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먐미들의 잔치


▲ 흔한 반려인들의 대화 내용

고양이, 고양이는 정말 귀여운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오죽하면 유일하게 살쪄도 귀엽고 오죽하면 고양이는 귀여우니 뭘 해도 용서할 수 있다고 할까요. 사람들은 용서할 수밖에 없는 귀여운 ‘고양이’라는 생물에게 무척이나 관대합니다. 제 주변엔 강아지를 키우는 반려인들도 많지만, 고양이를 키우는 분들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강아지든 고양이든, 이처럼 누군가의 집사를 자처한 반려인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빠질 수 없는 것이 있죠, 바로 자신의 반려 동물 자랑입니다.

고양이 반려인들과 사진을 교환하다 보면 항상 놀라운 점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강아지들과 다르게 뼈가 없는 듯한 액체 같은 모습을 보이기 때문입니다. 역동적으로 치켜든 꼬리는 덤이고요. 이러한 사진들을 보고 있으면 세간에 떠도는 고양이 액체 설이 사실이라는 것을 한눈에 느낄 수 있습니다.

제 주변 집사들을 최소 20개 이상의 장난감을 갖춰 둬서 고양이와 놀아준다고 하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하더군요. 이유를 물어보니, 고양이들은 기분파 동물이라고 할 정도로 그들의 기분에 따라서 행동한다고 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고양이들은 잘 놀던 장난감도 어느 날 갑자기 질리는 성향을 보일 수 있어서 미리미리 새로운 장난감들을 쟁여 둬야 하는 것이 일상이라고 웃으며 전했습니다.

도도해 보이지만 바보 같은 행동으로 반전미를 주는 고양이의 매력을 제가 먼저 언급한 이유는 바로 오늘 이야기할 게임이 고양이와 연관이 있기 때문인데요. 이런 변덕스럽고 사랑스러운 고양이들의 성향을 있는 그대로 반영한 ‘Cats Organized Neatly’이라는 인디 퍼즐 게임입니다. 다양한 모양들의 고양이들을 가지고 이리저리 돌리며 주어진 네모 칸 안에 알맞게 맞추면 되는 간단한 규칙을 지녔는데, 저는 이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마치 고양이들과 놀아주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게임명: Cats Organized Neatly
장르명: 인디 퍼즐
출시일 : 2020. 10. 13
개발사 : DU&I
서비스 : DU&I
플랫폼: PC(Steam)




고양이가 이젠 퍼즐도 지배한다


▲ 조작 방법은 이게 끝

▲ 다양한 모습의 고양이들

이 게임은 다양한 모양의 도형들을 총 7조각으로 잘라서 하나의 모양을 만드는 ‘칠교놀이’를 모티브로 합니다. 다만 플레이어는 삼각형, 사각형 등의 도형 대신 다양한 크기의 고양이들을 이용해야 하죠. 마우스 하나로 모든 것을 진행할 수 있을 만큼 단순한 조작법, 5분도 채 안 돼서 끝나는 튜토리얼을 보며 게임이 군더더기 없이 정말 깔끔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화려하진 않지만 마치 연필로 그린 듯한 아기자기한 그래픽에 잔잔한 배경음악까지. 소소한 눈요깃거리들로 가득한 이 게임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맘에 든 것 중의 하나는 고양이들을 누르고 움직일 때마다 나오는 울음소리였습니다. 해당 레벨을 깨는 데 집중을 하는 것 보다 고양이들의 골골거리는 울음소리를 더 듣고 싶어서 고양이들을 계속 돌려볼 만큼 말입니다.

▲ 뒤로 갈 수록 실루엣 마저 역동적이게 변한다

▲ 먹어도 살 안찌는 체질이에요~

획득할 수 있는 고양이는 총 30마리이며 아직 실루엣 밖에 나오지 않은 아이들은 특정 레벨을 깨서 얻어야 합니다. 메인 메뉴에 있는 컬렉션 부분에선 여태까지 모은 고양이들의 모습과 함께 그들의 특징 또한 알 수 있습니다. 창문에 앉아서 밖을 보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 먹는 걸 너무나도 좋아하지만, 이상하게도 살은 찌지 않는 아이 게다가 주인인 초밥집 사장이 고양이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 이름을 따서 ‘참치’라는 이름을 갖게 된 고양이도 있습니다. 고양이마다 각자 가진 특징이 다르므로 컬렉션 부분에서 한 마리 한 마리 읽어 보는 소소한 재미도 겸비합니다.

