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전인 8월 2일 시작되어, 오는 9일까지 진행되는 '방구석인디게임쇼(BIGS) 2021'이 나날이 그 열기를 더해가고 있습니다. 이미 많은 게이머분들이 홈페이지를 방문해 직접 게임을 다운로드해 플레이하셨고, 마음에 드는 게임들에 '하트'를 찍어주시고 계시지요. 하지만, 아직 이 게임쇼에 대해 잘 모르시는 분들도 계시는 것이 사실입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게이머들에게 '인디'라는 접두사는 꽤 양면적으로 인식됩니다. 거대 자본으로부터 자유롭기에 참신한 아이디어와 독특한 게임성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적절한 고민과 연구 없이 뛰어들어 지원금만을 노리며 출시된 무분별한 작품들이 난립하던 시절이 존재했기에 이 시절의 경험으로 인한 부정적 인식도 엄연히 존재하죠.

그래서, 오늘은 BIGS에 출품된 작품 중 몇 작품을 꼽아 오늘날의 인디 게임이 어느 정도의 완성도를 지녔는지, 그리고 어떤 게임성을 보여주는지 살짝이나마 보여드릴까 합니다.

물론, 출전작 수만 150종이 넘기 때문에 모든 작품을 소개해드리는 건 어렵습니다. 때문에 이미 출시된 작품을 제외하고, 미출시작 중에서만 총 7개의 작품을 선정했지요. 너무 유명해서 여러 경로로 알려진 작품을 제외한, 그간 잘 알려지지 않았던 작품들 중에서요.

만약 본인이 BIGS에 출전한 개발자라면, 이번 기사에서 소개되지 못했음을 아쉬워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특별히 작품을 골라 뽑은 것도 아니며, 그저 BIGS에 출전하는 작품들이 일반적으로 이 정도의 게임성을 보여준다는 것을 알려 드리기 위해 작성되는 기사이니 말이죠.

방구석인디게임쇼에 출전하는 모든 작품은 BIGS 2021 공식 홈페이지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 페이티드 얼라이브


로드스타즈(LOADSTARS)가 개발 중인 모바일 전략 퍼즐 게임입니다. 좀비 아포칼립스라는 대중적인 세계관을 배경으로 행과 열로 구성되는 카드 스테이지를 기반으로 재료를 수급하고, 수급한 재료를 무기로 바꿔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나아간다는 간단하면서도 독특한 게임성을 지닌 게임이죠.

'페이티드 얼라이브'의 특징은 실사풍의 매력적인 일러스트와 앞서 말씀드린 게임 시스템에 있습니다.탄약과 화약을 수급해 이를 폭약이나 총기로 조합하고, 한 행을 일거에 쓸어버리거나 광역 피해를 주는 카드로 바꾸어 목표를 달성해가는 과정에서 게이머는 최소한의 피해로 미션을 클리어하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과 계산을 반복해야 합니다.



◈ 비포 더 나이트


아트 스타일만 보고 '힐링물'이라 생각하시면 곤란합니다. '언에듀케이티드 게임 스튜디오'가 개발중인 '비포 더 나이트'는 상상 이상으로 끔찍한 비주얼의 호러 게임이니까요. 초롱초롱한 눈초리로 주인공을 바라보는 토끼들은 끽해봐야 풀이나 뜯고 심하면 침이나 좀 뱉게 생긴 비주얼이지만, 이는 '낮'에만 통용되는 말입니다.

밤이 되면, 주인공이 머무는 토끼 마을은 마경이 되어버립니다. 도대체 어떻게 생겼는지 설명조차 어려운 괴물들이 돌아다니고, 자칫 방심하면 머리만 남고 몸통이 사라지는 끔찍한 결말을 맞이하게 됩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게이머는 낮 중에 최대한 많은 안전 장치를 만들어 밤을 대비해야 하죠.



◈ In Stone



'햄스터숄더'가 개발 중인 'In Stone'은 무채색의 배경 속에서 펼쳐지는 섬뜩한 방탈출 퍼즐 게임입니다. 조각가인 주인공은 뜬금없이 정신병원에 갇히게 되었습니다. 게이머는 게임을 진행하면서 정신병원의 숨겨진 비밀들과, 주인공의 이야기를 알아가게 되고, 이 병원에서 탈출할 지, 아니면 병원의 숨겨진 진실에 다가서게 될 지를 선택해야 하죠.

