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난 금빛의 시간을 원하고 있었다.”
“금빛——. 그 무엇도 범접할 수 없는, 순수한 반짝임.”
“조금의 흐림도 없는, 그런 존재로 있고 싶었을 뿐이었다.”
- ‘금빛 러브리체’ 프롤로그 대사 中
‘금발겜’. 말만 들어선 쉽게 상상되지 않을 듯한 단어지만, 말 그대로 ‘금발 소녀만 있는 게임’을 줄인 단어다. 이런 단어를 어디서 사용할 것 같은가? 나도 처음엔 상상이 잘 가지 않았지만… 정말 존재한다. 거의 모든 등장인물들이… 심지어 ‘메인 히로인’이 전부 ‘금발색 머리카락’을 자랑하는 게임…… 만약, 자신이 “금발 머리 캐릭터가 정말 좋아!” 하는 사람이라면... 아시죠?
‘금빛 러브리체’. 일본의 비주얼 노벨 및 미소녀 게임 제작사, SAGA PLANETS이 만든 굴지의 역작이다. SAGA PLANETS은 놀랍게도 ‘Key’ 사를 가지고 있는 ‘비주얼 아츠’의 파트너 브랜드 사였던 적이 있다. 비주얼 아츠가 해외 시장을 상당히 세게 공략했던 것을 감안하면 이 회사도 나름 해외 시장을 인식하는 모양이다.
왜냐하면 이 게임, ‘공식 한국어 패치’가 실제로 존재한다.
농담으로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단순히 유저 패치의 퀄리티가 웰메이드 수준으로 준수하단 이야기도 아니다. 실제 개발사에서 공식으로 인정받은 유저들이 만든 패치다. 이전에도 ‘동급생 2’나 ‘프린세스 에반젤’ 등의 게임이 현지화되기도 했지만, 근래에 나온 미소녀 게임의 한국어 패치가 공식으로 인정받은 경우는 상당히 드문 경우라고 볼 수 있다.
게임의 평가도 미소녀 게임 기준으로도 상당히 좋은 수준이라 볼 수 있고, Steam에도 ‘KinKoi: Golden Loveriche’라는 이름으로 2021년 6월에 출시되기도 하였다. 평가도 좋은데, Steam에서도 출시되었고 공식 한국어 패치도 따로 존재하는 이 게임을 최근 미소녀 게임에 몰두하게 된 내가 안 할 수가 없었다. 아오카나 엑스트라 1을 마치고 곧바로 금빛 러브리체의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되었다.
(출처: 유튜브 'SAGA PLANETS チャンネル' 채널)
게임명: 금빛 러브리체 | 개발사 : SAGA PLANET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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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련 링크: ‘금빛 러브리체’ 오픈크리틱 페이지
귀족과 평민. 그 갈등 사이에, 금빛을 잃어버린 소년이 왔다.
우연히, 검은 양복에게 쫒긴 소녀를… ‘금빛’으로 물든 머리카락을 보고 금빛으로 있고 싶을 뿐이었다면서 왕자님처럼 들어 올려 전력으로 도망칠 ‘용기’가 있는 소년, ‘이치마츠 오로’. 그런데 사실 소녀는 괴한들에게 쫒긴 것이 아니었고, 오히려 자신이 소녀, 왕족의 ‘공주’를 납치한 납치범으로 몰려버리게 되었다. 금발의 소녀는 ‘솔티레쥬’라는 가상의 국가의 공주인 ‘실비아’.
실비아는 자신의 측근인 ‘엘’과 상담하면서 그에겐 죄가 없다면서 면죄부를 주려고 하지만, 이미 일본의 경찰에게도 알려져버린 탓에 솔티레쥬의 법대로 팔 한 쪽을 짤리거나, 쇠창살에 갇혀야 할 운명에 처하게 되었다. 인생 대위기인 상황에서 실비아는 오로를 도와주기 위해서 ‘노블 학교’에 입학하는 것을 제안하였다. 친구로 위장하면 대부분 오해로 끝날 것이라는 첨언과 함께.