아이들이 주로 즐기는 ‘칠교놀이’의 룰을 따르는 만큼 게임이 너무 쉬워서 빨리 끝내는 거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지만, 막상 플레이해보니 달랐습니다. 리뷰에 30레벨 이상이 되면 많이 어려워진다는 후기가 많았는데, 저 역시 직접 30레벨로 넘어가자 바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고양이들의 모습이 점점 역동적으로 변하며 ‘꼬리’가 길어지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게임 플레이 전에는 리뷰에 유저들의 ‘꼬리’ 언급이 정말 많아서 왜 그런가 싶었습니다. 그러나 어느샌가 저 역시 길어진 꼬리 때문에 어려움을 겪으며 고양이님 제발 꼬리 한 번만 접어달라고 외치는 저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고양이를 배치해야 하는 네모 칸도 점점 커지기도 하고 가운데에 구멍 뚫린 네모 칸들로 난처했는데, 고양이의 꼬리까지 말썽이니 퍼즐을 푸는 것이 너무 힘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 초밥집 반려묘 '튜나'(참치)

▲ 제발... 꼬리 좀.. 접어봐..



귀여운과 반비례하는 퍼즐 난이도

▲클리어한 레벨은 ★표시, 스킵은 다른 표시

▲ 떼껄룩 고양이 닮았다

게임은 총 80레벨까지 있는데 현재 내가 플레이하고 있는 레벨에 애를 먹더라도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해당 레벨을 건너뛰고 다음 레벨로 진행할 수 있는 ‘스킵’ 버튼이 있기 때문입니다. 스킵 버튼을 누를 경우엔 검은색 고양이가 나타나 정말 건너뛸 거냐고 으름장을 놓습니다. 하지만 저는 플레이하면서 너무나도 어려운 적이 많아서 자주 눌렀습니다. "계속해서 건너뛰면 새로운 고양이들을 못 얻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지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행히도 새로운 고양이들은 계속해서 얻을 수 있었습니다. 스킵 한 레벨을 클리어한 레벨과 다르게 표기가 돼서 다시 돌아가 도전해볼 수 있는 만큼 게임의 자유도가 높은 편입니다.

단순한 퍼즐 게임이지만 앞서 언급했듯 올라갈수록 높아지는 난이도에 난항을 겪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힌트가 하나도 없는 점이 아쉬웠습니다. 게임 소개에도 퍼즐 게임이라고 적힌 그대로 이 게임은 퍼즐 풀이 말고는 마땅히 즐길 거리가 없습니다. 그래도 고양이들의 컬렉션까지 있는 만큼 이를 적극 활용한 또 다른 콘텐츠들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조금은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게임을 추천하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바로 ‘고양이’가 귀엽기 때문입니다. 퍼즐이 잘 풀리지 않으면 짜증이 날 법도 하지만 클릭할 때마다 유저를 보고 웃음 지으며 골골거리는 고양이들을 보면 기분이 스르륵 풀립니다. 정말로 그거 하나로 모든 것이 용서돼?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대다수의 유저들 또한 저와 비슷한 생각들로 평가를 적는 것을 보니 역시 귀여운 것이 만병통치약입니다.

▲ 그래.. 귀여우니 됐어..




▲ 드디어 풀었다

▲ 곧 출시 예정인 강아지 버전

느긋하게 평화로운 배경음악을 들으며 퍼즐을 풀다 보니 간만에 머리를 제대로 쓰는 게임을 플레이 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여러 방면으로 고양이들을 배치하고, 막히면 포기하기보단 처음부터 다시 도전하고. 그렇게 수차례 도전 끝에 마지막 남은 고양이가 빈칸에 딱 들어맞는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 느끼는 희열감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사실 저는 진정한 힐링 게임이란 중독성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치 잊을 만하면 또다시 생각나는 특정 음식과 같이 게임 또한 은근한 중독성이 있어야 그를 통해서 힐링을 하는 것 같습니다. 이 게임을 하는 동안만큼은 오로지 퍼즐을 푸는 데에 집중하고 몰두해서 다른 생각에서 잠시 도피할 수 있었습니다. 아마 저에겐 이러한 부분이 엽기 떡볶이 또는 중독성이 강한 마라탕 그 자체라서 계속해서 특정 게임을 생각나게 하는 것 같습니다.

당신이 귀여운 것과 퍼즐 게임을 좋아하는 유저라면 더할 나위 없이 안성맞춤인 게임입니다. 웬만한 프랜차이즈 커피 한 잔 값보다 더 싼 가격으로 이 정도 힐링을 즐길 수 있다는 것에 저는 정말 만족했습니다. 게다가 올해에는 강아지 버전으로도 출시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고양이보다는 강아지 파인 사람들, 기대해주세요. 귀여운 거 옆에 또 귀여운 것, 보기만 해도 미소가 절로 지어지는 소소한 행복을 느끼고 싶으신 분은 꼭 직접 플레이해보시길 추천해 드립니다.

▲ 그래도 내 눈엔 우리애가 제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