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JRPG는 양대 산맥으로 거대한 두 프랜차이즈를 꼽고는 합니다. 이 두 자리는 확고하곤 하지만 이에 견줄만한 명작 게임들도 많이 나와서 이러한 판도가 여러 개로 바뀌기도 하죠. 그리고 그렇게 JRPG 명작 시리즈를 꼽을 때 꾸준히 언급되고 있는 게임 시리즈 중 하나는, 아틀러스가 개발한 '진・여신전생' 시리즈입니다.

독특한 디자인으로 구성된 '악마'의 등장과 이들을 설득하고 합체시키는 시스템, 그리고 속성을 기반으로 한 고난도 전투 시스템과 스토리상의 분기 등을 특징으로 내세운 시리즈죠. 출시 당시에는 굉장히 어려운 게임인데다가 시리어스하면서도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풍기곤 했습니다만 인기 자체가 매우 높았습니다.

이런 높은 인기를 바탕으로 한국에도 '진・여신전생3-NOCTURNE'이 2003년과 리마스터판이 지난해 정식으로 발매되기도 했죠. 그리고 이렇게 진・여신전생 시리즈에서 파생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페르소나' 시리즈 역시 국내에서 높은 인지도를 가지고 있기도 하고요. 그런 본가의 신규 작품, '진・여신전생5'가 오는 11월 11일 출시를 앞뒀습니다. 그리고 사전에 먼저 간략하게 체험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죠.

※ 본 기사에 사용된 스크린샷은 닌텐도 스위치 독모드를 이용해 촬영되었습니다.


이번 체험회에서 플레이해 볼 수 있는 분량은 약 1시간 분량으로, 게임 초반부와 더불어 기본적인 '진・여신전생5'의 시스템을 이해할 수 있는 극 초반부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실제 체험을 해본 결과 게임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빠르다면 예상 시간보다 절반 가까이 단축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느꼈죠.

처음, 플레이는 주인공이 '다아트'로 들어온 부분이 시작됩니다. 시나가와 역을 나와 유즈루를 찾아 나서는 과정이며 초반 부분은 약간 스킵 된 상태였죠. 플레이어는 시작부터 플레이어를 도와주는 '아오가미'와 합체하고 마계라고 칭해지는 이상한 형태의 도쿄 '다아트'로부터 시작됩니다. 해당 부분부터 경험해 볼 수 있는 건 기본적인 전투 시스템과 편의 기능, 그리고 진・여신전생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악마'들에 대한 콘텐츠였죠.

진・여신전생보다 한국에는 '페르소나' 시리즈가 좀 더 대중적으로 잘 알려졌다고 볼 수 있는데, 페르소나 시리즈는 원래 ‘진・여신전생’에서 파생된 작품입니다. 그래서, 두 시리즈에 등장하는 악마들은 대부분 기반이 같습니다. 다만 메인 스토리 및 다른 요소들에 있어서 페르소나는 진・여신전생보다는 다소 덜 매운 느낌으로, 약간은 가볍게 진행되죠. '진・여신전생5'는 좀 더 시리어스한 분위기를 초반부터 물씬 풍겨내고요. 이러한 모습은 체험판에서도 바로 느껴볼 수 있었습니다.


전투는 랜덤 인카운트가 아닌,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른 심볼 인카운터 형식을 채용했으며 전투에 돌입하면 플레이어와 동료 악마들로 구성된 파티로 턴제 전투로 돌입합니다. 진・여신전생을 해보지 않았어도, 페르소나 시리즈를 해본 유저들이라면 익숙하게 적응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각 악마들과 플레이어의 속성이 정해져있고, 약점 속성을 제대로 공격할 경우 보너스로 1번의 추가 행동 기회가 주어지는 형태죠. 이는 적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되기 때문에, 적의 속성과 공격 패턴을 빠르게 파악하고 이에 대응하거나 먼저 무력화시키는 방법을 선택해야 합니다. 또한 추가 행동 기회는 넘겨줄 수 없으므로, 파티 구성에서도 순서도 잘 고민해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죠.

