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텐도를 대표하는 IP 중 하나이자, 혁신의 아이콘인 젤다의 전설 시리즈가 35주년을 맞이했습니다. 닌텐도는 이를 기념하는 의미로 지난 16일에 '젤다의 전설 스카이워드 소드 HD(이하 스카이워드 소드)'를 출시했죠.

스카이워드 소드는 시리즈 35주년의 축하 기념으로 리메이크될 만큼 젤다의 전설 역사에서 의미가 있는 작품입니다. 일단 태생부터 젤다의 전설 25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진 타이틀이거든요. 어쩌다 보니 본편과 리메이크 모두 젤다의 전설 시리즈를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진 게임이 된 셈입니다.

젤다의 전설 리메이크 요청 리스트에서 항상 상위권에 있었던 게임인 만큼 리메이크에 대한 많은 요청이 있었고 이전부터 개발사에서 리메이크에 대한 떡밥을 흘리기도 했었습니다. 그리고 10년이란 오랜 세월을 넘어 HD로 재탄생한 스카이워드 소드는 높은 완성도로 스위치 이식의 성공을 알렸습니다.

하지만, 정식 출시 이후 게이머들의 평가는 엇갈리는 상황입니다. HD 화질의 완성도와 편의성 개선 등은 충분히 만족스럽지만, 가격이 너무 높게 측정됐다는 것이죠. 그도 그럴 게 이전에 리메이크됐던 '황혼의 공주 HD'와 '꿈꾸는 섬'은 추가 콘텐츠가 포함되어 있어 충분히 리메이크의 맛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반면, 스카이워드 소드는 그래픽 개선 외에 추가 콘텐츠가 전혀 없어 리메이크보단 리마스터의 느낌이 큽니다.

개인적으로도 이 부분에 대해 아쉬움은 존재했지만, 그래도 누군가 이 게임을 고민한다면 1초의 망설임도 없이 구매를 추천하겠습니다. 그런데 다짜고짜 하라고 하면 반발심이 들기 마련이죠.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젤다의 전설 팬이라면 이번 리메이크 스카이워드 소드를 사야 할 3가지의 이유입니다.

게임명: 젤다의 전설 스카이워드 소드 HD
장르명: 액션 어드벤처
출시일: 2021. 7. 16.
개발사: 닌텐도
서비스: 닌텐도
플랫폼 : 닌텐도 스위치

관련 링크: '젤다의 전설 스카이워드 소드 HD' 오픈크리틱 페이지


첫 번째 이유, 닌텐도가 인증한 첫번째 스토리

앞서 스카이워드 소드가 젤다의 전설 시리즈의 역사에서 의미가 있는 작품이라고 했었죠. 그 이유는 스카이워드 소드가 모든 젤다의 전설 시리즈의 시작 지점이기 때문입니다.

닌텐도에서 젤다 25주년을 기념해 스카이워드 소드와 함께 출간한 '하이랄 히스토리아 젤다의 전설 대전' 책을 살펴보면 당시 출시된 젤다의 전설 시리즈의 타임라인이 그려져 있으며, 스카이워드 소드가 모든 젤다의 전설 시리즈의 시작 지점에 있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는 게임 속에서도 잘 나타나 있죠. 스카이워드 소드를 시작하면 맨 처음에 게임의 간단한 히스토리를 컷신으로 보여주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하일리아 여신과 신의 힘이 담긴 강력한 보물, 그리고 이를 탐내는 종언자와 마물 군단이 서로 대립하는 과정에서 여신은 인류가 사는 땅을 하늘섬으로 만들고 종언자를 봉인하게 됩니다.



그래서 스카이워드 소드는 지상이 아닌 하늘섬에서 인류의 문명이 꽃을 피운 상태고 지상은 오직 여신을 도와 싸웠던 다섯 종족만이 남아 있는 상황입니다. 젤다 시리즈에서 주 무대로 자주 등장했던 하이랄 성도 없으며, 시리즈 최초로 완성된 마스터 소드가 아니라 링크가 여정을 통해 마스터 소드를 제련해간다는 설정을 갖추고 있죠.

