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당 기사는 게임 초반부의 스토리가 첨부되어 있으니 스포일러에 주의하시길 바랍니다.

개인적으로 JRPG는 선호하는 장르는 아닙니다. FPS, 어드벤처 장르처럼 빠른 스토리 진행과 화려한 연출, 피지컬을 필요로 하는 단순한 게임을 선호하다 보니 턴제 위주의 전투 방식과 캐릭터 성장에 필수적인 노가다 콘텐츠로 이루어진 정통 JRPG는 잘 맞지 않아 기피하다시피 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유독 눈에 띈 게임이 있습니다. 9월 24일 정식 발매 예정인 칼리굴라 2입니다. 사실 시리즈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예쁜 일러스트와 더불어 귀에 박히는 BGM이 워낙 취향이어서 찾아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JRPG 장르라는 점이 마음에 걸렸지만 오히려 칼리굴라 2를 통해서 JRPG 장르에 입문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게임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칼리굴라2는 2016년 PS VITA로 발매되었던 '칼리굴라'의 정식 후속작으로서 3년 전에 리마스터 발매한 '칼리굴라: 오버로드'를 제외하면 5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후속작이 발매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린 게임이지만 주목할 만한 점도 있습니다. JRPG 좀 해봤다 싶은 사람들, 혹은 해보지는 않았어도 한 번쯤은 이름을 들어봤을 법한 페르소나 시리즈의 개발자들이 칼리굴라 2의 개발에 참여했으니까요. 그래서인지 게임을 하면서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페르소나와 유사한 점이 많다고 느낄 수 있었습니다.

주인공은 모종의 일을 겪고 하교를 하는 도중 '키'라는 버츄얼 돌을 만나게 되고 키와 함께 거짓된 세계인 '리두'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리두를 창조한 '리그렛'을 함께 저지하러 간다는 내용으로 게임이 시작됩니다. 스토리를 진행하면서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가고 또 캐릭터마다 고민이나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것도 중요한 내용 중 하나입니다.

이것이 칼리굴라 2만의 독특하고 새로운 요소인 것은 아니지만 다소 어둡고 다루기 어려운 주제인 '힘든 현실과 이상적인 꿈의 세계에서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를 중점적으로 다루는 스토리는 흥미를 유발하기에 충분했습니다.

▲ 여어 히사시부리~

▲ 게임의 핵심 주제는 처음부터 꽤 직설적으로 나온다.



약간 미묘한 첫 인상

전작보다는 비약적으로 발전한 그래픽이라 할 수 있지만 요즘 나오는 게임들과 비교한다면 조금 부족해 보이는 그래픽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그래픽을 크게 따지는 편이 아니기 때문에 게임을 하는 내내 신경 쓰일 정도는 아니었습니다만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말이 있듯 조금 더 그래픽이 좋았다면 확실히 보는 즐거움은 좋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그래픽보다 좀 더 문제가 있다고 심각하게 느꼈던 부분은 캐릭터의 모션과 표정이었습니다. 주인공을 비롯한 캐릭터들의 전반적인 모션은 굉장히 뻣뻣하고 어색했습니다. 현실과 같이 자연스러운 움직임이나 연출까지는 바라지 않더라도 기본적으로 게임의 몰입을 해치지 않을 정도로 상황에 맞는 행동이나 납득할 정도의 전투 모션을 보여주길 바랐습니다만 그런 결과를 보여주지 못해 아쉬웠습니다.

또한 캐릭터들의 표정이 일관되고 변화가 없는 점도 한몫했습니다. 주인공들끼리 대화를 하거나 특정한 상황에서 격한 대사와는 다르게 표정은 시종일관 기본 표정에서 크게 움직이지 않았기 때문에 어색함을 넘어 이질적인 느낌이 들었습니다. 뻣뻣하고 어색한 움직임과 더불어 아무 변화가 없는 표정은 심각한 상황에서도 인형 같은 움직임을 보여줘 게임을 하는 내내 몰입을 방해했습니다.

