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깔나는 보스 전투 맛집에서 작정하고 내놓은 게임



거대한 몬스터와의 전투에서 너도 한방, 나도 한방이라는 단순한 규칙을 더해 많은 사랑을 받았던 '타이탄 소울즈(Titan Souls)'의 후속작이 지난 20일에 출시됐다.

'데스 도어'는 영혼을 인도하는 저승사자 까마귀가 되어 죽음을 거부하는 영혼을 수확하고 현세에 숨겨진 비밀을 찾는 게임이다. 스토리가 다소 빈약했던 전작과 달리 이번 작품은 게임의 메인 스토리가 존재하며, 이를 따라 맵 곳곳을 돌아다니는 어드벤처 장르로 탈바꿈한 것이 특징이다.

또한, 고퀄리티로 칭찬받았던 도트 그래픽에서 탈바꿈해 3D 그래픽으로 제작되었는데, 몽환스러우면서도 부드러운 그래픽 품질로 출시 전부터 많은 기대를 받기도 했다. 전작에서 거대 보스와의 전투, 그리고 액션만큼은 확실한 손맛을 보여준 만큼 망설임보단 설렘 가득 안고 게임을 즐겨볼 수 있었다.

게임명: 데스 도어(Death's Door)
장르명: 액션
출시일: 2021. 7. 20.
개발사: Acid Nerve
서비스: Devolver Digital
플랫폼 : PC, Xbox

관련 링크: '데스 도어어' 오픈크리틱 페이지



스토리가 매력적인 어드벤처 소울라이크

전작인 '타이탄 소울즈'는 거대한 보스와의 단판 승부에 초점을 맞춰 최소한의 장치로 최대의 재미를 끌어낸 게임이었다. 다만, 전투 자체에만 집중했기 때문에 게임의 내러티브를 제공하는 스토리와 로어처럼 파고들만 한 요소가 적었다는 단점도 존재했다.

후속작인 '데스 도어'는 전작에서 아쉽게 느껴졌던 스토리에 대해 고민한 흔적이 돋보였다. 먼저 게임의 세계관부터 특이한데, 운명을 다한 생명의 영혼을 수확하는 존재로 까마귀가 등장하며, 이들은 마치 한국의 저승사자처럼 현세와 명계를 오가며 일을 한다.

▲ 현세와 명계를 오가며 영혼을 흡수하는 까마귀 저승사자

여기서 우리의 주인공은 신참 티를 이제 막 벗어난 까마귀로 특정 영혼의 회수 임무를 받고 현세로 찾아가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처럼 '데스 도어'는 어드벤처 장르의 게임으로서 게임 내에서 주어지는 스토리 라인을 따라 게임 속 세계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게 된다.

현재 게임 내에서 제공하는 지역은 크게 세 곳 정도이며, 지역마다 특별한 사연을 가진 존재들이 등장해 메인 스토리의 감칠맛을 더해준다. 이들은 해당 지역의 배경지식을 설명해주거나 지역 내의 보스가 어떤 목적과 이유를 가진 채 활동을 하는지를 간접적으로 알려주는 역할이다. 따라서 처음에는 단순히 스쳐 지나가는 듯한 NPC라도 게임을 차차 진행하면서 숨겨진 내막을 알아갈 때, 전체적인 스토리에 개연성을 부여해주는 존재가 된다.


물론, 이들은 단순히 스토리에 내러티브를 더해주는 존재로만 등장할 뿐 게임 내에서 특별한 도움을 준다거나 하진 않는다. 비슷한 예를 들자면 '다크소울 시리즈'에서 등장하는 일반적인 망자 NPC와 같다고 보면 될 듯하다.

결론적으로 '데스 도어'는 스토리 있는 어드벤처 게임으로서 높은 완성도를 보여줬다. 뒤이어 후술할 액션이 정말 재미있어서 스토리의 비중이 작을 줄 알았는데, '타이탄 소울즈'에서 못 이룬 한이라도 풀려는 건지 꽤 세세하게 스토리를 준비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맵 곳곳에 로어를 숨기기도 했으니 스토리가 궁금하다면 이를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할 듯하다.




