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어비스의 '도깨비(DokeV)'는 2019년 8월 최초 발표되던 시점부터 여러모로 관심을 받아 온 타이틀이다. '검은사막'부터 '붉은사막'에 이르기까지 펄어비스가 고수해온 15세 이상 이용가에 걸맞는 감성은 온데간데 없이 아동용 게임이라 봐도 무방할 정도로 흘러넘치는 아기자기함부터가 그랬다. 천진난만한 눈망울로 스케이트보드에 올라타는 캐릭터 디자인과 검은사막의 자이언트는 너무나 큰 갭이 느껴졌으니 말이다.

가장 많은 궁금증을 자아낸 부분은, 이 발랄함의 향연은 그렇다 쳐도 정작 이 게임이 뭔 게임인지 알 수가 없다는 점이었다. 공개 시점에서 펄어비스가 밝힌 장르는 '수집형 오픈월드 MMO' 오픈월드야 그렇다 쳐도, 수집형과 MMO의 결합이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지는 도무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2년이 지나, '도깨비'의 새로운 소식이 '게임스컴 2021'을 통해 들려왔다. 2년 전과 달라진 점은 일단 장르명의 변경. 수집형 MMO가 뭔지 감을 잡지 못한 건 나뿐만이 아니었던지, MMO가 슬그머니 들어가고 '도깨비 수집 오픈월드 액션 어드벤처'라는 기나긴 장르명을 명찰처럼 달고 나타났다.

그리고, 이와 동시에 게임 플레이 영상도 공개되었다. 최초 공개 당시 이상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던 트레일러 OST인 '락스타'의 길이에 맞춰 이번 영상 또한 4분에 가까운 길이. 트레일러 치곤 길면서도 게임을 완전히 파악하기엔 짧은 길이지만, 일단 영상을 분석해 알아낼 수 있는 정보란 정보는 죄다 뽑아내볼까 한다.



'펄어비스'다운 그래픽 수준

먼저, '그래픽'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국내는 물론이고, 세계 수준에서도 손꼽히게 비주얼을 뽑아내는 펄어비스답게, 영상 내에서 확인할 수 있는 도깨비의 그래픽은 굉장히 수려하다. 아트 스타일때문에 잘 눈에 띄지 않지만, 최근 하이엔드 그래픽 렌더링 트렌드인 포토 리얼리스틱 못지않은 수준이라 해야 할까.


그래픽에 힘 좀 준다 하면 꼭 들어가는 '레이 트레이싱'의 흔적도 엿볼 수 있다. 영상에서는 워낙 빠르게 화면이 전환되는지라 쉽게 느끼기 어렵지만, 공식 홈페이지에 게시된 스크린샷을 통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 저 많은 광원의 반사광을 처리하는 모습

동시에, 다소 익숙한 '펄어비스다운' 그래픽 마감새도 엿볼 수 있다. 2분 33초경 등장하는 억새밭의 비주얼은 검은사막이나 섀도우 아레나에서 보던 수풀의 처리와 거의 유사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 누군가 펄어비스식 그래픽이 뭐냐 묻거든, 고개를 꺾어 억새밭을 보게 하라

그래픽 수준과 별개로, 한국적 정서가 듬뿍 들어간 월드 디자인은 참 칭찬하고 싶은 부분이다. 해외로 수출되는 게임이 적지 않음에도 AAA급 게임에 한국적인 정서가 녹아드는 경우는 좀처럼 볼 수 없는데, 이번 영상에서는 솟대나 한옥 옛 한국의 정서와 오늘날의 한국을 연상케 하는 도시 디자인을 조화롭게 잘 녹여낸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 이것이 K-육각정


생각보다 넓을 것으로 '예상'되는 오픈월드

게임의 주 무대가 될 '오픈월드'는 영상 내에서는 꽤 협소해 보이는 영역만이 소개되었으나, 정식 출시 시점, 혹은 게임이 완연한 라이브 서비스 페이즈로 들어갈 즈음이면 지금의 예상보다는 다소 넓거나 '넓게 느껴지도록' 디자인 될 것으로 보인다.