젤다의 전설 시리즈의 역사를 바로잡는 첫 번째 게임이기 때문일까요. 스카이워드 소드는 다른 젤다 시리즈와 달리 스토리의 비중이 높은 것이 특징입니다. 게임 전반적으로 스토리 연출과 컷신이 많아졌고 주요 캐릭터의 표정에 다양한 변화를 줘 컷신을 볼 때의 몰입감 역시 살렸습니다. 상황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링크의 표정 연기가 정말 일품이죠.

특히, 젤다의 비중이 커졌다는 점에서 많은 팬의 호평을 받기도 했습니다. 원래 이 게임의 시리즈를 쭉 살펴보면 젤다의 전설이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게임 내에서 젤다의 비중이 크지 않습니다. 보통은 주인공인 링크에게 여행이 목적을 부여하는 정도이며, 극 초반에 잠깐 등장한 이후에는 모습조차 보이지 않는 경우가 빈번했죠.

▲ 어딘가 나사 빠진 악당도 매력있게 만드는 스토리

하지만, 스카이워드 소드는 일단, 링크가 젤다를 찾아 여행을 떠난 것은 같지만, 젤다가 악의 무리에 납치를 당한 무능력한 존재가 아니라 링크처럼 어떤 사명감을 가지고 활동하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따라서 스토리에서 계속 언급이 되고 링크와 젤다 사이의 애절한 감정을 플레이어가 계속해서 느낄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게임에서 스토리가 가지는 힘은 생각보다 큽니다. 스카이워드 소드의 플레이 타임은 보통 30~50시간 정도로 꽤 긴 편인데요. 탄탄한 스토리 덕분에 긴 플레이 타임에도 불구하고 게임이 지루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습니다. 마치 인기 드라마처럼 텐션이 떨어질 것 같으면 흥미진진한 스토리를 보여줘 계속해서 붙잡게 만드는 매력이 있습니다.

▲ 애물단지가 아닌 여신의 무녀로서 움직이는 젤다의 모습도 관람 포인트 중 하나죠



두 번째 이유, 완성도 높은 던전 탐험

'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이하 야숨)'로 처음 젤다의 전설을 접했다면 이전 젤다 시리즈가 선사하는 퍼즐식 던전 탐험과 공략이 정확히 어떤 느낌인지 감이 안 잡힐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야숨은 오픈 월드로서 필드를 탐험하는 콘텐츠가 메인이었고 던전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은 사원뿐이기 때문이죠.

스카이워드 소드는 야숨이 등장하기 이전의 젤다의 전설 시리즈처럼 정해진 스토리를 따라가는 선형 구조의 게임입니다. 숲, 화산, 사막 지역을 오가면서 그곳에 자리 잡은 던전을 클리어하는 것이 게임의 주요 목표인 셈입니다.

▲ 길찾기 어려울 땐 다우징을 애용하세요

야숨을 통해 오픈 월드에 익숙해졌다면 정해진 대로 움직여야 하는 방식에 거부감이 들 수도 있을 텐데요. 실제로 해보면 정교하게 설계된 던전의 구조와 완성도 높은 퍼즐 시스템으로 야숨에서 느껴볼 수 없는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스카이워드 소드의 던전 완성도는 지금까지 출시된 젤다의 전설 시리즈 중에서도 상위권에 위치할 만큼 짜임새 있으며, 이는 출시 이후 각종 미디어 및 커뮤니티의 평가를 통해 검증된 사실입니다.

스카이워드 소드의 퍼즐과 던전 탐험이 특별하게 느껴진 이유는 모션 인식을 이용한 wii 리모컨 플레이의 역할이 컸습니다. 일반적으로 조이스틱을 활용하는 방식이 아니라 모션 인식을 통해 플레이어의 동작을 링크가 따라 했기 때문인데요. 이를 활용한 퍼즐 방식을 지역 곳곳에서 활용해 다른 게임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독창적인 플레이가 가능했습니다.