전투를 통해 악마를 물리치면서 성장을 하게 되면, 플레이어는 힘/마력/체력/속도/운으로 나뉜 스테이터스를 성장시킬 수 있게 됩니다. 동료 악마들은 레벨업으로 성장하는 스테이터스가 각각 정해져 있으며, 고유 스킬은 레벨이 상승하면서 계속해서 배워나갈 수 있는 구조를 볼 수 있었습니다. 추가로 적성에 맞는 스킬들은 +효과가 붙으며 위력이 더욱 강해지죠.

여기에 진・여신전생5는 '마가츠히 스킬'이라는 시스템을 새롭게 도입했는데, 이 마카츠히 스킬은 상황의 판도를 가를 강력한 효과를 가지며 턴을 소비하지 않습니다. 회복, 크리티컬 확률 업, 만능 속성 공격 등 다양한 마카츠히 스킬이 있고 게이지가 차면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으므로, 이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또 하나의 공략 포인트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물론 마가츠히 스킬은 적들도 사용하므로 주의가 필요합니다.

물론 전투만이 답은 아닙니다. 전투 도중에 악마에게 대화를 걸어 이들을 동료로 삼을 수도 있죠. 물론 악마답게 단순히 플레이어에게 협력하는 건 아닙니다. HP라던가 SP, 혹은 마카 등 재화를 요구하거나 질문에 대답을 요구하기도 하는데, 한두 번으로 되지 않고 탐욕이 그득하게 여러 차례 요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플레이어가 적당히 하라고 쳐낼 수도 있지만 반대로 화를 내면서 덤벼들기도 합니다.

▲ 악마 교섭은 여전히 건재. 근데 악마답게 좀 치사한 요구들이 많았습니다.

▲ '카무이'를 통해 전투 뿐 아니라 다양한 능력 및 적성의 성장도 가능합니다.

필드에 등장해있는 악마들을 물리치거나 영입을 하면서 전진하다 보면 특수한 존재를 만나게 됩니다. 붉은빛으로 둘러싸인 '마가츠카'라는 존재들이 있는데, 이들에게 접근하면 특수한 강적과의 전투가 이뤄지죠. 넘치는 영력으로 악마들을 점거하고 앞길을 방해하는 존재이며, 마가츠카를 파괴하면 새로운 지역이 나타납니다. 추가로 '카무이'를 각성하여 더 높은 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길이 열립니다.

또한 맵에는 배회 중인 전투 가능 악마들과 일반적인 대화가 가능한 악마들, 그리고 이곳저곳 숨겨져있는 수집 요소들이 존재합니다. 이러한 존재들은 일종의 웨이포인트 역할을 하는 '용혈'에서 갈 수 있는 유해의 은신처, 그리고 '사교의 세계'에서 다양한 보상들을 얻을 수 있죠. 유해의 은신처의 주인인 구스타브는 아이템을 매각하거나 구입할 수 있게 해주며, 부하인 '미망'을 찾아서 귀환시켜주면 '신의' 습득에 필요한 재화와 찾은 수에 따라 구스타브가 수고했다고 다양한 보상을 줍니다. 일종의 탐색요소이자 탐험 요소이며, 이들을 찾다 보면 보물도 획득할 수 있기에 맵을 이곳저곳 돌아다니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또한 사교의 세계에서는 악마들의 합성, 성장 등을 새롭게 도모해 볼 수 있는 장소로 극 초반에 오픈됩니다. 그리고 대화가 가능한 악마들 중에는 플레이어에게 '서브 퀘스트'를 줄 수 있는 악마도 존재하죠. 이들의 부탁을 들어주고 다양한 보상을 받을 수 있지만 악마는 악마인 만큼 순순히 보상을 주지 않는 경우도 있어 주의해야 합니다.