▲ 이 어촌(?) 마을이 현재까지 소개된 오픈 월드

영상을 보면 알 수 있듯, 도깨비의 플레이어들은 스케이트보드나 카트, 롤러스케이트 등 굉장히 다양한 지상 이동 수단을 지니고 있고, '몬스터 헌터 라이즈'의 밧줄벌레와 유사한 로프 액션을 통해 공중을 날아다니는가 하면 메리 포핀스마냥 우산을 쓰고 활강까지 한다.

오픈월드 게임의 세계 디자인은 기본적으로 캐릭터의 이동 속도와 굉장히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 캐릭터가 무자비한 속도로 날아다니는 '마블 스파이더맨'이나 '저스트 코즈'의 경우 건물을 의도적으로 키운다거나, 축적을 활용해 세계의 크기를 어마무시하게 키워낸다. 반면, 끽해봐야 짐승이 달리는 속도 정도가 한계인 '호라이즌: 제로 던'이나 '파 크라이 프라이멀'같은 경우 체감에 비해 세계의 크기가 좁은 편이다.

▲ 비행 초딩 여기 등장

'도깨비'의 경우 일단 비행까지 가능하다는 점에서 정식 출시 시점에서의 월드 크기는 생각보다 꽤 크리라 기대해볼 수 있다. 반대로, '넓어보이게끔' 연출하는 방법도 예상할 수 있는데, 일단 도깨비의 등장 인물들은 거진 다 어린아이들이다.

성인 캐릭터의 3분의 2정도 되는 캐릭터가 주인공이라면, 세계 또한 성인 캐릭터가 주인공인 경우보다 1.5배 가량 크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물론, 생각보다 빠르지 않은 어린 아이의 속도를 시각적, 음향적 연출로 '빨라보이게' 만들어야 할 필요가 있지만, 그 쯤이야 펄어비스에겐 일도 아닐 것이다.

▲ 이렇게 보면 넓어보이기도 하고

▲ 바다까지 치면 또 엄청 넓을지도 모르겠고...


'도깨비', 너의 의미는?

한가지 더 생각해야 할 건, '도깨비'의 존재 의미다. 게임의 장르가 '도깨비 수집형 액션 어드벤처'인 만큼, 게임의 핵심 콘텐츠는 도깨비를 수집하고, 이 수집한 도깨비들과 함께 적들을 무찌르는 액션 어드벤처 게임이 될 것이다.

영상 내에선 이와 같은 장면을 쉽게 볼 수 있다. 주인공이 공중제비를 돌면서 물로켓을 쏴재끼는 동안 옆에서 응원의 춤을 추는 도깨비라던가, 강력한 적의 공격을 대신 받아내 나동그라지는 도깨비의 모습도 살짝이나마 옅볼 수 있다. 그런가 하면, 가끔은 도깨비 없이 그냥 혼자 적들과 치고박는 장면도 볼 수 있다. 위에서 슬쩍 선보인 2분 33초의 억새밭 전투 씬에서 주인공은 따라다니는 도깨비 없이 그냥 혼자 싸운다.

▲ 망치질에 진심인 편

여기서, 유추할 수 있는 도깨비의 핵심 플레이 스타일은 이렇다. 일단, 기본적으로 주인공은 전투 능력을 지닌다. 물로켓을 쏘든, 비눗방울 총을 쏘든 자체 전투력은 지니고 있다. 그리고, 수집한 도깨비 중 일정 수를 지정해 동행할 수 있으며, 이때 동행한 도깨비들은 각자 특화된 롤을 지니고 있다. 예를 들면 탱킹에 특화된 도깨비라던가, 버프에 특화된 도깨비 식으로 말이다.

▲ 딜이고 탱이고 혼자 다 해먹을 것 같은 가슴에 칼 꽂힌 공유는 아쉽게도 나오지 않는다

또한, 3분 이후의 후반부 영상에서 볼 수 있듯 색종이 분사로 적을 공격하는 주인공과 마법 고양이(?)라든가, 개미햝기의 코칭에 따라 폭탄을 인스텝 킥으로 차넣는 주인공처럼 특정 도깨비를 소환해야만 쓸 수 있는 특수한 스킬이 존재함을 알 수 있다.