▲ 어릴적 잠자리에게 최면을 걸듯 휘저으세요

가령 숲 지역의 초반 던전에는 플레이어를 바라보는 눈알 구조물이 등장합니다. 이 눈알은 새총 같은걸 쏴서 없애려고 해도 재빨리 눈을 감아버려 처리하기가 난감한데요. 이 구조물을 없애기 위해선 마치 최면을 걸듯 검을 빙글빙글 돌려서 어지럽게 해야 합니다. 어지럼증을 느낀 눈알은 스스로 퍽하고 터지면서 막혔던 길이 열리게 되는 것이죠.

게임을 진행하면서 얻게 되는 8종의 도구를 적절하게 활용해서 게임을 진행한다는 점도 퍼즐에 재미를 더해줍니다. 스카이워드 소드의 모든 퍼즐 요소는 컨트롤보단 생각을 통해 풀어가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요. 그래서 게임 실력에 자신 없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충분히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 이런 식의 그림 맞추기 퍼즐도 존재하죠

던전의 끝에서 만날 수 있는 보스와의 전투는 단순히 컨트롤 싸움이 아니라 퍼즐 요소를 활용한 기믹이 쓰였다는 것도 기존 젤다 시리즈의 특징을 계승한 부분입니다. 만약 해당 던전에서 채찍을 얻었다면 그 던전에 나오는 보스는 채찍을 활용해 공략해야 합니다. 전투에 제한을 걸어 자유도를 망친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전투의 난이도를 따지면 야숨보다 스카이워드 소드가 훨씬 쉬운 편에 속합니다.

야숨은 퍼즐 요소 없이 오로지 플레이어의 컨트롤에 의존해서 전투를 펼쳐야 하지만, 스카이워드 소드는 주어진 도구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보스를 무력화시키고 때리기 때문이죠. 제한된 전투가 아니라 효율적으로 적을 공략하는 방법을 열어뒀다는 점에서 두 게임의 난이도에는 큰 차이가 존재합니다.



세 번째 이유, 개선된 조작과 편의성

오리지널 버전을 해본 분들이라면 당시 wii 리모콘과 눈차크의 조작감이 불편했다는 점에 공감할 겁니다. 적외선 센서를 사용해 사용자의 움직임을 감지한다는 것은 정말 매력적이었지만, 당시 기술의 한계인지 정밀한 움직임까지 잡아내진 못했거든요. 특히, 게임을 조금 진행하다 보면 자이로 센서를 초기화한다고 해서 잠시 바닥에 조이스틱을 내려놨어야 했는데 이게 은근 신경을 거슬리게 만드는 주범이었습니다.

또한, 조이스틱의 불편함은 퍼즐보단 전투에서 크게 두드러졌습니다. 스카이워드 소드는 플레이어가 휘두른 궤적대로 링크가 검을 휘두르는 것이 액션의 핵심으로 등장하는 적들도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춰 설계되었습니다. 가령 숲 지역에서 등장하는 고블린이 칼을 오른쪽에 들고 있다면 왼쪽에서 검을 휘둘러야 제대로 때릴 수 있죠.

그런데 wii 리모컨의 상태가 별로다 보니 오른쪽에서 검을 휘둘렀는데 사선으로 베어버린다거나 혹은 찌르기 공격을 해야 하는데 자꾸 횡베기가 나가는 등 내가 의도한 대로 움직이지 않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했습니다. 그래서 스카이워드 소드의 퍼즐과 던전 구성에는 다들 칭찬을 많이 했지만, 액션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도 많았습니다.

▲ 조이콘의 향상된 기능이 액션의 감칠맛을 더해줍니다

다행히 스위치로 이식된 리메이크 버전에서는 오리지널 버전에서 불편했던 부분이 상당수 해결된 것을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일단 스위치의 조이콘은 wii 리모컨과 눈차크와 비슷한 작동 방식이지만, 훨씬 정교한 움직임을 제어할 수 있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wii 리모콘에서 불편하게 느껴졌던 자이로 센서의 초기화도 조이콘에서는 Y버튼으로 위치를 리셋해 간편하게 해결할 수 있도록 달라졌죠.

