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에 서비스를 종료했던 '카오스 온라인'이 지난 19일에 다시 돌아왔습니다. 3년 전과 똑같이 네오액트가 개발하고 세시소프트가 퍼블리싱하는 형태로 오픈베타 서비스를 개시했죠.

'카오스 온라인'은 워크래프트3 시절, 인기 유즈맵이었던 카오스(CHAOS)를 바탕으로 만든 온라인 게임입니다. 카오스 유즈맵의 개발자가 참여해 원작의 감성을 담았으며, 유즈맵이기 때문에 구현하기 어려웠던 시스템을 추가해 진입장벽을 대폭 낮춘 것이 특징입니다.

요즘은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롤)'가 AOS 장르의 대세로 자리 잡고 있지만, 롤이 출시되기 전에는 대부분 게이머가 카오스 유즈맵을 통해 AOS 장르를 접해볼 만큼 엄청난 인기를 끈 게임이기도 합니다. 과거에 친구들과 피시방에서 해봤다면 서로 언데드 진영을 하겠다고 신경전을 벌인 기억쯤은 있을 것 같네요.

아무튼, 추억의 게임이었던 '카오스 온라인'이 다시 돌아왔습니다. 나름 북미 때부터 롤을 즐겨왔으며, '도타2'와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등 AOS 장르를 꾸준하게 즐겼던 입장에서 꽤 반갑더군요. 그래도 한때 국내 AOS의 중심에 서 있던 게임이니 말입니다. 3년 만에 다시 해보는 '카오스 온라인'은 과연 얼마나 달라졌으며, 최근 게이머의 기준으로 봤을 때 여전히 할만한 게임일까요? 지난 5일 동안 게임을 해본 소감을 간단하게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과거에 서비스했던 '카오스 온라인'와 현재 재오픈한 '카오스 온라인'의 차이에 대해 짚고 넘어가도록 하죠. 꽤 많은 부분에서 달라졌거든요.

가장 큰 차이점은 게임의 플레이 시간이 대폭 단축되었다는 점입니다. '카오스 온라인'의 승리 목표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적의 본진을 먼저 부수는 것, 그리고 제한된 시간 안에 최대한 상대 팀의 건물을 많이 부수는 것이죠. 기존 '카오스 온라인'은 한 판에 최대 50분의 제한 시간이 있었습니다. 제한 시간 안에 상대팀의 본진을 부수면 당연히 승리하지만, 보통은 한 판에 40~50분 정도 걸렸습니다. 캐릭터들의 성장이 느린 편이고 타워를 한 번에 쭉 밀어붙이는 변수가 적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어느 정도 숙련되면 쉽게 죽지 않는다는 점도 게임 시간이 길어지는 원인이 되었습니다. 싸우다가 죽을 것 같으면 포탈 타거나 안티 쓰고 도망치니 합동 공격으로 순식간에 죽지만 않는다면 어지간해서는 잘 안 죽거든요. 한타가 벌어져도 적들이 도망을 가면 이득을 보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니 초중반에 전투가 질질 끌린다는 느낌을 받기 쉽습니다. 결과적으로 한 판마다 걸리는 시간이 길어지니 요즘처럼 라이트한 게임이 대세가 되는 상황에서는 잘 맞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죠.


반면, 재오픈한 '카오스 온라인'은 제한 시간이 30분으로 단축됐습니다. 빠르게 끝낸다면 25분 안팍으로 끝낼 수 있게 된 것이죠. 게임 플레이 시간이 20분이나 단축되었다는 사실은 곧 게임의 템포가 엄청나게 빨라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실제로 게임을 해보면 게임 상황이 엄청 빨라진 게 체감됩니다. 솔직히 처음에는 게임 상황이 순식간에 바뀌니까 적응이 잘 안 되더군요. 내가 예전에 했던 '카오스 온라인'이 맞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죠.