▲ 전투가 시작될 때마다 이 모션이 나오는데 차라리 빼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캐릭터마다 능력치나 스킬은 정해져 있기 때문에 특별히 플레이어가 관리해야 할 부분은 많지 않습니다. 다만 두 개의 패시브 스킬을 장착해 캐릭터마다 가진 특징을 살려 전투를 쉽게 진행할 수 있으니 이 부분만 신경쓰면 될 것 같습니다. 패시브 스킬은 게임을 진행하면서 스택이 쌓이면 장착하지 않더라도 효과가 발휘되기 때문에 부지런히 패시브 스킬을 확인하며 빠짐없이 스택을 쌓으며 게임을 진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필드를 돌아다니면서 숨은 곳을 구석구석 뒤져보면 상호작용이 가능한 균열이라는 물체가 있습니다. 발차기로 깨부숴 습득하거나 상호작용을 통해서 아이템이나 재화, 플로어 잭 스택을 획득해 앞으로 있을 전투를 유리하게 이끌어 갈 수 있습니다.

필드에는 아이템뿐만 아니라 적 NPC도 돌아다니며 적이 주인공을 발견해 가까이 따라붙거나 주인공 캐릭터가 들키지 않은 상태에서 적의 뒤에 발차기에 적중했을 때 전투가 발생합니다. 적의 뒤에서 발차기에 성공했다면 무조건 선공을 가져오게 되며 전투 시작부터 유리한 부분을 선점할 수 있습니다.

▲ 능력치가 변하는 것은 주인공 캐릭터 뿐.

▲ 맵 곳곳에 숨겨진 균열을 찾아 파괴해 아이템을 획득하자.



제일 공들인 듯한 전투

전투는 실시간 턴제 전투방식을 베이스로 독특한 시스템들이 다양하게 섞여 있습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캐릭터에게 공격 명령을 내리기 전, 해당 공격을 진행하면 적과 아군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미리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어떤 순간에 어떤 공격을 해야 효과적으로 적을 상대할 수 있는지 전략적인 플레이가 가능합니다.

적과 주인공 캐릭터의 공격이나 행동에는 속성이 정해져 있는데 이 속성을 이용해 치명적 공격을 가해 빈틈을 만드는 시스템이 있습니다. 쉽게 비유하자면 가위바위보와 비슷하며 기술명 옆에 표시되는 아이콘과 동일한 아이콘을 가진 공격을 하면 치명적인 공격을 입힐 수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적에게 연속적으로 공격을 하면 스택이 쌓이는데 6 스택이 쌓이게 되면 적은 스택이 전부 소모될 때까지 치명타를 받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마땅히 공략할 기술이 없는 상황이 오더라도 어느 정도 위험을 파훼할 방법이 있습니다.

그 외에도 짧은 시간에 강력한 공격을 퍼부을 수 있는 재밌는 시스템도 여럿 있었습니다. 캐릭터별로 가지고 있는 스트레스 수치를 전부 소모해 강력한 필살기를 사용해 적을 압도하거나 전투나 균열을 통해 획득한 볼티지 게이지를 사용해 플로어 잭을 사용해 모든 캐릭터의 대기 시간을 초기화시키고 능력치를 높여 불리한 상황을 역전시키는 쾌감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 스트레스 수치를 소모해 강력한 공격을 할 수 있다.

▲ 플로어 잭을 활성화하면 캐릭터의 대기 시간이 초기화되고 능력치도 상승한다.

무엇보다 캐릭터의 공격을 연계해 더욱더 강력한 공격을 할 수 있는 것이 재미있었습니다. 특정 캐릭터는 적이 처한 상황이나 아군 캐릭터의 행동과 연계를 하면 적에게 강한 공격을 주는 능력이 있는데 이를 이용하는 맛이 좋았습니다. 캐릭터마다 공격하는 시간을 어느 정도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적의 공격과 다른 아군이 공격할 수 있는 시간을 확인해 최소한의 피해를 보면서 가장 강력하게 공격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재미가 있습니다. 턴제 전투는 밋밋한 방식이라고 생각해왔었지만 전략적 측면이 추가되면서 머리를 쓰는 맛이 좋았습니다.

