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하 묘지'가 되어버린 추억 속의 카타콤 (클릭 시 확대됩니다)

게이머라면 모름지기 애증하는 게임을 하나씩 품고 있다. 그 게임을 현재도 즐기는 것과는 별개로. 가을 콧바람에 그리움이 사무치기도, 모처럼 한가로운 연휴 때도 불현듯 그 친구가 생각난다. 뭐 어쨌건 뜬금없이 생각난단 얘기다.

아쉽게도 내게 '디아블로'는 그런 게임이 아니다. 물론 재밌게 즐긴 것은 맞지만. 디아블로의 전성기, 디아 2 확장팩이 나온 시점에 나는 초등학생이었고 게임 자체를 100% 즐긴다기 보다는 또래들 간의 사회생활 엇비슷한 행위를 했던 것 같다. 하다보니 재밌기도 했고 피시방에서 마주친 동네형이 나이트메어 구간을 뚫어줬을 때, 샤코를 줬을 때는 좋았지만 결과적으로 한 달도 채 못가다 접기를 수차례 했던 것 같다.

그렇게 내 가슴 한구석에도 자리잡지 못했던 고전 게임 디아블로가 '요즘 겜'으로 돌아왔다. '디아블로2: 레저렉션'으로 말이다. 라떼는 카우방에서 훨윈드 돌고 활쏘고 하면 몬스터들이 픽픽 쓰러져 나갔는데 생각보다 복잡하고 어렵게 바뀌었더라. 룬은 뭐야, 4소켓 모너크는?

▲ 안다리엘 차이 (클릭 시 확대됩니다)

예전에는 저렇다 보니 큰 애정도 없고 컴퓨터 잘 모르던 꼬꼬마 시절이라 그냥 집과 게임방에 컴퓨터가 세팅되어 있는 대로 썼다. 랙 생기면 원래 그런 줄 알았고 듀리엘 방 들어갔다 급사해도 원래 그런 게임인 줄 알았지.

그러나 30대에 접어들고 컴퓨터에 대해 좀 알다 보니, 돈 쓰는 맛을 알게 되었다. 옛날처럼 24시간 밤 새가며 게임하면 이틀은 꼼짝 못 하지만, 그 대신 두어 시간을 하더라도 남부럽지 않은 최고 사양으로 게임을 즐길 계획을 세울 수 있다는 것. 디아 2 레저렉션도 마침 새로 태어났으니 거기에 걸맞은 컴퓨터로 즐겨보고 싶었다.

원래 슬슬 체력과 시간이 부족해지는 나이가 되면 취미를 하더라도 장비에 먼저 시선이 가기 마련이다. 그래서 뒷동산을 가도 히말라야 장비가 필요하고, 앞마당 캠핑을 해도 비박 장비부터 마련하게 된다. 컴퓨터라고 다를쏘냐, 일단 풀옵션 사양을 챙겨보자.

▲ 그래픽과 몰입감은 늘어났으나, 좁아진 시야로 인해 불편함을 겪는 유저도 종종 있다고 한다





■ 요즘 겜 '디아블로2: 레저렉션'.. 권장 사양이 심상치 않다

▲ 공식 최소 및 권장 사양. 수준이 굉장히 높다

진정 내가 알던 디아블로가 맞는가 싶을 정도의 권장사양이 눈에 띈다. 3년도 채 되지 않은 중상급 i5 CPU를 요구하고 있으며, 그래픽카드도 현역에 위치한 GTX 1060. 저 정도 성능의 PC라면 중급 옵션의 '배틀그라운드'를 즐길 수 있는 수준이다. 심지어 최신 게임답게 램도 과감하게 16GB를 권장하고 있다.

물론 권장사양이다. 그래픽 옵션 타협을 많이 봐서 낮은 성능으로 즐길 수도, 혹은 마음먹고 PC를 새로 장만하여 쾌적하게 즐길 수도 있다. 결정은 언제나 소비자의 몫이지만 그 선택에 도움을 주고자, 최신 CPU와 그래픽카드로 '디아블로 2: 레저렉션'을 어느 정도의 환경까지 즐길 수 있는지 확인해 봤다.




■ 최신 인텔 11세대 i5, i7 CPU로 즐겨보자!