결국 오로는 이지선다라는 느낌으로 귀족들이 다니는 호화로운 학교, ‘노블 학교’에 거의 반강제적인 느낌으로 입학하게 된다. 오로는 이전에 ‘모종의 이유’로 학교를 자퇴했을 정도여서 노블 학교에 어울리는 인재는 아니었기에 금방 귀족들에게 배척을 당하기 시작한다. 그런 그에게 실비아를 포함해 여러 친구들이 생기게 되고, 목표가 없던 그의 새로운 학교 생활이 시작하게 된다.
본 작품은 ‘귀족과 평민’ 사이의 갈등점도 다루고 있다. 물론 현대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광경이지만, 여기서 말하는 귀족은 꼭 ‘왕정제’만을 이야기하는 건 아니다. 흔히 말하는 재벌. 우리나라에서도 재벌 2세라든지, 이런 사람들이 있지 않은가? 그런 사람들이 ‘제왕학’을 교육받고, 그것에 의해 평민과의 거리를 두며 벽을 만들며, 오히려 차별한다는 그런 느낌이다.
하지만 오로의 거의 유일한 수준의 남성 친구, ‘로쿠온지 키쿠치요’가 말했듯, “귀족과 평민이라고 구분 지어도 결국 인간”이라는 말처럼 평민이었던 오로는 기숙사에 살던 사람들에게 큰 도움을 주고, 나름대로 타인을 계속해서 신경 써주었기에 점점 평가가 바닥에서부터 올라오게 된다. 오로는 친구들의 도움을 받았다고 하지만, 엘의 평가로는 ‘오로가 만들어낸 것’. 나중에는 학교의 생활은 정상적으로 돌아오게 되지만, 오로의 앞날은 조용할 일이 없게 된다.
공통 루트
공통 루트는 정말 신기하다. 보통은 ‘메인 타이틀 -> 프롤로그 -> 오프닝 무비 -> 공통 루트 -> 자연스럽게 히로인 루트로 이동 or 배드 엔딩 or 노멀 엔딩’ 등으로 이어지는데 이 작품은 타이틀 없이 ‘공통 루트 -> 오프닝 무비 -> 히로인 루트 선택 메뉴’로 이어지게 된다. 즉, 기나긴 공통 루트를 전부 클리어 해야 오프닝 무비가 나오고, 이제서야 게임을 시작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이 루트는 ‘오로’의 좌충우돌 학교 생활기라고 해야 할까. 충분한 빌드업을 마친다는 느낌이 강하다. 처음에는 학교의 친구들과 생활하기도 힘든, 그런 벽도 있었고 오로 또한 들어간다던 기숙사가 현재는 거의 ‘여자 기숙사’처럼 되었다는 사실과 귀족들의 멸시의 눈총을 받으면서 점점 어두워져 간다. 그런 그에게 ‘실비아’, ‘엘’, ‘레이나’, ‘키쿠치요’ 등의 친구가 있었기에 망정인 수준.
말 그대로 모든 히로인들의 매력을 뿌리는 공통 루트인 만큼, 각 히로인들의 매력을 소개하는 구간이 흔치 않게 보인다. 순간에 ‘선택지’가 있고, 선택지를 누르는 대로 보고 싶은 히로인과의 부실 생활을 경험할 수 있게 된다. 히로인 선택 메뉴가 따로 있는 만큼, 여기서 어느 것을 선택하던, 별 의미는 없기에 고민 없이 원하는 선택지를 누르는 것을 추천한다.
공통 루트에서 레이나와의 패션 동아리 시간 도중, ‘비닐로 된 옷’을 입은 것과 패션의 이야기가 나왔는데… ‘이거 ‘JYP’는 아니겠지...’ 라는 생각도 했다. 있을 법하다. 실제로… 비닐바지 패션은 꽤 충격적이었으니까 말이다. 이런 것처럼 생각보다 ‘상식’ 이야기도 많이 나온다. 명문 학교라는 이름에 맞춰서 그런지. 가끔은 심도 있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한다.
