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학아, 디아블로 또 안 된다"

20년지기 동네 깐부들에게 침까지 튀겨가며 '디아블로2 레저렉션(이하 레저렉션)' 하라고 설득했던 기자가 요즘 카톡으로 가장 많이 듣는 말이다.

레저렉션 재밌다며 칭찬하는 기자수첩도 썼고, 좀 불편해도 이만한 게임 없다며 열심히 스스로 주문을 걸어보기도 했지만, 기자는 부처가 아니고 사람의 인내심에는 한계가 있는 법이다. 커뮤니티 반응이 증명하듯, 레저렉션은 출시 직후 지금까지 더 말이 필요 없는 서버 상태로 유저들의 머리를 지끈거리게 만들고 있다.

지난 9월 24일 출시된 레저렉션을 해오면서 기자가 체크한 서버 접속 불가 현상만 6번이 넘었다. 평일 오후 8시~10시경에는 이번 방도 잘 열리라며 기도를 해야 했고, 주말 저녁엔 기도고 뭐고 안 통했다. 새벽 시간대는 하지 않았으니 실제 서버 접속 불가 현상은 더 많았을 것이다. 처음 한두 차례는 '허허, 서버 상태도 추억이네'라며 웃어넘겼던 유저들도 점차 '이건 아닌데'라며 심상치 않음을 인지했다. 커뮤니티에는 '아내가 친정 갔는데 레저렉션을 못 한다'라는 참혹한 사연이 연일 올라왔고, 환불 방법을 공유하는 유저들도 점차 불어나기 시작했다.

클래식 디아블로2 유저라면 이러한 현상에 익숙할 것이다. 레저렉션 출시 전 그들은 '디아블로2: 파괴의 군주'를 주력으로 플레이했고, 해당 게임은 올해 4월, 무려 2주 가까이 서버가 안 열리는 대참사가 발생한 바 있다. 더는 참지 못한 유저들이 4월 22일 국민청원 글을 올렸고, 집단 소송 움직임까지 보였다는 건 디아블로2 올드 게이머라면 대부분 아는 사실이다. 레저렉션 역시 청원을 피하진 못했다. 2021년 10월 1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현 서버 상태를 지적하는 내용으로 'Blizzard사의 만행에 대해 고발 합니다'라는 청원이 올라왔고, 12일 오후 2시 34분 기준으로 6,579명이 청원에 동의했다.

유저들이 말하는 '백섭'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정말로 이루어지는지에 대해 커뮤니티에서도 많은 이야기가 오갔는데, 적어도 일부 유저들이 백섭으로 손해를 봤다는 건 사실에 가깝다. 실제로 기자의 지인 중 한 명도 10일 저녁 레저렉션을 플레이하며 고성능의 전설 장갑을 획득해 기분 좋게 꿀잠을 취했으나, 그 직후 서버가 터졌고 다음 날 오전 접속해보니 해당 아이템이 사라졌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해당 지인은 '너무 당연하다는 듯이 없길래 꿈에서 먹은 줄 알았다'며 당시 기분을 회상했다.

서버 이슈는 계속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레저렉션은 아직 래더가 열리지 않았다. 신규 래더가 열릴 때마다 극 초반 획득한 진귀한 아이템의 현금 거래를 노리는 수많은 유저들이 몰릴 것이 분명하다. 근본적 원인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이러한 유저들을 포함해 그저 '즐겜'하는 유저들까지도 정상적인 게임플레이가 어렵다는 건 굳이 기자가 설명하지 않더라도 디아블로 좀 해본 사람들이라면 다 알 것이다.

레저렉션의 서버 이슈는 국내 서비스 중인 온라인, 모바일 게임과 동일 선상에 놓기 어렵다. 이 게임은 플레이하려면 유저가 48,000원을 내고 직접 사야 한다. 즉, 레저렉션 유저는 자신이 낸 돈의 가치만큼 양질의 게임플레이를 보장받을 권리가 있고, 공급자인 블리자드는 구매자의 권리를 지켜줘야만 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블리자드의 서버 이슈 관련 대응도 모범적이라 말하긴 어렵다. 현재 블리자드는 서버가 다운되면 배틀넷에 노란 느낌표와 함께 '서버 오류가 있고 담당팀이 수정 중이다. 게임 이용에 불편을 줘서 미안하다. 빠르게 조치하겠다'라는 매크로 공지만 띄우고 있다. 한두 번 나온 문제라면 봉합할 수 있겠지만 매일 저녁마다, 그리고 주말마다 벌어지는 이슈를 꿰매기엔 실도 바늘도 너무나 부실하다.

유저 입장에선 더 상세한 설명과 근본적인 해결 방안을 듣고 싶은 게 당연하지만, 블리자드는 레저렉션 출시 이후 이러한 모습을 한 번도 보이지 않았다. 진심으로 유저를 생각한 공지라면 죄송한 마음을 기본으로 깔고 ▲현재 무엇 때문에 문제가 발생했고 ▲이를 어떻게 해결하려고 하며 ▲언제까지 해결하고 ▲추후 이런 일이 없도록 어떻게 할 것이란 내용이 들어가야 한다.

현재 상황이 지속된다면, 오랜만에 레저렉션에 복귀한 유저들이 디아블로 시리즈를 비판하는 것을 넘어 블리자드라는 게임사 자체에 대한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다. 이 사실을 블리자드가 지금이라도 인식하길 바란다.