현재 인텔 CPU는 11세대까지 출시되었다. 권장 사양에 기재되어 있는 'i5-9600K'는 인텔 9세대 CPU로, 현재 동급 모델에는 'i5-11600K'가 있다. 다만 주의할 점은 숫자 자체는 동급일지 모르나, 세대를 거듭할수록 IT 제품 분야의 특성상 성능이 향상되기 때문에 같은 수준이라고 표현하기 애매하다.

그렇기 때문에 i5의 대표격인 'i5-11400'으로 테스트를 진행하기로 했다. 숫자는 낮지만 다른 성능적인 지표는 11400이 우월하며, 9600K는 6코어 6쓰레드, 11400은 6코어 12쓰레드의 구조를 채택했기 때문에 환경적으로도 더 쾌적하다.

또한 비교를 위해 'i7-11700'으로도 플레이해 보기로 했다. 4K(UHD) 해상도를 찾는 유저들을 위함이다. 제아무리 11400의 성능이 우월하다 할지라도 i5의 성능으로 4K를 즐기기는 다소 무리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다만 i7 구성부터는 대장급의 공랭쿨러 혹은 수냉쿨러를 고민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또한 만약 타 브랜드의 CPU를 선호하는 유저라면 6코어 12쓰레드의 5600X, 8코어 16쓰레드의 5800X를 고려할 수 있겠다.

▲ 플레이 타임을 알려주는 다크 모드로 인해 죽는 유저도 꽤 많다고





■ MSI 삼총사! 3060 트윈프로져8 / 3070ti, 3080ti 슈프림 X 트라이프로져2S

▲ 최신 글카 모여라! MSI 삼총사!

현재 그래픽카드의 가격은 불안정하며, 하루가 다르게 오르락 내리락하고 있다. 이게 다행인 것은 지난주까지는 오르기만 했다는 것. 현재도 저렴한 가격은 아니지만, 떨어지고 있는 추세인 것은 맞다. 21년 7월 경, 잠깐 내려온 가격을 좀 더 관망하다가 그 시기를 놓쳐 여태 그래픽카드를 사지 못한 유저들도 꽤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요즘에는 구경만 하려 해도 구경 값을 줘야 한다는 귀하신 몸, MSI 그래픽카드 3종으로 테스트를 진행했다.

권장 사양을 한참 뛰어넘는 제품 선정에 다소 의아할 수 있겠다. 그래픽카드 가격이 내려가고 있다며? 하지만 그 얘기는 신제품인 RTX 30 시리즈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고, 현재 GTX 10, RTX 20 시리즈의 제품 가격은 여전히 동결인 상태다. 물론 절대적인 가격은 RTX 30 시리즈가 더 비싸겠지만, 가격대 성능을 생각해 본다면 1650S라던가 2070S라던가 등을 추천하기 어려운 상태다.

'MSI RTX 3060 게이밍 X D6 12GB 트윈프로져8(이하 MSI 3060 트윈프로져8)'는 게이밍 명가 MSI만의 독자적인 기술을 통해 발열과 소음을 잘 잡기로 소문난 플래그십 라인업의 제품이다. 성향에 따라 메인스트림 이상의 PC를 고려하는 사람들 중 2팬의 그래픽카드를 선호하지 않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는데, 그중에서 예외로 쳐주는 것은 트윈프로져8 밖에 없을 정도로 발열, 소음, 성능까지 삼위일체를 갖춘 제품이다.

'MSI 슈프림 X 트라이프로져2S' 라인업은 RTX 30 시리즈부터 적용된, MSI 자체 기술의 총집합이라고 볼 수 있는 하이엔드 라인업이다. 현재 고가 그래픽카드 시장에서 워낙 평가가 좋은 제품이다 보니 성능적으로 어필할 부분은 크게 없고.. 3080ti, 3090 등의 고가 라인업의 그래픽카드일수록 고성능을 동반하는 고주파 이슈가 자주 발생되고 있는데, 슈프림 X 트라이프로져2S 모델은 해당 문제가 압도적으로 적다는 장점도 있으니 참고하기 바란다.