실비아 루 크루스크라운 솔티레쥬 시스아 루트
어쩌다보니 엮이게 되고, 어쩌다보니 오로의 인생을 밑바닥에서 최정상까지 끌어올리게 만든 주범. 다만, 실비아는 악의가 없이 매번 싱글벙글, 오로를 진심으로 친구라고 생각했고 그런 그녀의 분위기 메이킹을 통해서 점차 친구들도 많아지기 시작했다. 사실상, 아웃사이더의 느낌을 풍겼던 오로가 학교를 다니며, 다시 평범한 생활을 이어가게 만들어 준 은인이다.
실비아 또한, 오로에 대한 것을 굉장히 크게 신경 쓰고 있었고, 오로 또한, 공통 루트와 실비아 루트 초반부에서 어릴 적의 이야기도 많이 떠올렸으니 자연스럽게 연심이 붙게 되는 과정을 거친다. 공통 루트에서도 실비아를 미는 느낌이 있었고, 주변인 중 하나인 ‘소마 리아’ 또한 실비아와 연인이 되는 것을 줄곧 밀어주고 있었으니 말이다.
실비아 루트에서의 오로는 자연스럽게 실비아의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오로 자신은 실비아와의 신분 차이에 고민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는 자연스럽게 ‘외교관’이란 자리에 올라가면 실비아와 연결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비교적 생각하지도 않았던 공부와 매너 강습을 철저하게 공부하고 연구하기 시작한다.
작중 내에서 ‘이로에’라든지, ‘류조지’와 같은 실비아와 또 다른 친분을 지닌 ‘남성’이 등장하면서 다른 작품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라이벌’ 관계를 형성하는 것도 실비아 루트만의 재미있는 요소 중 하나다. 이로에 자작이라는 거대한 벽(?)에 맞서는 서민, 이치마츠 오로 (feat. 소마 리아)의 고군분투는 사랑에 빠진 남성이 어떻게 행동하는가를 보여준다.
단점으로는 오로가 과거에 있었던 일을 상당히 많이 잊어먹었다는 점이다. 아무리 어릴 적이라지만, 내용을 너무 기억해내지 못 해서 답답해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 그렇지만 이 두 소년소녀가 엇갈리면서도 서로를 찾아가는 모습은 보는 사람의 기분을 절로 흐뭇하게 만든다. 골든 타임 루트 엔딩 이후, 바라보는 실비아 루트는 조금 색다른 면모가 있다. 만약 자신이 모든 루트의 엔딩을 봤다면 꼭, 실비아 루트의 끝을 다시 보는 것을 권장한다.
키사키 레이나 루트
처음부터 오로에게 친한 인상을 주었던 사람들 중, 한 명으로 오로의 입장에선 ‘같은 평민’이기에 마음 놓고 이야기할 수 있었던 상대기도 하다. 쇼핑도 어울려주고 가끔은 오로의 방에 멋대로 침입하기도 하지만, 그건 ‘소마 리아’도 비슷한 느낌으로 쳐들어오기도 하니, 오히려 그 당시, 배척을 받고 있던 오로의 입장에선 오히려 고마워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평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주변에 친구들을 많이 쌓아둔 레이나는 묘하게 주변의 공기를 읽고, 주변 챙겨주기를 잘한다. 겉모습이 놀기 좋아하는 ‘갸루’처럼 실제로도 노는 것을 굉장히 좋아하나, 노블 학교에 입학한 것이 괜한 것이 아니라는 듯, 실제로는 ‘꿈’을 위해서 공부한 부분도 상당하다는 것도 알 수 있다.
