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2021 한중일 e스포츠 대회(e스포츠 챔피언십 동아시아 2021, 이하 ECEA)'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세 종목에서 승리한 중국이 초대 우승을 차지했고, 한국은 단 1점 차로 아깝게 준우승를 기록했다.

ECEA는 무엇보다 각국의 정부가 주도하는 최초의 e스포츠 국가대항전이라는 데에서 큰 의미를 남겼다. '정부 주도'라는 타이틀답게 개막식에는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비롯한 게임 및 관련 업계 인사들이 참석했고,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와 후지타 기요타로 일본 경제산업성 심의관이 영상으로 축하를 전했다.

한국e스포츠협회는 ECEA가 ▲한중일 간 우호를 증진하고, ▲국가대표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e스포츠 생태계를 활성화하며, 더 나아가 ▲e스포츠 산업의 글로벌 주도권을 확보하고자 기획됐다고 밝혔다.

먼저, 종목 선정에서 한중일 간의 화합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공통 종목으로 리그 오브 레전드(LoL)가 선정됐고, 세 국가가 원하는 종목을 하나씩 추천해 넣었다. 한국은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이하 배틀그라운드), 중국은 클래시 로얄, 일본은 PES 2021을 추천했다. 여기에 시범종목으로 개최국인 한국이 추천한 던전앤파이터를 넣어 5개 종목(4개 정식종목, 1개 시범종목)을 완성했다. 더불어 EACA는 이번 대회를 시작으로 매년 3국에서 순환 개최되며 한중일이 함께하는 국제 대회의 하나로 거듭날 것이다.

또한, ECEA의 국가대표 시스템은 종목의 성격에 맞게 자격 요건을 두었다. LoL의 경우 1군이 아닌 2군 및 아마추어로 참가 자격을 제한했다. 덕분에 아직 국제 대회에 참가한 적이 거의 없는 선수들에게 자양분이 될 뜻깊은 경험을 선사했다. 배틀그라운드는 소대전이라는 색다른 방식을 채택해 또다른 재미를 선사하기도 했고, 메이저 종목이 아닌 종목의 선수들에게 국가대표라는 타이틀로 이름을 알릴 수 있는 기회의 장을 제공했다.


마지막으로, e스포츠는 점차 전세계가 즐기는 스포츠의 한 종목으로 인정받고 있는 추세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 게임에서 시범 종목으로 운영된 데 이어 2022 항저우 아시안 게임에서는 정식 종목으로 인정받았다. 그리고, 더 나아가 올림픽 진출까지 바라보고 있다. 이런 흐름에서 ECEA의 개최는 동아시아가 e스포츠 산업의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된다.

초대 ECEA는 e스포츠 팬들에게 기대 이상의 재미를 가져다주었다. PES 2021을 제외한 모든 종목에서 예선과 결승전 결과가 뒤바뀌었다는 게 보는 맛을 더했다. LoL과 배틀그라운드 예선에서는 중국이 1위, 한국이 2위를 차지했지만, 결승에서는 한국이 우승했고, 클래시 로얄과 던전앤파이터에서는 한국이 1위, 중국이 2위를 기록했지만, 중국이 우승을 거머쥐었다.

특히, 한국 e스포츠 팬은 가장 인기가 많은 종목이라고 할 수 있는 LoL과 배틀그라운드에서 한국 국가대표 팀이 우승을 차지했다는 점에 종합 우승보다 더 큰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LoL의 경우 예선에서 다소 무기력하게 패해 기대치가 낮았는데, 결승전에서 선수단이 완전히 각성한 모습으로 '패승승승'을 만들어내며 한 편의 드라마를 쓰기도 했다.

네트워크 문제로 경기가 지연되거나 아예 다음날로 연기되는 이슈가 있긴 했지만, 코로나19가 소강 상태로 접어들어 온전한 오프라인 대회가 된다면 해결될 문제다. e스포츠에 열정 가득한 선수들의 선의의 경쟁이 빛났던 초대 ECEA. 내년에는 오프라인 무대에서 많은 팬들과 함께하는 글로벌 e스포츠 축제가 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