 계약하지 말자. 대표적인 함정 사례다

-출시할 플랫폼의 범위를 명확하게 정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PC라고만 하면 보통 윈도우를 떠올리지만, 리눅스와 맥OS도 해석에 따라 포함될 여지가 있다. 따라서 윈도우 OS용으로만 출시하겠다 하면 계약할 때 윈도우 OS로 정확히 명시해야 한다. 그렇게 클리어하게 말해야 퍼블리셔와 트러블이 없다.

-퍼블리셔가 다른 플랫폼으로 확장 혹은 포팅을 요구할 때를 대비해서, 만일 개발사가 계약 당시에 다른 플랫폼으로 개발할 의사가 없었다고 하면 그에 대한 개발비용을 명시해달라고 요청하라. 아울러 포팅을 준비할 때 퀄리티 기준에 대해 명시해두는 것이 좋다. 퍼블리셔가 버그 리포트나 QA 없이 그냥 포팅된 걸 판매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퍼블리셔가 지분을 받는 근거는 게임 유통 및 판매뿐만 아니라, 관리도 포함이 되어있다.


■ 앞으로의 게임 개발 그리고 다른 권한 관련 항목

- 계약서에서 시퀄, 프리퀄, 스핀오프라는 단어에 주의해라. 프랜차이즈를 키울 생각이 없고 퍼블리셔와 정말 친하다고 해도, 바로 주지는 말고 나중에 궤도에 오르고 계약하길 권장한다. 정말 IP를 키울 수 있을 법한 거대 퍼블리셔가 왔다고 쳐도 1차로 거부권을 행사한 뒤, 그들의 의도를 파악하면서 계약에 임하는 것이 좋다.

- 때론 IP를 전부 구매한 뒤, 개발사의 의도는 배제하면서 포기하도록 압박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나 출시일 기준으로 일정 기간 동안 비슷한 장르의 게임을 못 만든다, 이런 독소 조항이 종종 포함되어있을 수도 있으니 체크할 필요가 있다.


-게임 사운드 같은 경우, 스포티파이 등 여러 채널에 등재 가능하도록 계약을 명시하는 것이 좋다. 이런 조건에 대해서 퍼블리셔들도 긍정적일 필요가 있다. 퍼블리셔들이 게임 음악을 프로모션에 잘 활용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개발자들이 자체적으로 알리는 것에 대해서 오픈해서 문제가 될 일이 크게 없기 때문이다. 혹은 퍼블리셔가 이와 관련해 우선적으로 협상할 권리를 가져오는 것도 좋다.


■ 사전 지불 관련 항목에서 주의할 점

- 개발 기간 동안 퍼블리셔의 업무 및 피드백, 리뷰나 빌드 승인 범위 및 기한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명시하라. 그렇지 않으면 퍼블리셔의 무절제한 피드백으로 개발 기한이 늘어져서 일정이 틀어지고, 그 때문에 개발사에서 여력이 없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때론 개발사에서 기한에 맞춰서 퍼블리셔에게 빌드를 제출했어도 퍼블리셔의 피드백이 지연되서 일정이 틀어질 수 있다.

-지불 기간에 대해서 확실히 살펴보는 것이 좋다. 보통 퍼블리셔의 마일스톤 승인 후 30일 이후에 금액을 입금해주는데, 이 말은 마일스톤이 승인되고 나서도 늦으면 30일이 지난 뒤에야 돈이 들어온다는 뜻이기도 하다. 만일 마일스톤 승인 절차에 10일 정도 걸리고, 부가적인 업무 기간이 추가되면 한 45일 가량 계좌에 돈이 안 들어오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원활하게 자금을 융통할 수 있도록 이 부분에 대해서도 신경을 써야 한다.

▲ 출시 전에 중점을 둘 부분은 업무 태스크와 자금이 제때 돌아갈 수 있도록 계약 조건을 보는 것이다


■ 사후 지불 관련 항목에서 주의할 점

- 수익 배분을 정할 때 '게임에 귀속된'이라는 항목을 명확히 봐야 한다. 단순히 게임에 귀속된이라는 문구는 범위가 상당히 넓기 때문이다. Xbox 게임 패스 같은 구독형 서비스에 추가되면서 생기는 기능이라던가 혹은 인게임 광고, 인게임 구매 등등 여러 가지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 '매출'과 '당기순이익'을 구분해서 봐야 하고, 퍼블리셔가 공제할 때 그 근거를 제시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당기순이익에서 비용을 뺀 것이 매출인데, 매출을 산정할 때 공제된 비용이 어떤 것이 있나 확인해야 한다. 단순히 '내부 비용'이라고만 명시되어있는 경우가 있을 텐데, 이에 대해 정확히 요구해야 한다. 주로 마케팅, QA 등 명분으로 발생하고 이를 때론 퍼블리셔가 외부에 맡길 때도 있는데, 관련 비용 지출 및 여러 가지 근거를 명확히 제시할 것을 명시해야 한다.

▲ 공정하게, 계약대로 배분이 됐나 확인하기 위한 근거를 요구할 권리도 명시해야 한다

- 매출 배분 시점과 기간을 살펴봐야 한다. 잘 살펴보지 않으면 앞서 사전 지불의 사례처럼 자금 융통이 어려워지는 시기가 발생할 수 있다.

- 퍼블리셔가 종종 타이밍을 이유로 출시를 지연하도록 요구하는 경우가 있으니 그와 관련된 조항을 넣어라. 개발사가 이 때문에 발생하는 비용을 책임져야 할 이유는 없다.


레파-데이비스 변호사는 퍼블리싱 계약은 게임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사항이니, 위에 언급한 것 외에도 여러 가지를 참고하면서 신중하게 접근할 것을 권했다. 너무 방대한 만큼 자신의 강연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니, 자신의 칼럼이나 혹은 GDC 강연 중 Practical Law 101, 201, 301도 참고해보라고 덧붙였다.



▲ 인디 개발자들이 참고하면 좋을 GDC 법 관련 강연 3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