그리고 생각보다 시모네타 (에로 드립)를 엄청 좋아한다. 작중, 시도때도 없는 시모네타는 살짝 저질스럽기도 하지만 주변의 공기를 많이 누그러뜨리기도 해서 좋은 방향으로 작용할 때도 많다. 그걸 받아치는 사춘기의 남성, 오로도 상당히 달인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즐거운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이 루트는 그런 키사키 레이나를 알아가게 되는 루트다. 그녀가 어째서 많은 사람들과 친해졌는지부터 알아가는 오로는 레이나가 실은 배려심이 많은 아이라는 것을, 한가지 일에 몰두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차츰 깨달아가면서, 자신의 과거에… 중학생 때의 시절에 한 층 더 발을 들이밀게 된다. 키워드는 ‘커피 우유’. 99%의 고민을 날려주기 위해 마신다는 느낌으로 인식하면 좀 더 루트를 이해하기 쉬워질 수도 있다.
에로이나 디 카발레로 이스타 루트
첫 인상은 그리 썩 좋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멋대로 인터넷 이용내역을 뒤져보거나 주인공을 칼로 위협하는 등, 대의가 있었다고는 하나 너무나도 강경한 그녀의 대책은 고지식함을 넘어서 안타까울 수준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오해가 풀리고 해결되고 나니, 사실 그녀는 의외로 ‘사람을 잘 챙겨주는 면모’가 있는 상냥한 사람이었다.
업무는 업무대로 챙겨가면서 실비아 공주를 보좌하고, 그리고 학교 생활까지 충실하게 해내는 그녀를 보면 완벽초인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그런 그녀는 실비아의 명령이면 자연스럽게 해내나, 사실은 실비아와 모종의 관계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 공통 루트에서도, 엘 루트에서도 자연스러운 의문점으로 남아 있기에 그런 부분이 이 루트에서 풀어지게 된다.
엘 루트에서는 유명인보다 덜 유명한 사람이 되어버린 ‘엘’에게 각종 ‘파파라치’나 ‘잡지 기자’ 등이 달라붙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처음에는 이게 빌미가 될 줄 알았지만, 오히려 오로와 엘의 사이가 더욱 깊어지게 되는 계기를 만들어준다. 그리고 그대로 골인. 작중 내의 실마리 중 하나였던 ‘엘과 실비의 사이’도 자연스럽게 해소된다.
엘은 처음에는 ‘실비를 위해서’라는 맹목적인 충성심 때문에 오로와의 벽이 많았으나, 차츰 자신이 정말로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것을 바라고 있는지 찾아가는 과정을 거치며 자신들만의 ‘금빛’을 발견한다. 그리고 어떻게 보면 ‘집착’의 영역에 있었던 실비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혼자만의 길을 걸울 수 있게 된 엘을 위한 루트라고 볼 수 있겠다.
쿠류 아카네 루트
처음에는 개방되어 있지 않지만, 한 명의 루트라도 클리어하면 개방된다. 숨겨진 히로인이란 느낌이지만, 실제로는 더 큰 의미로 비밀의 루트가 있기에 어느 위치로 봐도 애매한 아카네 루트는 굳이 숨겨져 있다는 인상을 받긴 힘들다. 분량 또한, 다른 루트에 비해서 빈약하다는 점도 매우 아쉬운 부분.
아카네는 자연스럽게 엮일 상황을 만들어준 사건에 엮이지 않은 히로인이다. 그런 만큼, 접점이 거의 없었어야 정상이지만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오로의 신경을 매번 써주는 활달한 성격 때문인지, 점차 거리가 좁혀지고 그대로 히로인 루트까지 돌입하는 느낌이다. 다만, 이번에는 아카네가 먼저 고백하고, 오로가 그녀의 마음을 확인하게 되는 과정을 거친다.
그런 느낌에서 연애적인 면모를 확실히 많이 드러낸다. 레이나 루트에서는 연애를 하고 있다라는 느낌보다는 친구라는 느낌으로 많이 다가갔다가, 갑작스럽게 계기를 통해서 연애 루트를 타는 느낌이면, 아카네는 처음부터 돌직구! 라는 느낌의 연애다. 확실히 캐릭터도 “직구 승부!”라는 느낌의 캐릭터라고 해야할까. 상당히 인상적이다.