▲ (좌측부터) 3060(트윈프로져8), 3070ti(슈프림 X), 3080ti(슈프림 X)

▲ 실제로 소음 억제 부문이 매력적으로 느껴진 'RTX 3060 트윈프로져8'

▲ 와 이거 뭐지.. 하이엔드 라인업 제품은 그래픽카드 거치대와 마우스 패드까지 증정한다

▲ MSI 로고

▲ 게임에 있어 그래픽카드는 매우 중요하다! 그래픽 옵션별 캐릭터 (좌측부터 레거시 / 아주높음 / 낮음)

▲ 그래픽 옵션별 블리자드 스킬 효과 (좌측부터 레거시 / 아주높음 / 낮음)





■ 자 이제 게임을 시작하지

▲ 악마 사냥을 떠나자

2종의 CPU와 3종의 그래픽카드. 그 외의 테스트 PC 환경은 다음과 같다.

◈ 테스트 PC 사양 정리
CPU인텔 11세대 i5-11400
인텔 11세대 i7-11700
쿨러PROLIMATECH ARTISTS 3r
메인보드GIGABYTE Z590 AORUS Elite
VGAMSI Geforce RTX 3060 게이밍 X D6 12GB 트윈프로져8
MSI Geforce RTX 3070 Ti 슈프림 X D6X 8GB 트라이프로져2S
MSI Geforce RTX 3080 Ti 슈프림 X D6X 12GB 트라이프로져2S
RAM삼성전자 DDR4 8GB PC4-19200 * 2
저장장치WD BLACK SN750 M.2 NVMe (500GB)
WD BLUE SN550 M.2 NVMe (500GB)(OS)
마이크론 크루셜 X6 포터블(외장, 1TB)
케이스투렉스 DOMA-PRO PCI 오픈형 케이스

▲ 옵션 최대로~! 부품들이 좋으니 최고의 그래픽 옵션을 적용했다

약 20회의 동일한 테스트를 하기 위해 어떤 행위가 가장 좋을까를 생각해 봤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안다리엘 런. '디아블로 2: 레저렉션'은 필드에서 사냥만 하는 게임도, 그렇다고 항상 보스만 잡는 게임도 아니기 때문에 복합적으로 짧은 시간 내에 일련의 행위를 할 수 있는 것이 딱 맞아떨어진다고 생각했다.

다만 게임의 특성상, 밝혀지지 않은 지도를 그리며 나아갈 때 프레임이 조금씩 내려가기 때문에 지형이 넓을수록 프레임이 10~15 정도 내려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필드 사냥일 경우 프레임이 좀 더 낮게 나온다는 얘기. 안다리엘이 위치한 '지하 묘지(카타콤)'는 던전의 개념이기 때문에 이 점은 감안하기 바란다.

최신 제품으로 구성한 만큼, 모든 그래픽 옵션은 최상으로 두고 테스트를 진행했다. 때문에 환경에 따라 타협할 수 있는 여러 옵션들이 있다는 점 또한 참고하기 바란다.

▲ 오늘 끝장 보자!




FHD 해상도

▲ i5-11400 + 3종 그래픽카드 테스트(FHD)

▲ i7-11700 + 3종 그래픽카드 테스트(FHD)

FHD 환경에서는 해당 테스트 제품 중 가장 성능이 낮은 11400 + 3060 조합도 충분히 선방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0.1% 최저 프레임이 60FPS과 한 끗 차이인 것, 1% 최저 프레임이 100FPS에 거의 닿을 뻔한 것들이 수치상 안타깝긴(?) 하지만 충분히 좋은 성능이다.

1% 최저 프레임 측면으로 봤을 때, 11700 + 3060도 매우 준수해 보이지만, 해당 사양으로 FHD만 돌리기는 약간 아쉽다. 참고로 다른 조건으로 테스트한 3060ti의 성능은 약 평균 178FPS, 1% 최저 프레임 125FPS로 굉장히 준수한 수준으로 올라가기 때문에 예산에 여유가 있다면 이쪽을 고려해 보도록 하자.

▲ FHD 구간의 최저 프레임 차이 (1% - 파란색 / 0.1% - 주황색)




QHD 해상도

▲ i5-11400 + 3종 그래픽카드 테스트(QHD)

▲ i7-11700 + 3종 그래픽카드 테스트(QHD)

가장 수요가 많은 해상도인 QHD는 인기가 좋은 만큼 선택할 수 있는 폭도 넓다. 일단 테스트 결과를 참고했을 때, i5과 i7의 1% 최저 프레임 격차가 상당히 크게 났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여기서부터 '디아블로 2: 레저렉션'의 큰 문제점이 드러난다. 예전의 디아 2였다면 툭툭 끊기는 것이 불편하지 않았을 텐데, 그래픽이 눈에 띄게 좋아졌기 때문에 눈이 즐거워지는 만큼 랙에 있어 까다로워진다. 약간만 끊겨도 기분이 상하는 그 느낌. 11400 + 3060으로 몬스터 사이를 텔레포트 연타로 지나갈 때 종종 발생하더라.