일단, 캐릭터들의 경험치 요구량이 적어져 본격적인 한타가 벌어지는 구간이 빠르게 찾아옵니다. 라인전에서 몇 분 정도 투덕거리고 있으면 금방 6레벨이 돼서 궁극기를 배우고 여러 라인을 스왑해가면서 한타 각을 잡는 상황이 됐거든요. 전체적으로 좀 더 스타일리쉬해진 느낌입니다. 과거에는 성장이 느려서 초반의 지루함이 컸다면 이제는 빠른 성장을 앞세워서 최대한 빠르게 뭉친 뒤 한타 싸움을 유도하거나 크립 싸움을 통해 이득을 취하는 방식으로 게임 진행이 달라졌습니다.


특히, 대괴수의 존재가 게임에 엄청난 영향을 주는 변수로 급부상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과거에는 대괴수를 쓰러트린 뒤 아군으로 만들어도 잘 큰 적팀 한 명과 1:1 전투에서 쓰러지니 큰 의미가 없었습니다. 그저 시간 끌기용 혹은 라인 정리용에 그쳤죠. 그랬던 대괴수가 엄청난 버프를 받고 강력해져서 돌아왔습니다. 이제 내버려 두면 혼자서 라인 하나를 쑥대밭으로 만들 수 있을 정도로 말이죠.

이전의 카오스에는 게임의 승패에 영향을 주는 게임 내 변수가 많지 않았습니다. 게임에서 제공하는 변수보다는 유저들의 피지컬에 따라 승리의 판도가 달라졌습니다. 롤처럼 전령과 바론, 용을 잡아서 버프를 얻고 이를 통해 스노우볼을 굴리는 그런 시스템이 거의 없다시피 했죠.

하지만, 대괴수의 상향을 통해 롤에서 바론 혹은 용과 같이 자연스럽게 한타를 유도하는 존재가 되었다는 점은 꽤 만족스러웠습니다. 암묵적으로 모여야 하는 상황을 만들어 전체적인 흐름이 체계화된 느낌이랄까요. 확실히 과거의 카오스를 생각하고 플레이한다면 색다른 재미를 느껴볼 수 있을 겁니다.

추가로 진영에 상관없이 모든 영웅을 고를 수도 있게 바뀌었는데 그 외에는 다 똑같아요. 안티와 디스펠, 포션 등도 여전히 존재하고 나무를 부숴 길을 만든다거나 정글에 자리를 잡은 크립들도 똑같습니다.


한편, 같은 장르인 롤과의 비교를 안 할 수 없을 것 같은데요. 과거의 AOS 대세 게임이 카오스였다면 요즘 대세 게임은 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예전에는 카오스를 통해 AOS를 배웠다면 이제는 롤을 통해 AOS를 배우는 시대가 돼버린 것이죠. 롤을 기준으로 '카오스 온라인'을 본다면 많은 부분에서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해 바꿨다지만 여전히 어려운 게임이라 생각됩니다.

롤처럼 점멸이나 유체화, 텔레포트 같은 부가적인 생존 기술도 제공하지 않고 부가 아이템인 안티와 디스펠, 포탈에 따라서 전투의 변수가 많아지기 때문입니다. 라이트 유저를 겨냥하기 위해 전체적인 플레이 타임을 줄인 것까지는 좋지만, 전투 시스템은 이전과 똑같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전투의 난이도, 진입장벽은 비슷한 느낌이었습니다.

반대로 이전에 카오스를 했거나 도타를 했던 게이머라면 '카오스 온라인'을 정말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루했던 구간을 단축하고 한타 싸움을 유도하도록 게임 밸런스가 조절되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게임의 템포가 빨라지고 대괴수의 효율이 높아졌다는 점만 유의한다면 이전에 했던 유저들도 쉽게 적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오랜만에 친구들과 함께 카오스 한 판 해보시는거 어떨까요. 이제 진영 때문에 편가르기를 하지 않아도 되고 바쁜 현대 사회를 생각해서 한 판에 딱 30분 밖에 들지 않으니 간단하기 즐기기도 좋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