분량 이외에도 루트의 스토리 자체도 살짝 미묘했다. 예를 들어서 ‘독백’을 이용해 독특한 연출을 부여한 것은 좋았으나, 아카네 루트를 타게 되면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들과도 거리가 생기게 된다. 이 게임의 재미를 담당하는 실비아의 만담이나 마치 인생상담소 같은 리아와의 대화도 줄게 된단 것. 그렇다고 아카네가 ‘재밌는 캐릭터’냐고 하면 썩 그렇게 와닿지는 않았다.
골든 타임 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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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마 리아 루트
사실 미연시를 어느 정도 했던 사람이라면 다들 짐작이 갈 수 있는 루트다. 그래서 ‘스포일러’라고 말하기에도 뭣한 부분이긴 하지만, 그래도 4개의 루트를 전부 클리어한 뒤에 등장하는 ‘그랜드 엔딩’에 해당되는 루트기에 펼치는 것만으로도 스포일러라고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물론 혹여나 실수로 클릭한 독자들을 위해서 큰 스포일러는 없이 작성되어 있다.
소마 리아는 작중 내에서 큰 비밀을 안고 있는 캐릭터다. 실비아 공주와 오로와 친했었던 또 하나의 인물이기도 하며, 작은 비밀들을 여러 개 안고 있는 불량배라는 느낌이다. 이전 루트에서는 어느 하나 무시할 수 없는 오로의 ‘조력자’로서 등장했지만 이 골든 타임 루트에서는 하나의 공략할 수 있는 캐릭터로 그려진다.
특히 이번에는 이치마츠 오로의 ‘잃어버린 10년의 기억’에 좀 더 접근하게 된다. 굉장히 중요했던 그 날의 추억. 하지만 실비아 루트의 키워드가 그대로 남은 채, 오로는 중요한 것들을 잘 기억해내지 못했다. 이번 루트에서는 그의 기억에 발을 담그는 것만이 아닌, 물에 흠뻑 적시듯 과거를 체험할 수 있게 된다. 가장 소중하면서도 아련한 추억을.
그 뿐만 아니라 제목, ‘골든 러브리체’라는 단어에도, 작품에 주제에도 한층 가까이 가게 된다. 이미 공통 루트에서 골든 러브리체가 어떤 물건인지, 어떻게 사용되었는지 알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좀 더 근본적인 의미로 다가가게 된다. 왜 ‘금’을 사용했는지, 금과 은의 차이가 무엇인지. 이 요소를 리아 루트에서는 조금 다르게 사용하게 된다.
그야말로 끝을 장식하는 루트로서 굉장히 공을 들였다. 솔직히 말하자면 ‘100번 말해봤자 한 번 보는 것’만큼의 힘을 내진 못한다고 생각하지만, 모든 루트에 시간을 투자하고 이 루트를 볼 만큼의 가치가 있냐고 물어본다면, 작품의 평가를 다시 생각해보게 만들 정도의 힘은 있다고 말해줄 수 있다. 그야말로 ‘최고의 시간’을 보내는 소년과 소녀의 이야기니 말이다.
‘골든 타임’. 최고의 시간을 보내는 그들의 이야기
과거의 상처와 귀족과 평민 사이에서 얽히지 못하는 오로와 그를 노블 학교라는 곳으로 이끌어주면서 항상 밝은 모습을 보여주는 ‘실비아’와 그리고 그녀를 보좌하는 ‘엘’. 실비아의 여동생이자 공주인 ‘미나’와도 엮이게 되고, 그 외에 실비아의 친구인 ‘레이나’, 기숙사에서도 활달한 느낌을 가진 ‘아카네’, 불량아지만 실은 섬세한 면이 있는 ‘리아’까지. 오로가 노블 학교에 와서 친구들과 만나 겪는 최고의 시간, ‘골든 타임’을 다루고 있다.
어느 루트에서도 오로가 겪는 고민은 제각각 다르지만, 그 안에서도 그는 확실하게 자신만의 소중한 시간을 잡는다. 야구부 때의 소중한 친구의 고민이나 달콤한 사랑 이야기, 공주와 기사 간의 비밀이나 세 명의 어린아이가 보냈던 소중한 추억, 그리고 약속. 주인공이 겪는 이야기는 제각각 다르지만, 사랑에 빠지고 한심했던 자신을 바꾸어 시간을 보낸다.