보스전 밖에 없는 게임? NoNo

보스 전투밖에 없던 '타이탄 소울즈'와 달리 '데스 도어'는 필드 전투가 추가됐다. 플레이어는 보스와 싸우러 가기 전에 필드를 탐험해야 하며, 지역의 특성에 어울리는 다양한 몬스터들이 등장해 플레이어의 여행을 방해한다.

보스를 향해 떠나는 여정은 단순하게 일자로 이뤄진 길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다. 온갖 몬스터들은 물론 퍼즐 요소도 존재하며, 특별한 보상을 주는 숨겨진 길 역시 존재한다. 일단, 게임 내에서 전체 지도를 제공하지 않다 보니 처음에는 길을 헤맬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지도를 만들지 않았다는 것은 반대로 말하면 굳이 지도를 보지 않아도 충분히 길을 찾아다닐 수 있을 만큼 직관적으로 만들었다는 소리기도 하다.

▲ 간단한 퍼즐은 탐험에 감칠맛을 더해준다

얼핏 보면 일자 길이 아니라 두 갈래 혹은 세 갈래 길로 나뉘어 있으므로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할 수 있는데, 그냥 눈앞에 보이는 혹은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쭉 가다 보면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해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맵 이곳저곳을 찾기 위해 지도를 보며 골머리를 앓지 않아도 되니 필드 탐험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생각보다 적다.

문제는 플레이어의 앞길을 막아서는 일반 몬스터들의 존재다. 쾌적한 모험은 용납할 수 없다는 듯 시도 때도 없이 달려드는 몬스터 무리를 상대하다 보면 어느 순간 체력이 너덜너덜해질 수 있다. 이 게임은 죽을 경우, 마지막으로 방문한 명계와 현세를 연결하는 문에서 부활하게 되는데 이때 죽었던 몬스터들도 부활한다.

▲ 특정 필드는 몬스터를 다 잡기 전까지 나갈 수 없다

또한, '데스 도어'는 체력을 채울 수 있는 포션이 없다. 포션 대신 맵 곳곳에 존재하는 화분에 영혼의 씨앗을 심고 부화한 잎을 섭취해서 체력을 채우는 방식을 채택했다. 아무 곳에서나 내가 원할 때 체력을 채울 수 없다 보니 한 대의 공격만 허용해도 치명타로 이어지며, 덕분에 일반 몬스터와의 전투에서도 보스전 못지않은 긴장감을 유발한다.

아무튼 죽으면 모험을 떠났던 처음으로 돌아가 버리니 최대한 죽지 않고 다음 체크 포인트까지 가는 것이 모험의 핵심이다. 다행인 점은 게임 내에 숏컷 시스템을 잘 마련했다는 것이다. 필드에서 어떤 주요 포인트에 다다르면 체크 포인트에서 빠르게 이동할 수 있게끔 사다리 혹은 철문 등이 열리면서 숏컷이 생겨나고 이를 통해 모험 중에 죽더라도 여정을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한다는 부담이 크게 줄었다.

숏컷 시스템은 정말 기막히게 설계되어 있어 빙빙 돌아서 도착한 지점도 숏컷을 만들어 두면 체크 포인트에서 사다리 하나 타고 바로 도착할 수 있을 정도다. 이런 맵 레벨 디자인은 초창기 '다크소울 1' 이후로 오랜만에 느껴볼 만큼 완성도가 높았다.

▲ 최선의 방어는 공격? 일단 사는게 중요하다



맛깔나는 액션, 화룡점정 보스전

뭐니 뭐니 해도 역시 '데스 도어'의 꽃은 전투, 그리고 보스전에 있다. 전작에서 호평을 받았던 액션을 더욱 갈고 닦아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액션으로 승화시켰다.

일단 게임은 검, 우산, 단검, 해머 등의 다양한 무기와 4종의 마법이 존재한다. 무기마다 공격 속도가 빠르거나 한 방 대미지가 강력하다는 특징이 있으며, 본인 입맛에 맞는 무기를 골라서 싸울 수 있다. 마법은 적을 공격할 뿐만 아니라 퍼즐을 푸는 용도로도 쓰이며, 마법을 쓰기 위해선 마력이 필요하다. 대신 적에게 피해를 주기만 해도 마력이 금방 차오르니 아무 때나 써도 무방하다.