움직임을 잡아내는 기술도 훨씬 정교하게 발전해 전작에서 불편했던 찌르기와 사선 베기 등이 원활하게 이어집니다. 내가 생각한 대로 움직이고 공격을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액션이 훨씬 좋아진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개선된 점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기기의 성능이 발전한 만큼 리메이크 버전은 HD 해상도로 텍스처의 품질이 개선되었으며, 프레임 또한 30fps에서 60fps로 향상되었습니다. 덕분에 훨씬 부드러운 움직임과 세밀한 배경을 감상할 수 있게 됐죠.

오리지널 버전에서는 지원하지 않던 다양한 기능이 추가되어 게임의 편의성도 꽤 좋아졌습니다. 가장 크게 체감할 수 있는 부분은 자동 세이브와 대화, 컷신 등을 스킵할 수 있는 기능이 추가되었다는 점입니다. 대화 스킵은 어지간하면 다 보는 편인데 간혹 반복적인 내용을 보여주는 장면이 있다 보니 게임의 텐션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만족스러웠습니다.

기존에 없던 기능으로 아미보도 지원하게끔 달라졌습니다. 아미보를 사용하면 지상에서 하늘로, 하늘에서 지상으로 빠른 이동을 제공하기 때문에 훨씬 쾌적한 모험이 가능해진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다만, 현재 지원하는 아미보는 '젤다 & 로프트버드'로 별도로 구매해야 사용할 수 있죠. 따라서 닌텐도의 피규어를 수집하려는 목적이 아니라면 해당 기능만 보고 사기엔 무리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 아미보가 있다면 쾌적한 모험이 가능하겠지만 무리해서 살 필요는 없습니다



안 해봤다면 망설일 이유가 없다

젤다 시리즈의 첫 스토리를 다룬 만큼 스카이워드 소드는 한 편의 대서사를 본 것 같은 몰입도를 선사해준다는 점에서 다른 시리즈와 큰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존 작품이 링크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스토리를 간략하게 표현하고 모험에 중점을 맞췄다면 스카이워드 소드는 전체적인 스토리를 앞세워 플레이어에게 계속 몰입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모션 인식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퍼즐과 액션은 10년이 지난 지금 와서 다시 해봐도 어색함을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오히려 HD 해상도와 60fps 환경에서 게임을 해보면 조이콘의 향상된 기술과 맞물려 퍼즐뿐만 아니라 전투에서도 꽤 즐거운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한편, 닌텐도는 E3 2021에서 야숨 속편의 새로운 트레일러를 공개했었죠. 당시 공개된 영상에서 하늘로 떠오른 하이랄 성과 하늘섬, 그리고 공중에서 낙하하는 링크의 모습 등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해당 영상에서 하늘섬이 등장하는 것을 두고 스카이워드 소드와 연관을 짓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아직 공개된 정보가 많지 않기 때문에 모든 것은 추측에 불과할 뿐이지만, 만약 야숨 속편이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시간 역행을 메인 주제로 잡았고 그래서 하늘섬에 가게 된 거라면 스카이워드 소드와 어느 정도 연관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굳이 야숨 속편과 억지로 짜 맞추지 않아도 스카이워드 소드는 충분히 구매해서 즐길만한 작품입니다. 야숨 속편도 야숨처럼 오픈월드로 출시될 예정이기 때문에 이전 젤다의 전설 시리즈에서 느낄 수 있었던 퍼즐식 던전은 등장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거든요. 야숨처럼 오픈월드에 맞춘 또 다른 방식의 시스템이 등장하겠죠.

따라서 야숨에서 오픈월드의 재미를 충분히 느꼈다면, 스카이워드 소드에서 퍼즐식 던전의 재미를 느껴보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