게임 내의 공통적인 설정, 그리고 연대표를 자연스럽게 섞어내는 점도 이 게임의 특징 중 하나다. 물론 정말로 세세하게 설정을 꼬아두거나, 충격적인 전개가 많다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금과 은’이라는 색상과 ‘추억’과 ‘좌절’이란 테마를 상황에 맞게 꾸미고 변화시킨다. 예를 들어서 오로의 과거는 10년 전과 청소년 시절에 각각 저마다의 사건이 있었는데, 이 부분을 전부 알려면 아카네 루트를 제외한 모든 루트를 진행해야지만 알 수 있게 된다.
전체적인 주제는 ‘소중한 시간’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보여준다. 그 형태는 히로인들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오로가 맞춰주는 느낌이 되지만, 오로도 사랑에 빠지면서 최적의 순간을 보내게 된다. 사람은 ‘멋진 척’을 해야 한다는, 비록 내면을 숨기고 외면을 겉치장하게 된다 할지라도 그 사람은 ‘그 순간을 열심히 살고 있기에’ 멋있는 척을 하는 것이라며 칭찬하는 부분은 이 작품의 주제의 핵심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금빛 러브리체는 일본의 미소녀 게임을 평가하는 곳에서 ‘다량의 상’을 휩쓸었을 뿐만 아니라, 인지도도 상당히 높은 작품이다. 그만큼의 보상을 마치 ‘금빛의 보물’을 간직한 주인공처럼 게임 속에서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높게 평가받는다. 러브 코미디는 물론, 감동적인 상황까지 함께 맛볼 수 있는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의 장점을 많이 끌어올렸다.
아쉬운 점이라면 이전에 플레이했던 게임이 개연성이 상당했고 독특한 SF 설정으로 많은 흥미를 이끌었던 ‘푸른 저편의 포리듬’이라는 점이다. 둘의 스토리가 상당히 다른 만큼, 직접적으로 비교하고 싶은 마음은 없으나 금빛 러브리체는 그런 독특함은 많이 없는 편이다. 그나마 ‘금발 캐릭터’로 무장한 부분을 말할 수 있으나, 그렇게 따지면 영화, ‘갓 오브 이집트’도 독특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모든 미소녀 게임이 ‘독특한 설정’을 가지고 있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런 만큼 ‘정통파’로 노릴 수 있는 학원물에 러브 코미디를 제대로 섞어낸 작품이라 볼 수 있다. 정공법으로 도전하는 것은 트렌드가 계속해서 변화하는 세상에서 어려운 일일 수도 있는데, 훌륭한 시나리오는 역시 평범한 설정에서도 빛을 발하는 법이다.
금빛 러브리체는 빌드업 과정이 상당히 길다. 특정 루트에서 감동이나 재미, 그리고 여운을 한꺼번에 터뜨리기 때문에, 그 과정을 거치는 과정에서 지루함을 느낄 수도 있다. 흐름상 많이 관계 없는 ‘레이나 -> 아카네’ 먼저 공략하고 이후, 복선 회수를 위해 ‘엘 -> 실비아 -> 골든 타임’을 거치는데 공통 루트까지 시간을 들여 봤는데 거기서 그랜드 엔딩을 위해 복선과 무관계한 루트까지 거쳐야 하는 것은 조금 힘들다.
그렇지만 미연시로서도, 비주얼 노벨로서도 기본을 충실하게 지키면서도 어느 하나의 이야기도 큰 부족함은 없게 꾸며져 있는 금빛 러브리체. 큰 인기를 보였던 만큼, 팬디스크 형태의 외전 게임이 하나 더 출시되었는데 엔딩을 보았으니 곧바로 외전을 플레이하러 갈 것 같다. 이러니저러니해도 미연시의 길은 끝이 없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