이처럼 전투에서 신경 써야 할 것이 많기 때문에 머리 쓰는 맛이 좋지만 귀찮다고 느낄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칼리굴라 2에서는 자동 전투 시스템이 있어 전투가 귀찮을 때는 자동 전투 시스템을 이용해 전투를 편하게 진행할 수 있습니다. 캐릭터들이 무슨 공격을 위주로 할지 어느 정도 설정을 할 수 있어 상황에 맞게 적절한 전투를 지시할 수 있어 어느 정도 편의성도 갖추어졌다고 느꼈습니다.

▲ 연계를 통해 효율적으로 적을 공략하는 재미가 있다.



귀가 호강하는 JRPG

칼리굴라 2에서는 노래가 게임 내 설정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고 스토리의 진행 도중 직접적으로 언급될 정도로 중요한 위치에 있습니다. 그에 맞춰 큰 노력을 들였는지 퀄리티가 엄청 좋아 귀가 즐거웠습니다. 게임의 분위기와 엄청나게 어울린다는 느낌과는 거리가 있었지만 그와 별개로 흥을 돋워주어 게임을 하면서 즐겁다는 기분이 계속 들었습니다. 특히 전투 도중 플로우 잭을 활성화하면 키가 노래를 부르면서 BGM이 바뀌는데 특유의 경쾌한 노래가 게임의 분위기를 더욱더 즐겁게 만들어줬습니다.

다만 챕터별로 BGM이 정해져 있는 것인지 초반 지하철 맵에서 게임을 진행하는 내내 똑같은 BGM만 나와 후반에는 질리는 느낌이 강해 이 부분은 아쉬웠습니다. 물론 다른 게임과 비교한다면 부족하지 않고 오히려 비슷한 정도겠지만 BGM의 완성도가 높아 귀에 쏙쏙 들어올 정도로 좋았기 때문에 좀 더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욕심이 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칼리굴라 2는 완벽한 JRPG라 하기엔 단점이 명확히 보이지만 그에 못지않게 자신만의 색을 확실히 뽐내는 독특한 게임이라고 느꼈습니다. 군데군데 아쉽고 어색한 부분이 조금씩 보이지만 막상 게임을 하다 보면 탄탄하고 다양한 시스템이 구비되어 있어 본질에 정성을 쏟은 맛있는 돌솥비빔밥 같은 느낌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특히 전투 시스템은 공들인 흔적이 여럿 보였으며 시스템끼리의 밸런스는 서로의 맛을 해치지 않았습니다.

쉽게 다루기 어려운 주제 의식을 중심으로 풀어나가는 캐릭터들의 고민은 게임을 하는 저 스스로에게도 진지하게 한 번 고민하게끔 만들었고 그로 인해 자연스럽게 캐릭터에게 감정이입을 하면서 게임에 몰입하게 되었습니다. 독특한 스토리 주제와 더불어 완성도 높은 BGM은 게임을 즐기는데 더욱더 훌륭한 요소가 되어 흔히 말하는 '뽕'을 채우는데 충분했습니다.

전투 시스템이 다소 복잡하다고 할 수 있지만 한 번 익히게 되면 서로 퍼즐처럼 맞물리게 되는 시스템은 새로운 도전 욕구를 불러일으켜 재밌었습니다. 만약 이 부분이 어렵다고 느껴진다면 편의성 기능도 준비되어 있기 때문에 전통적인 턴제 JRPG는 부담스럽지만 JRPG라는 장르를 맛보고 싶은 분들이라면 입문하기에 나쁘지 않은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 플로어 잭을 활성화하면 키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는데 꼭 들어보길 바란다.

▲ 시각적 요소는 아쉬움이 조금 있지만 탄탄한 내용물은 충분히 해볼만한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