▲ 레벨업으로 스테이터스 성장도 가능하고, 익숙한 속성 시스템도 보입니다.


▲ 용맥을 통해 구스타브에게서 여러가지 도움이 되는 물품도 구매 가능하죠.

전체적으로 둘러보면서 플레이해 본 '진・여신전생'은 과거의 시리즈가 이어왔던 전통 자체는 잘 계승했습니다. 오리지널 악마뿐 아니라 전통적으로 등장했던 악마들을 쉽게 볼 수 있었고, 이러한 악마들이 광대한 필드 맵에 분포하며 심볼 인카운트 방식으로 전투가 치러지거나 대화도 가능한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프레스 턴 시스템은 기존 시스템과 큰 차이 없이 추가됐고, 새로운 전투 요소들과 악마들의 스킬 및 성장-파티 구성까지 여러 가지 전략적인 전투 시스템 자체는 확실한 공략점을 찾고 이에 대응하고 대비하는 전통적인 모습이라 나쁘지 않았습니다.

새롭게 추가된 '마가츠히 스킬' 시스템 자체는 전투의 전략을 한층 높여주는 용도로 활용될 부분이 매우 강했고, 스테이터스의 분류와 성장, 악마들의 성장 요소들과 적성까지 종합적인 RPG 전투 요소 및 성장 요소들을 확인할 수 있었죠. 특수한 조합식을 사용하는 악마들의 조합들을 볼 수 있는 악마전서와 관련된 시스템도 존재하죠. 악마에 집중하는 시리즈에서 가장 중요한 악마들에 대한 요소들은, 페르소나 시리즈보다 한층 더 세심하게 마련되어 있으므로 만족스러웠습니다.

▲ 맵에 있는 '미망'을 찾아내서 돌려보내는 것도 일종의 탐험이며,

▲ 숨겨진 보물을 찾는 요소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이후의 것들은 확실히 고민이 필요해 보입니다. 닌텐도 스위치 독 모드로 플레이하는 와중에도 프레임의 변화가 느껴졌고, 플레이의 흐름을 끊거나 지나칠 정도로 잔로딩이 생기는 최적화 수준은 아니고, 약간의 프레임 드랍이 느껴져 감내할 수준이라고 판단되는 정도였습니다. 그렇지만 고른 프레임을 보여준다고 보기는 힘들기에 호불호가 명확히 갈릴 수 있다고 보이는데, 이는 체험판에서의 경험 기준이므로 정식 버전에서는 다를 수 있습니다.

난이도나 조작 측면에서는 큰 문제는 없었고, 실제로 인게임에서 여러 가지 난이도를 조절할 수 있기에 플레이하는 데는 지장이 없어 보였습니다. 아무래도 체험했던 초반 챕터는 기본적인 시스템과 세계관을 설명하는데 치중해있었으며 처음부터 스토리에 대한 많은 단서들과 사건들이 주어지기에 약간은 혼란이 올 수도 있다고 봅니다.

이후 플레이어에게 '퀘스트 내비'라는 존재의 악마들이 동행하게 되고, 여러 가지 맵 아이템이나 퀘스트의 상황을 알려주는 존재가 추가되어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면 이제 남은 건, 바로 스토리겠죠. 도쿄에서 왜 전쟁이 벌어졌고, 왜 도쿄가 '다아트'가 되었으며 주인공의 행보가 어떻게 될지는 이제 직접적인 플레이를 통해서 확인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시연 버전 기준으로, 구매를 고려해야 하기에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개인적으로는 만족스러웠습니다. 진・여신전생 시리즈의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는 악마와 관련된 시스템들은 건재했고, 새로운 요소들과 함께 맵 상의 탐색 요소들과 그래픽의 향상이 이루어져서 대부분의 팬들이 생각하던 '현대적인 진・여신전생'의 모습을 잘 담아냈다고 봅니다.

▲ 길을 막고 있는 '마가츠카'. 진행에 있어서 제거할 필요가 있는 존재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