때문에 게임 하나만을 봤을 때 가장 추천하고 싶은 구성은 11700 + 3070ti 조합이다. 다만 예산이 부족하다 싶으면 두 가지의 선택이 있다. 그래픽카드를 3060ti 혹은 3070으로 변경하거나, 아니면 CPU를 11400으로 바꾸는 것. 예산 때문에 발생되는 문제라면, 후자는 절약의 폭이 비교적 적기 때문에 그래픽카드의 등급을 약간 낮추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i5로 QHD 게임을 돌리기엔 꽉 찬 느낌이 짙다.

▲ QHD 구간의 최저 프레임 차이 (1% - 파란색 / 0.1% - 주황색)




4K(UHD) 해상도

▲ i5-11400 + 3종 그래픽카드 테스트(UHD)

▲ i7-11700 + 3종 그래픽카드 테스트(UHD)

4K 해상도부터는 3080ti가 추천된다. 물론 FHD, QHD 환경에서도 뛰어난 성능을 자랑하지만, 가격을 생각했을 때 '그렇게까지 할 필요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4K는 확실히 메리트가 있다.

높은 평균 프레임도 중요하지만, '디아블로 2: 레저렉션'에서는 끊김 없는 쾌적한 환경이 중요하다. 최저 1% 프레임이 100을 가뿐히 넘는 11700 + 3080ti 조합이라면 최고의 해상도와 그래픽으로 게임을 쾌적하게 즐길 수 있다.

▲ UHD 구간의 최저 프레임 차이 (1% - 파란색 / 0.1% - 주황색)




■ 마치며

▲ 이거 하나가 끝이야? 진짜로?

반나절을 안다리엘만 봤다. 물론 자료 정리도 하고 식사도 하는 시간을 제외하면 그 정도는 아니겠지만. 사실 기획 단계에서 '테스트하는 날 샤코 하나 즈음은 먹겠는데?'라는 생각을 했지만 어림도 없었다. 매찬도, 게임할 강건한 체력도 그리고 PC 사양까지. 업그레이드할 것들 투성이다.

'디아블로 2: 레저렉션'은 애초에 권장사양이 생각 이상으로 높은 게임이다. 물론 사전 테스트했을 때에 비해 최적화가 되긴 했다. 이전에 확보했던 자료에 비해 전반적으로 프레임이 안정적이고 좋아졌으니. 해상도가 올라갈수록 높은 성능의 그래픽카드의 성능이 빛을 발한다. 또한 CPU의 등급 및 성능이 좋아질수록 최저 프레임을 안정적이게 유지시켜 랙 없이 편안하고 쾌적한 악마 사냥을 가능하게 한다.

"요구하는 사양이 너무 높은 것 아니야?"라고 생각할 수 있겠다. 테스트에서는 최신 CPU와 그래픽카드로 구성했기에 그래픽 옵션을 최대로 올렸다. 때문에 환경에 따라 그래픽 옵션을 낮춰 더 쾌적하게, 혹은 상황에 맞게 설정할 수 있으며 과거의 향수를 떠올리며 과감하게 G 키를 누를 수도 있다. 다만 눈이 썩어들어가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오픈 직전까지 말도 많고 탈도 많던 '디아블로 2: 레저렉션'. 덕분에 오랜만에 친구 놈들과 게임을 즐기고 있다. 인벤에 재직하면서 재밌어 보이는 신작 게임을 아무리 들이밀어도 "응 안 해~"로 일관하던 친구들이 밤낮을 불사하고 매일 메신저로 유니크 아이템을 자랑하고 있다. 해모수의 영혼인가 광전사의 런닝셔츤가 뭔가. 어쨌건 추억 보정은 강렬하다.

▲ 필드에서는 던전에 비해 넓은 지형 때문에 10~15프레임 정도 내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