▲ 해머 손맛이 제일 좋더라

'데스 도어'의 전투는 다른 소울라이크 게임과 달리 스태미나가 없다. 따라서 제한 없이 공격하고 구를 수 있어 일반적인 액션 게임과 다를 바 없다고 느껴진다. 체력 포션을 없앤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만약 무한한 스태미나에서 체력 포션까지 주어진다면 목숨을 건 짜릿한 전투의 묘미는 사라지고 무지성 공격 플레이밖에 남지 않았을 것이다.

무한한 스태미나를 얻은 대신 한정적인 체력이 주어지니 플레이어는 자연스레 맞지 않는 전투를 펼쳐야 한다. 또한, 게임에서 적의 공격 패턴을 보고 그에 맞춰서 대응하는 전투 플레이를 강요하는 만큼 적들은 항상 공격 직전에 특정한 행동을 보여준다. 모든 공격은 플레이어가 보고 충분히 피할 수 있는 수준에서 펼쳐지니 컨트롤이 부족해도 눈치껏 게임을 즐기는 것이 가능하다.


물론, 소울라이크 장르인 만큼 게임의 난이도를 호락호락하게 만들진 않았다. 보스들은 체력이 일정 이하로 떨어지면 기존 공격에서 발전된 특수 패턴을 선보이며, 특정 공격 패턴에 엇박자를 넣는 등의 행동으로 난이도를 조절했다. 따라서 실력에 자신 있는 사람이라면 계속 때리면서 피하면 되고 만약 자신이 없다면 안전한 패턴에서만 공격하면 된다.

또 다른 특징이라면 적의 체력바가 보이지 않는 대신 적의 체력이 떨어질 때마다 몸에 빨간색 선이 그어진다는 점이다. 이는 보스 몬스터와 일반 몬스터 모두에게 해당하며, 몸에 그어지는 선을 보고 적의 현재 상태를 대략적이나마 파악할 수 있다. 이게 생각보다 별것 아닌 것처럼 느껴질 수 있는데, 마라톤에서 결승선이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은 것에 따라 마음가짐이 달라진다는 점을 생각해보자. 빨간 선이 빽빽해서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보스를 눈앞에 두면 극한의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다.

▲ 보고 피하고 때려라





기대했던 게임인 만큼 전체적으로 만족했지만, 그렇다고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우선, 2만 원이 조금 넘는 게임 가격치고 볼륨이 적은 편이다. 게임 플레이 타임은 약 7~10시간 내외로 만약 컨트롤에 어느 정도 자신 있다면 일반 몬스터를 무시하고 보스방으로 달려 플레이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또한, 까마귀를 육성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어 있지만, 게임 볼륨을 고려해서인지 육성의 깊이가 얕은 편이다. 스토리를 따라가는 어드벤처 게임이니 한 번 스토리를 깨고 나면 게임을 반복해서 플레이할만한 요소가 없다는 점도 짧은 플레이 타임을 더욱더 아쉽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 4개의 스탯, 5번의 강화가 육성의 끝

그렇지만 2만 원이란 가격이 아깝게 느껴지는 게임은 절대 아니라고 생각한다. 작은 볼륨을 충분히 만회하고도 남을 만큼 액션과 스토리에서 오는 재미가 컸으며, 오랫동안 붙잡아야 하는 무거운 게임보단 가볍게 즐기기 좋은 게임을 찾는 사람에게 적합한 게임이다.

'타이탄 소울즈'에 이어 차기작 '데스 도어'도 멋지게 선보인 Acid Nerve다. 전작에서 시도하지 못했던 다양한 시스템을 넣었음에도 처음이라는 사실을 망각할 만큼 뛰어난 완성도를 보여줬다. Acid Nerve가 앞으로는 또 어떤 게임을 선보일 수 있을지 기대된다.

▲ 데스 도어 한 판 들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