'In Stone'에서 주목할 점은 선 위주로 그려진 무채색의 아트 스타일과 섬뜩함을 불러일으키는 백색 소음입니다. 아트와 사운드로 소름이 끊이지 않는 분위기를 연출해냈으니, 사실 게임성이 조금 별로여도 괜찮은 게임이 될 법한데, 게임성과 서사도 준수한 수준이죠.



◈ LAPIN



주인에게 버려져 집토끼에서 도시의 야생 토끼가 되어버린 토끼들이 공사로 인해 살 곳을 잃게 되자 꿈과 희망의 낙원을 찾아 떠나는 이야기를 그린 스튜디오 두달의 플랫포머 액션 게임입니다. 사실, 'LAPIN'의 게임 스타일은 특별히 독특하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수많은 트랩과 점프패드로 이뤄진 플랫포머 액션 게임이죠.

하지만, 극장판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한 잘 다듬어진 아트 스타일과 현악기, 피아노의 합주로 이뤄진 BGM은 이 게임의 가치를 크게 끌어올립니다. 앞서 소개드린 '비포 더 나이트'의 악마같은 토끼들과 비교하면 그 간극이 더 크게 느껴지죠. 토끼를 의인화해 캐릭터로 만들지 않고, 토끼 그 자체를 주인공(주토공?)으로 삼았다는 점도 나름 흥미로운 부분입니다.



◈ 니들송



박용민 님이 개발중인 탑뷰 형태의 도트 액션 게임입니다. 염력으로 바늘을 조종한다는 기본 컨셉을 충실히 유지하면서도 도트로 찍어낸 고딕풍의 배경, 그리고 분위기에 찰떡같이 어우러지는 레트로 BGM을 통해 긴장감과 재미를 만들어내는 작품이죠.

앞서 말씀드린 'In Stone'과 마찬가지로 배경은 기본적으로 흰색과 검은 색만이 존재하는 무채색의 세계입니다. 'In Stone'이 섬뜩함과 비밀스러운 느낌을 주기 위해 단 하나의 유채색인 파란색을 사용해 강세를 주었다면, 니들송은 반대로 피보라가 날릴 때마다 보이는 붉은 색을 통해 비주얼을 완성해나가죠. 무슨 말이 필요하겠습니까. '욘두 우돈타'가 고딕 세계로 떨어졌다고 생각하면 이 게임이 왜 시선을 사로잡는지 아실 겁니다.



◈ 아크레티아 전기



드넓은 세계를 항해하는 한 척의 비공정, 그리고 매력적인 캐릭터들과 병사들이 함께하는 RPG 게임. '아크레티아 전기'는 분명 기성 게임과 많은 부분을 닮았습니다. 흔한 카피캣이란 뜻은 아닙니다. 카피캣은 기본적으로 퀄리티는 낮으면서도 무언가를 배낀 게임에나 붙이는 단어니까요. 오자크 스튜디오가 개발중인 아크레티아 전기는 익숙한 형태의 게임이지만, 인디 치고는 너무 고퀄리티입니다.

게임 시스템 또한 영 단순하지만은 않습니다. '파랜드 택틱스'나 '삼국지 영걸전'에서 볼 수 있었던 턴제 전략을 메인 시스템으로 내밀고 있으나, 미리 병력을 구성해 돌입하는 실시간 전투나 별도의 보스전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많은 인디 게임들이 모자라는 개발비로 인한 퀄리티의 저하를 벌충하기 위해 독특한 아이디어와 게임성을 고안해내지만, 퀄리티가 장담된다면 오히려 익숙함이 승부수가 될 수 있다는 좋은 예시가 되는 게임이 '아크레티아 전기'입니다.



◈ 청구야담: 팔도견문록



코스닷츠의 '청구야담: 팔도견문록'은 배경 설정부터가 독특합니다. 홍익인간 정신을 퍼뜨리라며 신수를 파견한 옥황상제가 귀환 명령을 내리지 않은 채 졸기 시작했고, 장기간의 파견 근무에 타락해버린 신수들이 괴물이 되어 문제를 일으키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영생을 사는 도사를 파견했다는 한반도 판타지 세계가 바로 '청구야담: 팔도견문록'의 배경입니다.

귀환명령도 없이 출장지에서 시간을 죽여야 했던 신수들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퇴치해야할 대상이 되어버렸으니 뭐 어쩌겠습니까. 게이머는 퇴마사이자 도사인 주인공이 되어 괴물들이 벌인 사건을 조사하고, 추리와 수사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나가야 합니다. 마치 신선 액션 게임일 것 같은 배경을 지녔지만, 사실은 추리 어드벤처 게임이라는 뜻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