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여 차별과 성차별, 성희롱 등을 조장하는 사내 문화 탓에 캘리포니아 평등고용주택부(DFEH)로부터 피소당한 액티비전 블리자드. 회사가 미흡한 대응을 보이자 이에 반발한 직원들이 파업을 예고했다.


이번 파업은 앞서 공개된 전현직 직원들의 성명서에 이은 후속 행동으로 현지 시각으로 28일 진행된다. 파업과 함께 성명서를 제출한 직원들은 '앞서 프랜시스 타운센드 액티비전 블리자드 최고 준법 감시 책임자의 후속 성명과 전현직 직원들이 전달한 이야기를 비춰볼 때 자신들의 가치가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라며 여성, 유색인종, 성소수자, 소외계층을 포함한 사내 직원의 여건 개선을 요구했다.

프랜시스 타운센드는 1985년 검사보로 경력을 시작해 조지 W 부시 대통령 재임 당시 국토 안보 고문으로 활동하는 등 국가 안보 관련 업무를 다수 맡았으며 제임스 코미 경질 이후 연방정보수사국, FBI의 후임 국장 후보에 오른 인물이기도 하다. 2021년 3월 최고 준법 감시 책임자로 액티비전 블리자드에 합류한 타운센드는 사내 메일을 통해 제이 알렌 브랙 대표와 상반된 어조로 DFEH의 고소를 비판하며 직원들의 반발을 샀다.

알렌 브랙 대표는 사내 메일을 통해 ▲현 상황이 참담하며 사실로 밝혀지는 혐의는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 ▲ 타 직원을 차별하거나 괴롭히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 ▲ 캠퍼스, 블리즈컨, 자택 근무 가리지 않고 모든 곳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어야 하는 것 ▲ 모든 피해 주장을 보복 가능성 없이 처리할 것이고 필요시 외부 수사를 도입할 것 등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타운센드는 알랜 브랙 대표와 달리 사내 메일을 통해 DFEH의 고소 및 조사 내용에 대해 과거에 대한 왜곡된 내용이며 많으며 다수가 거짓된 설명이 포함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파업 성명서에는 ▲ 현재 직원은 물론 향후 입사하는 직원 모두에게 구속력 있는 중재 조항(Binding Arbitration) 폐지 ▲ 개선된 채용, 면접, 채용 및 승진 정책의 채택 ▲ 상대적 보상과 승진률 및 급여 범위에 대한 데이터 공표 ▲ 제삼자의 사내 보고 구조 및 인사부, 임원진의 감사 시스템 도입과 해결책 제안이 요구사항으로 담겼다.

구속력 있는 중재 조항은 재판에 앞서 중재자가 분쟁에 대해 내린 결정이 최종적인 결정이 되는 것을 의미한다. 중재는 재판과 유사하지만 덜 형식적이며 더 빠르게 분쟁을 처리할 수 있지만, 이에 구속력이 있는 경우 중재 결정은 매우 제한된 근거에 따라서만 항소할 수 있다. 이에 액티비전 블리자드 직원들은 파업 성명서를 통해 이러한 중재 조항이 가해자를 보호하고 피해자들이 배상금을 청구할 수 있는 능력을 제한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지난 2018년 성차별적인 환경 조성을 이유로 전현직 직원들에게 피소당한 라이엇 게임즈 역시 당시 강제 중재 조항을 근거로 소송을 취하하도록 한 것이 알려지며 논란을 키운 바 있다.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직원들은 현 회사 지도부와 이전 리더들의 메시지가 공개된 후인 27일 '우리 가치가 지도부의 말과 행동에 반영되지 않는다'라며 사태 심각성 인식 요구와 함께 침묵하지 않고 물러서지 않을 것임을 성명서를 통해 알린 바 있다. 또한, 블리자드의 게임 디자이너 알렉스 탤벗은 자신의 SNS를 통해 28일 기준 현재 직원들의 성명서에 전현직 개발자 3,200명 이상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 워크래프트 팀이 전한 메시지

앞서 내부적으로 개발이 일시 중단된 사실이 밝혀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팀은 28일 공식 포럼을 통해 '지난 시간을 반성의 시간'이라고 언급하며 '소외된 집단의 보호와 이를 위협하는 사람들에게 책임을 물을 내부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알렸다. 또한, 아제로스에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세계에 적합하지 않은 내용을 제거한다고 밝혔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팀은 어떤 내용이 삭제될지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2020년 회사를 떠난 알렉스 아프라시아비가 언급된 내용이 제거될 것으로 보인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전 수석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아프라시아비는 DFEH로부터 직접 이름이 언급된 인물이다. DFEH의 주장에 따르면 그는 블리자드 연례행사 블리즈컨에서 여성 직원을 껴안고 부적절한 언행을 하는 등 노골적인 성희롱을 일삼았다.

워크래프트 팀의 메시지 발표 후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CEO 바비 코틱은 28일 액티비전 블리자드 공식 뉴스룸을 통해 '직원들과 플레이어의 의견에 따라 게임 내 부적절한 내용을 삭제한다'라고 밝히며 아프라시아비 관련 내용 삭제를 재차 확인했다.

그는 또한, 모든 주장에 대해 성실한 조사와 밝혀진 혐의에 대해서는 단호한 조처를 하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며 직원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겠다고 전했다. 더불어 회사 전체의 관리자에 대한 평가를 통한 인사 조처를 예고했으며 평등한 고용 관행 정착을 함께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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