▲ 오늘의 마술은 흩날려라 색종이

▲ 무릎을 구부려 중심을 낮춰야 제대로 찰 수 있다 소년


게임의 콘텐츠 흐름에 대한 예상

앞선 내용들을 정리하면 이렇다. '도깨비'는 오픈월드에서 도깨비들을 수집하고, 이들을 이끌고 다니면서 적들을 격퇴하는 것이 핵심 콘텐츠이며.그래픽 수준이 굉장히 높은 게임이다. 이쯤되면, 최초 공개되었던 게임 장르인 '수집형 MMO'가 왜 폐기되었는지를 알 수 있다. 게임에 주인공만 등장한다면, MMO로도 나쁘지 않은 선택일 거다.

하지만, 일종의 소환수 개념인 도깨비를 셋 이상 줄줄이 달고 다니는 와중, 일반적인 오픈월드 MMO처럼 수십 명 이상이 필드에 돌아다니게 되면, 엄청난 과부하가 걸릴 수밖에 없다. 그래픽 수준만 봐도 구형 컴퓨터로 그런 상황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 뻔히 보인다. 물론, 최대 인원이 정해진 멀티플레이 정도는 예상해볼 수 있다.

▲ "더 올 사람 없대?", "더 오면 렉걸려..."

중요한 건, 이 게임의 콘텐츠 순환 구조다. 지금까지 알려진 도깨비의 게임 디자인은 마치 '포켓몬스터'와 '몬스터 헌터'를 합친 것에 가까우며, 그 중에서도 더 유사한 게임이라면 몬스터 헌터다. 게임의 주 목적이 도깨비의 수집과 전투인 만큼, 정해진 시나리오를 따라가는 '스토리 드리븐'보다는 꾸준히 병렬적으로 콘텐츠를 덧붙이는 형태의 게임이 될 확률이 높다.

물론, 그 과정에는 수집한 도깨비의 성장과 주인공의 성장, 그리고 장비 파밍이나 커스터마이징을 비롯해 오픈월드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들도 포함될 것이다. 게임 프로듀서인 김상영 PD는 이번 영상을 공개하면서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게임'으로 개발 중이라 밝혔고, 이는 끝이 있는 게임보다는 꾸준히 콘텐츠가 수급되는 라이브 서비스 게임에 더 걸맞는 발언이다.

▲ 치열한 싸움이 있어야 쓸모없는 친구를 걸러낼 수 있다

결국, 영상에서 살펴볼 수 있는 게임 플레이 장면과 도깨비의 컨셉 등을 고려하면, 도깨비의 콘텐츠 순환 구조는 다음과 같다고 예상해볼 수 있다.

오픈월드 콘텐츠: 도깨비 수집, 레이스, 랜덤 이벤트, 그 외에 낚시나 연날리기, 수집품 모으기 등등
핵심 콘텐츠: 협동 전투 혹은 보스 도전과 클리어를 통한 성장, 스킬 해금이나 장비 파밍, 마일스톤 시스템을 응용한 콘텐츠 해금 등

그리고, 지겨워질 때쯤 하나씩 또 다른 콘텐츠가 추가될 것이다. 그것이 오늘날 라이브 서비스 게임의 기본이니 말이다.

▲ 오픈월드 콘텐츠로 보이는 솟대 꽂기

▲ 연날리기도 되는 걸 보니 오픈월드의 꽃인 낚시도 분명 들어갈 거다

기사가 다 끝나가니까 쓰는 말이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어디까지나 다 예상이다. 아닐 수도 있고, 아닐 경우 책임은 질 수 없다. 그저 지금까지 공개된 정보를 바탕으로, 가장 그럴싸한 모습을 그리면 어떤 모습이 될 것인지를 예상해 이를 구구절절 설명한 내용이 지금의 이 기사다.

결국, 정답은 내년이 되어 봐야 알 수 있다. '도깨비'가 게이머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검은사막의 뒤를 잇는 펄어비스의 두 번째 기둥이 될 수 있을지, 혹은 그냥 붉은 사막을 기다리는게 나을지 말이다.

▲ 호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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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시각 8월 23일부터 27일까지 독일 쾰른에서 데브컴 및 게임스컴 2021 행사가 온라인으로 진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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